찾아보니 2007년이었다. 출판사에서 공짜로 책을 받아 서평을 쓸 경우에는 출판사에서 제공 받은 책을 읽고 쓴 글임을 명시하자는 조심스런 글을 올렸던 것이(지금은 어느 곳에 비공개로 저장되어 있는데 지금 보니 너무 방어적으로 쓴 글이라 빈정 상해서 못 내놓겠다). 나 때문인지 아닌지 알 수 없지만 그 후 한두 분 정도는 글 말미에 서평단용 책을 읽고 쓴 글이라는 말을 넣는 것으로 안다. 물론 절대다수는 여전히 사 읽은 책과 제공 받은 책을 구분하지 않는다. 나 또한 이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아서, 어느 구석을 뒤져보면 내 이름 두서너 자 들어 있을 책을 나랑 아무 관련 없는 것처럼 군 적 있으니 내 주제에 남들을 나무랄 일은 아니다(네, 다 제가 무식해서 그랬어요. 죄송해요).

남들을 나무랄 일이 아니어서 더 마음이 갔다. 나는 어떤 입장인지 궁금하기도 했고.

잡상의 발단은 이렇다.

네이버 파워블로거 땡땡님이 '공(동)구(매)'를 진행한 물품 중 오존세척기가 있었는데 매스컴에서 이 제품의 안전성을 지적했던 모양이다. 이후로 해당 제품 구매자들이 그분에게 책임질 것을 요구하고 이 과정에서 해당 블로거가 업체로부터 대당 7만 원의 수수료를 받기로 한 사실이 알려지게 되었다. 여기서 흐름이 둘로 나뉘는데, 한쪽은 오존세척기로 인해 직간접적인 피해를 입었으니 블로거와 업체는 책임지고 환불하라는 주장을 펴고 있고 다른 한쪽은 파워블로거가 블로그를 돗자리 삼아 (여럿이 구매함으로써 구입단가를 낮추는) '공동구매'가 아니라 실질적인 '판매'를 해왔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어 이에 분노하고 있다.

비록 이렇게 직접적인 문제는 없었으나 주도적으로 '공구'를 주도해 왔던 또 다른 땡땡님(들)은 이참에 그간의 수수료 내역과 세금납부 내역을 공개하라는 비판에 직면하였고, 이에 재빨리 공구 관련 게시물을 비공개로 돌리거나 공구중단을 선언하고 판매와 관련 없는 포스팅만 올리는 모양이다.

최소 몇 십 억으로 추정되는 이들의 벌이에 세금탈루 의혹이 더해져 국세청이 조사를 하겠다고 나섰지만 포털의 미지근한 대응으로 세무조사는 흐지부지 될 것 같고, 독야청청한 땡땡님만 '초심으로 돌아가' 부지런히 레시피를 발행하는 중이다. 사건의 발단이 되었던 블로거는 사과공지만 남기고 도망간 모양이고.

이에 공정거래위원회도 나 몰라라 할 수는 없었던지 '추천․보증 등에 관한 심사지침'을 개정, 블로그나 카페에서 상업적 글을 올릴 경우 협찬 받았음을 명시하도록 하고 이를 어길 경우 광고주를 제재할 수 있도록 하였다. 요약하자면, '돈이나 물건을 받고 온라인에 평가글/홍보글을 올릴 경우 돈이나 물건을 받았음을 알려야 한다'이다.

개인적으로 반가웠던 건 '호평이든 악평이든 글을 올리는 행위 자체가 업체로서는 광고이므로(이래서 악플보다 무서운 게 무플이라던가) 대가를 받았음을 명시해야 한다'였고(개인적으로는 책을 받아 읽긴 했으되 마음에 안 들면 별 한 개 혹평을 남겼으니 나는 이 문제에서 자유롭다 생각하는 순진무구한 분들이 꼭 좀 읽어봤으면 싶다). 그래 출판사에서 협찬 받아 서평용 책을 협찬하는 인터넷 서점들의 대응이 궁금한데 아직 별다른 반응은 없는 것 같다(세 군데 공지를 살펴보았는데 찾을 수 없었다. 혹시 찾으신 분은 알려 주시라).

한데 물론 위 얘기도 몹시 중요하고 흥미진진하지만 지침 개정 얘길 들었을 때부터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사건(들)이 있다. 이제, 어쩌면 오늘 진짜 하려는 건 그 얘기다.

역시 2007년이었나. 모 휴양레조트의 기념행사가 뻑적지근하게 치러진 모양이었다. 90년대 중반부터 관심을 갖고 있던 터라라 평소 관련 기사가 나면 눈여겨보는 곳이다. 언젠가는 어떡하면 거기 취직할 수 있을까 사뭇 진지하게 고민해 본 적도 있다.

진정한 웰빙휴가를 즐길 수 있는 곳!
클럽메드 빈탄 다양한 레포츠와 휴식이 있는 '리아 빈탄 빌리지',
한국인에게 가장 인기 높아


와우, '대놓고 광고하는' 저 기사, 신문사에서 출장비 주고 기사 써오라고 했을까? 확신하건대, "지난달 22일 클럽메드 58주년, 클럽메드 코리아 15주년을 맞아 리아 빈탄 빌리지에서 기자 간담회를 진행한" 간담회에 참석하실 기자님들께서 빈탄 빌리지로 왕림하여 며칠 묵다 가실 비용을 부담한 것은 클럽메드 코리아일 것이다. 어? 경제적 대가 받고 쓴 글이네? 근데 왜 '협찬' 받았다는 얘기가 없지? 왜 '홍보'라고 얘기 안 해 줘? '영향력' 따지자면 '1인' 미디어인 블로그보다 언론사가 훨씬 더하지 않아? 앞으론 꼭 해 주세요, 네?

그밖에도 스쳐가는 무수한 사례들. 분명 기사면인데 제품 이름과 가격, 특장점이 나열되어 있네. 그거 발품 팔아서 물건 사서 써봤더니 정말 정말 좋아서 독자들에게 소개해 주고 싶었던 거예요? 아, 계절마다 신문이랑 잡지에서 소개해 주는 옷이며 화장품이며는 본인들 쓰던 제품 가지고 쓴 글이었던가? 이것도 앞으로 대가 여부 명시해 주시고요~

또 있네. 책이랑 보도자료 받아서 문화면에 실을 기사 써 주는 건 해당되나 안 되나? 예전에 어느 신문사 기자님께 기사 써 주시라고 책 보내드린 적 있는데. 짤막하게나마 한 줄 나왔던데. 아 물론 책 받아서 썼다는 얘긴 없었고. "소비자가 광고인지 모르는 경우 그 사실을 알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로서 원칙적으로 블로그 등 On-Line 뿐만 아니라 일반 잡지와 같은 Off-Line 매체에 대해서도 동일하게 적용됨"이라는데 앞으로는 달라지려나? (한 달 넘게 여전한 걸 보면 1년 뒤에도 여전할 것 같긴 하다만)

또 또 있어. 블로그 활동을 열심히 하시는 어떤 작가님은 책 소개 프로그램을 명분으로 출판사에 전화해서 홍보용 책을 달라고 요청한다던데, 그 수가 실제 소개될 책보다 훨씬 많은 것 같던데, 그분은 방송에서 책은 산 게 아니고 공짜로 받은 거라는 얘길 하려나 안 하려나? 그렇게 받아 펼쳐보지도 못한 숱한 책들이 방송 출연과는 별개로 개인 책장에 쌓인다는 얘기도 해주려나?

그리고 아마도 이 분야에서 화룡점정을 찍은 건 미안하게도 아직 못 본 '트루맛쇼'가 아닐까 싶은데, 그 많은 맛집 소개 프로그램들은 식당에서 제값 내고 음식 먹고 '취재'해서 방송 내보내는 걸까? 아니면 공짜로 음식 받아먹고 '소개'하는 걸까? 뭐? 그 바닥은 지금 음식값이 문제냐고? 웃돈 받았는지 어쨌는지부터 밝힐 일이라고?

되게 잡스럽게 떠들었는데, 사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단순하다. 뭐 언젠 안 그랬냐마는.

협찬이나 판매임을 명시하지 않은 몇몇 블로그나 온라인 카페들의 행위에 문제가 있다고는 생각하지만, 함께, 혹은 더욱 깊숙이 논의되어야 할 문제들은 모른 체 한 채 기관도 개인도, '개인'들만 집중 추궁하고 있는 건 아닐까? 이참에 그놈의 '광고 아닌 척 하는 광고글'을 '광고라고 말하는 광고'로 바꿀 수는 없는 걸까? 파워블로거들을 비판적으로 다루고 있는 '언론'들은 이 상황을 자신들에게 대입시켜 볼 생각은 없는 걸까? 모르는 걸까? 알면서도 모르는 척 하는 걸까? (야! 단순하다며 왜 또 이렇게 말이 길어!)

아아, 이참에 나도 하나만 슬쩍 고백하자면 "그대, 성산동에 가거든"은 확실히 광고글이다. 광고에 대한 경제적 대가를 받은 적은 없으나, 크게 보자면 이해관계인(이 블로그 쥔장은 해당 카페 쥔장과 한때 동고동락했던 사이다)이 그 사실을 밝히지 않고 '순수 소비자'인 체 한 셈이다. 이 자리를 빌어 밝힌다.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 그래도 달다방들 많이들 이용해 주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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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etcetera

2011/08/19 17:42 2011/08/19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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