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흔히 갖고 있는 그 커피메이커, 그러니까 드립식 커피메이커를 한 번도 가져본 적이 없다. 아, 재작년 생일선물로 1인용 커피메이커를 받아서 몇 번 써본 적은 있다. 필터를 누가 홀라당 버리는 바람에 본체도 홀랑 버려야 했지만.

첫 번째 커피메이커는 이탈리아산 모카포트였다. 1999년, 오만 군데를 다 뒤지다 백화점 한쪽 구석에서 발견하고 거금 10만 원(10년 전 10만 원이다)을 들여 들여 놓았다. 왜 그렇게 모카포트(라기보다 모카포트로 뽑은 에스프레소)에 집착했는지는 예전에 다른 블로그에 썼다 지운 적 있으니까 생략(뭐래?).

지금도 설거지 싫어하는 인간이 그 때라고 제대로 했을 리가 없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알루미늄 바디는 맛이 가기 시작하고, 센 직화 덕에 플라스틱 손잡이 이음새는 살짝 녹아서 그쪽으로 물이 새 나오곤 했다. 10만 원 들인 보람도 없이. 커피는 예전에 맛보았던 그 맛이 아니었음은 당연한 일.

그 다음은 가정용 미니 에스프레소 머신. 2004년 가을에 마련했던 것 같다. 1인용 밥통이 있던 자리에 곱게 놔두고 한동안 열심히 썼던 기계. 압력이 변변찮아 포드(pod)를 넣으면 커피 채워넣는 데 옆으로 커피가 막 새 나오던 기계. 가격도 안 잊는다. 각종 할인 받아 72,000원. (절대 ㅇㅇ이가 '치마 이천 원'이라고 듣고 "정말? 바자회에서 샀어?"라고 물었기 때문이다, 흠흠;)

그러나 역시나 설거지 싫어하는 인간이 그 때라고 제대로 했을 리가 없다. 커피 내려 마시고 몇 달 방치했더니 청록색 곰팡이가 피었다. 뒤늦게 으악 하며 필터며를 씻고 물이며 오래된 커피를 계속 내려 보았지만 한 번 생긴 곰팡내는 없어지지 않았다. 기계를 뜯어 청소해 보려고 했는데 사용설명서에 기계 뜯는 방법은 안 나와 있더라. 결국 저 녀석도 어느 밤 이마에 스티커 붙인 채 길거리에 나앉게 되지 싶다(그냥 쓰레기봉투에 버리면 안 되는 걸까?).

변천'사'라고 해 놓고 벌써 끝나가니까 좀 민망하긴 하다만, 이변이 없었으면 내 다음 커피메이커는 전기 모카포트가 되었을 것이다. 독일에서 오신 ㅇㅇ님이 사무실에 갖고 와서 한 잔씩 하사해 주시는데, 그거 참 탐스러운 거다. 가스레인지 필요 없지, 지가 알아서 추출해 주고 끝나면 알려주지... 한 가지 단점이라면 국내에선(물론 어디까지나 국내 '인터넷'이다) 안 팔더라는 것. 직화용 모카포트보다 약간 비싸다는 것. 그래 아마존을 들락거리며 결제를 시도하길 수 차례. 그 수 차례 동안 그놈의 환율이 매번 나를 막았다. 안 그래도 별 웃기는 지출(음, 그러니까 이건 옷 만들기라든지, 비누라든지, '생필'과 관계 없는 온갖 지출을 의미한다) 때문에 가계적자가 누적되고 있는 마당에 낼름 10여 만 원을 더 쓰기가 쉽지 않았다. 좀 괜찮은 모델에 액세서리까지 구비하면 20만 원 가까이 되겠더라고.

'이변'이 생긴 건 어젯밤. 샤워를 하고 인터넷서점 ㅇㅇㅇ에 쌓인 적립금을 오늘은 써 버리겠다 결심하고 여기 저기 클릭질하다 발견한 비알레띠 미니 익스프레스. 안 그래도 파스쿠치던가 스타벅스던가에서 비슷한 애를 발견하고 침 질질 흘렸는데(5만 원이 넘더라, 흥) 고 녀석이 떡 하니 버티고 있는 거다. 이상하지. 그 전에도 분명 본 애였는데 왜 어젯밤에 새삼스레 가슴이 뛰었는지.

ㅇㅇㅇ엔 품절이라 검색질로 5,000원 싸게 구입하기 성공. 그럼 ㅇㅇㅇ 적립금은 어쩌지? 재입고 된 하리오 핸드 그라인더(35,000원)로 털어 버렸다. 수술 덕에 오른쪽 팔뚝이 왼쪽 팔뚝 2/3로 줄었는데(팔뚝살이 고민이신가요? 몸통에 딱 붙여서 고정해 두고 두 달만 쓰지 말아 보셈. 눈에 띄게 줄어들 겅미.) 돌리면서 재활이나(또 뭐래?) 해야겠다.

늘! 도피오로 마시는 탓에 저 녀석이 얼마나 버텨줄지, 내가 얼마나 참아줄지 의문이긴 하다만, 무엇보다 간밤에 주문한 거라 아직 내 손엔 오지도 않았다만, 잘해보자 아그들아~ 이번엔 설거지 잘 해줄게.

그리고 예상치 않은 지출에 뒤늦게 갖다 붙인다. 해피 벌쓰데이 투 미~ (앞뒤로 일주일은 생일주간이라고 누가 그랬다 뭐! 근데 언제부터 생일 챙겨 먹었냐고? 흠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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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etcetera

2009/08/24 10:40 2009/08/24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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