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 준비

서울 와서, 하숙집이며 기숙사며 전셋집이며 참 많이도 돌아다녔다. 그냥 무식하게 박스 하나 하나 날랐던 이사, 학교 앞 붕어빵 아저씨 손수레 빌려 했던 이사(손수레 대여료는 끝끝내 안 받으려 하셔서 그날 우리는 짜장면 대신 붕어빵을 왕창 사 먹었다;;;), 용달 아저씨랑 둘이 단촐히(?) 끝냈던 이사 등등. 최근에 했던 두 번의 이사는 순전히 책 때문에, 괜히 힘 쓰다 몸살 나서 돈 더 들이지 말자는 생각으로 포장이사를 했다. 덕분에 나는 아직도 이 집 어느 구석에 뭐가 있는지 잘 모른다, 흠흠;

나쁘지 않은 집을 구하기는 했으나, 가격은 이 집보다 훨씬 비싼 주제에 크기는 엄청 작다. 무리도 아니지. 이 집 평수가 전용면적만 따져도 12, 3평은 좋이 되는 데다 방이 세 칸이라 집기 들여놓을 벽도 많은 편이다. 이런 집 벽과 바닥에 모두 짐이 들어 찼으니;;; 반면 이사 들어가는 집은 방 둘에 전용면적이 11평 정도밖에 안 된다. 당장 침대(아 나는 왜 퀸사이즈를 저질렀던가 !.!)와 책상(아 왜 그분은 1800mm ㄱ자형 책상을 선물해 주셨던가 !.!), 의자(아 왜 그분은 1800 책상에 넘흐나도 어울리는 최최고급 의자를 선물해 주셨던가 !.!), 냉장고(이건 부엌 코너에 자리가 있으니 그나마 낫군), 옷장, 2단 옷걸이 들어가면 땡(이기라도 했으면 좋겠다. 아무래도 모자랄 것 같어). 다행히 세탁기는 전용 다용도실이 있더라만. 13kg짜리 들어가겠지?

책과 교재, 복사물, 논문 등등은 그분 창고에 맡겨 두기로 한 관계로 주문해야 하는 포장박스와 테이프 개수를 가늠하려 책방에 들어가 본다. 휴. 어느 녀석을 보내고 어느 녀석을 데리고 가야 하나. 늘 다음 책을 고를 때면 분야만 정해놓고(문학/비문학/공부할 책/쉬엄 쉬엄 재미나게 읽을 책 등) 책꽂이를 훑다가 내키는 대로 책을 꺼내 들었으니 읽을 책을 '미리' 정해서 가져가는 건 영 어색하고 내키지 않는 일이다. 유학 가는 사람이 이런 기분일까. 그러고 나면 책꽂이 네 개는 창고로 보내나 이참에 처분하나. 그러고 보면 예전에는 늘 책을 가장 먼저 싸고(그러고 나면 이상하게 이삿짐을 다 싼 기분이 들어 이사 당일 아침까지 나머지 짐을 내버려 두고 뒹굴거리는 사태가 발생한다) 가장 먼저 풀었다(그러고 나면 이상하게 이삿짐을 다 푼 기분이 들어 다음에 이사할 때까지 나머지 짐을 대충 구석에 부려놓고 뒹굴거리는 사태가 발생한다). 전에는 박스 구하기가 어려워 책 몇 십 권을 죽 쌓은 후 위아래로 신문지 따위를 대고 노끈으로 묶었는데(장담컨대, 전국 책 싸기 대회가 있으면 수 위 안에 들 자신도 있다). 지금은 인터넷에 포장박스 파는 집이 널렸다. 이제 단골슈퍼에 박스 좀 달라 아쉬운 소리 할 일은 없지만 이런 것도 다 사서 해야 하다니 좀 아쉬운 생각도 든다.

이참에 웬만한 것들은 다 버리고(포장이사의 폐해;;; 버렸어야 하는 것들도 다 끌고 다니게 된다), 만들어 줘 버리고(은근슬쩍 쌓인 자투리 뜨개실과 비누재료가 한가득이다. 다른 건 몰라도 비누재료는 기필코 다 해치워야 하는데;;; 당최 날이 추워서 원;;; 움직이기가 싫단 말이다;;;) 가뿐히 옮기려고 하는데 워낙 벌여놓은 게 많아서 생각대로 될지.

곱은 손을 호호 불며 한창 끄적이고 있는데 문자 두 개가 연달아 도착한다. 포장박스와 테이프를 발송했단다. 근데 아침 나절에 주문한 뜨개실은 왜 연락이 없... 흡;;; (뜨다 만 발매트는 완성해야 할 거 아니냐굿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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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etcetera

2010/02/16 13:25 2010/02/16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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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비밀방문자 2010/02/18 10:21 # M/D Reply Permalink

    관리자만 볼 수 있는 댓글입니다.

    1. etcetera 2010/02/20 11:04 # M/D Permalink

      네. 그렇게 되었어요. 흙흙. 그래도 최소한 이 집보단 덜 시끄럽겠죠. 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셔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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