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편집해 넣기 귀찮음. 나중에 추가하던가 할 예정;)

빅벤을 나오니 아까랑 다르게 생긴 봉고차 버스들이 지나간다. 안내원에게 "쁠라싸 데 아르마스(Plaza de Armas)"를 외치니 타라 한다. 황야를 지나 시내로 접어들고 사람들이 분주히 타고 내린다. 시내 초입부터 긴장하며 광장 같은 게 보이는지 살폈으나 아직인 것 같다. 안내원도 아무 말 없고. 그러다 보니 안내원이 돈을 걷는다. (보통은 내릴 때 요금을 내지만 회차지점이 가까워 오거나 손님이 적어 한가할 때는 중간에 걷기도 한다.) 내게도 손을 내미는 안내원에게 "아까 냈잖아요" 했더니 잠깐 생각하다 흠칫 놀란다. 그러고는 자기 머리를 치며 "피사로!" 한다. 엥? 피사로가 뭔데요? 차 안이 술렁술렁하며 스페인어가 몇 마디 오가더니 누군가 내게 어딜 가냐 묻는다. (나 왜 이런 말 다 이해하는 거임?) 아르마스 광장요. 그게 피사로란다. 알고 보니 아르마스 광장은 피사로(Pizaro)가(街)에 있었다는. 그리고 버스는 광장에서 두 블록 떨어진 곳을 지나간다는. 그래서 광장 같은 건 눈에 안 띄었던 거라는. 안내원은 차를 세우고 나를 내리더니 마침 맞은편에 서 있던 똑같이 생긴 버스를 불러주었다. 얘를 피사로로 데려다 줘. 덕분에 겨우 광장에 도착. (참고로 이 경우 돈을 받을까 안 받을까 궁금했지만, 얄짤 없이 1솔 내라고 해서 냈다.)

아르마스 광장과 주변 건물들을 구경하고, 광장 끝에 맥도날드가 있어서 부족했던 한 끼를 해결하기로 했다. 들어가 메뉴판을 보다 가격이 한국과 비슷하다는 데 놀랐다. 체감상 페루의 국민소득이 한국보다 많지는 않은 것 같은데 물가는 비슷하다니. 이 사람들도 살기 만만치 않겠다는 생각. 그런데 치킨버거 맛이 왜 이래. 치킨에서 형언할 수 없이 이상한 냄새가;;; '형언'할 수 없어서 진짜 표현을 못 하겠다. 그래도 세비체보다는 나으니 꿋꿋이 먹었다.

특이했던 건 케첩과 마요네즈를 먹는 방식. 카운터에서 1회용 케첩과 마요네즈를 지급하는 한국과 달리 매장 중간에 거대한 케첩과 마요네즈 대가 비치되어 있고, 햄버거와 함께 주는 빈 용기에 원하는 만큼 펌프질을 해 담는 식이었다. 커피전문점에 있는 시럽 비치대랑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된다. 원가절감과 쓰레기배출 감소라는 측면에서 어떤 방식이 더 나은 걸까 잠깐 생각해 봤지만, 내 머리로는 계산 불가라 1초만에 포기;

찬찬 데이투어를 예약하고 광장 주변에 있다는 옛날 집들을 둘러본다. 트루히요 관광지도를 보면 유독 Casa(집, house, '까사블랑까'의 그 '까사') 어쩌고 하는 건물들이 많은데, 그 안에 뭐 특별한 게 있는 게 아니고 그냥 옛날에 지은 예쁜 (스페인식) 집 구경이다. 내게는 집 자체보다는, 그 건물들이 아직까지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고 있다는 사실이 더 놀라웠다. 어떤 집은 은행이고(그래서 들어가는 절차가 까다롭다), 어떤 집은 소셜클럽 전용건물(그래서 방문가능 시간과 층이 정해져 있다)... 없애버리거나, 아무도 거주하지 못하게 막아버리거나 하지 않고 시대와, 사람과 함께 흘러가도록 두는 건물. 처음 지어졌을 때부터 지금까지 Casa의 용도에 맞게 사용되고 있구나.

카사 한 곳을 찾느라 길을 헤매다 관광 안내원 조나단을 만났다. 언뜻 보면 경찰관 같은 제복을 입고(이 동네 사람들 참 제복 좋아하는 듯) 명찰을 목에 걸고(tourist 어쩌구 쓰여 있음) 대로변에 서 있다가 나 같은 어리바리 관광객이 오면 안내해 준다. 공짜다. 처음엔 혹 이상한 사람인가, 안내원을 가장한 삐끼인가 긴장했는데 정부에서 지원하는 제도인가 보다. 그 보답으로 나중에 시청 방명록에 내 인적사항과 안내원 이름 정도 적어주고 오면 된다. 그에게 시청 청사와 아르마스 광장 안내를 받았는데, 아르마스 광장에 있는 거대한 조각상에도 의미가 있다는 걸 처음 알았네그려. 어쨌든 덕분에 심심치 않은 오후를 보냈다.

원래는 내일 데이투어를 마치고 바로 리마로 돌아갈 예정이었는데 이 작은 동네가 참 마음에 들어 하루 더 묵을까 어쩔까 계속 고민하다 결국 완차코에 하루 더 머물기로 했다. 지금 다시 선택하래도 리마보다는 완차코에 있을 테다. 그런 저런 생각을 하며 숙소로 돌아오는 길. 해안도로를 따라 걷는데 옆으로 봉고버스 한 대가 지나간다. 앗, 모자 쓴 안내원! 아까 트루히요 나갈 때 탔던 버스다. 나 무사히 아르마스 광장 갔다가 잘 돌아왔어! 하는 마음으로 손을 막 흔들었다. 어리벙벙한 얼굴로 쳐다보던 안내원, 잠시 뒤 내가 기억 났는지 함박웃음을 짓는다. 웃는 모습이 예쁜 청년이었구나.

시차 때문인지 저녁 굶고 침대에 엎어진 건 여섯 시 조금 넘어. 덕분에 기상시간은 새벽 두 시. 배가 고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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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etcetera

2014/01/08 12:40 2014/01/08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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