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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의 여행 블로그에, 현지인들의 사진을 마구 마구 올려 놓고, 그 사진 주인공들에게 허락 받고 찍은 거냐 묻는 사람에게 당당하게 "아니, 허락 안 받았어. 웃기시네. 넌 사진 찍을 때마다 그 사람한테 다 허락 받고 찍니?" 하는 사람에게 진심 놀라는 중. 초상권 운운 이전에 타인을 전혀 배려할 줄 모르는 무식한 여행자(대체 그는 여행을 통해 무엇을 배우는 걸까)의 강짜인가, 아니면 허락 받지 않고 사진을 찍고, 그걸 개인 매체에 올릴 수 있다는 생각을 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 내가 앨리스인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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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7/11 14:58 2013/07/11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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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추픽추로 가는 기차를 예약하려고 잉카 레일 홈페이지에 갔다. 참고로 마추픽추 턱 밑까지 기차가 다니는데 선발주자 페루 레일과 후발 잉카 레일 두 회사를 선택할 수 있다. 거리는 얼마 안 되는데 엄청 비싸다. 중요한 얘기는 그게 아니고...

1. 인터넷 익스플로러(IE)에서 기차 스케줄 조회를 했더니 서치를 못 한다. 먹통이다.
2. 아이패드에서는 됐던 게 생각 나서 크롬에서 해 봤더니 제대로 된다. (맨 반대의 경우만 보다가 신선하긴 했다;)
3. 예약을 하고, 결제를 하려면 로그인을 하라고 해서 귀찮지만 계정을 만들고, 결제를 하려고 했더니... (여기서 한국 결제 시스템으로 넘어감)
4. IE에서만 카드 결제가 가능하단다. (예상했던 바다. 지난 주에 마추픽추 입장권 결제할 때 한 번 당했었다. 그래서 애초에 IE에서 시작했거늘...)
5. 그런데 IE에서는 결제 페이지로 넘어갈 방법이 없다. 로그인 버튼도 없고, 예약번호 입력 페이지도 없고, 있다 하더라도 해당 페이지로 넘어가지지도 않는다.

이런 식으로 답 안 나오는 주고 받기에 갇히면 물리적으로 숨이 막히는 사람이라 지금 딱 죽을 것만 같다. 후아.

* 세 시간 후 덧붙임:
결국 페루 레일로 바꿔서 IE에서 예약 및 결제 성공. 덕분에 기찻삯은 10달러 아끼고, 예정에 없던 1박은 추가되었다. 페루 레일은 계정 만들라고도 안 했다. 잉카 레일 흥! (아 근데 잉카 레일 홈페이지에는 계정 없애는 메뉴가 없;;;)

* 이틀 후 덧붙임:
혹시 페루 레일로 마추픽추까지 가려는 이들을 위한 팁. 인터넷으로는 쿠스코-마추픽추 구간만 예약 가능하고, 오얀타이탐보(Ollantaytambo)-마추픽추 메뉴는 없다는 설(?)이 있는데, 출발지에 오얀타이탐보가 안 보이기 때문인 것 같다. 오얀타이탐보에서 출발할 사람은 행선지(마추픽추)를 선택한 후, 출발지를 "Sacred Valley"로 하면 된다. 예약과 결제가 완료되면 출도착지에 Ollantaytambo라고 찍힌 걸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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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7/08 14:08 2013/07/08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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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 인터넷을 뒤져 대충 경로를 정하고 인-아웃 도시를 결정해서 항공권 예매를 한 다음 제일 먼저 한 일은 아마존에서 론리 플래닛 킨들 버전을 구입한 것이다. 나는 페루, 볼리비아, 칠레 세 나라에 묵게 될 것이다. 한 나라를 돌기에도 빠듯한 시간이지만, 일여행 일국가 원칙을 고수했던 나이지만(이라고 얘기하면 뭔가 여행 좀 다녀 본 사람 같...은가? 흠흠;), 마추픽추만으로 만족하려던 나를 볼리비아 우유니 사막이 붙들었고, 볼리비아에서 한국으로 오는 것보다는 칠레에서 오는 편이 더 쉬워서 본의 아니게 3국을 거치게 되었다. 체류기간은 쓰인 순서대로 될 확률이 높고, 어쩌면 산티아고에서는 와인 한 잔 맛 보고 후다닥 비행기를 타게 될 지도. 이스터섬에 가볼까 하는 생각을 한나절 정도 하고 정보를 찾아 보았으나 그 시간과 비용을 투자할 만큼 매력적이진 않았다. 물론 어디까지나 내게만 그렇다. 어떤 이에게는 마추픽추에 가겠다는 내가 멀쩡해 보이진 않을 테니까.

론리 플래닛의 이북 버전은 아직 적응하기 어렵다. 그러나 애초에 다른 여행서를 살 생각은 해 보지도 않았고, 다행히 내겐 론리 플래닛을 '활용'할 수 있을 정도의 영어 독해능력이 있다. 킨들 앱에는 영영사전도 딸려 있고. 아무튼 킨들 버전 론리 플래닛에 대한 얘기는 따로 하기로 하고, 오늘은 기억해 두고 싶은 내용이 있어 기록해 두려고 한다.

마추픽추에 가는 방법은 몇 가지가 있다. 인터넷에 떠도는 정보 등등을 취합해 보면 1)현지 여행사를 통해 시키는 대로 따라하는 것(선택에 따라 당일여행이 될 수도, 1박 2일이 될 수도 있다), 2)직접 기차표와 입장권을 예매해서 가는 것, 3)현지 여행사를 통해 잉카 트레일(Inca Trail)을 따라 걷는 것, 4)경비절감을 위해 기차를 타지 않고 우회하는 것 정도로 정리된다. (이건 가이드나 자료를 봐도 당최 무슨 말인지 모르겠던 내가 결국 사태를 파악한 후 자의적으로 한 분류라서 이상해 보일 수도 있다.) 보통 1)이나 2)를 선택하고, 3)은 돈은 돈대로 쓰고 시간과 체력소비도 크고(기분 내기는 물론 최고겠지만), 4)는 돈은 엄청 아낄 수 있지만 신체 건강한 20대가 아니면 몸살 나기 딱 좋은 선택지다. 어쨌든 이 옵션들 중 론리 플래닛이 가장 많은 페이지를 할애하고 있는 것은 3)이다.

잉카 트레일이 무엇인고 하니, 보통은 기차와 버스 등으로 마추픽추에 올라가는 길을, 옛날 잉카인들처럼 걸어서 올라가는 것이다. 적어도 너댓새는 걸리고, 중간에 호스텔 같은 건 당연히 없다. 오로지 캠핑뿐. 따라서 현지 여행사(허가 받은 여행사만이 잉카 트레일을 조직할 수 있다)에 신청하면 그룹을 지어(돈 일이백 정도? 들이면 나만을 위한 프라이빗 투어도 가능은 하단다) 텐트 짊어지고 가는 사람, 음식 준비해줄 사람 등이 여행자와 동행한다고 한다. 인기가 많아 성수기 때는 당연히 몇 달 전, 비수기라도 몇 주 전에는 신청해야 갈 수 있다고 한다. '신청'과 '가능'이라는 단어가 나오는 건, 입장가능 인원이 제한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제한'에는 여행객뿐 아니라 가이드나 스태프도 포함된다. 어쨌든 오르는 길에 보이는 풍광도 멋있고, 무엇보다 옛 발자취를 따라 걷는 것이니 마추픽추를 그리던 사람들에게는 꿈의 루트랄 수도 있겠다.

하지만 텐트부터 식기까지 다 짊어지고 올라가야 하니 스태프 수가 만만찮을 터. 어떤 분의 후기를 보니 여행객과 스태프의 수가 거의 반반이었다고 한다 ('거의'라고 하는 건 스태프가 한두 명 더 많았다는 뜻). 여행객들의 개인 짐도 만만찮을 것이다. 침낭 등 캠핑용품을 몇십 킬로그램씩 이고 지고 며칠씩 가는 것이 여행객들에게도 쉬운 일은 아닐 터. 그래서 개인 짐꾼을 고용하는 경우가 일반적인 모양이다. (개인 짐을 들기 위한 용도로만 짐꾼을 고용할 수 있는지, 공용 짐을 드는 사람들이 무게를 분배해 개인 짐까지 드는지는 잘 모르겠다.)

이때부터 마음이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짐꾼이라니, 그룹에 꼭 필요한 짐도 아니고 (그조차마음이 편치 않을 마당에) 누가 등 떠민 것도 아니고 나 좋자고 내 짐 갖고 올라가면서 알량한 몇 푼으로 내 짐을 남의 어깨에 짊어 지우다니. 물리적인 짐은 줄 지언정 마음의 짐은 더 무거워질 게 뻔했다. 그렇게까지 해서 잉카 트레일을 타야 하나? 대체 이 짐꾼들은 얼마나 받고 그 일들을 해내는 거지? 엄청난 회의에 빠져 있을 때 딱 등장하는 회색 박스. “PORTER WELFARE(짐꾼들의 복지)”라는 제목이다 (배경색 있는 텍스트라 당연히 눈에 엄청 잘 띈다). 아마도 저작권 위반이겠지만, 비상업적 행위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해당 내용을 초벌번역 수준으로 옮겨 본다.

과거 잉카 트레일의 짐꾼들은 극심한 저임금과 엄청난 짐, 열악한 노동환경에 시달렸다. 비교적 최근의 법률들은 짐꾼들에게 최저임금 S170(역주: 한화로 7만 원 정도)과 양질의 잠자리와 음식, 현장에서 다친 경우 적절한 처치를 보장하도록 하고 있다. 트레일의 체크포인트들에서는 짐의 무게를 재도록 한다 (각각의 짐꾼에게는 20kg의 그룹 장비와 5kg의 개인장비가 허용된다).

여전히 개선의 여지가 있기는 하지만, 짐꾼들을 도와주는 가장 좋은 방법은 당신의 짐을 현명하게 고르는 것이다. 양심적인 여행사들이 있기는 하지만, 소수의 여행사들만이 잘 정비된 장비와 조직, 가이드를 갖추고 있다. 양질의 잉카 트레일은 최소 미화 500 달러가 들 것이다. 이보다 저렴한 상품은 삭감된 원가를 보전하기 위해 대개 잉카 트레일과 기타 트레킹에서 짐꾼들의 복지를 깎기 마련이다. 본 여행서에서 추천하는 회사를 선택할 것을 권한다.

트레일 과정에서 당신이 더 해줄 수 있는 일:
  • 짐을 너무 많이 챙기지 말 것. 누군가가 여분의 무게를 져야 할 것이고, 그로 인해 짐꾼은 본인의 중요한 짐을 놓고 가야 할 수도 있다.
  • 식사 텐트가 짐꾼들의 숙소로 사용되는 경우, 텐트에 너무 늦게까지 남아 있지 말 것.
  • 음식이 마음에 들었다면 요리사에게 팁을 줄 것. 짐꾼들에게는 늘 팁을 줄 것.
  • 팁은 솔(역주: 페루의 화폐단위)로 개인에게 직접 줄 것. 나눠 가지라는 의미로 여행사나 가이드에게 주지 말 것.
  • 잉카 트레일 때 썼던 장비를 다시 사용할 계획이 없을 경우, 좋은 침낭 같은 장비는 짐꾼들에게 황금과 같다. 여행이 끝나면 따뜻한 재킷, 헤드램프, 작은 도구들(pocket tool) 같은 것들을 주는 것도 사려 깊은 일이 될 것이다.
  •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있을 경우 가이드와 여행사에 얘기하고, iPeru(www.peru.info) 지점이나 온라인에 정식으로 불만을 제기할 것.

가이드와 장비는 매해 점검을 받도록 되어 있으나 무책임하게 운영되는 회사를 정지시키는 데는 시간이 소요된다. (따라서) 트레커들에게 당신의 피드백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 짐꾼들의 삶에 대해 보다 자세히 알고 싶으면 2011년 Banff Film Festival에서 대상을 수상한 다큐멘터리 Mi Chacra를 찾아 볼 것.

엄청난 노동착취라 할 만한 일조차 없는 것보다는 낫다고 말하는 제3세계 사람들의 증언은 늘 나를 먹먹하게 만든다. 윤리적으로 내 짐을 내가 모두 드는 것이 옳겠지만 그것은 곧바로 짐꾼들의 생계에 타격을 입힐 것이다. 그리고 론리는 어떻게 하면 여행객들의 마음의 짐을 덜고 짐꾼들에게도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을지 먼저 고민하고 있었다. 저 구체적인 팁들, 괜히 세계 최대의 여행안내서 출판사가 아닌 거다. 저 박스만으로도 론리 세 권에 지불한 돈이 아깝지 않았다. 살아생전에 저런 마인드로 만들어진 국문 여행서를 볼 수 있을까...?

아마도 나는 저 위에서 말한 2)의 경로로 마추픽추를 방문하게 되겠지만, 마추픽추에서 페루의 짐꾼들을 보게 되더라도 막연히 마음 아파하지만은 않을 것 같다. 고맙다, 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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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7/08 11:56 2013/07/08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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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결혼한 연예인이 혼인신고를 마치고 결혼식을 하기 전에 여행을 다녀왔다는데, 웬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이게 신혼여행이냐 밀월여행이냐, 혼인신고 했으니 밀월여행 아니고 신혼여행이다, 신혼이든 밀월이든 뭔 상관? 오지랖 쩐다 등등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여기서라도 하고 싶은 말 좀 해야겠다.

"허니문(honeymoon)"을 한자로 하면 "밀월(蜜月)".
honey=꿀=밀(蜜), moon=달=월(月) 되시겠다.

그러니까 "밀월여행"을 무슨 "비밀여행" 쯤으로들 생각하나 본데, 사실 신혼여행=밀월여행이라는;;;

* 덧붙임
역시 예전 싱모모의 판단은 정확했다. 나는 그릇된 정보의 유통을 참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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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7/03 10:47 2013/07/03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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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그분과 통화를 하지 못해 미처 하지 못했던 얘기를 예 해둔다. 까먹을까 봐;)

저녁에 운동을 하고 돌아와 주차를 하고 우리가 최근 발굴한 분식집에 가서 열무국수를 먹고 (아 그 집 열무국수는 별로예요!) 돌아오는 길에, 마침 오후에 매실 택배가 출발했다는 문자를 받은 게 생각 나서는 집 앞 슈퍼에 들러 35도짜리 과실주용 소주 두 병과 10리터에 달하는 유리병을 사지 않았겠어요? 소주 한 병이 3.6리터였으니 가지고 있던 가방이며 뭐며 합치면 10kg는 거뜬한 무게였죠. 슈퍼에서는 그거 한 번에 못 들고 간다며, 두 번에 나눠 가져 가라고 강권에 강권.

그러나 앤님도 아시다시피 우리집은 엘리베이터 없는 5층 건물의 5층 아니겠어요? 잠깐 고민했지만, 늘 그렇듯 씩씩하게 다 짊어졌죠. 그 짐을 들고 오르내리기를 또 하다니, 아니 될 말입니다, 우어우어우어. 출퇴근 가방이랑 샤워 가방은 왼쪽 어깨에 메고. 애 데리고 승천하는 선녀마냥 소주 한 통씩 양 품에 안고, 남는 두 손으로는 유리병 손잡이를 잡고요.

행여나 유리병 뚜껑이 돌아가 병이 바닥에 떨어져 폭삭 깨질까 봐 조마조마하긴 했지만 뭐, 그렇게 무겁진 않았어요. 아시잖아요. 냉온수기 물도 저 혼자 가는 거. 아이패드 들어 있는 가방만 보고도 무겁다며 만날 빼앗아 가시는 앤님은 싫어할 얘기겠지만. 아 그리고 어제 운동 끝나고 몸무게를 재 봤더니 1kg이 또 쪘더라고요! 몸무게 앞자리가 드디어 바뀐 거죠. 근육인지 나잇살인지 모르겠지만, 오늘 거울에 비친 팔뚝은 아무튼 튼실해 뵈더군요. 흠화화.

욘석들을 영차 영차 5층까지 올려놓고 한숨 돌리고 물 한 잔 마시고 마지막 참외 두 개 씻어 먹고서는 이 무용담을 전해 드리리 에헴, 하는 마음으로 전화기를 찾는데 아뿔싸, 침대 위에도 작은방에도 가방 안에도 전화기가 없네요. 무용담은커녕 아아아아 앤님! 제 전화기가 없어졌어요!라고 전화하고 싶은데 전화기가 없다니.

이성을 되찾고 귀가경로를 역추적한 결과, 분식집에서 계산하며 카운터에 두었더군요. (잠시 잠깐, 차라리 기억 나지 말지! 하는 생각이;;;) 다시 신발을 신고 5층을 걸어 내려가 슈퍼를 지나쳐 휘적휘적 분식집에 갔더니 사장님이 절 보자마자 ‘언니! 휴대폰 놓고 갔죠?’ 하시네요.

5층을 다시 걸어 올라오며 다짐했어요. 슈퍼 사장님 말씀을 잘 듣자, 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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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7/02 20:22 2013/07/02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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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꼭 한 번쯤 가보고 싶은 곳, 생각하면 가슴이 뛰는 곳이 두 군데 있다. 페트라와 마추픽추. 뭐, 유네스코도 가보라고 했고(친구냐!). 왜 하필 그 두 곳인가, 이집트 피라미드도 아니고 유명짜 한 유럽의 어디 어디도 아니고, 이것은 허세인가, 생각해 본 적이 있다.

나는 인간의 하찮음과 위대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곳에 매료되는 것 같다. 아름다운 자연의 풍광은 그뿐, 훌륭한 건축물도 그뿐. 아름답고 대단하다고 느끼지만 그 이상의 느낌을 받아본 적은 없다. 그러나 페트라와 마추픽추는 어떤가. 압도적인 자연환경(바위산, 산꼭대기)에 놓인 한낱 인간의 자질구레함(페트라의 가장 유명한 건물, 도서관 앞에 선 관광객들의 크기를 보라), 그러나 그런 곳에 바위를 깎고 벽돌을 쌓아 도시를 지어 살았던 인간들의 경이로움. 히야, 또 가슴이 뛴다.

마침내 전달한 사직의사는 무급휴가 한 달로 귀결되었고(남들이야 왜 '베팅'을 그렇게밖에 못 했냐 하지만 난 '베팅'을 한 게 아니라는 걸 모르는 사람들의 얘기다), 당장 어딜 갈까 단고(短考)에 들어갔다.

희망순위대로 하자면 페트라가 1번이고 마추픽추는 그 다음이다. 페트라를 생각하면 막 내 전생 같고 고향 같은 마음이 들지만(역시 나는 서아시아인 정서인 듯) 마추픽추는 그냥 남의 것 같은 그런 마음?

하지만 정작 내가 예약한 노선은 인천-페루. 마침 그 나라에 L님이 계셔서는 아니다. 사실 우리가 그렇게까지 '막역'한 사이는 아니니까. 여행지에서 잠깐 만나면 기쁘고 좋을 사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겠지만.

살면서 언제 다시 이 정도의 시간을 낼 수 있을지 기약할 수 없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페트라는 아무래도 같은 대륙이니까. 가는 데 하루면 되니까. 무엇보다 나는, 페트라에 갈 기회를 틀림없이 다시 만들어 낼 테니까. 지금이 아니면 안 될 것 같은 곳은 역시 '늙은 봉우리(마추픽추)'였다.

마추픽추의 존재를 언제 처음 알게 되었는지는 기억 나지 않는다. 체 게바라의 평전을 읽을 때였나, (‘모터사이클 다이어리'로 알려진) 그의 젊은 시절 남미여행기를 읽을 때였나, 그것도 아니면 그냥 여기 저기 기웃거리며 머리에 닥치는 대로 쑤셔 넣던 어느 날 중 하나인가. 뭐, 이제 와서 그건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내가 한 달 뒤엔 거기 있게 될 거라는 것뿐. 다만 걱정스러운 건... 마추픽추의 최대 성수기는 8월이라는 것. 쿠당.

* 덧붙임
여행을 위해 따로 블로그를 만들까 생각했는데 살포시 폴더를 하나 더 얹는 것으로 정리하기로 한다. 일 너무 벌이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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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7/01 13:52 2013/07/01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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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직의 변

그해 2월, 갓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오랫동안 살아온 곳을 떠난 내 손에는 낡은 이민가방 하나와 이불 한 채가 들려 있었다. 이민가방에는 봄 옷가지 몇 벌과 책 한두 권, 헤어 드라이기, 생필품 몇 가지가 들어 있었다. 그저 처음으로 긴 여행을 떠나는 것만 같았고, 다시는 '고향'에서 살 기회가 없으리란 걸 그 때는 몰랐다.

시간이 흘러 대학을 졸업하고 오롯이 혼자만의 살림을 시작했을 때, 냉장고와 책상 등등이 갖춰진 원룸을 채운 내 물건은 책 몇십 권과 작은 행거에 걸린 사계절 옷가지들, 일가붙이가 쓰다 버린 1인용 침대 정도뿐이었다.

그러나 살림은 불고 불어 책은 어느새 천 권이 되었고, 둘 곳이 없어 남의 창고 신세를 지고 있고, 몇백 리터에 달하는 냉장고는 언제나 만원이고, 나는 차렵이불 정도는 너끈히 빨 수 있는 세탁기를 주말마다 돌리고, 잘하면 세 명도 잘 수 있을 퀸 사이즈 침대에서 360도까지는 아니더라도 180도로는 돌면서 2단 행거와 5단 서랍장을 끼고 사는 서울시민이 되었다. 방 하나에 짐을 다 부릴 수 없게 된 지는 이미 오래 되었고.

누군가 어떤 문제, 특히 관계에 대해 조언을 구해올 때면 나는 늘 이렇게 얘기한다. 참을 수 있으면 참으면 된다. 참을 수 없으면 떠나면 된다. 달리 말하자면, 어떤 것을 선택할 때는 반드시 그 선택으로 인해 놓치는 것이 발생하기 마련이다. 그 '놓쳐지는' 것들을 포기할 수 있으면 원하는 것을 선택하면 된다. 포기할 수 없으면, 선택하지 않으면 된다. 아주 간단하다.

쥔 것이 너무 많고, 메워야 할 곳이 너무 많아 다른 구차한 곳이 나타날 때까지는 이 구차한 생활을 계속할 수밖에 없겠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다가 나는 불현듯 20년 전의 이민가방을 떠올렸다. 겨울에도 찬물에 머리를 감으며, 아주 가난하게 살 거라고 마음 먹었던 순간도 떠올렸다. 대학을 졸업했는데도 일할 데가 없었을 때, 한국사회에서 서울소재 4년제 대학을 졸업한 여성이 밥벌이가 없어 굶어 죽을 확률은 어마어마하게 낮다는 사실을 되새기며 자신만만했던 때도 떠올렸다.

원하는 만큼의 내 공간과 프라이버시를 확보하려고, 원할 때는 언제든 책을 사 읽고 온갖 취미를 누리려고, 부모님께 몇십 내지 몇백 단위의 돈쯤은 호기롭게 드리려고, 예상치 않았던 일정 규모의 지출도 그달 그달 충분히 감당해 내려고, 다른 많은 것들을 감내하며 살아왔다. 그 모든 것들을 좀 놓아버려도 괜찮겠다, 는 생각이 드는 건, 마침내 우선순위가 바뀌었다는 것. 나는 지금보다 좀 더 행복해지는 길, 그것이 무엇일지라도, 을 더 이상 포기하지 못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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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6/17 15:24 2013/06/17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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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 잘한 일
보스에게 "저 이번 달까지만 나오고 정리하겠습니다"라는 말을  끝끝내 내뱉지 않은 일. 대신 점심은 따로 먹었다.

두 번째 잘한 일
면접 불합격 통보메일을 받고 "양측의 생각이 같아 다행입니다"라는 답장을 끝끝내 보내지 않은 일. 정말 뷁 같은 회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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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6/12 10:04 2013/06/12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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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한 지 5분이 되지 않아 발견된, 눈썹(아 그러니까 눈썹, 이라 함은 아래 사진 우측 하단에 보이는, 차량용 눈썹, 되시겠다)에 위태롭게 매달려 있던 녀석. 웃기다가 안쓰럽다가 무섭다가. 차 안으로 들어오면 안 되니까 일단 창문은 꼭 닫고 말을 건다. 꼭 붙잡고 있어. 10분만 더 가면 설 거야. 섣불리 움직였다간 차도로 떨어져. 그럼... 알지?

하지만 우리는 사용하는 언어가 달랐던 거지. 녀석은 눈썹을 벗어나 보닛을 낑낑 기어 올라와 마침내 앞유리에 붙었다. 신묘한 빨판 덕분에 용케 유리에 붙어 있는 털북숭이는 물론, 징그러웠다. 하지만 네가 그렇게 생긴 건 네 탓이 아니지. 아니 '탓'이라니, 송충이 세계에선(그런데 저게 송충이가 맞긴 한 걸까) 네가 엄청난 미인에 모험가일 수도.

워셔액과 와이퍼로 저 녀석을 치워 버릴까, 세 번 정도 고민했다. 하지만 그렇게 '처치'하기에 녀석은 너무 컸다. 저렇게 큰 생물을 내 손으로 없애 버리면 두고 두고 생각이 날 것이다. 아 그러니까 움직이지 말고 조금만 더 버텨 줘. 이제 5분만 가면 된다고. 그럼 어떻게든 널 막대기에 옮겨서 녹지에 안착할 수 있도록 해 줄게.

하지만 녀석은 앞유리는 안전하지 않다고 여긴 모양이다. 낑낑대더니 계속 올라간다. 야야야! 그만 가. 올라가면 안 된다고! 녀석은 어느새 지붕으로 사라졌다. 야!!! 안 돼! 그러나 우리는 여전히 서로의 언어를 이해하지 못하고.

드디어 목적지 도착. 차에서 내리자마자 지붕과 뒷유리를 살폈다. 주차 관리해 주시는 분이 왜 그러냐 물으신다. 아 예. 송충이 한 마리가 붙어 있었거든요. 별 시덥잖은 사람 다 본다는 표정으로 말씀하신다. 날아갔겠지 뭐. 예...

계속 봤더라면 귀여울 수도 있었던, 주황색 발이 요새 유행하는 신발만큼 예뻤(!)던 털북숭이. 마지막 순간 고통은 적었길.

차 앞 유리에 붙어 있는 송충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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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6/10 15:24 2013/06/10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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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이 최고다

아무 생각 없이 블로그 DB 비밀번호를 바꿨다가, 너무 바빠 수습도 못 하고 이제야 다시 수정해서 들어왔다. 글도 잘 안 쓰면서 막, 한밤중에 열쇠 잃어버리고선 온갖 열쇠가게에 다 전화하고 난리 쳐서 겨우 겨우 집에 들어온 이 기분은 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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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etcetera

2013/06/05 10:27 2013/06/05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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