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가치

구랍(난 이 말이 왠지 있어 보이더라~) 31일이었다. 한해 마지막 날이라 평소 다니던 시간에 학원(20:00~21:40)을 가면 돌아오는 길을 보장할 수 없을 것 같아 이른 수업을 듣기로 결정했다. 낮 열두 시 수업이 있었던 기억이 나서 확인차 학원에 전화를 걸었다.

"오늘 ○○○ 선생님 수업 몇 시에 있나요?"
"원래 몇 시 타임이신데요?"
"여덟 시요."
"네 시, 여섯 시에 수업 있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열두 시 수업은 없구나 싶어 집에서 뒹굴뒹굴 하다가 네 시에 학원에 가보니 어라? 그 시간엔 수업이 없다는 거다. 강의실 가다 마주친, 전에 수업 들었던 선생님이 그러기에 로비로 내려와 시간표와 강의실을 아무리 뒤져봐도 땡땡땡 선생님의 강의는 보이지 않았다.

이런 땡땡땡한 경우가 있나. 격분하여 월말이라 강의접수로 바쁜 안내 데스크로 쫓아갔다.
열두 시에 오려고 했는데 수업 없다고 해서 네 시에 왔는데 네 시에 수업이 없다니, 이런 땡땡땡한 일이 어디 있다는 말이냐. 전화 받은 직원 불러 와라. 직원 못 찾겠으면 매니저 불러와라. 억울해서 그냥은 못 간다. 옥신각신하고 있으려니까 옆자리 직원이 다가온다. 좀 더 높은 급인 모양. 여차저차, 두 번 엿먹인 거나 마찬가지다 자초지종을 설명했더니 직원, 얼굴이 빨개져서 이해하겠다, 그럼 자기네가 뭘 어떻게 해드리면 되겠냐 한다.

막힌 건 거기서부터였다. 책임자에게 내 울분을 토해낼 생각은 했지만 그걸로 뭔가를 받아낼 수 있다는 생각은 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이럴 땐 대체 어떡해야 하는 건지, 도무지 생각이 나지 않았다. 일단 직원을 데려와라, 직접 얼굴 보고 얘기하겠다 해서 잠시 뒤 만나게 된 직원은 죄송하다는 말만 연발했다. 다른 달 시간표와 착각했었노라며.

이제 두 얼굴이 내게 무엇을 바라느냐고 묻고 있었다. 머릿속을 지나는 생각들. 어차피 여섯 시 수업까지 이 근처에 있어야 하니까 커피나 한 잔 사라고 해? 아니지, 이건 1회분 강의를 못 듣는 셈이니까 1/10 환불을 요구해? 아니 그렇다고 아예 수업을 못 듣게 된 건 아닌데 그건 너무 이상하잖아? 그렇지만 애먼 내 시간과 하루 스케줄이 엉망진창 돼버린 걸. 이건 한 달 수강료 무료로도 보상할 수 없는 거 아냐? 내 월급을 시급으로 쪼개서 놓쳐버린 100분(혹은 200분) 동안 일했더라면 벌 수 있었을 돈을 물어내라고 해? 나 월급 얼마 안 되잖아? 등등등.

결국 나는 직원의 눈을 마주치며, 주의를 주겠다는 말을 믿을 수 없어 직접 얼굴 보고 확인하겠다는 마음에 보고자 했던 것이라며, 앞으로 그런 실수 없길 바란다는 말을 또박또박 일러두었다. 봉변에서 벗어나게 된 두 직원의 얼굴엔 화색이 돌았다. 그러나 내 고민은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내 잃어버린 시간에 대한 가치는 얼마일까. 시간은 어떻게 돈으로 환산되는 것일까. 돈, 으로밖에 환산이 안 되는 걸까. 시간, 으로도 보상이 가능하다면 나는 그 허우대 멀쩡한 직원에게 데이트라도 신청했었어야 하는 걸까. 참 어려운 문제다.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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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etcetera

2009/01/05 23:11 2009/01/05 2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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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zvodretiluret 2018/04/10 11:06 # M/D Reply Permali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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