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로 내세울 일은 아니지만 나도 어둠의 경로를 이용한다. 그러나 남들이 으레 하는 것처럼 영화나 MP3를 뒤지는 건 아니다. 목적은 취미생활(일단 껌이라고 하자)과 관련한 DB 구축. 이건 순전히 M모라는 온라인 포럼을 발견한 이후에 시작된 것이다.

껌과 관련한 무슨 동영상인지 음악인지를 찾다가 우연히 들어가 본 온라인 포럼은, 알 수 없는 로마자로 가득했다. 그쪽 언어 중 최소한 영어, 불어, 이태리어, 포르투갈어, 에스파냐어, 독일어는 쓱 보기만 해도 어느 동네 말인지 알 수 있는데, 이 사이트는 아무리 봐도 감도 잡히지 않았다. 그러나 영어가 아니어도 토렌○와 ○apid○hare 링크는 알아볼 수 있었고, 회원가입을 하지 않더라도 얼마든지 다운로드할 수 있었다. 그렇게 나의 껌 DB 구축이 시작되었다.

M 포럼에는 별의별 파일정보가 다 올라온다. 심지어 현지에 직접 가지 않는 한 죽었다 깨도 구할 수 없는(아마○에도 안 올라온다) 러시아 껌 제조영상까지 공유된다. 나로서는 감사할 따름. 그렇게 모으기 시작한 껌 제조나 활용법 동영상, 껌 씹을 때 틀어주는 배경음악은 이미 200G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얼마나 모을 수 있을지, 또 그 중 얼만큼의 파일을 소화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그리고 구차한 건 알지만) 내게도 최소한의 원칙은 있는데, 그렇게 얻은 파일은 아무데나 돌리거나 돈 받고 팔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것이 정품을 사지 않은 데 대한 최소한의 예의, 혹은 최소한의 무례이다. 이렇게 얻은 영상을 영어와 인터넷 검색에 익숙지 않은 이들에게 팔아먹는 사람들은 정말, 정말... 에효.

M 포럼의 버튼과 메뉴는 헝가○ 말이었다. 그들은 검색에 드러나지 않도록(검색어는 대개 자기네 말 아니면 영어니까) 헝가○ 말로 된 사이트에서 헝가○ 말로 소통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들의 불법 공유 사실이 쉽게 드러나 폐쇄되거나 하는 일이 없도록 말이다.

그러나 헝가○말을 할 줄 아는 사람은 영어 할 줄 아는 사람보다 턱없이 적기 마련이어서, M 포럼에도 점차 영어 쓰는 사람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이에 포럼 운영자는 최소한의 영어만 사용할 것, 링크게재는 숨김 버튼을 이용할 것을 당부했지만, 그런 조치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가끔 저작권자들이 찾아와 거세게 항의하기도 한다. 가장 최근에 벌어진 논쟁은, 껌 씹을 때 트는 음악 연주자가 촉발한 것이었다. 니들 여기서 이렇게 불법공유해서 내가 잃은 돈이 얼마나 되는지 아느냐는 항의에 "내 친구가 정품 CD 산 다음에 리핑해서 나한테 준 거야. 난 그걸 올린 거고. 그러니까 이건 도둑질 아니잖아"라는 순진한 발언부터 "우리나라에서는 이렇게 다운로드 받는 걸 불법이라고 생각 안 하거든!"이라는 무식한 발언까지(한국사람은 아니었으면 하는 짜근 소망이 있다;), 항의에 대응하는 방식도 가지가지.

하지만 역시 M 포럼 운영자는 남달랐다. 지난 2년 간 한화 150만 원 정도를 '정품' DVD 구입에 써왔다는 그는 껌 토렌○의 주요 제공자다. 시간을 내어 파일을 쪼개 ○apid○hare에 올리는 일도 마다하지 않는다. 그는 친구들끼리 공유하는 것과 불특정 다수에게 대중적으로 퍼뜨리는 게 같을 수 없다며 "사적인 공간에서 한 사람 앞에서 옷 벗는 거랑 길거리에서 벗고 돌아다니는 거랑 같니?" 하는 연주자의 말에 "우리 동네엔 누드비치 있어. 비오면 벗고 춤추는 사람도 있더라. 너도 와볼래?" 하질 않나, "넌 일하면서 돈 받잖아. 그런데 왜 내 일의 결과물은 공짜로 가져?" 하면 "나 4년 동안 돈 거의 못 받고 일했어. 근데 그거 나 돈 벌려고 한 거 아니고 내가 좋아서, 즐기면서 한 거기 때문에 불만 없어"라고 대응한다. 귀엽기는. 허나 그런 저런 궤변을 떠나 그의 말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건 다음과 같은 논리였다.

"DVD를 아마○에서 15달러 안팎이면 산다고? 그렇다 쳐. 해외 배송료 어쩔 건데? DVD 하나당 배송료가 기본 13달러야. 미국 애들은 세일도 많고 무료배송 받는 법도 있지? 해외는 짤없어. 배보다 배꼽이 큰 경우도 많아서 이집트 같은 데는 운송료만 네 배 가까이 들기도 한단다. 그거 주고 DVD 사보겠니? (그러나 토렌○ 프로그램에 표시된 국기 중 성조기가 가장 많다는 점, 대용량 파일을 다운받을 수 있는 인프라가 구축된 3세계 국가가 거의 없다는 점은 크나큰 아이러니다) 온라인으로 정식으로 다운 받을 수도 있다고? 그거 한 번 해봤는데 리핑 수준 한심하더라. 싱크도 안 맞질 않나, 튀질 않나... 그리고 재생횟수랑 재생 컴퓨터 제한은 왜 해놓은 건데? 하드 날아가면 말짱 꽝이잖아? 그러면서 가격은 DVD 사는 거랑 똑같아요. 그런데 누가 그거 다운 받겠니? 그리고 있잖아, 미국의 10달러가 인도에서의 10달러랑 같니? 누구는 그게 한 시간 시급이지만 누구는 며칠을 애면글면 일해야 벌 수 있는 돈이라고. 그런 사람들한테 똑같은 잣대를 들이대면서 '10달러밖에 안 되니까 사서 봐'라고 해서는 안 되는 거 아니니?"

뭐 어쨌거나 판단은 각자의 몫으로... (.. )( '')
(이런 어설픈 급마무리라니;;; 아 구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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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etcetera

2009/01/15 13:16 2009/01/15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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