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꼭 한 번쯤 가보고 싶은 곳, 생각하면 가슴이 뛰는 곳이 두 군데 있다. 페트라와 마추픽추. 뭐, 유네스코도 가보라고 했고(친구냐!). 왜 하필 그 두 곳인가, 이집트 피라미드도 아니고 유명짜 한 유럽의 어디 어디도 아니고, 이것은 허세인가, 생각해 본 적이 있다.

나는 인간의 하찮음과 위대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곳에 매료되는 것 같다. 아름다운 자연의 풍광은 그뿐, 훌륭한 건축물도 그뿐. 아름답고 대단하다고 느끼지만 그 이상의 느낌을 받아본 적은 없다. 그러나 페트라와 마추픽추는 어떤가. 압도적인 자연환경(바위산, 산꼭대기)에 놓인 한낱 인간의 자질구레함(페트라의 가장 유명한 건물, 도서관 앞에 선 관광객들의 크기를 보라), 그러나 그런 곳에 바위를 깎고 벽돌을 쌓아 도시를 지어 살았던 인간들의 경이로움. 히야, 또 가슴이 뛴다.

마침내 전달한 사직의사는 무급휴가 한 달로 귀결되었고(남들이야 왜 '베팅'을 그렇게밖에 못 했냐 하지만 난 '베팅'을 한 게 아니라는 걸 모르는 사람들의 얘기다), 당장 어딜 갈까 단고(短考)에 들어갔다.

희망순위대로 하자면 페트라가 1번이고 마추픽추는 그 다음이다. 페트라를 생각하면 막 내 전생 같고 고향 같은 마음이 들지만(역시 나는 서아시아인 정서인 듯) 마추픽추는 그냥 남의 것 같은 그런 마음?

하지만 정작 내가 예약한 노선은 인천-페루. 마침 그 나라에 L님이 계셔서는 아니다. 사실 우리가 그렇게까지 '막역'한 사이는 아니니까. 여행지에서 잠깐 만나면 기쁘고 좋을 사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겠지만.

살면서 언제 다시 이 정도의 시간을 낼 수 있을지 기약할 수 없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페트라는 아무래도 같은 대륙이니까. 가는 데 하루면 되니까. 무엇보다 나는, 페트라에 갈 기회를 틀림없이 다시 만들어 낼 테니까. 지금이 아니면 안 될 것 같은 곳은 역시 '늙은 봉우리(마추픽추)'였다.

마추픽추의 존재를 언제 처음 알게 되었는지는 기억 나지 않는다. 체 게바라의 평전을 읽을 때였나, (‘모터사이클 다이어리'로 알려진) 그의 젊은 시절 남미여행기를 읽을 때였나, 그것도 아니면 그냥 여기 저기 기웃거리며 머리에 닥치는 대로 쑤셔 넣던 어느 날 중 하나인가. 뭐, 이제 와서 그건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내가 한 달 뒤엔 거기 있게 될 거라는 것뿐. 다만 걱정스러운 건... 마추픽추의 최대 성수기는 8월이라는 것. 쿠당.

* 덧붙임
여행을 위해 따로 블로그를 만들까 생각했는데 살포시 폴더를 하나 더 얹는 것으로 정리하기로 한다. 일 너무 벌이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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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etcetera

2013/07/01 13:52 2013/07/01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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