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revious : 1 : 2 : 3 : 4 : Next »
지도에는 터미널 위치가 안 나와 있기에 구석에 앉아 지도 탐구부터 시작했다. 미리 정해 놓은 루트는 있고, 문제는 출발점인 산 마르틴(San Martin) 광장까지 걸어갈 수 있느냐 없느냐다. 한참 만에 터미널 유리벽 너머로 보이는 거대물체가 지도에 있는 스타디움이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아 나 진짜 기특한 거 같아. 확인을 위해 앞에 서 있는 아주머니한테 건물을 가리키며 "스타디움?" 했더니 "시"란다. 우하하. 그라시아스(Grasias, 고맙습니다)!

길 묻는 얘기 나온 김에. 해외로 자유여행을 가고는 싶은데 언어가 안 돼서 못 가겠다는 사람들이 있다. 물론 언어가 되면 훨씬 많은, 양질의 경험을 보다 편하게 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이 뭔가를 할 수 없는 이유가 되지는 않는다. 참고로 현지어 하나 모르는 내가 돌아다니면서 길 묻는 방식은 이랬다. 일단 길을 알고 있을 것 같은 사람 앞을 막아선다. "익스큐즈 미. 땡땡땡(목적지)?" 그럼 백에 아흔아홉은 손짓 발짓 표정을 섞어 성심성의껏 알려준다. 그럼 난 확인차 되묻는다. "아, 쭉 가다가 오른쪽으로 꺾으라고요?"라던가. "건너가야 된다고요?"라던가. 영어 아니고, 스페인어 아니고, 한국어 맞다. 자국어만 쓰는 상대방 입장에서는 영어나 한국어나 못 알아듣는 말이긴 매한가지인데 그런 상황에서 굳이 내게도 외국어인 영어를 쓸 필요는 없다. 오히려 톤이나 표정, 행동 등의 언어외적 요소들이 더 중요하다. 게다가 대부분의 사람들은 여행객에게 친절하고, 최선을 다해 도와주려고 하기 때문에 어떻게든 되게 되어 있다. 따라서 필요한 건 언어구사력보다는 눈치라는 데 한 표.

아이패드에 지도를 띄워놓고 지린내가 진동하는 골목을 지나 열심히 걷는다. 한 20분 걸으면 목적지가 나올 것 같다. 그런데 웬 정체불명의 제복 입은 남자가 내게 관심을 보인다. 군인인가? 경찰인가? 했지만 그냥 그 건물인지 회사인지의 안전요원. 사람을 만난 김에 다시 한 번 확인한다.

- 산 마르틴 광장이 이쪽 맞아요?
- 이쪽 방향은 맞는데, 그거 뭐예요?
- 응? 뭐요?
- 그 테이블.
- 테이블? 테이블?
- 손에 들고 있는 그거요.
- 아, 아이패드. 태블릿요.
- 길거리에서 그거 들고 다니지 말아요. 언제 누가 들고 달아날지 몰라요. 그런 건 사방이 막힌 공간에서 확인하도록 하세요.
- (헉) 네.

그 시간 이후로 아이패드는 졸지에 아기캥거루가 되어 여행 내내 내 뱃속에 파묻혔다. 아이패드는 놓고 가라는 그분 말씀 들을 걸.

왕복 8차선쯤 되는 대로의 교통신호조차 제대로 지키는 사람이 없어 교통경찰이 진을 치고 있다. 그런데 교통경찰도 통행에 방해되는 수준이 아니면 신호위반 따위는 묵인하는 것 같다. 따라서 무사히 길을 건너려면 빨간불이냐 녹색불이냐 같은 건 잊고, 능숙하고 당당하게 다니는 현지인을 졸졸 따라가야 한다. 무섭고 겁나는 와중에도 한 가지 웃겼던 건, 대로 중간에 광장처럼 생긴 공원이 있길래 혹시 목적지? 하고 가보려는데 들고 날 수 있는 횡단보도가 없다, 아하하; 그런데 공원엔 벤치도 있고 막; 이건 정부에서 무단횡단 권장하는 건가?

드디어 산 마르틴 광장 도착.

산 마르틴 광장
<산 마르틴 광장(정확히는 광장의 중앙장식)>
(별 의미 없지만 여행에서 처음 찾아간 목적지이고 처음 찍은 사진이라 올림)

원래 오늘의 계획이 걷기, 였으니 여기서부터 아르마스 광장까지 걷기 시작한다. 이 길에는 페루 최초의 미사가 열린 곳에 세웠다는 성당 Iglesia de la Merced가 있다. 한국말로 하면 은혜교회; 성당 규모는 크지 않지만 유서 깊은 곳이라 각지에서 온 순례자들도 많다. 간절히 기도하는 사람들. 나도 뭔가를 빌고 싶었지만 딱히 기도할 거리가 없다. 그러다 잠시 서서 마음의 평안을 빌었다.

미사를 드리는 공간 양쪽 벽에는 마리아와 예수, 성자들을 형상화 한 장식들이 가득이다. 그런데 구유에서 출산한 성모 마리아는 웬걸, 선녀 같은 옷을 입고 계신다. 십자가 지고 고난의 길을 걷는 예수님 형상은 그 와중에도 보라색 '비로도'에 금실 수가 놓인 옷을 입고 계시고. 보라색은 '왕의 색', 아무나 입을 수 없는 색깔이었다. 왕의 색이 된 이유는, 합성염료가 없던 시절, 염색하기 가장 어려웠던 색이기 때문. 여성운동을 상징하는 색이 보라색인 게 여성을 상징하는 빨강과 남성을 상징하는 파랑이 만나 그렇다고 생각했었는데 에바 헬러는 <<색의 유혹>>에서 이것이 "여성에게 권력을!"이라는 의미라고 한다. 어떤 게 맞는 말인지, 혹은 둘 다 맞는 건지는 궁금한 분들이 알아서 찾아 보시도록. 어쨌든 참으로 스페인 사람처럼 생긴, 보라색 빌로드 옷을 입은 예수님은 참으로 인상적이었다. 다른 지역 성당에서도 계속 비슷한 모습이라 그 인상은 곧 사라졌지만, 거대한 마호가니 장식만은 이 성당이 유일한 것 같다.

성당을 나와 유니온 거리를 걸었다. 옛날에 노동자들이 시위를 벌였던 거리다. 역사 따윈 이름에만 남아있고 지금은 거대한 쇼핑거리가 되었다. 기분이 묘하다.

유니온 거리의 끝에 아르마스(Armas) 광장이 나온다. (스페인 식민지였던 이 나라에는 각 지역마다 아르마스 광장이 있고, 이 광장을 중심으로 번화가가 형성되어 있다.) 광장 주위에는 대통령궁과 대성당이 있다. 대성당의 입장료는 만 원? 만오천 원? 이미 택시비로 적잖은 돈을 써버린 터라 들어갈지 말지는 며칠 뒤 다시 왔을 때 결정하기로 한다. (결국 여긴 들르지 못했다. 피사로의 유골이 안치되어 있다던데, 교인이 아니라서인지 크게 아쉽진 않다.)

리마 아르마스 광장
<아르마스 광장>

리마 대성당
<리마 대성당>

울타리로 둘러싸인 대통령궁 문은 닫혀 있고(당연;) 군인들이 지키고 있다. 거기가 대통령궁인지도 모르고 어슬렁거리다 웬 군인에게 딱 잡혔다. 불심검문 같은 건 아니고, 현지인과도, 보통의 관광객과도 구별되는 얼굴이어서인 것 같다. 왜들 그렇게 어디서 왔는지 궁금해 하는지. 아무튼, 열두 시에 경비대 교체식이 있으니 구경 오란다. 오호, 좋은 정보 감사. 한 시간 반 정도 남은 것 같다. (그러니까 이렇게 많은 말을 했는데 실제로 도착부터 지금까지 지난 시간은 고작 네 시간 가량이라는 거. 대체 한 달 여행 가지고 포스트 몇 개를 우려먹게 될지, 나도 모르겠다.) 열두 시가 될 때까지 주위를 좀 더 걸어보기로 한다.
Creative Commons License

Posted by etcetera

2013/09/06 09:41 2013/09/06 09:41
, , ,
Response
No Trackback , 6 Comments
RSS :
http://etceteras.pe.kr/rss/response/172

리마는 무서워

도착 첫날. 한국에서 생각해 둔 계획은 이랬다. 아침 여섯 시 반에 리마에 도착하면 일단 버스 터미널에 가서 배낭을 맡긴 후 시내를 쏘다니다 밤에 버스 타고 북부 트루히요(Trujillo)로 이동하기. 유명 관광지들이 대개 남쪽에 있어서 중미에서 넘어오지 않는 한 한국 여행자들은 북부를 생략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은데, 트루히요에 잉카 이전 시대의 유적지가 있다 해서 일정에 넣었다. 트루히요에 갔다 리마로 돌아와 남쪽으로 이동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잉카만 보는 건 성에 차지 않았다. 첫 이동이라 트루히요까지 가는 버스는 미리 예약해 둔 터다. (몸소 겪었음에도 생각할수록 세상 참 신기하다. 한 자리에서 지구 맞은편 고속버스 좌석까지 예약이 가능하다니.)

별일 없이 새벽에 도착해 수많은 택시 호객꾼을 물리치고 iPeru(페루정부 차원에서 운영하는 여행안내 센터)를 찾았다. 이크, 비행기 도착은 1층인데 iPeru는 2층에 있다. 배낭까지 이고 지고 찾아가야 하는데 참 불친절한 동선일세. 까딱 잘못하면 'Free tourist information'이라 우기는 여행사 호객꾼에게 잡혀가기 십상이다. (실제로 두 번째 방문 때 당했다.) 2층에 올라가도 한참 헤맨 끝에야 작은 사무실을 찾을 수 있었다. 끝날 듯 끝날 듯하면서 거의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수준으로 질문을 던지는 앞 사람 덕에 한참을 기다리다 (계속 끝날 것처럼 보이는 통에 배낭도 그대로 짊어지고 계속 기다림. 그 사람 결국 내가 나올 때까지도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찍고 있었음) 겨우 지도를 얻으며 물었다. Linea 버스 터미널(페루는 종합 고속버스 터미널이 없고 각 버스회사마다 독자적인 터미널을 운영한다. Linea는 페루 북부지역을 운행하는 버스회사 이름)까지 가장 빨리 가는 방법은 무엇인가요? 택시란다. 내가 바보지, 왜 가장 빠른 길을 물어봤을까. 제일 싼 길을 물었어야지, 라고 며칠 뒤에야 생각이 나더군.

어쩔 수 없이 택시 호객꾼에게 잡혀 드려야 할 판이다. 결국 다시 내려와 그린택시 팻말을 목에 건 사람을 따라갔다. 가격을 물으니 정찰제라며 팻말 뒤쪽을 보여주는데 55솔. 한화 25,000원쯤 된다. 어리바리 따라 나서는 게 아닌데, 택시 타고 나오면서 보니 공항 밖에 일반 택시들이 진을 치고 있다. 내가 탄 건 아무래도 모범택시쯤 되는 모양이다. (그린택시는 공항 안에서 합법적 영업이 가능한 택시라는 건 나중에 알았다. 그래도 덕분에 다음 번 공항방문에서는 제법 똘똘하게 굴었으니 아주 헛돈을 쓴 건 아니었다.)

그러나 중요한 건 택시비가 아니었다. 탄지 10분도 지나지 않아 문화충격에 휩싸인 쥔장.

사람인 척하는 차와 자동차인 척하는 사람은 한국에서도 많이 보았지만 차와 사람이 한데 뭉쳐 다니는 광경은 참으로 당황스러웠으니, 차가 지나가는데도 사람들은 그 앞을 휙휙 지나간다. 차는 사람을 보고 멈출 생각이 없다. 경적만 울려댈 뿐. 그제야 론리가 '이것만은 가지고 가세요'에서 왜 귀마개를 꼽았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돌아다니는 차들이 왜 하나같이 긁혀 있고 테이프 덕지덕지인지도. 타블로이드 신문을 무릎에 펼쳐두고 짬짬이 읽는 것(짬짬이, 라 함은 신호에 멈췄을 때와 차가 막혀 천천히 가고 있을 때 모두를 포함한다)도 불안해 죽겠는데 대체 이 사람들 뭐 하자는 건가, 얼이 빠졌다. 한번은 웬 남자와 내가 탄 택시가 서로 양보 없이 지나가다 부딪칠 뻔한 상황을 보고 으헉, 깜짝 놀랐더니 기사 아저씨가 쟤 왜 저런다냐 하는 얼굴로 한동안 쳐다보다가 "옴브레(남자)?" "시(네)!" 했더니 막 웃는다. 그러면서 어디서 왔냐고. 아이고야, 나 완전 한국 촌뜨기 된 듯.

페루의 자동차들
<페루의 자동차들>

두 시간 같은 20분이 지나 터미널에 도착. 내가 그렇게 모자라 보였던 건지 이 아저씨, 60솔 줬더니 대놓고 5솔은 팁으로 달란다. 됐거든요! 그러나 정작 험난한 하루는 이때부터 시작되었으니, 다 사전준비 없이 무작정 떠난 내 탓이다.


스페인어를 못 하는 사람과 영어가 안 되는 사람이 만나면

발권하는 직원한테 아이패드를 띄워 예약내용을 보여 줬더니 발권 시스템을 한참 뒤진다. 아무래도 인터넷으로 예약하고 온 사람을 처음 본 모양새다. (아이패드도 처음 보았을지 모른다.) 어찌 어찌 예약여부는 확인한 것 같은데 미리 출력되어 있는 티켓 철을 뒤적이더니 "I don't have a ticket(표 없어요)" 하는 거다. 뭐라? 밑도 끝도 없이 표가 없다면 어떡해? 그래서 어쩌라고? 그러나 뭘 물어도 I don't have a ticket. 그 와중에도 '텐'을 들은 것 같아 영어로 "제가 너무 일찍 온 건가요? 밤 열 시에 다시 올까요?" 해 봤지만 돌아오는 건 불쾌한 표정의 스페인어 답변뿐. 그래도 눈칫밥 40년, 결국 지금 발권은 안 되니 밤에 다시 오라는 얘기렷다. 그게 아니어도 지금 당장 뭘 할 수는 없어 뵈고, 일단 배낭이나 맡기자.

큰 짐도 각자 알아서 버스 하단 짐칸에 넣고 찾는 한국과 달리, 페루 고속버스에는 비행기 수하물 수속처럼 짐을 받아 관리해 주는 직원이 따로 있다. 이 사람이 짐에 번호 태그를 달고, 주인에게 표딱지를 준다. 도착해서 짐을 찾을 때도 짐에 붙은 번호와 티켓이 일치하는지 확인 후 내어준다. 추가 수하물에 대해서는 추가운임도 받는다. 물론 이 모든 서비스는 비싼 버스일 때 얘기다. 이 동네는 버스 회사와 좌석 등급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 두세 배도 차이가 난다.

짐 수속원은 참 착하게 생겼지만 영어라곤 '예스'도 어려워 보이는 사람이었다. 이 사람에게, 내가 밤 열 시 반 버스를 탈 건데 그 때까지 배낭 좀 맡아 달라는 얘길 어떻게 이해시켜야 하나. 아는 스페인어라고는 일이삼사오, 부에노스 디아스, 아디오스, 베사메무초... 고등학교 때 제2외국어가 스페인어였다고는 하지만 얼마 되지도 않을뿐더러 그게 언제인데 생각이 날 리가. 이때 오지랖 택시 기사 (여기까지 데려다 준 기사 아니고 터미널에 진 치고 있는 기사 중 한 명) 등장. 오지랖은 고마운데, 그게 걸맞은 영어는 갖추질 않아서 열심히 상황을 설명했음에도 계속 짐 수속원에게 티켓을 보여 주라고, 그래야 짐 맡아 준다고, 참 친절히도 설명하신다. 아 티켓 없다고! 저 언니가 안 줬다고! 내가 너무 일찍 와서 이따 밤에 다시 오면 준다고 했다고! 아이패드 열어서 예약증 보여주면서 아무리 설명해도 소용이 없다. 이 소동은 결국 기사 아저씨가 나와 아이패드를 데리고 발권 데스크에 가서 좀 전의 그 무서운 언니한테 스페인어로 설명을 듣고 나서야 끝이 났다, 에휴. 어쨌든 이제 짐도 덜었으니 리마 탐구생활을 시작해 볼까.
Creative Commons License

Posted by etcetera

2013/09/04 11:34 2013/09/04 11:34
, , ,
Response
No Trackback , No Comment
RSS :
http://etceteras.pe.kr/rss/response/171

비행기를 처음 탄 건 스무 살이 되던 해 여름이었다. 방학이 되었고, 서울로 출장왔던 아버지와 함께 집으로 가는 길이었다. 창가좌석에 앉아 바라본 바깥은 얼마나 신기했던지. (그리고 그놈의 날개는 왜 그리 커서 풍경을 가로막는지!) 그 후로도 한동안 창가사랑은 계속되었고, 어쩌다 날개가 막지 않는 자리에 앉게 되면 마냥 좋아서 헤실거렸다. 처음으로 해외에 나갔다 오는 길엔 한국에 돌아오기 싫어서 멀어지는 육지를 보며 억지눈물을 흘리기도. (슬프긴 한데 눈물은 안 나오고. 달리 싫은 감정을 표현할 길은 없고. 그래서 억지로 막 울었다, 하하.)

그러나 이제 비행기에 익숙해질 만큼 익숙해져서인지, 남에게 아쉬운 소리하는 걸 점점 더 싫어하게 돼서인지, 나이를 먹어서인지, 나이가 듦에 따라 배뇨작용이 활발해져서인지, 딱히 어떤 계기도 없이 뚜렷한 기억도 없이 이제 나는 복도쪽 자리를 선호하게 되었다. 비행기를 처음 탔을 때, 아버지가 내게 창가좌석을 내어준 것 같은 기분으로, 나 역시 창가는 초짜들에게 양보하게 된다. 그러나 말이 좋아 '양보'지, 저 사람 저러는 양을 보니 비행기 몇 번 안 타봤군 호호, 하는 맘이 없(었)다고는 못 하겠다.

다 떠나 장거리 비행에서 맘껏 먹고 '마시'려면 복도좌석은 필수. 각 열두 시간, 여덟 시간이 걸리는 여정이기에 인천에서부터 복도자리를 부탁해 두었다. 다행히 첫 구간은 복도 쪽이었지만 토론토-리마 구간은 좌석정리 중이라 배정을 할 수 없단다. 그리고 토론토 공항에서 약간 불안한 맘으로 받아든 보딩 패스에는 아악, 선명한 WIN. 에이 참, 할 수 없지 뭐. 그래도 번호를 보니 앞쪽이다. 이만하면 선방한 셈.

탑승하는데 힝공사 직원이 나름 서비스라고 "아리가토~" 하길래 "노노, 아임 코리안" 해 주었다. 분명 여권을 봤을 텐데 아리가토가 한국어인 줄 알았던 모양이다. 해외에 나올 때마다 곤니치와와 아리가토는 참 지겹게 듣지만, 매번 거슬리는 걸 보면 나도 새삼 '조선의 딸'이구나 싶다. 정말 새삼스러운 감정이지만. 예전에 수업시간에 <<내셔널리즘과 젠더>>를 읽으면서 사안을 '객관화'하기 어렵고, 뭔가 학문탐구와 무관해 뵈는(?) 묘한 감정이 추가로 생기는 걸 보며 우리는 역시 조선의 딸인가 보다, 했었는데.

아무튼. 에어캐나다는 프레스티지 구간을 거쳐야 이코노미 좌석을 찾아갈 수 있는 구조인데, 이코노미 구간으로 들어갔는데도 내 번호가 안 나온다. 엥, 혹시 설마 말로만 듣던 공짜 좌석승급이 내게도 임하신 건가 두근두근, 하고 쫄래쫄래 한 바퀴 돌다 승무원한테 붙잡혀 표를 보여주니 좀 아까 지나친 그 프레스티지 좌석으로 안내해 준다. 아마 프레스티지가 다 안 팔려서 불쌍한 배낭여행객 하나 구제해 준 모양이다. 에어캐나다님, 정부시책에 반하는 냉방정책은 용서할게요. 이코노미보다 더 두껍고 좋은 담요 고마웠어요. 담요 하나 더 달랬더니 군말 없이 꺼내준 건 더 고마웠구요. (결국 담요 얘기에서 시작해 담요로 끝난 비행담)

여담. 이번에 새로 얻게 된 풀리지 않을 궁금증. 왜 기체는 내가 화장실 변기에 앉을 때마다 요동치는가. 커피에 홍차, 주스, 과일 등등으로 엄청 활발해진 이뇨작용 덕분에 거의 2시간에 한 번씩 화장실에 갔는데, 꼭 내가 화장실에 들어가 앉기만 하면 기체가 요동치며 좌석벨트 매라는 안내방송 나왔다. 기체 잘못인지 내가 너무 자주 간 것인지. 그 와중에도, 아 이 상태에서 무슨 일 생기면... 내 마지막 모습이 이 꼴이면... 죽어서도 좀 부끄러운데;;; 그렇지만 이 와중에 어떻게 할 수는 없고 어쩌지;;; 싶었다. 허 참, 결국 창가건 복도건 비행기에선 그냥 소식하는 게 진리인가.
Creative Commons License

Posted by etcetera

2013/09/02 15:17 2013/09/02 15:17
, , ,
Response
No Trackback , 2 Comments
RSS :
http://etceteras.pe.kr/rss/response/170

미리 얘기해 두어야겠다. 난 돌아다니면서 사진 찍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눈과 머리에 집어넣기도 바쁜데 언제 사진 찍나 하는 생각. 중요한 건 굳이 사진 안 찍어도 기억에 남는다는 생각. 사진 찍어봐야 나중에 처치곤란이라는 생각. 어차피 사진은 내가 보고 있는 걸 그대로 담아내지도 못한다는 생각. 너도 나도 사진 찍기부터 하는 데 동참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 뭐 이런 게 내가 여행사진에 대해 평소 갖고 있던 생각이다. 그리고 이번 여행에선 여기에 하나를 더 얹었다.

과일이 잔뜩 쌓인 시장풍경 같은 거, 참 찍고 싶었다. 구두 닦는 사람도 찍어보고 싶었고, 전통의상을 입은 사람도 찍어보고 싶었다. 그런데 영 불편했다. 길거리나 사물을 찍는 것도 편치 않았고, 사람이 포함된 모습은 언감생심, 사진기를 꺼낼 수조차 없었다. 뭐랄까, 그들에게는 '일상'일 뿐인데, 고작 스쳐가는 '관광객'인 내가 그들을 '신기한 것/사람/문화'로 대상화한다는 느낌이 자꾸 들었고, 무례한 짓이라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다. 만약 그분에게 보여줘야겠다는 목표도 없었더라면 사진은 이보다도 훨씬 적었을 것이다.

그래서, 이 여행기에 사진은 별로 없다. 얼마 안 되는 사진도 꼭 필요할 때만 넣을 거다. (편집 힘들다.) 요즘 같은 세상에 사진 별로 없는 여행기라니, 될 법한 소리인가 싶지만, 그림 없는 이야기책도 다 재미있게 읽고 컸다는 데 생각이 미치다 보니 별 문제될 게 없다 싶다. 문제는 내 글이 그 이야기책들만큼 재미나진 않다는 데 있지만.
Creative Commons License

Posted by etcetera

2013/09/02 09:58 2013/09/02 09:58
,
Response
No Trackback , 5 Comments
RSS :
http://etceteras.pe.kr/rss/response/169

제한된 시간, 느려 터진 현지 인터넷이라는 환경에서 다음 지역에 대한 정보를 찾아야 할 때 가장 고마웠던 건 아름다운 사진도, 본인만의 멋진 감상문도 아니었다. 개인적으로 누군가의 여행기는 그 사람을 아는 사람들한테나 좀 재미있게 읽힐까, 생판 모르는 사람한테는 별 감흥 없는 것이라 생각한다. 게다가 그 사람이 갔던 바로 그 곳에 갈/가 있는 사람한테 그게 뭐 얼마나 와 닿겠나. 그냥 건조하게 숙소이름, 가격, 시설, 정도로 정리된 자료가 제일 고맙더라. 그래서 여행기와 정보를 분리하기로 했다. 정보라 해봐야 내가 다닌 극히 일부 지역 일부 숙소 등에 대한 단편적이고 주관적인 내용이지만, 그거라도 아쉬운 사람들이 분명 있을 터. 검토에 도움 되라고 여행자 성향을 먼저 읊어둔다.

  • 예민하고 소심함. 안전예민증에 가까우나 위생에는 매우 관대함. 땅에 떨어진 것도 잘 주워 먹음.
  • 사람들과 어울리기보다는 혼자 있는 걸 좋아함.
  • (어디까지나 사적영역에서) 게으르고 걷는 거 싫어함. 숙소나 현지투어 비교분석하러 돌아다니는 거 싫어함. 대충 괜찮다 싶으면 결정.
  • 한국사람들이 잘 간다는 숙소는 잘 모름. 알면 가능한 한 피해감. 숙소는 주로 론리플래닛에 의존함.
  • 아침 잘 주는 숙소를 최고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음.
  • 깐깐하고 똑부러진 것 같지만 의외로(?) 어수룩함. 알고도 속도, 모르고도 속는 일 많음.
  • 흥정과 깎기에 몹시 취약함.
    Creative Commons License

    Posted by etcetera

    2013/09/02 09:38 2013/09/02 09:38
    , ,
    Response
    No Trackback , No Comment
    RSS :
    http://etceteras.pe.kr/rss/response/168

    7월 29일 18시 30분

    한 달 전에 급하게 결정한 여행이라 당연히 싼 표는 없었다. 개중 가장 싼 티켓이 캐나다 경유. 비행시간만 가는 데 스무 시간, 오는 데는 스물일곱 시간. 환승 대기시간까지 하면 꼬박 이틀씩이 걸리는 여정이다. 비행기 값만 생각하면 최소 일 년은 살다 와야 덜 아깝지 싶다.

    거의 20년 만에 다시 탄 에어캐나다는 욕 나오게 추웠다. 한국의 추운 지하철(요새는 어떤지 모르겠다만)보다 더 추웠다. 지하철이야 정 못 참겠으면 자리 옮기거나 내려 버린다지만 이건 꼼짝 없이 열 시간 넘게 앉아 있어야 하는데, 머리에 에어컨 냉기 닿으면 바로 편두통 오는데... 긴팔 옷에 달린 모자를 뒤집어 쓰고 지급 받은 담요로 머리를 한 번 더 감쌌다. 급한 대로 응급처치를 하고 나니 이젠 팔다리가 시리다. 참다못해 승무원을 불렀다. 저 얼어 죽을 것 같아요. 담요 하나만 더 주세요.

    여분이 있는지 알아봐 주겠다고 간 승무원, 다시 오더니 남는 담요가 없단다. (없다니까 할 말은 없지만 여분이 없다는 게 말이 돼? 지금도 이해 불가능) 대신 "I'm freezing"이 심각해 보였던지 불쌍한 승객을 위해 커다란 생수병에 뜨거운 물을 가득 담아 가지고 왔다. 연세 지긋해 뵈는 여승무원이었는데, 진짜 눈물 나게 고마워서 엄마라고 할 뻔했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늘 드는 궁금증. 내가 많이 예민하고, 특히 에어컨 바람에 몹시 예민하고 추위 많이 타는 사람인 거 인정. 그런데 정말 이 정도 온도에서도 다들 버틸 만한 거야? 이건 정말 냉장고 수준이라구!


    다시 7월 29일 18시 30분

    저녁에 출발해서 12시간을 왔는데, 깨워서 아침 먹으랄 땐 언제고, 아침 먹고 좀 있다 내리니까 저녁이란다. 날짜는 다시 7월 29일이 되었다. 이런 경우 대개 시간을 벌었다며 좋아하던데, 거기서 눌러 살 거 아니고야 돌아갈 땐 반대인데 뭐 그리 좋은가. (심지어는 날짜변경선을 자주 넘나드는 사람은 수명이 단축된다는 기사를 본 적도 있다!) 아무튼 토론토 도착. 환승 게이트는 ABCDEF 중 하나. 표지판을 보니 ABCDF는 방향이 같고 E만 다른 방향이다. 설마 1/6이겠냐 싶어 일단 ABCDF 쪽으로 가려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확인부터 하자 싶어 모니터를 봤더니 맙소사 E. 그래도 다행히 E는 코앞에. 그러나 줄 선 사람은 아무도 없고, 입국심사관 두 명만 덩그러니 앉아 있다. 아 뻘쭘. 셋이 눈이 마주치자 다 민망해서 웃었다.

    - 어디 가니?
    - 리마.
    - 왜 가니?
    - 여행.
    - 거기 왜 가는데?
    - 마추픽추가 있잖아.
    - 거기 갈 거야?
    - 응.
    - 돈은 얼마나 갖고 있니?
    - 얼마 안 돼.
    - 얼만데.
    - 미화로 600불 있어.
    - 한국에선 직업이 뭐니?
    - 땡땡땡이야.
    - 회사 이름이 뭔데?
    - (말하면 니가 아냐) 걍 쪼마난 회사.
    - 그러니까 이름이 뭐냐고.
    - 땡땡땡.
    - 이쪽으로 나가면 밖으로 다시 못 나오는데 괜찮겠어? 담배를 피운다거나 하는 것도 못 해.
    - 괜찮아.
    - 즐거운 여행 하렴.
    - 고마워.

    입국심사는 영어회화 연습 같다고 한 누군가의 말이 떠올라 나오며 피식 웃었다. 생애 처음으로 입국심사대 앞에 섰을 때는 저 짧은 영어도 못 알아들어 심사관이 결국 통역을 불러줬었는데. (마지막 질문만은 아직도 생각이 난다. 한국에서 범죄와 연루된 행위를 한 적 있냐는. 그냥 들으면 황당한데, 음산한 표정에 까까머리, 시꺼먼 립스틱이 발린 당시 여권사진을 보면 그 질문이 왠지 수긍이 된다.)

    다음 비행편까지는 다섯 시간 정도 남았다. 말이야 괜찮다 했지만 그 안에서 할 만한 게 없다. 와이파이도 안 되고. (이후에 '어떻게 쓰는지 몰라서 못 쓰고'로 판명됨) 의자에 앉아 있다, 뒷자리 시끄러운 사람을 피해 면세점이랑 가게 구경을 하다 보니 유일하게 줄이 만들어져 있고 그 줄이 도무지 줄지 않는 가게가 하나 있다. 가서 보니 Tim Hortons. 보통 '팀홀튼'이라고 쓰고 부르는데 한국어 표기법상으로는 팀 호튼즈, 가 맞지 싶다.

    말은 많이 들었는데 한 번도 마셔본 적은 없는 터. 평소라면 줄 서서 먹는 집이라면 사양했겠지만 얼마나 맛있나 보자 하고 대열에 합류했다. 샌드위치 하나, 커피 하나. 우물쭈물 주문하고 바로 텀블러 꺼내는데 눈앞에 이미 커피가; 컵 두 개씩 겹치는 사람이 예사로 있는 걸 보니 이 나라는 예나 지금이나 재활용엔 별 관심이 없는 것 같다. 차라리 종이라도 덜 쓰게 한국처럼 재생지로 만든 슬리브를 주는 것도 방법일 것 같은데 왜 굳이 컵 두 개를 겹치는지. 이것도 지역별 특색인 것인지?

    저렴한 가격을 생각하면 커피는 마실 만했다. 하지만 샌드위치는 확실히 내 취향은 아니었다. 터키 베이컨 클럽 샌드위치였는데 내가 안 좋아하는 치아바타 빵! 게다가 터키랑 빵은 너무 차가웠고 결국 베이컨은 찾지 못했다. (이 글을 쓰는 지금 문득 드는 생각. 나 다른 거 시켰던 거 아닐까?)


    Apology accepted

    줄 서 있다 벌어진 귀여운 사건 하나.

    바로 뒤에 서너 살쯤 되어 보이는 여자애가 엄마 손을 잡고 서 있었다. 도넛이 먹고 싶다 했던 모양. 그런데 얘가 갑자기 나를 발로 찬다. 힘껏 퍽! 찬 건 아니고, 실수인지 일부러인지 헷갈리게. 그래 돌아보니 애가 방실방실 웃고 있다. 원체 애들이랑은 말을 길게 섞는 편이 아닌 데다(애들이랑만?;) 애가 웃는 게 워낙 해맑아서 그냥 Are you okay? (찬 건 걘데 내가 왜 괜찮냐고 물은 걸까. 너의 정신세계는 괜찮니? 이런 의미였을까?) 했더니 끄덕끄덕 하길래 한 번 웃어주고 말았다. 그러고 돌아서니 엄마가 애한테 묻는다. "너 뭐 했니?" "발로 차쪄요." "그럼 Excuse me 하고 I'm sorry 해야지." 여기까지 흘낏 듣고 다시 열심히 메뉴 구경에 집중하고 있는데 갑자기 뒤에서 애 우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잉? 돌아봤더니 조금 전 걔가 울먹울먹 하면서 아임 쑤오어어리, 한다. 엄마 왈, 애가 미안하다고 뒤에서 말하는데 내가 안 돌아봤단다. 그래서 울음 터졌다고. 이제 괜찮다고. (그 시점에 뚝 그쳤다) 으하하, 아가야, 못 들어서 미안. 사과 받아줄게.
    Creative Commons License

    Posted by etcetera

    2013/09/02 09:19 2013/09/02 09:19
    , , ,
    Response
    No Trackback , 8 Comments
    RSS :
    http://etceteras.pe.kr/rss/response/167

    삼 주가 되어가는 이번 여행에서, 많은 사람들을 보았다. 만났다, 아니고 보았다, 이다. 사람은 가능한 한 피해 다녔으니.

    이쪽 사람들 중엔 한국사람처럼 생긴 사람들이 참 많다. 정말 언젠가 우리네 조상이 지구를 뚫고 양쪽에 정착한 게 아닐까 싶을 만큼. 그래서 덕분에 아버지 닮은 사람부터 심지어 우리 보스 닮은 사람까지 다양한 사람을 보았다. 그런데 엄마 닮은 사람이랑 그분 닮은 사람은 절대 눈에 띄지 않는다.
    Creative Commons License

    Posted by etcetera

    2013/08/16 22:31 2013/08/16 22:31
    ,
    Response
    No Trackback , 11 Comments
    RSS :
    http://etceteras.pe.kr/rss/response/166

    짜증 나!

    현금이 떨어져 은행 ATM기에 갔어. 아멕스 신용카드와 비자 체크카드가 있는데 주 사용카드가 아멕스라 아무 생각 없이 그걸 넣고 돈을 뽑았더니 몇 시간 뒤 문자가 오는 거야. 현금서비스 알림이라며. 아아아아악 나는 내 계좌에서 뽑는 건 줄 알았다구! (해외에서 돈 뽑은 거 처음임) 내가 왜왜왜왜 너 때문에 15년 만에 현금서비스 따윌 받아야 하냐구! 아 짜증 나! (그런데 여기서 '너'는 대체 누구냐)
    Creative Commons License

    Posted by etcetera

    2013/08/10 04:48 2013/08/10 04:48
    , , ,
    Response
    No Trackback , 5 Comments
    RSS :
    http://etceteras.pe.kr/rss/response/165

    가을 날씨는 무슨, 그냥 따뜻한 겨울이구만! 도착 만 하루가 지나고, 계속 추위에 떨고, 만 하루를 굶긴 했지만 어쨌든 지금은 침대 위. 샤워도 하고 머리도 감고 속옷도 빨고. 숙소를 나서면 보이는 건 그저, 태평양.
    Creative Commons License

    Posted by etcetera

    2013/08/01 00:54 2013/08/01 00:54
    , , ,
    Response
    No Trackback , No Comment
    RSS :
    http://etceteras.pe.kr/rss/response/164

    황열 예방접종은 볼리비아 비자에 대한 고민에서 시작한다. 인터넷에서 발견한 거의 모든 정보가 볼리비아에 입국하려면 비자가 필요하고, 비자를 받으려면 황열 예방접종 증명서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누군가는 황열 예방접종 증명서 없이 그냥 돈만 내고 비자를 받았다고도 하고, 아무튼 볼리비아 비자에 관해 믿을 만한 정보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 믿을 만하겠지 싶어 찾아간 주볼리비아 대사관 홈페이지에 있는 비자 정보는 2010년 게시글이었고, 심지어 주볼리비아대사관에서 작성한 것으로 되어 있는 외교부 게시물에는

    ㅇ 외교관 및 관용 여권
    금년4월부터 비자면제협정이 발효되어 외교관여권이나 관용여권을 가지고 계신 분들은 단기방문시 (90일미만) 별도로 비자를 발급받지 않아도 됩니다.
    1년에 최대 체류기간은 90일 초과할 수 없습니다.

    ㅇ 관광 비자
    한국 일반여권을 소지한분들은 볼리비아 입국시 비자를 발급받으셔야 합니다. 한국이나 해외에 있는 볼리비아 대사관 혹은 명예영사관에서 발급을 받으실 수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나라 여권소지자의 경우에는 도착비자가 가능합니다, 30일까지 유효한 관광 비자를 공항에서 $51을 납부하시면 발급 받을 수 있습니다. 동 비자는 연장시 (2회까지 가능, 총 90일) 마다별도 Bs 210 ($30.00)비용을 부담하셔야 합니다.

    (참고: 위 인용문을 클릭하면 원문으로 연결됨. URL 너무 길어 못 넣겠음.)

    이렇게 되어 있으나 대체 "금년4월"이 언제인지 알 수가 있어야지. 2009년인지 2012년인지 알 게 뭐람. 해서 저 글이 게시된 연도를 찾아 한참 헤맨 끝에 2011년이라는 사실 발견. 그럼 어쨌든 저게 가장 최신 정보겠구나.

    그러니까 엄밀히 말하자면 볼리비아 비자를 발급 받을 때 이제 황열 예방접종 증명서는 필요가 없는 모양이다. (볼리비아 비자, 라는 검색을 넣으면 거의 모든 사람들이 황열 예방접종 증명서를 갖춰야 한다고 얘기하고 있다.) 하지만 나는 고민 끝에 예방접종을 하기로 결심했다. 첫째, 정작 갔는데 규정이고 나발이고 일단 증명서를 내놔라, 할 경우 골치 아파질 수도 있다. 둘째, 그 경우 현지에서 주사를 맞는다 해도 의사소통의 어려움 등등으로 제대로 처리할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 그리고 백신 부작용이 생겼을 때 현지에서는 대응하기가 어렵다. 셋째, 이게 제일 중요한데, 비자 여부와 관계없이 남미는 황열 위험지역이고, 위험인자는 가능한 한 줄이는 것이 옳다고 판단했다.

    황열은 전국 검역소와 국립의료원, 분당 서울대병원에서 맞을 수 있다. 인천검역소는 너무 먼 것 같아서 일단 국립의료원 시도. (반드시 예약을 해야 한단다) 토요일은 그런 거 안 해주고 무조건 월~금 중 와야 한다는 얘기에, 그렇다면 여기서 좀 더 가까운 분당 서울대병원으로 가자 싶어 병원을 바꿔 예약 시도. 한데 요새 휴가철이라 환자가 많아 예약이 불가하단다. 그런데 뚝딱뚝딱 검색해 보더니 바로 다음날 한 자리 비었다며 바로 올 수 있는지 묻는다. 이거 저거 잴 때가 아니다. 국립의료원에서는 최소 출국 열흘 전에 맞으라 했으니 (항체가 생기는 데 걸리는 시간이 열흘) 일단 무조건 예약. 그런데 이게 그냥 맞을 수 있는 게 아니고 반드시 진료를 거쳐야 한다는 게 함정. 특진교수일 경우 당연히 특진료가 추가된다는 게 또 다른 함정.

    그래 어제 점심시간을 틈타 빛의 속도로 도착하여 미리 처리해둘 만한 일들(인지 사전 구입. 증명서 발급에 필요한 것으로 27,000원이다. 현금만 받는다. 증명서 발급신청서도 미리 작성해 두면 좋다)을 샤샤샤샥 해치우고 드디어 진료를 받았다. 친절한 특진 선생님. 어디를 가냐, 안데스 산맥 오른쪽으로도 가냐 (안데스 산맥 위치를 몰라 오른쪽으로 가는지 안 가는지 말씀을 못 드렸다; 그래도 '제가 세계지리를 가 맞아서 잘 몰라요' 소리는 꾹 참고 안 했다), 지도를 보여주며 황열 위험지역과 말라리아에 A형간염에... 걸릴 수 있는 온갖 전염병을 다 말씀해 주신다. 엄머, 나 그런 데 가는 거였어? 한데 더 무서운 건, 이 냥반이 뭘 억지로 권하지 않는다는 거다. 이 정도 나이면 A형간염 항체가 있을 가능성이 크니 니 알아서 해라, 말라리아도 아주 고산지대로 가면 모기가 못 올라오니까 일정 생각해서 니 알아서 해라, 일정 정해지면 동네 의원 가서 처방 받아도 된다, 장티푸스도 위험하긴 하지만 깨끗한 거만 먹고 하면 괜찮을 테니 니 알아서 해라, 뭐 이런 식인 거다. 차라리 겁을 주시라구욧!

    결국 말라리아 정도는 맞아도 되겠다고 생각하고, 어떻게 하면 되겠냐 여쭸더니 말라리아는 맞는 거 아니고 먹는 거라고;;; 이왕 결정한 거 뭘 다른 병원에 또 가서 처방 받겠냐 싶어서 처방을 요청했다. 그리고 또 설마 하고 (피임약처럼) 날마다 먹는 건가요? 했더니, 그런 약도 있긴 하지만 너무 번거로우니 일주일에 한 알씩 먹는 약을 주시겠다고; 으하하; 말라리아 예방약은 위험지역에 들어가기 1주일 전부터 1주일에 한 개씩, 밥과 함께 내지는 밥 먹은 직후에 먹는 것이 좋다고 한다 (내장기관에 부담이 되는 약이라 그런 게 아닐까 싶다). 그리고 위험지역을 빠져나와서는 무조건 4주 동안 추가로 먹어줘야 한단다. 선생님이 4주 + 4주 이러셔서 앞뒤로 똑같이 맞춰 먹는 건 줄 알았더니 앞이 몇 주건 뒤는 4주라고;

    조단조단 설명도 잘 해주시는 선생님한테 잘 다녀오라는 인사까지 받고 나와 수납하러 갔더니 오만 원 돈을 달래. 근데 그 내역 대부분이 황열 주사비가 아니었다는 게 진짜 함정이지. 말라리아약이 제일 비쌌고 (한 알에 3,000원 가까이) 그 다음이 진찰료 + 선택진료료(으으... 상급종합병원의 위력;). 정작 주 목적인 황열과 관련해서는... 행위료 1,287원. 끝. 1종 법정전염병이라 그런지, 백신 자체는 무료인가 보다. 얼결에 인지대까지 7만 원이 넘는 돈을 지출하고선 주사 맞으러 슝슝. 아, 주사기 엄청 쪼꼬맣고 귀여웠는데 상당히 아팠;;; 입만 나불대는 쥔장답게 몸은 꼼짝 않고 (의료행위에 방해가 되면 안 되잖아) "어머 선생님, 이거 아프네요!" 징징거렸다. 위쪽 팔뚝에 맞았는데 저녁 동안만 약간의 근육통이 지속되었고, 원래 열감을 달고 사는 편이라 특별히 열이 오르거나 한 건 모르겠다.

    이러구러 원무과에 가서 증명서를 받고 (여권원본 또는 사본 필히 지참) 다시 부릉부릉 돌아옴. 참고로 황열 증명은 10년간 유효. 아 또 한 가지 알게 된 사실이 있는데,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접종증명서 사진이 전부 노란색이라서 "황열(Yellow fever)"이라 노란색인 줄 알았더니 그냥... 증명서가 그렇게 생긴 거였다. 혼자서 센스 있다 생각하고 있었는데;;;

    아 근데 오늘 검색해 보니 검역소에서는 진료비와 주사비가 공짜란다 (인천항에 있는 검역소나 공항에 있는 검역소에 예약하고 가면 됨). 증명서 발급을 위한 인지대만 내면 된단다. 아 왜 늘 필요한 정보는 뒤늦게 발견되는가. 결국 나는 또 돈으로 시간을 산 셈이다. 이렇게 병원 진찰카드만 하나 늘리고.
    Creative Commons License

    Posted by etcetera

    2013/07/11 16:26 2013/07/11 16:26
    , , , ,
    Response
    No Trackback , 17 Comments
    RSS :
    http://etceteras.pe.kr/rss/response/160

    « Previous : 1 : 2 : 3 : 4 : Next »

    블로그 이미지

    투덜투덜

    - etcetera

    Archives

    Authors

    1. etcetera

    Calendar

    «   2018/07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Site Stats

    Total hits:
    1179674
    Today:
    142
    Yesterday:
    8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