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revious : 1 : 2 : 3 : 4 : Next »
1) Beauty Guesthouse
어딜 가든 도착 첫날 숙소는 예약하고 가는 편이라 숙소예약 사이트를 통해 예약한 곳. 1박 싱글이 18달러. 등록된 사진은 완전 犬뻥. 곧 쓰러질 것 같은 내부 인테리어와 열 수도 없는 창문(그나마 창문이 있는 방이라 다행?), 무엇보다 방안을 둘러싼 퀴퀴한 냄새 때문에 기절할 뻔. 하루 자고 당장 이사. 다만 직원들은 친절한 편이었으며, 아침도 그럭저럭. 팜응라우 거리에 있어서 접근성이 아주 좋다는 점은 장점이나 대신 밤 늦게까지 시끄럽다는 건 대단한 단점 (밤에 갑자기 쩌렁쩌렁한 노래방 소리를 듣는 희한한 경험을 함). 젊은 사람이라면 8달러 하는 1층 도미토리는 하루쯤 잘 만할지도; 보장은 못 함.

2) Phan Anh Backpackers Hostel
인터넷을 뒤져 다음 날 찾아간 호스텔. 팜응라우 거리에 면해 있으나 여행자거리에서 5분쯤 더 걸어가야 해서 상대적으로 조용함. 바로 앞에 작은 시장이 있어서 몇 가지 사거나 구경하기 좋음. 첫 날 25달러 하는 1층 싱글룸에 묵었는데... 호스텔에서 나는 모든 소음을 들을 수 있었음. 엘리베이터 작동하는 소리, 로비에서 애들 떠드는 소리, 다른 층에서 변기 물 내리는 소리(정말임)까지. 다음 날 4층에 있는 좀 더 작은 방(22달러)에 묵었는데, 이번에는 엘리베이터 소리가 덜 들리는 대신 옆 방인지 윗 방인지에서 생산하는 배변 소리+변기 물소리가 적나라하게 들림. 여기까지는 참아 보려고 했으나... 개미들의 난입으로 결국 다음 날 또 이사. 첫날 오후에만 침대에서 개미 세 마리를 잡았는데, 다음 날 배낭을 들어보니 그 아래 수십 마리 개미떼가 운집해 있었다;;;

3) Queen Ann Hotel
별 세 개짜리 호텔. Queen Anne 홍차를 사랑하는지라 뭔 상관인지 모르겠지만 일단 이름에서 합격; 그러나 숙소 예약 사이트에서는 약간 비싼 값을 부르기에 후보에서 제외했다가 지나가다 우연히 발견하고 가격이나 물어보자고 들어감. 가격표에는 수페리어(창 있는 더블룸)가 50달러 디럭스(창 없는 더블룸)가 45달러임. 일단 방(수페리어)은 맘에 들어(별은커녕 개미만 우글대던 숙소에서 옮겨왔는데 맘에 안 들 리가 없잖아) 나 여러 날 잘 거니까 깎아줄 수 없냐고 했더니 45달러로 내려감. 그래도 약간 비싼 것 같아서 (더 깎으려는 의도가 아니라 진심으로) 생각해 보고 오겠다고 했더니 당장 42달러로 내려가는 마법이;
그리하여 남은 3박 4일 동안 여기서 잘 먹고 잘 자고 왔다는 얘기.
조식으로는 간단한 뷔페가 제공됨. 호텔 깨끗, 직원 친절, 여행자 거리에서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거리, 상대적으로 조용하고, 메이드가 너무 일을 열심히 해서 아침 식전부터 방 청소하겠다고 오는 것만 빼면(ㅎㅎ;) 나무랄 데 없었음.

그러고보니 호치민에 놀러 간 게 아니고 숙소 검색하러 간 것 같아... 킁;
Creative Commons License

Posted by etcetera

2015/02/09 18:27 2015/02/09 18:27
,
Response
No Trackback , 13 Comments
RSS :
http://etceteras.pe.kr/rss/response/205

처음 며칠은 열심히도 쓰던 일지는 여행 열흘이 넘어가며 초 간단하게 바뀌고 있다. 이날의 기록은 이렇게 되어 있다.

8/11 안녕 페루 안녕 볼리비아

새벽에 푸노 도착. 우로스 투어. 코파카바나 도착. 물가 싼데 따신 물 잘 안 나오고 와이파이 잘 안 됨. 옆방 소리 다 들리는 방. 전기온수기 쓰다 감전될 뻔. 고산증세에 시달림. 망할 놈의 환율.

그러니 이제 기억을 더듬어 살을 붙여야 한다. 그날 무슨 일들이 있었더라...

그날 밤, Cruz del Sur 터미널에서 L님과 작별했다. L님은 집이 그 근처라며 버스표도 미리 끊어주고(심지어 가장 좋은 자리로 불리는 2층 맨 앞자리), 그 귀하다는 신라면 컵과 소세지 두어 개를 손에 쥐어 주었다. 늘 혼자 다니는 데 익숙해서 이렇게 융숭한 대접을 받으니 말 그대로 몸둘 바를 모르겠더라는; 한국에 돌아오면 맛있는 걸 많이 사주겠다 했는데 여전히 해외를 떠도는 L님;

밤차는 해 뜰 때까지 좀 길게 길게 갔으면 좋겠는데 이번에도 다섯 시간 만에 푸노 도착. 그 유명한 티티카카 호수를 보고, 호수에 갈대를 엮어 섬을 만들어 산다는(실은 ‘살았다는’) 우로스 섬을 탐방한 다음 볼리비아로 넘어갈 참이다. 버스 터미널에서 몇 군데를 돌아 오후에 볼리비아로 넘어가는 버스를 예약하고 배낭을 맡겼다. 그런데 앗, 터미널 화장실에서 돈을 받는다. 볼리비아는 공중화장실에서 돈을 받는다고 하던데, 국경지대라 그 문화가 들어온 건지, 물부족 지역(아이러니하게도 티티카카 호수 근방은 물이 부족한 지대라 함)이라 그런지. 그러나 공짜로 화장실 쓰던 사람에게 돈 내고 쓰는 화장실이란 어떻게든 피하고 싶은 것. 일단 참기로 했다. 밖에 나가면 더 싸거나 공짜인 화장실이 있을지 어떻게 알아? ... 그리고 푸노 구경을 나갔다가... 결국 더 비싼 돈 주고 화장실을 쓰게 되었다는;

우로스 섬 투어는 여행사를 끼나 안 끼나 비슷한 가격이라고 한다. 터미널에 30솔인가를 부르는 삐끼들이 진을 치고 있는데(이들은 우로스 여행부터 볼리비아 티켓까지 세트로 판매하는 경우가 많음) 굳이 상대하지 않고 밖으로 나와 해안, 아니다 호안을 따라 걷다 보면 나오는 선착장에서 배 티켓과 입장권을 구입하면 된다. 20솔인가 25솔인가 들었던 듯(가계부가 날아가서 확인 불가. 흑)

우로스 섬은, 갈대섬으로 텔레비전에도 나오고 하는 섬이다. 예전에 쫓기던 우로스 족이 티티카카 호수로 들어가 갈대로 섬을 만들고 살았다고 하는데, 우로스 족은 이제 없고, 페루 사람들이 관광객을 상대로 장사하며 아침 저녁으로 출퇴근한다고; 그래도 갈대섬 밟는 경험이 흔한 건 아니니까 뭐.

멀리서 본 갈대섬
<멀리서 본 갈대섬>

배에서 내리면 폭신한 땅(?)이 밟히고, 섬의 주인(?)이 나와서 갈대섬의 원리에 대해 (물론 에스파냐어로) 설명해 준다. 뭐 잘 모르겠고, 물에 닿은 갈대가 삭으면 새 갈댓단을 위로 계속 쌓는다는 얘기일 거다(론리인가에 그렇게 나왔다).

갈대섬 바닥과 쥔장의 그림자
<갈대섬 바닥과 쥔장의 그림자>

그러나 이들의 목적은 그 설명에 있지 않다. 관광객용으로 특별 제작한 배, 그러니까 민속배도 아니고 뭣도 아닌, 정체불명의 퓨전 배를 섬 옆에 대더니 체험하고 싶은 사람은 돈을 내고 타란다. 다들 얌전히 시키는 대로 하는 와중, 갈대섬 밟는 데 의의를 둔 나와 돈 없다는 브라질 청년만 그 섬에 계속 있겠다는 의사를 표시. 그랬더니 우리에게 슬쩍 다가와 깎아줄 테니 타란다. 못 이기는 척 그러마고 탔더니 다른 섬으로 이동한 후 풀어준다. 보아 하니 카페 섬이다. 뭐 사 먹고 사 입으라 이거지. 산책하고 고양이랑 놀고 다른 사람들이랑 말도 좀 섞고 하다 돌아왔는데, 슬슬 편두통이 찾아왔다. 이것이 고산병 증세로고. 약을 먹었지만 큰 도움은 안 됐다. 그저 시간이 지나 몸이 적응하길 바랄 수밖에.

기원불명 정체불명, 우로스섬의 배
<기원불명 정체불명, 우로스 섬의 관광객용 배>

티티카카 호수의 녹조라테
<티티카카 호수의 녹조라테; 아까 그 파란빛 물과 같은 호수라는 사실을 믿을 수 없다>

버스로 국경을 넘는 건 처음 겪는 신기한 일. 우왕좌왕 하다가 도장을 하나 빼먹긴 했지만 어쨌든 볼리비아. 코파카바나다.

밤에 도착한 코파카바나는 그 유명한(?) 이름에 걸맞지 않게 티티카카 호수보다는 흙먼지바람으로 기억되는 곳이다. 옛날 ‘신작로’ 같던 거리들. 페루에서 넘어온, 혹은 볼리비아에서 넘어갈 그 많은 버스들이 씽씽 달리면 뒤에는 한참동안 모래먼지가 날렸다. 호숫가 역시, 그렇게 건조할 줄이야.

블로그 몇 군데서 추천해 준 숙소에 들러보았으나 방이 없거나 흥정이 안 되거나 너무 비쌌다. 그래도 다행히 호텔 싱글룸 하나를 얻어 이틀을 묵기로 했다. 방은 나쁘지 않았고, 호텔답게(!) 수건이랑 비누 등도 구비가 되어 있었지만 옆방 소음이 잘 차단되지 않는 건 단점. 그래도 추/비추를 선택하라면 ‘추’ 쪽으로 기울 뻔했으나... 전기온수기 샤워 후 물을 잠그려고 수도꼭지에 손을 댔다 가벼운 감전을 경험한 후 ‘비추’로 바뀌었다. 그것만 빼면 가격도 나쁘지 않았고, 주인도 친절했고, 아침도 주고 좋았는데. 이때 식겁해서 그 다음 날은 머리는 감지 않고 찬물에 샤워만 했고, 그 다음부터는 아무리 방이 좋거나 싸더라도 전기온수기가 달린 숙소는 잡지 않았다. (볼리비아는 전체 인구의 25% 정도가 극빈층이고, 당연히 온갖 물자가 풍족하지 않고, 당연히 가스 시설 등이 잘 갖춰지지 않아 성능 떨어지는 전기온수기가 비교적 흔한 편이다.) 실제로 전기온수기 감전사례도 있다고 하고.

호숫가에 왔으니 물고기를 먹어야지. 얼마였더라... 아무튼지 간에 아주 싼 가격에 디저트까지 나오는 물고기 정식을 먹고 태양의 섬 투어(정확히는 왕복 뱃삯)를 예약하고 들어와 잠들었다. 국경 넘을 때 환율이 아주 개판이었는데 페루랑 완전 비교되는 물가 때문에 마음이 풀렸다는.
Creative Commons License

Posted by etcetera

2014/08/27 13:11 2014/08/27 13:11
, , , , , ,
Response
No Trackback , No Comment
RSS :
http://etceteras.pe.kr/rss/response/202

L님이 그랬다. 모라이 살리나스 투어는 돈 아깝지 않다고. 대중교통으로 접근이 어려운 곳들이기도 하고, 25솔(L님은 22솔에 갔다고 함)이면 나쁘지 않은 가격이라 그 전 날 신청해 둔 참이다. 아침을 먹고 짐 챙겨서 체크아웃한 뒤 성당 한 바퀴를 돌고 어제 예약한 여행사 앞에 서 있었다. 어제 내 예약을 받은 사람은커녕 약속한 시간이 넘었는데도 여행사 문을 열러 오는 사람조차 없다. 이게 뭔가 싶었지만 기다리는 것 외에 별 뾰족한 수도 없기에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으려니 드디어 웬 아저씨가 데리러 와서 웬 이상한 데로 데려가 또 웬 이상한 버스에 태우더니(이 모든 과정이 뭔가 빚 때문에 어디 식모로 팔려가는 사람이 된 기분이 들게 했다. 혼자 여행하는 + 현지어 못하는 여자의 비애.) 교외로 교외로 나간다. 아 그런데 영어와 스페인어를 번갈아 하는 가이드의 발음을 전혀 못 알아듣겠다. 아롱, 마운탱, 마이 프렝... 설상가상 차량소음 때문에 당최 어디서 스페인어가 끝나고 영어가 시작되는지 알 수가 없어 결국 안내는 포기. 밖에 보이는 풍광에 만족하기로 한다.

데이투어는 전 세계 어디나 똑같은지, 처음 들른 곳이 민속마을 비스무리한 데다. 웬 마을 어귀에 차를 세우더니 옛날 시골집 같은 마을로 인도하기에 들어가 보니 여러 가지 직조한 물품을 판매하는 곳이다, 하하. 어김없이 공짜 차도 한 잔씩 돌았다. 당최 그런 물건을 살 생각을 해본 적이 없는 데다 언감생심, 배낭족이 그런 사치가 웬 말인가. 눈으로 호사만 부렸다. 여기처럼 거기도 바가지를 씌우는지, 직접 짠 건지 어디서 떼 온 건지는 알 수 없지만, 그래도 사람들은 여기(한국) 장사치들보다 한참은 착해 보였다. 화장실도 맘껏 쓰게 해주고.

모라이는, 잉카인들이 작물을 시험재배하던 곳이라 한다. 계단식으로 만들어서 위도에 따라 작물이 어떻게 자라는지 실험했다나. 사진으로 보면 별 감흥 없지만 사람들 크기와 비교해 보면 이 규모도 웬만치 않음을 알 수 있다. 저런 구멍(?)이 총 다섯 개 있고, 가이드의 설명이 끝나면 산책하고 사진 찍을 시간을 준다.

모라이
<거대 분지 모라이>

그러고 나면 살리나스로 가는데, 산 속 염전이다. 사람들이 흔히 터키 파묵칼레 같다고 하는데, 파묵칼레(나 여기도 가봤지롱)의 흰색은 돌이고, 여기 흰색은 소금이다. 산에서 내려오는 짠물을 받아 소금을 만드는데 슬쩍 맛봤더니 정말 정말 짰다. 뭐, 모르고 맛본 건 아니지만;

살리나스
<산 속의 염전, 살리나스>

쿠스코로 돌아오니 네 시쯤 되었나. 시장에 가서 늦은 점심을 먹었다. 그런데 사람 입이 간사한 건가? 어제만큼은 맛이 없더라는; 그러고서 시장을 도는데 얼굴에 얼룩이 덕지한 아이가 눈에 띈다. 그냥 인사만 하고 지나치기 뭐 해 갖고 있던 물티슈로 얼굴을 닦아 주었다. 흔치 않은 광경인지, 그러니까 뭐가 흔치 않은 광경인지는 모르겠지만, 사람들이 모여 쳐다본다; 나란 존재 자체가 신기했던 걸까 내 행동이 신기했던 걸까 물티슈가 신기했던 걸까 애가 얌전히 있는 게 신기했던 걸까. 아 그런데 너댓 살 정도 돼 보이는 이 녀석이 나한테 앵기더니 당최 안 떨어지려고 할 줄이야; 결국 일행(이 있는 줄도 처음엔 몰랐다;)인 할머니가 데리고 가고서야 상황종료.

푸노행 밤차를 타면 쿠스코는 오늘로 안녕이다. 그때 생각난 게 하필 스타벅스라니. 그래도 그 고풍스런 커피집에서 커피 한 잔은 마시고 가고 싶었다. 헉, 그런데 아메리카노 작은 게 7.5솔? 내가 좀 전에 먹은 달걀밥이 3솔이었는데?!!! 두 번 생각할 것도 없이 돌아나왔다. 아니 저런 걸 난 한국에서 어찌 거의 날마다 먹었던 거지? @.@
Creative Commons License

Posted by etcetera

2014/08/22 09:25 2014/08/22 09:25
, , , ,
Response
No Trackback , No Comment
RSS :
http://etceteras.pe.kr/rss/response/201

아침에 일어나 기차 타러 나갈 채비를 하는데 호스텔 아저씨가 여덟 시라며 깨우러 왔다. (원래 깨워주고 그런 시스템 아니다. 이 동네 체크아웃도 보통 아침 아홉 시나 열 시다.) 에스파냐어로 뭐라 뭐라 하는데 모르겠고, 그저 간밤의 일이 거듭 미안한가 보다 생각했다. 그런데 또 뺨 부비부비를... 흑.

기차 타고 왔던 길을 달려 오얀타이탐보에서 아무 콜렉티보나 골라 타고 쿠스코로 돌아왔다. 원래는 올 때든 갈 때든 시간을 내어 오얀타이탐보 구경을 조금이나마 하려고 했었는데 결국 기차역 구경만 하고 왔다는; 쿠스코에 도착하니 점심시간이 약간 지나 있었다. 정처 없이 길을 걷다(그렇다, 쥔장은 맨날 ‘정처 없이’ 길을 걷는다. 길에서 버리는 시간을 제일 아까워하는 인간이, 조금만 걸어도 발목과 발바닥에 무리가 가는 인간이, 밖으로만 나가면 하염없이 걷는다) 마침 ‘사이판’이라는 이름의 중국식당 발견. 아 이 기분을 뭐라 해야 할지. 나는 사이판에 세 번 다녀온 사람이고, 사이판을 참 좋아하는 사람이고, 사이판에서 중국집은 안 가본 사람이고, 서브웨이와 파스타집, 일본라멘집만 다니는 사람인데 지구 반대편에서 사이판 중국집을 발견하다니. 아 그래, 이건 서울에서 ‘여수횟집’ 간판을 본 기분과 비슷하다. 그러니 메뉴는 중요하지 않다. 일단 들어가야지. 대충 허기를 채우고 산 페드로(San Pedro) 시장 구경에 나섰다. 기념품, 과일, 잡화, 식료 등등을 파는 안쪽에 음식점들이 줄지어 있다. 상인들이 추렴해서 간판을 통일했나 보다. (이 집에는 있는 메뉴가 저 집에는 없는 경우도 있긴 한데, 메뉴에 없어도 옆집에서 해 주는 건 다 해줄 것 같은 느낌) 아니 그런데 이렇게 쌀 수가! 내일은 꼭 여기서 밥 먹을 테다. 메뉴판 사진 찍어 와서 스페인어 사전 찾았다구!

쿠스코 시장의 메뉴판
<산 페드로 시장의 메뉴판>

어제의 등산 덕에 허벅지 근육이 다 터졌는데 그래도 컨디션이 생각했던 것보단 괜찮다. 앉았다 일어날 때마다 끙차 소리가 절로 나긴 하지만.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나 볼리비아 영사관 가서 비자를 받았다. 다른 분들 블로그를 보니 비자 받기 어려웠다는 사람도 간혹 있었는데 나는 “서류 가져왔나요?” “네.” “이거 작성하세요” 하고 서류 작성하고 있으려니 그새 여권에 비자 찍어서 주더라는. 아무래도 복불복인 것 같다. 그리고 이건 순전히 개인적인 생각인데, 앞에서 초인종 눌렀는데 2층에서 언니야가 커튼 열고 기다리라고 했을 때 짜증 안 내고 문 열어줄 때까지 얌전히 기다려서인 것 같기도 하다, 흐흐. 비자 받기에 성공한 후 다시 시내로 나와 모라이 투어 예약하고 현금을 좀 찾았다. (카드로 찾았는데 현금서비스인 거 알고 완전 짜증나서 포스트 또 올림) 오전 중에 이렇게 많은 일을 하다니 짝짝짝! 오늘은 쿠스코에서 하루 종일 놀기로 했으니까 시내 구경이랑 시장 구경을 해야지.

쿠스코 아르마스 광장
<쿠스코 아르마스 광장>

아르마스 광장에 큰 성당이 두 개 있는 건 쿠스코가 유일하다고 하는데 신자가 아니라 큰 감흥은 없고, 오히려 고풍스런 건물 2층에 자리한 스타벅스가 더 신기했다.

쿠스코 스타벅스
<쿠스코 스타벅스>

시골이라더니, 한국 시골에는 스타벅스 없다구요.

어제 결심한 대로 산 페드로 시장에서 3.5솔짜리(1500원도 안 된다) 달걀밥을 사 먹었다. 밥 위에 달걀 프라이, 감자튀김이 올라가 있고, 나름 양파, 토마토 같은 채 썬 채소들이 사이드로 얹혀 있다. 만족 만족 대만족. 단언컨대 이 달걀밥은 페루에서 사 먹은 것들 중 가격 대비 가장 훌륭한 음식이었다. (쥔장 식성이 원래 일품음식 좋아하고 반찬 많이 안 먹음) 저녁에는 L님을 만나 현지인들이 가는 소심장 꼬치구이 가게에 갔다. 내가 편식한다는 사실을 잘 아는 L님은 내가 과연 그걸 먹을 수 있을지 걱정했지만 돼지염통도 먹는데 소심장은 못 먹을 리 없다는 내 생각이 맞았다. 사실, 심장은 근육이라서 식감만 따지자면 닭가슴살과 크게 다를 바 없다. 콜라겐의 식감을 못 견디는 내게는 맞춤인 음식이었던 셈.

L님 덕에 일개 여행자라면 엄두도 못 냈을 현지인 식당도 가 보고, 작고 예쁜 기념품 가게도 가 보고, 혼자라면 안 들어갔을 카페도 가 보고, 혼자 다녔을 때보다 풍부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이래서들 친구가 필요하다는 건가.
Creative Commons License

Posted by etcetera

2014/01/28 10:52 2014/01/28 10:52
, , ,
Response
No Trackback , No Comment
RSS :
http://etceteras.pe.kr/rss/response/198

잉카 트레일의 포터들

저 사진의 주인공은 기찻길이 아니다. 일명 ‘도촬’로서, 이날 나는 산에서 내려와 말과 글로만 듣던 포터들을 만날 수 있었다. (마추픽추의 포터에 관해서는 이 글 참조) 저 작은 체구에, 암만 봐도 25kg은 넘어 뵈는, 키를 넘어선 짐. 저 순간엔 어떤 수사나 합리화도 도움 되지 않았다. 그저, 저들이 지고 있는 것이 내 짐이 아니어서 다행이었다.

마추픽추와는 별개로 ‘마추픽추 마을’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아구아스 칼리엔테스에 대한 기억은 좋지 않다. 생계를 순전히 마추픽추 관광객들에게만 기대는 작은 마을은 ‘특색’이랄 게 없는 것 같다. 모든 음식점의 메뉴가 대동소이(피자, 파스타)하고, 가격대 역시 비슷하다. 다른 데라면 어떻게든 피해 다녔을 식당/술집 삐끼들도 피할 수 없다. 아무튼, 산에서 내려와 늦은 점심을 하려고 식당에 들어갔다. 메뉴판 가격만 봤을 때는 좀 비싸지만 이 정도는 쓰지 뭐 하는 기분으로 주문했는데 결제할 때 되니까 서비스 피인지 택스인지 블라블라 하면서 7달러를 더 뜯어갔다. 손바닥만 한 생선 한 마리에 45솔(18,000원쯤)이라니. 미리 말해 줬으면 안 갔을 텐데, 왜 미리 말을 안 했는지 아니까 더 기분이 나빴다.

참고로, 아구아스 칼리엔테스에서 비교적 합리적인 가격에 식사할 수 있는 곳은 광장의 중국집이다. 이름은 잊었으나 광장에 면해 있고, 빨간 등으로 중국집임을 짐작할 수 있는, 광장이 내려다보이는 2층 가게. 해외에서 생각할 수 있는 일반적인 중국음식을 팔고, 채식주의자 메뉴도 별도로 있다. 나는 채소볶음면을 먹었는데 스파게티 면을 몇 가지 채소와 함께 볶은 간단한 음식이지만 양도 엄청 푸짐했고 탄산음료까지 해도 17솔이던가? (이날 저녁 먹은 기록이 없다. 어쩐지, 페루 나오면서 가계부 정리하는데 돈이 좀 비더라니;) 그 정도밖에 안 했다. 20솔이 안 돼서 카드결제를 거절당했다는 게 한 가지 흠(?)이었지만.

내일 아침엔 다시 쿠스코로 돌아가야 한다. 그래 일찌감치 자려고 누웠는데 8시 반쯤 호스텔 주인이 문을 두드린다. 어제 리셉션에 있던 사람이랑 다른 사람이다. 그런데 이 주인, 오늘치 방값을 달란다. 으잉? 어제 체크인 할 때 이틀치 지불했는뒈요; 이럴 때를 대비해 어제 영수증 달라고 해놓길 잘했다. 엣헴, 하고 영수증을 짠 보여주는데 헉, 왜 50솔이라고 쓰여 있음? 영수증을 달라고만 하고 금액확인을 안 한 내 불찰이다. 아 짜증. 설상가상, 이 아저씨는 영어를 못하고 나는 스페인어를 못한다. 서로 열나 자기주장을 펼치다가 다시 생각난 것이 구글번역. 겨우 어제 그 남자한테 지불했으니 찾아서 물어보라는 의사를 전달했다. 오케이, 확인 후 아홉 시에 다시 오겠노라는 아저씨. 일이 잘못 됐을 경우를 대비하여 구글번역에 돌릴 분노의 영작을 시작했다.

내가 어제 방 잡을 때 리셉션에 있던 그 남자한테 이틀 묵겠다고 했어요. 그랬더니 그 남자가 이틀치 방값을 지불하라더군요. 그래서 100솔을 줬어요. 제가 만약 하루치만 지불했다면, 제가 아침에 나갈 때 왜 제 짐을 여기다 뒀겠어요? 저는 더 싼 방을 찾을 수도 있었을 텐데요, 솔직히 전 더 싼 방으로 옮기고 싶었어요. 하지만 미리 돈을 지불해서 그럴 수가 없었죠. 사실 말이죠, 이런 상황이 있을지도 몰라서 영수증을 요청했었어요. 그런데 영수증 금액을 확인하지 않았네요. 그건 제 실수예요. 그 남자가 제 앞에서 영수증을 써 줬는데 그게 잘못됐을 거라고 생각할 수 없었죠. 좋아요, 만약 그 사람이 100솔을 안 받았다고 주장한다면, 제가 숙박비를 두 번 지불하죠. 밤도 늦었고 다른 숙소를 찾기도 어려우니까요. 하지만 분명히 말하건대 당신은 그 사람 해고해야 할 거예요, 알겠어요? 그 사람은 거짓말쟁이니까요. 틀림없이 또 다시 당신을 속일 겁니다.

그 와중에 마침 L님이 메시지를 보내 주셔서 중계 시작; 거기가 어디라고, 곧 달려올 것처럼 걱정해 주었다. 덕분에 용기백배. 에잇, 내 구글번역의 도움을 받아 이 사기꾼들을 반드시 물리치고야 말겠다!

그러나 이 황당한 사건의 결말은 참으로 싱거웠으니... 9시에 찾아온 아저씨는 대뜸 뭐라 뭐라 하며 내 뺨에 자기 뺨을 부비부비 한다. 확인했다는 뜻인 것 같으니 평소 부비부비 인사를 싫어하더라도 좀 참자. 그런데 음, 거짓말쟁이... 사기꾼... 직접 한 얘기는 아니지만 좀 미안하다. 착오의 가능성보다는 사기의 가능성이 더 높은 상황인 건 맞았지만, 그래도 너무 단정해 버린 감이 있다. 그와 별개로, L님 말씀대로 세상은 구글이 구원하나 보다. 다시 한 번 구글번역 만세 -_-;

그러나 이 일련의 사건 덕분에 아구아스 칼리엔테스에 대한 인상은 극도로 나빠졌으니... L님에게 기찻삯을 더 지불하더라도 마추픽추는 당일치기로 (당일치기가 가능한 시간대의 기차표는 더 비싸다) 다녀가라고 신신당부해 두었다. 어쩌면 추가로 기찻값을 내더라도 아구아스에서 바가지 쓰는 가격을 생각하면 오히려 싼 걸지도 모른다. 누군가 내게 일정에 대한 조언을 구해 오더라도 똑같이 얘기할 것이다. 나 역시, 아마도 그럴 일은 없을 확률이 크지만 다시 마추픽추를 가게 되더라도 아구아스 칼리엔테스에서 머물지는 않으리라. 먹을 것도 쿠스코에서 다 싸올 거다, 흥. 어쨌든 덕분에 잠 다 깨서 열한 시 넘어서야 다시 잠들었다는 얘기.

Creative Commons License

Posted by etcetera

2014/01/23 13:52 2014/01/23 13:52
, , ,
Response
No Trackback , No Comment
RSS :
http://etceteras.pe.kr/rss/response/197

생애 첫 번째 자발적 등산은 약 10년 전, 태백산이었다. 회사 관두고 싶다고 난리 친 끝에 일주일 휴가를 받아 울릉도에 가기로 하고 집을 나섰는데, 인터넷이고 뭐고 제대로 안 되던 시절인지라 묵호항에서 출발하는 울릉도행 배는 하루 한 번 오전에만 있다는 사실을 미리 알았을 리가. 어찌 할까 고민하다 그 길로 오후 기차를 타고 태백으로 갔다. 왜 태백이었는지는, 글쎄다, 내 무의식이나 기억할까. 광부들의 사택을 개조해 만든 콘도형 민박에서 하루를 자고 다음 날 (무식해서 용감하게) 아이젠도 없이 산에 올랐다. 주머니에는 이소라 4집이 든 CDP가 있었을 것이다.

어쨌든.

숙소에서 발딱 일어나 ‘지금 나갈까? 아냐, 지금 나가기엔 너무 일러. 날도 추운데.’ 하다가 맞춤한 시간인 것 같아 (그래봤자 여섯 시나 좀 넘었을까) 나가보니 헐, 이미 긴 줄이 형성돼 있다. 한 명을 붙잡고 “이거 버스 티켓 줄인가요?” 했더니 끄덕끄덕 해서 줄 끝으로 가서 대기. 아 그러나 한참을 기다린 내 앞에 보인 것은 매표소가 아니라 버스였으니... 버스표는 저~쪽에서 구입해 왔어야 한다는; 내 발음 그렇게 후지지 않았다고. (발음이 후질 만한 단어가 없잖아;) 그냥 못 알아들었다고 할 것이지 끄덕끄덕을 왜 하냐고! 어쨌든 덕분에(!!!) 우다다다 달려 매표소 가서 표 사고 다시 맨 뒤로 가서 줄을 섰다. 우쒸.

아침에 일어났을 때만 해도 와이나픽추는 건너 뛸 생각이었다. 올라가려고 예약을 해 두긴 했지만 이 몸으로는 무리인 것 같았다. 게다가 악명이 워낙 높아야 말이지. 그런데 막상 마추픽추에 들어가니 할 게 없었다. 음... 그럼 입구만 살짝 구경해 볼까? 하는 생각으로 와이나픽추 화살표를 따라갔다. 안쪽으로 들어가니 새로운 관문이 나를 맞고, 7시 예약자들이 삼삼오오 들어가고 있다.

와이나픽추. 마추픽추가 늙은 봉우리라는 뜻이고 와이나픽추는 젊은 봉우리라는데, 그 네이밍에 지리학이 개입한 것 같지는 않다. 페루정부는 마추픽추의 하루 입장객을 2500명으로, 와이나픽추의 입장객을 400명(오전 7시, 10시 각 200명)으로 제한하고 있다. 따라서 와이나픽추에 올라가려면 예약을 서둘러야 한다. (능력 좋은 현지 여행사는 임박해서도 표를 구해줄지 어떨지는 모르겠다. 나는 거의 한 달 전 한국에서 예매했기 때문에.)

와이나픽추의 위용
<와이나픽추>

저 사진 뒤쪽에 우뚝 선 봉우리가 와이나픽추다. 그 아래 헛간처럼 생긴 건물과, 그 근처 개미만 한 사람들이 보이는지. 그로써 저 산의 규모와 경사가 가늠 되시는지? 헥헥.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입구만 보고 가는 건 좀 서운하다. 저 문은 넘어보자 하는 생각에 안으로 들어갔다. 표를 검사하고 노트에 이름과 여권번호, 입산시각 따위를 쓰라 한다. (나올 때는 들어갈 때 썼던 이름 옆에 하산시각과 사인을 써 넣어야 한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사고관리' 때문이지 싶다 --;) 그런데 내 바로 뒷사람 두 명이 표 없이 왔다가 돌아나가는 광경 목도. 음, 저 사람들은 가고 싶어도 표 없어서 못 올라가는데 내가 여기서 바로 나가면 좀 미안하고 부끄럽다. 그럼 조금만 가볼까? 힘들면 돌아오면 되지 뭐. ...(중략)... 모두가 말한 그대로였다. 기술적으로 어려운 등산은 아니나 한 시간 동안 ‘네 발로 기어’ 올라갔다 내려와야 하는 곳도 와이나픽추. 마추픽추의 전체 그림을 볼 수 있는 곳도 와이나픽추. 성취감 끝내주는 것도 와이나픽추. 고소공포증 있는 사람은 절대 가면 안 될 와이나픽추. 별 거 아님. 진심 실족사만 주의하면 됨 -_-; (이렇게 엄살 떨었지만 막상 올라가서는 열 살도 안 돼 보이는 어린이도 보고, 70세는 되신 것 같은 할머니도 뵙고 그랬다;) 나중에 보니 양쪽 무릎은 다 까지고 내가 미쳤었지 싶었지만, 잘 미쳤었다. 뭘 해도 다섯 시간을 위해 수백만 원을 들여 스무 시간을 날아온 미친 짓보다야. 암.

와이나픽추에서 바라본 마추픽추 전경
<와이나픽추에서만 찍을 수 있다는 마추픽추의 전경>
(지그재그로 되어 있는 길이 마추픽추 전용 버스가 다니는 길이다. 버스값이 왕복 2만 원 돈인지라 돈 없고 체력 좋은 이들은 걸어서 오르내리기도 한다.)

와이나픽추 표지
<와이나픽추 인증. 해발 2693미터>

와이나픽추에서 내려오니 열 시 팀들이 입구에 옹기종기 앉아 있다. 떡실신(;) 된 우리를 보고 약간의 두려움과 설렘, 미소를 보여준다. 아아, 행운을 빌어요!

이제 뭘 한다? 그냥 떠돌았다. 가이드도 해설서도 아무 것도 없이. 거기서 빨리 나가고 싶은 마음과 영원히 있고 싶은 마음이 동시에 들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계속 뱅뱅 돌았다. 그분이 사진 많이 찍으라셔서 (이럴 때만 말 잘 듣는다) 사진은 잔뜩 찍고. 그런데 참 이상한 게, 사람들이 정말 많은데도 왠지 혼자 거기 있는 느낌이 든다. 실제 찍은 사진을 봐도 사람들이 많이 있지만 되레 고즈넉한 느낌이다. 신기하다. (물론 세계 어디에나 진상은 있다. 한 무리의 청소년들이 노래 부르고 떠들고 다니길래 한국말로 조용히 "니네 어제 기차에서 떠들던 걔네지 __+" 했더니 삽시간에 조용해지더군. 곧이어 대체 우리가 지금 들은 말은 어느 나라 말일까 고민하는 듯하더니 슬금슬금 다른 곳으로 이동하더라는, 흐흐.)

마추픽추 전경
<모두들 찍는 그 각도에서 찍은 그 사진>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돌을 다룬 방식이었다. 커다란 바위가 땅에서 솟아 파낼 수 없을 때는, 그 바위를 초석 삼아 벽을 만들었다. 돌 두 개의 아귀가 맞지 않을 때는 잘랐는지 갈았는지, 아니면 서로 어울리는 돌을 찾아내었는지, 어쨌든 서로 맞추어 담을 쌓았다. 피하지도 않고, 싸우지도 않고, 함께 흘러가기. 그러면서도 내 중심은 잃지 않기. 어쩌면 지금 내게 딱 필요한 충고.

마추픽추의 정교한 담벼락
<마추픽추의 벽>

두 번째로 인상적이었던 건, CCTV와 관제탑이 아니라 사람이 관리하도록 한 방식. ‘최첨단’ 시설을 들이기에는 돈과 기술이 부족했을까? 고용창출이 선결과제였을까? (안전요원이 생각보다 엄청 많다.) 글쎄, 그랬을 수도 있지만 나는 이 기막힌 잉카의 후손들이 최대한 유적을 훼손하지 않는 방법을 택했기 때문이라고 믿는다. (아무렴, 마추픽추 관광객이 페루 전체를 먹여 살리는 게 아닌가 의심스러운 마당에;)

마추픽추의 안전요원
<마추픽추의 안전요원>

점심이 지난 어느 순간, 드디어 나가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 것도 달라진 것은 없지만, 그냥 다, 괜찮을 것 같았다.

그러고 보니 오늘은 내 생일이다. 음력으로 쇠는데(‘내’가 쇠는 건 아니다), 몇 년에 한 번 돌아오는 양력-음력 생일이 겹치는 날이기도 하다. 생일선물 참 거했네.
Creative Commons License

Posted by etcetera

2014/01/22 10:40 2014/01/22 10:40
, , ,
Response
No Trackback , No Comment
RSS :
http://etceteras.pe.kr/rss/response/196

볼리비아에 가려면 비자를 받아야 합니다. 쿠스코에 있는 영사관에 가면 공짜로 받을 수 있어서 여기서들 많이 받아 간다고 합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 그런데 여기 찾기가 까다로워서 택시를 타고 가도 좀 헤맸다고 하는 증언을 심심찮게 볼 수 있습니다. 그 와중에 저는 용감하게도 버스를 타고 찾아가 보기로 했습니다. 한국에서도 택시 타는 걸 싫어하고, 외국에서도 택시보다는 가능한 한 대중교통 이용하는 걸 더 좋아합니다. 돈도 아끼고, 사람 구경 마을 구경하는 데도 버스나 전철이 더 좋거든요. 아르마스 광장에서 택시를 타면 3~3.5솔이라고 하는데, 택시가 더 좋은 분들은 그거 타시고, 버스 타실 분들은 다음 내용을 익혀 두세요. 버스로는 1.4솔(San Pedro 시장 기준)이니 반값이죠.

볼리비아 영사관의 주소는 Av. Oswaldo Baca 101입니다. 그런데 이 주소 보여주면 현지인도 잘 못 찾습니다. 저 Oswaldo Baca가 일반적인 길처럼 직각으로 교차하는 게 아니고, 골목 뒤쪽으로 가지 친 작은 길이라 그렇습니다. 덕분에 처음 찾아갔을 때 현지인 십수 명을 붙잡고 물어보았으나... 이쪽으로 가래서 가면 없고, 다시 물어봐서 왔던 길로 가래서 다시 가면 없고 하는 통에 그 근처를 한 시간 동안 뱅뱅 돌았습니다. (그래서 영사관 찾아가는 방법을 꼭 올리겠노라 다짐했습니다.) 따라서 버스에 대고 ‘오스왈도 바카 가나요’라고 물으면 안내원은 백이면 백 노노, 하고 가버릴 겁니다. 그러니 시립병원 가냐고 물으셔야 합니다. 찾아야 할 시립병원은 ‘Hospital Regional Cusco(오스삐딸 ㄹ레히오날 꾸스꼬)’입니다. 앞에 ㄹ하나 더 있는 건 오토바이 부르르 할 때 나는 그 ㄹ 표시입니다. 그런데 긴 데다 원어민 발음이 아니어서인지 잘 못 알아들 듣더군요. 시내지도 하나 구해서 표시해 가시면 좋습니다. 병원위치는 지도의 오른쪽 상단쯤에서 찾아보세요. 간혹 ‘오스삐딸’은 알아듣고 어느 병원이냐 묻는 사람도 있습니다. 시립 내지 공공병원이 어딘가에 또 있나 봅니다. 그럴 때는 ‘Avendida de la Cultura(아벤디다 데 라 꿀뚜라)’를 외치시면 됩니다. 병원이 있는 거리 이름입니다.

20분쯤 지나면 착한 페루 버스 안내원은 내려야 할 때를 알려줄 것입니다. 내리세요. 그리고 그 자리에서 360도 돌면 ‘나 병원이야 병원이라구’ 외치는 건물이 하나 보일 겁니다. 모를 수가 없어요. 계몽 벽화가 잔뜩 그려져 있으니까요. 어떤 버스는 Avendida de la Cultura가 아니라 병원 직전에 우회전해서 내려 주기도 하는데요, 당황하지 마시고 물어 물어 병원을 찾아 보세요; (아마 저 병원에서 황열 예방주사도 놔준다는 것 같죠?)

시립병원 건물

병원을 찾았으면 길을 건너서 한 10분 산책한다 생각하고 병원 담벼락을 따라 걸으면 됩니다. Avendida de la Cultura를 지나가는 버스는 병원 앞에서 내릴 필요 없이 한두 정류장 더 가도 되는데, 저는 한두 정거장으로 모험을 하고 싶지는 않아서 그냥 병원을 표지 삼아 걸었습니다. 담벼락을 따라, 한 10분, 병원 끝에 다다랐더라도 자신을 의심하지 말고, 쭉 걷습니다. 걷다 걷다 보면, 길 건너에 거대한 LED인지 LCD인지 전광판이 하나 보입니다.

Avendida de la Cultura에 있는 전광판

그리고 왼쪽에는 이렇게 생긴 간판이 보입니다. "Caja Metropolitana"라고 쓰여 있군요. 이 은행(?)을 끼고 좌회전 하시는 겁니다. (전광판은 여기 도착하기 전에 찍은 것으로, 실제로 좌회전할 때쯤에는 맞은편에 있어야 합니다.)

Caja Metropolitana 간판

좌회전하면 이런 풍경이 나올 거고요, 목표는 저기, 한 블록 뒤쪽에 있는 레스토랑 배너입니다. 혹 그새 배너가 없어졌거나 할 수도 있으니까 다른 요소들도 잘 보아 두세요.

좌회전하면 멀리 보이는 레스토랑 배너

자, 이 앞까지 도착했으면 우회전입니다.

가까이 다가가서 본 레스토랑 배너

우회전할 때 보이는 풍경입니다. 이 블록 끝에 회색 빗살문이 보이시나요? 바로 저기가 목표지점입니다.

우회전 하면 맞은편  끝에 있는 건물

거기까지 가면, 이렇게 생긴 표지석을 마침내 볼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AVENDIDA OSWALDO BACA라고 아주 작게 쓰여 있는 돌이 맞은편에 박혀 있습니다. 영사관은 101번지라 바로 그 앞이구요.

영사관 앞 거리 표지석

비자에 필요한 서류나 영사관 근무시간 등은 다른 분들이 쓰신 글에 많이 있을 테니 그거 참조하시구요, 제 블로그에서는 찾아가는 방법만 익히시면 되겠습니다. 끝나고 나오면 맨 처음 골목으로 접어들었던 저 파란 간판의 다른 맞은편(즉, 아까 좌회전을 하지 않고 직진한다 생각)에 시내로 나가는 버스가 무수히 지나가니 그걸 타시면 돼요. 그럼 행운을 빌어요! :)
Creative Commons License

Posted by etcetera

2014/01/20 16:16 2014/01/20 16:16
, , ,
Response
No Trackback , No Comment
RSS :
http://etceteras.pe.kr/rss/response/194

* 나라: 페루
* 지역: 아구아스 칼리엔테스(Aguas Calientes)
* 숙소이름: Hostel John
* 위치: 마을 자체가 작아서 모든 숙소가 기차에서 내려서 걸어갈 만한 위치에 있음. 이 호스텔은 광장 뒤쪽으로 뻗은 골목에 있음. 정확한 위치는 론리 참조.
* 방 종류: 싱글
* 가격: 50솔. (원래 60~70이었는데 2박이어서 총 100솔로 협상함)
* 아침포함 여부: 불포함.
* 부엌사용: X
* 와이파이: 가능 (3층 안쪽 방에서 접속가능했음)
* 장점
  - 론리에 나옴
  - 호텔입구와 미니마켓이 연결되어 있어 편리함
  - 따뜻한 물은 잘 나왔던 듯
  - 수건 줌
* 단점
  - 늦은 밤이 되자 와이파이 공유기 꺼버리고 다음 날 말할 때까지 안 켜줌. 그 다음 날도 똑같았던 것으로 보아 일부러 매일 그러는 것 같음
  - 화장실 바닥 배수 잘 안 됨
  - 화장실에 하나밖에 없는 창문이 복도로 나 있어 나의 배변/샤워 소리와 남의 소리를 공유할 수 있음
  - 전체적으로 좀 음습한 분위기
* 기타
  - 성수기라 어렵게 구한 방으로,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었음
  - 2박 3일 동안 머문 결과, 아구아스 칼리엔테스에서는 가능한 한 안 묵는 것이 상책이라는 결론을 내림
Creative Commons License

Posted by etcetera

2014/01/20 15:06 2014/01/20 15:06
, ,
Response
No Trackback , No Comment
RSS :
http://etceteras.pe.kr/rss/response/193

* 나라: 페루
* 지역: 쿠스코(Cuzco)
* 숙소이름: Mama Simona
* 위치: Cruz del Sur 터미널에서 택시 타고 주소 보여 주니 데려다 주었음. 아르마스 광장에서 두세 블록 떨어져 있고, 걸어서 갈 만한 거리임. 터미널에서 시내까지 택시비는 3솔이라고 들었는데, 4솔 달라 해서 줌. 시장에서 매우 가까움.
* 방 종류: 4인 도미
* 가격: 30솔.
* 아침포함 여부: 포함.
* 부엌사용: O (단, 아침식사시간 이후인 오전 11시부터 가능)
* 와이파이: 가능 (방 구조가 오밀조밀해서 중앙 로비에서만 가능)
* 장점
  - 론리에 나옴. 이름이 예쁨
  - 아침에 빵 맘껏 먹을 수 있고 나름 특식도 하나씩 줌(과일주스/시리얼 등)
  - 로비에 언제나 블랙커피와 코카차가 비치되어 있음
  - 건물은 오래 된 것 같은데 침구가 깨끗, 깔끔하고 로비도 늘 정돈되어 있음
  - 시장(San Pedro)에서 가까움
  - 쿠스코를 베이스캠프 삼아 마추픽추에 다녀오려는 사람들이나 이미 체크아웃을 한 사람들을 위해 라커가 마련되어 있음. 라커는 무료이고 큰 배낭도 들어갈 정도로 넓지만 자물쇠는 본인이 구해다 채워야 함. (카운터에서 팔기도 하는 듯)
* 단점
  - 난방 안 해줌. 전기히터는 별도대여 품목. 침낭 못 쓰게 함(위생상 이유라고 함. 이불이 더 필요하면 얘기하라는데 무료로 주는지는 확인 못함). 오리털 이불이라 크게 추운 건 못 느낌.
  - 걸을 때마다 마루가 삐걱거려 신경 쓰임
* 기타
  - 마추픽추 성수기라 방 없을까 봐 론리에서 보고 홈페이지 찾아 예약함. 홈페이지 가격과 전화/직접결제 가격 동일하며 정찰제임.
 - 론리와 가격표에는 6인 도미도 있는 걸로 나오지만 홈페이지에서 예약 가능한 방은 2 또는 4인실이었으며, 실제 묵으면서 본 방도 모두 2~4인실이었음.
Creative Commons License

Posted by etcetera

2014/01/20 14:59 2014/01/20 14:59
, ,
Response
No Trackback , No Comment
RSS :
http://etceteras.pe.kr/rss/response/192

나스카에서 잉카의 수도 쿠스코(Cuzco)까지는 14시간이 걸린다. 그 열네 시간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산 넘고 또 산 넘고 또 산 넘고, 점점 높아지고 달리는 건 버스인데 내 숨도 차고, 창가에 둔 물병이 빵빵해졌다 쪼그라들기를 반복하고, 그럼에도 바깥 풍경은 혼자 보기 아깝게 멋있고.

쿠스코라고 말해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지만, 저기가 쿠스코라는 건 단박에 알 수 있었다. 마치 어릴 적 할머니 동네에 온 듯, 기와집도 있고 전체적으로 예스럽다. 그러나 동시에 알 수 없는 품위와 위엄이 느껴진다. 도시 전체에 후광이 걸린 것 같다.

쿠스코 가는 길
<쿠스코 가는 길>

마추픽추는 이맘때가 성수기라서 쿠스코 숙소를 미리 예약해 두었다. 이름이 예쁘고, 여자들이 주로 있을 것 같아서 선택한 마마 시모나. 마마 시모나 산이 어디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숙소는 나쁘지 않았다. 서둘러 짐을 풀고 볼리비아 영사관을 찾아가는 모험을 감행. 찾기 어렵다는 악명이 자자한 곳이라 나 역시 엄청 헤맸다. 현지인도 모르는 길목에 있을 게 뭐람. 그 근처를 한 시간 이상 헤맨 끝에 겨우 찾았으나 으아악, 업무시간 종료! 할 수 없지. 마추픽추 다녀온 다음에 다시 가야 한다. (볼리비아 영사관 찾아가는 방법은 여기 클릭)

저녁에는 드디어 L님을 만나 저녁을 얻어 먹고, 잠을 청했다. 내일은 마추픽추 턱 밑까지 이동한다.

아침에 일어나 미니 버스(콜렉티보)를 타고 기차역이 있는 오얀타이탐보(Ollantaytambo)에 도착했다. 이 기차가 마추픽추 턱 밑에 있는 작은 마을 아구아스 칼리엔테스(Aguas Calientes)에 데려다 줄 것이다. 그런데 기차는, 기차는... 그 옛날 경춘선이 떠오를 정도로 시끄러웠다. 놀러 간다고 들뜬 마음에 관광열차, 거기에 머릿수가 합쳐치면 가공할 만한 소음을 만들어낸다. 아아 이건 좋지 않은 징조야, 절레절레.

가끔 나는 정말 바보가 아닐까 진지하게 고민할 때가 있는데, 그날이 그런 날이었다. 나는 왜, 성수기라고 쿠스코 숙소는 미리 예약해 놓고 정작 이틀이나 잘 예정인, 아구아스 칼리엔테스 숙소는 알아볼 생각도 안 했던 걸까? 몇 군데 게스트하우스에 들렀지만 남아 있는 도미토리가 없다. 겨우 남아있는 70솔짜리 싱글룸도 하루밖에 안 된다고 한다. 이러다간 경찰서 가서 하룻밤만 재워 달라 사정해야 할 판이다. 대체 같이 기차에서 내린 그 많은 여행객들은 다 어디서 짐을 푼 걸까. (사실 이건 새로운 목적지에 도착할 때마다 궁금하다;) 다 포기하고 경찰서로 걸음을 옮기려던 찰나, 골목에 있는 호스텔 간판이 보인다. 론리에도 나와 있는 호스텔 존(John). 1박에 60인가 70솔을 불렀는데 이틀 잘 거라고 하니까 100솔로 퉁쳐 주었다. 하루에 이만 원 돈이니 어차피 선택의 여지도 없고, 이곳이 물가가 비싼 곳이라고는 해도 한국 모텔값에 비하면 싼 편인지라 그냥 감사히 들어가기로 했다. 쿠스코의 30솔 도미토리 따위는 잊어라! 며칠 (그래봤자 이틀) 도미토리에서 고생했으니 좀 쉬라는 계시로 이해하기로 했다. 시장에서 이것 저것 사다가 방에서 와구 와구 먹고 마실 테닷.

방 잡기 좀 전부터 비가 한두 방울 떨어지더니 오후가 되니 제법 온다. 페루에서 처음 맞는 비다. 그나저나 이 상태라면 내일 와이나픽추는 못 올라가겠는 걸.
Creative Commons License

Posted by etcetera

2014/01/20 14:50 2014/01/20 14:50
, , , ,
Response
No Trackback , No Comment
RSS :
http://etceteras.pe.kr/rss/response/191

« Previous : 1 : 2 : 3 : 4 : Next »

블로그 이미지

투덜투덜

- etcetera

Archives

Authors

  1. etcetera

Recent Posts

Recent Comments

Calendar

«   2018/11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Site Stats

Total hits:
1317547
Today:
131
Yesterday:
15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