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는 아주 오랫동안 간직(?)해온, 남모르는 통증이 있다.
하지만 일상생활에 심대한 지장을 주는 것은 아니어서 가끔 다른 이유로 병원에 갔다가 생각나면 의사에게 물어보는 식이었다. 혹 여기가 아픈 게 이것과 관련이 있는 것은 아닐까요? 그러나 그럴 때마다 각기 다른 그들은 나의 통증을 의심했다. 아프긴 뭐가 아파. 그럴 리가. 엄살 부리지 마세요.

고통은 오롯이 나만의 것. 공유되지 않는다.
나눌 수 없으므로 그들은 나의 고통을 알 수 없고, 알 수 없으므로 믿지 않는다.

가장 최근에 만난 의사 역시 마찬가지였다. 아프다고? 이렇게 거즈로만 살짝 눌렀는데도?
그러나 그나마 그는 '안 아픈데 제가 왜 아프다고 하겠습니까'라는 나의 반문에 처음으로 귀를 기울여 준 사람이었다. 그리고 그는 마침내 나의 통증에도 '이름'이 있다는 사실을 알려 주었다.
그가 알려준 병명으로 검색을 해 보니 오오, 많지는 않지만 나의 증세와 일치하는 글들이 보인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원인은 불명, 따라서 치료법도 불명.

그러나 이름을 갖게 되자 비로소 나의 고통은 실재하는 것이 되었다. 그러니 나을 수 없다고 해도, 괜찮다. 아직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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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etcetera

2016/01/08 14:14 2016/01/08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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