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알라딘, 책 파는 알라딘을 일부러 멀리 한 것은 1년쯤 전이다. 내가 그쪽 '서재'를 박차고 나와 새로 내 집을 마련한 건, 그 동네에 내 신상정보가 너무 많이 알려졌다는 것 외에도 그간 알라딘에서 이런 저런 불만이 쌓였기 때문이다. 이제 와서 이게 불만이고 저게 불만이고 떠들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친구가 알라딘에서 일한 적이 있다는 선배가 "나는 걔 얘기 들은 이후 절대 알라딘에서 물건 안 사" 했던 말도 암암리에 영향을 미쳤음을 부정하진 않겠다. 하여 블로그를 꾸리면서도 처음, 그리고 유일하게 했던 결심이 TTB나 (책)광고배너는 넣지 않겠다, 였다.

차츰 줄어들기 시작한 주문은 여름 들어 '전혀'가 되는 일이 잦아졌고, 최근의 주문이라곤 10월 말의 책 한 권(땡땡님 생일선물), 땡땡머리 샴푸 세트(엄마마마의 명), 에스프레소 잔 세트(적립금 탈탈 털어 6,280원에 구입)이다. 땡땡머리 샴푸 세트 가격이 좀 나가는지라 '최근 3개월 구매액 0원'이었던 게 은근슬쩍 '실버회원'이 되려고 하지만, '실버회원'이 되기 위해 구매해야 하는 18,000원을 애써 쓰려고 하지 않음으로써 나는 '평정심'을 유지하려고 한다.

그렇다고 다른 서점을 애용했던 것도 아니다. '알라딘'이 아니라고 다른 서점에서 냉큼 구매를 하기에는, 도서정가제와 망해가는 동네서점, 그리고 그 안에서 인터넷서점을 애용하는 나, 더 크게는 '소비하는 나'라는 참으로 근본적인, 그러나 혼자 힘으로는 풀어내기 힘든, 고민이 있(었)다(이 고민은 '바로드림 서비스와 북새통'에 아주 약간 드러나 있다). 이 물음을 어찌 하지 못해 결국 나는 어디서도 책을 사기 어려워하는 바보가 되어버린 것이다. 이 고민이 왜 아직까지 '책'에 국한되어 있는지는 나도 의문이다만. 어쨌든.

그럼 나는 1년 동안 책을 '거의' 사지 않고 어떻게 살았나. 간단하다. 책을 안 읽었다. 어이없는 답이지만, 올해는 책 읽기 말고도 내 마음을 빼앗는 것들이 많았다. 건강이 우선 문제가 됐다. 일상생활에는 이제 거의 지장이 없지만, 나는 아직도 무거운 물건을 들지 못하고, 왼쪽 어깨가 덩달아 나빠지고 있으며, 목 결림이 다시 시작되었고, 2월이나 3월에 한 달쯤 배낭여행을 다녀오고 싶은데 과연 '배낭'을 들 수 있을지 의심스러운 상태다. 몸을 움직이는 취미생활은 여전히 엄두도 못 내고, 밤마다 다리 찢기 하는 것으로 위안을 삼는다.

다른 취미활동은 뭐가 있었나. 여름에는 한동안 물비누 페이스트 만들기에 전념했고, 지금은 뜨개질이 어깨건강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 저울질 중이다. 또, 주중에 학원을 다니니까 확실히 시간이 빠듯해 동동거리며 살게 된다. 출퇴근 시간이 급격히 짧아진 것도 이유. 버스에서 책을 많이 읽는 편인데 이동거리가 짧은 데다 거의 서서 다니기 때문에 부실한 어깨로 흔들리는 버스에서 버티고 책을 읽어내기가 쉽지는 않다. 참, 휴대폰 DMB도 영향을 미쳤다. 이동 중에 잠깐씩 보는 뉴스, 재미있더라.

그렇다고 해도, 방치하고 있기는 해도, 책꽂이에 꽂아둔 책이 천 권은 있는 집에서 책을 전혀 안 읽기란 어려운 일이다. 나는 올해 <질병의 병리학>을 읽었고(아 이 책 '독중감' 말고 '독후감' 써야 하는데;;;), 사이판에서는 <크리스마스 캐럴>을 완독했으며, 버스와 찻집을 전전하며 <엔리케의 여정>을 읽었다. <아름다운 세상을 꿈꾸다>로 '소사'라는 가수가 있다는 것도 알았다. 짱박아 둔 만화책들을 보고 또 보았으며, 땡땡님이 선물해 주신 <킹콩걸>은 거의 다 읽어간다. 최근에는 역자 한 분에게 선물 받은 <Parite! 성적 차이, 민주주의에 도전하다>를 드디어 읽기 시작했다. 내가 올해 많이 '바보'가 된 줄 알았는데 이 책 읽다 보니 아직 절망할 만큼 바보가 된 건 아닌 것 같아 위안이 된다.

<나는 나쁜 장애인이고 싶다>는 내가 책을 계속 사들이고 있었으면 평생 읽지 못했을 지도 모를 책이다. 땡땡님이 예전에 표제작에서 인용하신 문구가 인상적이라 사 두었던 책인데 이상하게 몇 년 동안 손이 가지 않았던 책. 아마 올해 내가 '건강'했더라면, 사던 대로 계속 사댔더라면, 어느 여름날 컴컴한 책방에서 이 책을 단숨에 끄집어내는 일은 없었겠지. 서평은 계속 미뤄두고 있지만, 안 읽었더라면 지금보다 더 재미없는 인생일 뻔했다.

... 알라딘 커뮤니티의 일원이라고 하기에도 아니라고 하기에도 어정쩡한 위치와, 기왕에 '불매(에 가까운 무언가)'를 해 왔던 나로서는 이제 새삼스럽게 불매를 외치는 게 더 우습다. 게다가 나로서는 어떻게든 '입장'을 정리해서 책을 (어디서든) 다시 사겠다든지, 아니면 일평생 빌려만 읽겠다든지, 또 아니면 책이랑은 이제 빠이빠이를 하겠다든지 하는 게 우선이다. 이것이 '연대의 변'인지, '反, 혹은 半 연대의 변'인지는 모르겠다만. 근데 이 글의 주제는 대체 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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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2/08 11:16 2009/12/08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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