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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토요일, 지갑을 잃어버려서 운전면허증을 재발급 받으러 갔다.
면허시험장 민원실에 들어가 어디로 가야 하나 헤매다 저~~~쪽 구석에서 X배너 하나 발견! 오올, 운전면허증에 장기기증 의사 표시를 할 수 있다는 거다. 맞아 맞아, 바뀌었다는 얘길 들었었다. 마침 잘됐네, 훗.

그래 배너가 걸려 있는 방의 안쪽을 쓱 훑어보았으나 별다른 안내문이 없다. '신체검사실'이라고 이름 붙은 곳에 세 명 정도의 직원이 있는데 누군한테 물어봐야 할지도 좀 뻘쭘하고. 완전 '여기다 물어보는 게 맞나? 아니면 어쩌지?' 싶은 분위기. 하여 이미 모 단체를 통해 장기기증 서약자로 등록한 바 있는지라 운전면허 재발급 담당자에게 문의하면 처리해 주겠지 하는 참으로 안일한 생각으로 면허 재발급 창구로 갔다.

(아래 대화는 녹취한 것이 아니라 쥔장의 기억에 따라 재구성한 것이다.)
"근데 운전면허증에 장기기증 표시를 할 수 있다고 하던데요."
"따로 신청하셔야 되구요, 저쪽 신체검사실 쪽으로 가보세요. 그런데 오늘 토요일이라 할지 모르겠네."
"이미 장기기증 희망자로 등록되어 있는데 여기서 바로 할 수는 없나요?"
"시스템이 따로 되어 있어서 그쪽에서 등록하신 후 저희가 결과를 받아서 처리해 드리는 거예요. 저쪽 가서 알아보세요."

그래 못 이기는 척 그 구석탱이 신체검사실 앞으로 갔다. 안쪽을 좀 더 오래 훔쳐봐도 여전히 아무런 안내표시도 없다. 쭈뼛한 마음. 그래 그냥 스티커 다시 신청해서 붙이고 말지 하는 생각으로 다시 재발급 창구로.

"신청했어요?"
"아뇨."
"안 된대요?"
"...안 하려구요."
"왜요. 다녀 오세요."

그래 또 못 이기는 척 구석탱이로 갔다. 신체검사실 안으로 들어가 앞쪽에 계신 분한테 저... 면허증에 장기기증 표시를 하려고 한다...고 했더니 저쪽에 있는 웬 신청서를 작성하란다. 이미 등록되어 있는데 무슨 신청서를 또!!! 작성하냐고 했더니만 시스템이 연결되어 있지 않아서란다.

그때쯤 이미, 그 눈에 잘 띄지도 않는 배너 외에 아무 안내도 없는 점, 재발급 창구 담당자가, 관련 업무를 토요일에 처리하는지 안 하는지도 모르고 있다는 사실, 그리고 그 사실을 본인이 알아봐주기는커녕 '아쉬운 니가 알아봐라'라는 식으로 응대하는 데 빈정이 제법 상해 있던 나는 궁시렁거리며 신청서를 다시 작성했다.

그리고... 작성한 신청서를, 신청서를 작성해 주세요, 라고 말한 분한테 가지고 갔더니 웬걸, "저 안쪽에 계신 분한테 갖다 주세요"란다.

물론 그 '안쪽'이 수십 걸음씩 되었던 건 아니다. 그러나 몇 걸음이건 간에 애초부터 "신청서 작성하셔서 저 안쪽에 계신 분한테 갖다 주세요"라고 말해 주었더라면, 나는 궁시렁거리면서도 '안내'에 따랐을 것이다.

결국 나는 누구도 신경 쓰지 않고, 누구도 아쉬워하지 않고, 누구도 제대로 설명해주지 않는 데 격분하여 됐다고, 표시 안 하고 말겠다고 신청서를 찢어 버리고(성질 나서 그런 건 아니고 주민번호가 기입되어 있어서;;;) 재발급 창구로 돌아왔다.

"저 표시 안 할래요."
"왜요?"
"그냥 제가 알아서 스티커 신청해서 붙일게요. 등록하려는 사람을 너무 번거롭게 만드는 시스템이네요."
"......"

사석에서는 "대체 장기기증 같은 건 왜 하는데? 운전면허 표시 같은 건 왜 하게 만들어서 내 일만 더 번거롭게 만드는 거야?"라고 말할 것처럼 생긴 그 담당자는 가타부타 말도 없이 몇 분 내 '일반' 면허증을 내 주었다.

씩씩대며 돌아와 관련 내용을 검색해 보았다. 왜 이런 불친절하고 불합리한 일이 벌어지는지 궁금하기 짝이 없어서.

운전면허 장기기증의사표시제도는 면허시험장에서 운전면허증을 신청할 때, 장기기증도 동시에 신청할 수 있도록 안내하는 제도를 말한다. 장기기증을 등록한 사람의 운전면허증에는 장기기증등록자란 사실이 면허증에 표시된다.

운전자가 불의의 교통사고로 뇌사상태가 됐을 때, 면허증을 확인하는 과정만 거치면 곧바로 장기이식 절차를 밟을 수 있도록 제도화시켜 놓는 것이다.

현재 운전면허신청 시 장기기증등록 신청서가 따로 제공되며, 국립장기이식관리본부는 이 신청서의 원본을 걷고 있다.

따라서 운전면허 신청 시 장기기증을 등록자로 신청한 사람은 장기등록증과 함께 면허증 기증의사표시 여부에 찬성한 뒤 그 내용을 국립장기이식관리센터로 보내야 한다. 이후 국립장기이식관리센터에서 경찰청 전산망에 내용을 전송해야만 면허증에 표시되는 절차로 운용되고 있다.

운동본부는 바로 이런 복잡함을 문제로 지적하고 있다. 장기기증 신청서가 운전면허 신청서와 따로 제공되기 때문에 주의를 끌기 어려운데다, 복잡한 절차 때문에 일반인들이 장기기증을 꺼려한다는 것이다.

(출처: http://www.dailymedi.com/news/opdb/index.php?cmd=view&dbt=article&code=131290&page=1&sel=&key=&cate=class_all&rgn=&term=, 밑줄은 쥔장)

그러니까 '원흉'은 국립장기이식관리본부라는 건데, 기껏 만든 좋은 제도를 나서서 사장시키는 것도 문제, 자기들 직접업무가 아니라고 수수방관하는 도로교통공단('한' 직원의 응대태도로 싸잡아 비난해서 조금 성급하다는 생각도 들긴 하지만, 다른 직원이라고 별다르게 반응했을 거 같지 않다는 데 오백 원 건다)도 문제이긴 마찬가지인 것 같다.

한데 얼레, 스티커 재발급 받으려고 장기기증이랑 골수기증 등록해 놓은 단체들 홈페이지를 돌아다니다 운전면허증에 장기기증 표시 여부를 홈페이지(장기기증등록단체 홈페이지, 장기이식본부 홈페이지)에서 수정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홈페이지에서 미리 수정해 두었더라면 그런 번거로운 절차 없이 장기기증이 표시된 면허증을 받을 수 있었을까? 그렇다고 한다면, 이미 장기기증 의사를 등록했다고 밝힌 사람에게 무조건 '시스템이 달라요' 하면서(위 기사를 읽기 전엔 당최 무슨 시스템이 무슨 시스템이랑 다르다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신청서를 작성하라고 재삼 말하는 대신, 홈페이지에서 해당 내용을 직접 수정하면 연동이 된다고 알려주거나, 더 나아가 그 옆에 조그만 컴퓨터 하나 마련해서 본인이 바로 수정할 수 있도록 해 주었어야 했다. 은행에 가면 인터넷뱅킹 전용 컴퓨터가 있는 것처럼 말이다. 혹시 '기등록자'라 아쉽지 않다는 건가? 신규 가입자만 받아요? 아니면 사람이 많으나 적으나 상관없이 월급 받는 준공무원님들이라 신청을 하든가 말든가인가요? 아니면... 홈페이지에서 수정해도 '연동' 같은 건 안 되는 건가요?!

혹시 관련자가 어쩌다 검색에 얻어 걸려 이 글을 보게 된다면, '업무 욕심'이 있어 운전면허증에 장기기증 표시하는 사람이 왜 안 느는지가 궁금하다면, 일 삼아 가까운 운전면허시험장에 한 번 가 보시길 권한다. 그리고 운전면허증에 장기기증 표시하기가 '실제' 어떻게 운용되고 있는지 꼭 스스로 확인해 보시길 바란다. 완전 빈정 상해서 장기기증 의사 등록 취소해 버릴까 잠깐이나마 생각한 나 같은 인간을 넘어, 진짜 취소해 버리는 사람들 나오기 전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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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9/30 18:07 2011/09/30 18:07

나의 한마디: (아직은) 빛 좋은 개살구
그분의 한마디: 앤님(나를 지칭) 컬렉션이 더 나아요
그날의 한마디: 와, 진짜 싸다!
총평: 헌책방과 새책방, 마트 서점을 적당히 얼버무린 책가게. 역시 내 취향은 아니야.

다음날 출근에 벌써부터 우울해지는 일요일 점심, 그분과 한가로운 커피집에 앉아 커피를 마시다 알라딘서재를 휙 둘러본다. 알라딘이 오프라인 중고서점을 열었단다. "여기나 가볼까요?" 해서 찾아가게 된 알라딘 중고서점.

참고로 쥔장은 헌책을 좋아하지 않는다. 자원 재활용이나 여러 가지를 생각해 보면 헌책에도 관심을 가져야 마땅할 것이나, 인간과 깊숙한 관계 맺기를 꺼려하는 쥔장은 아직 남의 역사(밑줄 그은 자리, 낙서, 접힌 자리)를 대면할 용기가 없다. 헌옷, 헌 신발은 잘도 받아 입으면서 헌책을 저어하는 건 '책에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고 여기기 때문일까.

종로2가 그곳은, 달빛시위를 할 때 지나가다 보면 여자들이 떼로 가니 영업을 하고는 싶고, 그렇다고 올 것 같지는 않고(부를 만한 외모와 차림도 아니고), 어쨌든 영업에 방해는 된다는 묘한 표정으로 호객행위를 하던 오빠들이 일했던 자리다. 업종이 바뀐 후에야 처음 들어가 보는 옛 나이트클럽.

공간은 중고서점치고는 큰 것 같았고, 새책 서점이라 치면 작은 것 같고, 또 그렇다고 동네서점이랑 비교하면 큰 편이고 그렇다. 중고책방이면서 새책방 분위기를 내려고 많이 노력한 게 눈에 띈다. 아마도 '칙칙한' 기존의 중고서점 분위기에서 벗어나 '보다 깔끔하고 세련된' 분위기에서 새책 골라잡듯 책을 고를 수 있도록 하자, 가 가장 큰 기획의도였던 듯하다.

책장은 아직 많이 차지 않았고, 종류가 많다는 느낌도 들지 않았다(다른 헌책방도 자기계발서 코너가 그렇게 큰 걸까?). 다만, 겉보기엔 모두 깨끗한 책들이 눈길을 끈다. 새 책도 제법 되었고. 한정된 출판사의 한정된 책들이라는 게 아쉬웠지만. 재고판매용이니 그럴 수밖에 없을 테고, 몇 권 안 되는 책은 금세 누가 가져가 버릴 테니 내 눈엔 더 그렇게 보였던 거겠지. 책정리도 아직 덜 되어 같은 책을 다른 책장 두세 군데서 발견하기도 하고, 서점이 아니라 마트 같은 분위기(쭈쭈바 빨면서-음식물은 입구에 두고 오라고 쓰여 있던데 아이들은 예외인가?- 아빠 엄마 찾고 떠드는 아이들, 그 아이들을 제지하기는커녕 장단 맞춰주는 보호자들, 아이들만큼 떠드는 젊은 언니 오빠야들, 엄청 바쁘게 여기 저기 돌아다니는 아르바이트생들...) 때문에 차분히 책 구경하는 재미는 어느 정도 자리가 잡힌 후에나 기대해야 할 듯(근데 그런 날이 올까 싶기는 하다). 한데 그 와중에 들어버린 어떤 언니의 감탄. "와, 진짜 싸다~" 책은 '가격비교'를 해가며 '쇼핑'하는 '상품'이 되었구나 하는 씁쓸함이 슬쩍. 입구에 놓인 "책 천 원부터" 엑스배너를 보고 나면 씁쓸함은 약간의 서글픔으로 번진다.

다만 일일이 얼마냐고 물을 필요 없이 책등에 스티커나 바코드를 붙여 가격을 안내하는 시스템은 편리할 것 같다. 혹시 아는 사람이라도 볼까 싶어 간혹 두리번거리기도 했는데 우연찮게 주말이라 고객입장으로 놀러온 알라딘 직원(알라딘 들어가기 전부터 알던 사이임)만 마주쳤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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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9/23 13:51 2011/09/23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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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성형수술의 '트렌드'는 양악수술인가 보다. 하루가 멀다 하고 연예인들 양악수술 기사가 인터넷에 뜨고, 자주 안 타서 모르겠다만 지하철에서도 양악수술 광고하는 성형외과와 치과를 제법 본 것 같다. 이러다 코 높이는 것처럼, 아니 보톡스 맞는 것처럼 간단한 '시술'로 자리매김하는 날도 머잖은 건가.

쥔장으로 말할 것 같으면, 이미 10여 년 전에 부정교합 교정을 위한 양악수술을 받은 자다(아 사실 하악만 깎았는지 양악을 깎았는지는 나어릴 때인 데다 크게 관심을 안 가져놔서 모르겠다. 허나 요새 '유행'하는 그 수술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약 1년 반의 수술 전 교정과 6개월? 1년? (오래 돼서 가물가물하다;;;) 정도의 사후교정을 거쳤다.

수술 전 치아교정을 하는 이유는 턱을 깎은 후 치열을 미리 맞춰 놓기 위함이다. 교정의 모든 과정은 지금의 '아름다움'이 아닌 수술 후 턱의 위치변화에 대비하는 것이다. 교정 자체가 그닥 아름다운 모습은 아니지만(그렇다고 아름답지 않을 건 또 뭔가) 수술을 위한 교정은 특히나 아름다움과는 거리가 멀다.

교정이 얼추 마무리되면 수술 날짜를 잡는다. 수술시간이 그리 길지는 않았던 것 같다('물론' 전신마취다). 그러나 마취에서 깨어나면 그 때부터 말 그대로 '죽고 싶은' 2주일이 시작된다. 턱을 깎아 재배치한 후 교정장치에 고무밴드를 칭칭 감아 턱을 고정시켜 두기 때문에 말은커녕 음식물 섭취도 할 수 없다. 꼬박 2주 동안 유동식을 주사기에 넣어 어금니 사이로 흘려 넣어야 한다.

그러나 먹을 수 없는 괴로움 정도는 '투정'이다. 최초 1주일, 병원에 입원해 있는 기간 동안은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다. 입 안쪽으로 살을 헤집어 턱을 깎는 수술이기 때문에 수술 후에는 코와 목이 엄청 붓는 데다 당연한 이치로 피가래까지 고인다(그리고 이 피가래는 가라앉을 때까지 잦으면 몇 분, 길면 30분마다 가느다란 관을 콧속에 넣어서 빼내야 한다. 꼬박 2~3일은 걸리는데, 이 기간 동안 쪽잠이나 잘 수 있으면 다행이겠다). 이 시간을 버틸 수 있었던 건 오로지 살아야 한다는 본능, 이었던 것 같다. 그러지 않고서는 그 틈새를 뚫고 숨이 쉬어졌을 리가 없다.

보름 후 묶은 턱을 푼다고 해도 재활훈련이 기다리고 있다. 2주 동안 턱을 전혀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다시 턱근육을 살리는 운동을 해야 한다. 주사기에서만 벗어났을 뿐, 먹는 것이 불편하긴 마찬가지다.

부기는 아주 조금씩, 6개월~1년에 걸쳐 빠진다. 원체 내가 부기가 늦게 빠지는 체질인 것 같긴 하지만. 어쨌든 수술 직후에 찍은 사진을 보면 누가 봐도 '괴물'이라고 도망가게 생겼다.

며칠에 한 번씩 나오는 양악수술 연예인 체험기와 '애프터' 사진을 보다 보면 자동으로 저 몇 년의 시간이 반복 재생된다. 그리고 궁금해진다. 당신들은 저렇게 복잡한 과정을 거치지 않았나요? 저렇게 죽을 만큼 괴롭지 않았나요? 무슨 엄청난 기술들을 썼기에 그렇게 금세들 회복되셨나요? 대체 어떤 수로 수술 다음 날부터 죽을 드실 수 있었던 건가요? 그렇게 웃으며 사진 찍고 토크쇼에 나와 얘기하는 걸 보니 부작용은 없으셨나 봐요. 내로라하는 종합병원의 내로라하는 구강악안면외과 교수에게 '성공적으로 수술을 마친' 저는, 수술 이후 오래 입을 벌리고 있을 수 없어 치과진료 때마다 애를 먹어요. 말을 조금 많이 한 날이나 딱딱한 걸 씹은 날은 턱이 얼얼해서 한동안 입 다물고 쉬어줘야 하고요. 수술 후 한동안 호전되었던 편두통은 몇 년 뒤 돌아왔지요. 수술을 후회하냐고요? 이미 수술한 사람에게 그런 질문은 의미가 없죠. 게다가 난 이제 '어른'이라 아래턱이 나온 나도, 아래턱이 들어가 얼굴이 조금 더 작아 보이는 나도, 모두 사랑스럽다는 걸 아니까. 그래도 그 시절로 돌아간다면, 좀 더 싸워봤어도 괜찮지 않았을까 싶긴 하죠. 엄마의 평생 소원이라는데야 뭐 싶은 생각도 여전히 한편으로 들고.

양악수술은 분명 성형수술 시장의 '블루 오션'일 게다. 종합병원 치과치료에 한정되었던 그 분야를 성형외과로 끌어올 생각을 한, 이름 모를(알고 싶지도 않은) 당신은 사업의 천재. 그러나 다른 곳도 아니고 턱의 뼈를 깎고 치아와 근육에 큰 영향을 미치는 일을 그렇게 단숨에 성형외과와 개인치과 의사들에게 맡겨도 되는 걸까. '얼굴이 작아 보이고 싶어요' '어려 보이고 싶어요'라는 이유로 그렇게 손쉽게 결정해도 되는 걸까. 아아, 그동안 기술이 엄청 좋아져서 수술준비와 회복에 드는 시간과 노력이 어마어마하게 단축된 것일지도 모른다. 정말 짠 하고 성형외과/치과에 들어가면 별 고생 없이 순식간에 짠~ 하고 예뻐져서(?!) 나오게 되는 것인지도. 그렇다 해도 걱정스럽다. 턱은 '크다 작다 뾰족하다 각졌다'고 평가 받는 것 외에도 먹고 말하고 숨 쉬는 데 굉장히 큰 역할을 하는 기관이므로(아주 조금의 과장을 보태자면 인간의 생존과 자존감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몸소 겪은 바다). 물론 지금 상황을 가장 개탄하고 있을 사람들은 종합병원 구강악안면외과 의사들일 것 같다만.

* 이후 덧붙임
운동 가기 전에 인터넷 기사 하나 보고 완전 욱해서 순식간에 쓴 글이라 당최 뭔 말을 하고 싶었던 건지 끌끌거리게 되는 글이다만, 지우지는 않겠다. 어쨌든, 양악수술은 쇼핑하듯 골라 잡을 만큼 간단하지도 만만하지도 않은 수술이라는 것(쫌만 검색해 봐도 이거 얼마나 위험한 수술인지 다 나온다. 검색까지 갈 필요도 없다. 내가 읊은 저 단계들 중 한 군데서라도 삐끗하면 그냥 망하는 거다. 상상이 되지 않나?), 성형 목적으로든 치료 목적으로든 양악수술을 하려거든 사람 홀리는 매체와 연예인, 광고 따위는 믿지 말고 믿을 만한 병원에서 충분히 충분히 충분히 상담 후 하라는 것, 윅글(위의 욱해서 쓴 글;;;)을 읽은 분들은 이 두 가지만 기억해 주시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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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etcetera

2011/08/23 18:42 2011/08/23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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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아보니 2007년이었다. 출판사에서 공짜로 책을 받아 서평을 쓸 경우에는 출판사에서 제공 받은 책을 읽고 쓴 글임을 명시하자는 조심스런 글을 올렸던 것이(지금은 어느 곳에 비공개로 저장되어 있는데 지금 보니 너무 방어적으로 쓴 글이라 빈정 상해서 못 내놓겠다). 나 때문인지 아닌지 알 수 없지만 그 후 한두 분 정도는 글 말미에 서평단용 책을 읽고 쓴 글이라는 말을 넣는 것으로 안다. 물론 절대다수는 여전히 사 읽은 책과 제공 받은 책을 구분하지 않는다. 나 또한 이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아서, 어느 구석을 뒤져보면 내 이름 두서너 자 들어 있을 책을 나랑 아무 관련 없는 것처럼 군 적 있으니 내 주제에 남들을 나무랄 일은 아니다(네, 다 제가 무식해서 그랬어요. 죄송해요).

남들을 나무랄 일이 아니어서 더 마음이 갔다. 나는 어떤 입장인지 궁금하기도 했고.

잡상의 발단은 이렇다.

네이버 파워블로거 땡땡님이 '공(동)구(매)'를 진행한 물품 중 오존세척기가 있었는데 매스컴에서 이 제품의 안전성을 지적했던 모양이다. 이후로 해당 제품 구매자들이 그분에게 책임질 것을 요구하고 이 과정에서 해당 블로거가 업체로부터 대당 7만 원의 수수료를 받기로 한 사실이 알려지게 되었다. 여기서 흐름이 둘로 나뉘는데, 한쪽은 오존세척기로 인해 직간접적인 피해를 입었으니 블로거와 업체는 책임지고 환불하라는 주장을 펴고 있고 다른 한쪽은 파워블로거가 블로그를 돗자리 삼아 (여럿이 구매함으로써 구입단가를 낮추는) '공동구매'가 아니라 실질적인 '판매'를 해왔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어 이에 분노하고 있다.

비록 이렇게 직접적인 문제는 없었으나 주도적으로 '공구'를 주도해 왔던 또 다른 땡땡님(들)은 이참에 그간의 수수료 내역과 세금납부 내역을 공개하라는 비판에 직면하였고, 이에 재빨리 공구 관련 게시물을 비공개로 돌리거나 공구중단을 선언하고 판매와 관련 없는 포스팅만 올리는 모양이다.

최소 몇 십 억으로 추정되는 이들의 벌이에 세금탈루 의혹이 더해져 국세청이 조사를 하겠다고 나섰지만 포털의 미지근한 대응으로 세무조사는 흐지부지 될 것 같고, 독야청청한 땡땡님만 '초심으로 돌아가' 부지런히 레시피를 발행하는 중이다. 사건의 발단이 되었던 블로거는 사과공지만 남기고 도망간 모양이고.

이에 공정거래위원회도 나 몰라라 할 수는 없었던지 '추천․보증 등에 관한 심사지침'을 개정, 블로그나 카페에서 상업적 글을 올릴 경우 협찬 받았음을 명시하도록 하고 이를 어길 경우 광고주를 제재할 수 있도록 하였다. 요약하자면, '돈이나 물건을 받고 온라인에 평가글/홍보글을 올릴 경우 돈이나 물건을 받았음을 알려야 한다'이다.

개인적으로 반가웠던 건 '호평이든 악평이든 글을 올리는 행위 자체가 업체로서는 광고이므로(이래서 악플보다 무서운 게 무플이라던가) 대가를 받았음을 명시해야 한다'였고(개인적으로는 책을 받아 읽긴 했으되 마음에 안 들면 별 한 개 혹평을 남겼으니 나는 이 문제에서 자유롭다 생각하는 순진무구한 분들이 꼭 좀 읽어봤으면 싶다). 그래 출판사에서 협찬 받아 서평용 책을 협찬하는 인터넷 서점들의 대응이 궁금한데 아직 별다른 반응은 없는 것 같다(세 군데 공지를 살펴보았는데 찾을 수 없었다. 혹시 찾으신 분은 알려 주시라).

한데 물론 위 얘기도 몹시 중요하고 흥미진진하지만 지침 개정 얘길 들었을 때부터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사건(들)이 있다. 이제, 어쩌면 오늘 진짜 하려는 건 그 얘기다.

역시 2007년이었나. 모 휴양레조트의 기념행사가 뻑적지근하게 치러진 모양이었다. 90년대 중반부터 관심을 갖고 있던 터라라 평소 관련 기사가 나면 눈여겨보는 곳이다. 언젠가는 어떡하면 거기 취직할 수 있을까 사뭇 진지하게 고민해 본 적도 있다.

진정한 웰빙휴가를 즐길 수 있는 곳!
클럽메드 빈탄 다양한 레포츠와 휴식이 있는 '리아 빈탄 빌리지',
한국인에게 가장 인기 높아


와우, '대놓고 광고하는' 저 기사, 신문사에서 출장비 주고 기사 써오라고 했을까? 확신하건대, "지난달 22일 클럽메드 58주년, 클럽메드 코리아 15주년을 맞아 리아 빈탄 빌리지에서 기자 간담회를 진행한" 간담회에 참석하실 기자님들께서 빈탄 빌리지로 왕림하여 며칠 묵다 가실 비용을 부담한 것은 클럽메드 코리아일 것이다. 어? 경제적 대가 받고 쓴 글이네? 근데 왜 '협찬' 받았다는 얘기가 없지? 왜 '홍보'라고 얘기 안 해 줘? '영향력' 따지자면 '1인' 미디어인 블로그보다 언론사가 훨씬 더하지 않아? 앞으론 꼭 해 주세요, 네?

그밖에도 스쳐가는 무수한 사례들. 분명 기사면인데 제품 이름과 가격, 특장점이 나열되어 있네. 그거 발품 팔아서 물건 사서 써봤더니 정말 정말 좋아서 독자들에게 소개해 주고 싶었던 거예요? 아, 계절마다 신문이랑 잡지에서 소개해 주는 옷이며 화장품이며는 본인들 쓰던 제품 가지고 쓴 글이었던가? 이것도 앞으로 대가 여부 명시해 주시고요~

또 있네. 책이랑 보도자료 받아서 문화면에 실을 기사 써 주는 건 해당되나 안 되나? 예전에 어느 신문사 기자님께 기사 써 주시라고 책 보내드린 적 있는데. 짤막하게나마 한 줄 나왔던데. 아 물론 책 받아서 썼다는 얘긴 없었고. "소비자가 광고인지 모르는 경우 그 사실을 알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로서 원칙적으로 블로그 등 On-Line 뿐만 아니라 일반 잡지와 같은 Off-Line 매체에 대해서도 동일하게 적용됨"이라는데 앞으로는 달라지려나? (한 달 넘게 여전한 걸 보면 1년 뒤에도 여전할 것 같긴 하다만)

또 또 있어. 블로그 활동을 열심히 하시는 어떤 작가님은 책 소개 프로그램을 명분으로 출판사에 전화해서 홍보용 책을 달라고 요청한다던데, 그 수가 실제 소개될 책보다 훨씬 많은 것 같던데, 그분은 방송에서 책은 산 게 아니고 공짜로 받은 거라는 얘길 하려나 안 하려나? 그렇게 받아 펼쳐보지도 못한 숱한 책들이 방송 출연과는 별개로 개인 책장에 쌓인다는 얘기도 해주려나?

그리고 아마도 이 분야에서 화룡점정을 찍은 건 미안하게도 아직 못 본 '트루맛쇼'가 아닐까 싶은데, 그 많은 맛집 소개 프로그램들은 식당에서 제값 내고 음식 먹고 '취재'해서 방송 내보내는 걸까? 아니면 공짜로 음식 받아먹고 '소개'하는 걸까? 뭐? 그 바닥은 지금 음식값이 문제냐고? 웃돈 받았는지 어쨌는지부터 밝힐 일이라고?

되게 잡스럽게 떠들었는데, 사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단순하다. 뭐 언젠 안 그랬냐마는.

협찬이나 판매임을 명시하지 않은 몇몇 블로그나 온라인 카페들의 행위에 문제가 있다고는 생각하지만, 함께, 혹은 더욱 깊숙이 논의되어야 할 문제들은 모른 체 한 채 기관도 개인도, '개인'들만 집중 추궁하고 있는 건 아닐까? 이참에 그놈의 '광고 아닌 척 하는 광고글'을 '광고라고 말하는 광고'로 바꿀 수는 없는 걸까? 파워블로거들을 비판적으로 다루고 있는 '언론'들은 이 상황을 자신들에게 대입시켜 볼 생각은 없는 걸까? 모르는 걸까? 알면서도 모르는 척 하는 걸까? (야! 단순하다며 왜 또 이렇게 말이 길어!)

아아, 이참에 나도 하나만 슬쩍 고백하자면 "그대, 성산동에 가거든"은 확실히 광고글이다. 광고에 대한 경제적 대가를 받은 적은 없으나, 크게 보자면 이해관계인(이 블로그 쥔장은 해당 카페 쥔장과 한때 동고동락했던 사이다)이 그 사실을 밝히지 않고 '순수 소비자'인 체 한 셈이다. 이 자리를 빌어 밝힌다.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 그래도 달다방들 많이들 이용해 주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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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8/19 17:42 2011/08/19 17:42

10년도 훨씬 전에, 학부졸업 후 처음 가졌던 직업은, 당시엔 변변한 이름도 없었던 희귀직이었다. 어찌 어찌 찾다가 그 일을 가리키는 용어가 있다는 걸 알게 되긴 했지만 그 이름만 대서는 아무도 그게 뭐 하는 일인지 모르는, 반드시 설명이 함께 가야 겨우 아하, 내지는 '어머, 그런 직업도 있어?' 하는 반응을 보이는 일이었다.

엊그제, 혹시나 싶어 검색을 해 보았더니 관련 뉴스도 인터뷰도 있고 직업설명도 있다. 심지어 미래 유망직종이란다, 하하. 유망하다기엔... 많은 유망직업들이 그렇듯 빛 좋은 개살구지만. 하지만 어쨌든 제 이름이나마 찾고 있고, 간혹 이름 들으면 알 만한 회사에서도 이 직종을 뽑는다는 얘길 들으니 참으로, 격세지감이랄까 감개무량이랄까.

이름만 들어서는 뭐 하는 일인지 알기 힘든 이 직업으로, 다시 할 일 없을 것 같던 이 일로, 첫 직장으로 돌아간다. 다음 주부터. 근 10년 만이다. 그래서 사람은 들어가는 것보다 나오는 걸 더 잘해야 하는 법이다. 흠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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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2/26 18:15 2011/02/26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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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위에 스마트폰 쓰는 인간이 없어서, 아니다, 아이폰 이전에 주위에 인간 자체가 드물어서 전화 앱 아쉬운 줄 모르고 살길 세 달. 한데 아이패드 연락처 기능을 사용하려다 보니 자연스럽게 바이버도 써 보지 뭐 하는 마음이 생겼다.

앱을 내려받고 인증절차를 거치면 내 패드 연락처와 연동되어 바이버를 설치한 사람들의 목록을 자동으로 보여준다. 므서븐 거뜰.

아무튼, 안 그래도 빈약한 연락처 수에 어울리는 빈약한 리스트 중에 유독 한 이름이 눈에 띈다.

땡땡이는 10여년 전 내게 100만 원을 받아간 이다. 그 때 월급이 두 달이나 안 나왔다며 돈을 좀 융통해 달라는 얘기를 듣고, 나 역시 크게 여유로웠던 것은 아니나 100만 원 정도는 선뜻 내어줄 수 있는 사이였기에 받을 생각 없이, 그저 주었다.

그 후 아주 가끔 나를 만나면 그는 네 돈 갚아야 하는데 갚아야 하는데, 했고, 나는 되었다, 되었다, 했다.

10년, 은 친했던 사이를 원수로 바꿔놓기도, 그 반대로도 만들 수 있는 시간인지라 우리는 점점 뜸하게 연락하는 사이가 되었고, 다른 이들을 통해 간접적으로 안부를 챙기는 사이가 되었다.

...처음으로 당혹스러웠던 건, 몇 년 전 그가 차를 샀다는 소식을 건너 건너 들었을 때였던가.

이제 다시 그가 한 달에 기본 몇 만 원씩 내야하는 아이폰 사용자라는 사실에 마음이 조금 쓸쓸해진다. 난 그 돈을 정말 '준' 게 맞긴 한데, 이 서운한 마음은 대체 뭐란 말이냐. 또 어쩌면 그에게는 차를 반드시 사야만 했던, 아이폰을 반드시 사야만 했던 사정이 있는지도 모르는데. 그의 일이나 생활에 꼭 필요한 것일지 모르는데. 하지만 나는 이제 그런 저런 사정까지 알 만큼 그와 친한 사이가 아니다. 그러니 사람 맘은 참 내 맘 같지 않구나, 해야 할지, 지가 아쉬우니 이제 다른 맘 드는 거냐고, 완전 찌질하다고 나를 꾸짖어야 할지, 솔직히 잘 모르겠다. 그러니 그저 이렇게 말할 뿐.

땡땡 씨, 10년은 참 긴 세월이로군요...

* 덧붙임
갈피를 잡지 못해 무작정 쓰기 시작한 글이었는데 이제 알겠다. 내가 아쉬워하는 건 100만 원이 아니라 10년 동안 시나브로 사라져버린 우리의 '관계'였구나. 이렇게 인연 하나를 또 정리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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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2/24 21:18 2011/02/24 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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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히

먼 저 위에
더 먼... 저기 위에
넌 거기 위에

모른 척 해
다 잘 하고 있을게

그 언젠가 또 이곳에
먼 훗날 꼭 이곳에 와

모두 널 그리워 해
사진 속의 널
부르고 있어

참 너답게
아름다울 때
아름다웁게

안녕히 이제......
안녕히 지금도....
안녕히 그때......
안녕히 아직도....
안녕히 꿈들도....
안녕히 눈물도....
안녕히 이제......
안녕히 영원히

안녕히 이젠......
안녕히 지금도....
안녕히 그때......
안녕히 아직도....
안녕히 꿈들도....
안녕히 눈물도....
안녕히 이제......
안녕히 영원히

괜찮아 이제......
괜찮아 이제......
괜찮아 이제......
괜찮아 이제......
괜찮아 이제......
괜찮아 영원히

이소라 노래, <안녕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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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2/14 01:03 2010/12/14 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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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야 새야

더 이상 신경숙의 소설을 읽지는 않지만 뼛속 깊이 외로움에 사무칠 때면,아 그러나 내 외로움은 사람들이 입에 달고 사는 외로워 외로워 노래와는 좀 다르다고 감히 말한다, 새야 새야가 생각난다. 그러니까 어떤 외로움인지 궁금하면 꼭 그 소설을 읽어보기 바란다. 아무튼 새야 새야 앞부분에는 한 어머니와 두 아들녀석이 등장한다. 그들이 주로 수다 떠는 때는 저녁 밥상머리에 앉았을 때였다. 지금 책이 없는 관계로 정확한 문장을 인용할 수는 없으나 아무튼 그들이 가장 수다스러울 때는 숟가락 소리마저 들리지 않을 정도로 고요했는데 그건 그들이 수화로 이야기하는 청각장애인이었기 때문이다. 그 문장을 읽고 참 참 좋았더랬다. 그러나 현실은 소설과는 참 다르다. 지난 번 친구들을 만나러 탄 지하철에는 알 수 없는 소음이 간간이 들려왔다. 멍멍이가 깡깡대는 것 같기도 하고 어린아이가 찡찡대는 것 같기도 한 묘한 소리. 소음에 민감한 데다 호기심도 많은 나는 이윽고 소리의 진원지를 찾아 지하철을 훑었다. 아마도 그 때 내 얼굴에 서린 것은 짜증이었을 것이다. 10대 초반으로 보이는 남자아이와 눈이 마주친 건 그로부터 몇 분 후였다. 아이는 나를 보고 옆 아이를 가리키며 입을 오물거렸다. 뭐? 뭐라고? 나한테 하는 말야? 뭐라고? 이런 병이에요. 마침내 내가 해독한 아이의 문장은 저것이었다. 나를 한없이 부끄럽고 부끄럽게 만들었던 한 마디. 다양성을 존중한다 외치다가 이렇게 나의 한계를 체감하는 순간은 이루 말할 수 없이 부끄럽다. 그 아이에게 미안하다고 말해주고 싶었는데 그러질 못했다. 그들은 얼마 안 가 내렸고 나는 결국 그 소리를 낸 이가 누군지는 확인하지 못했으므로. 그리고 그 상황에서 내가 미안하다고 하는 건 순전히 나만 편하자고 하는 일인 것 같아서. 나는 나를 좀 더 벌주어도 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고민이었다. 나는 또 내 기준에 벗어난 소리가 들리면 왈칵 짜증부터 낼 거라는 걸 알고 있었으므로. 어떻게 하면 우리 둘 다 아니 셋 다 만족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종종 들었다. 이런 고민을 좀 더 자세히 풀어보고 싶었는데 바쁘다는 핑계로 미루길 한두 달. 지금 문득 끄적이는 건 지금 내 앞 테이블에 앉은 네 명 때문이다. (그렇다. 쥔장은 드디어 커피숍에 앉아 아이패드로 포스팅하는 경지에 이르렀다 흠화화) 두 남자의 괴성에 놀라 움찔하고 노려 보았으나 그들은 괴성, 아니 괴성이라기보다 어딘가에서 쥐어 짠 듯한 소리 내기를 그치지 않았다.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보니 그들은 열심히 손으로 대화 중. 아까의 그 소리 말고는 앞 테이블은 한없이 조용하다. 만약 내 짜증난 얼굴을 보았더라면 그들은 내 표정과 시선만으로도 상처를 받았을 것이다. 다르다는 이유로 받게 되는 시선과 상처를 모르지 않으면서, 나는 대체 어찌 생겨먹은 인간이길래 아직도 이러는가 싶으니 다시 한 번 부끄러움이 엄습한다. 어떻게 하면 우리 모두 시선에 상처 받지 않고 서로 즐겁게 살 수 있을까. 이젠 사후 반성 말고 그냥 행복하고 싶은데. 방법이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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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2/07 19:45 2010/12/07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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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질렀다. 아이패드. 여러 기대를 하는 분들이 많던데 내게는 그냥 PMP 대신이다. 뭐 어쨌든 올해 안에나 받으려나 했는데 덜컥 오늘 도착. 그런데 이 땡땡땡한 대리점에서 마이크로 유심 대신 일반 유심을 보내 줘서 씩씩대다 결국 잘라서(거기서 새로 마이크로 유심 보내준다고 했는데 이미 보낸 거 돌려 달라는 말은 없길래. 킁;) 마이크로 유심 화 시킨 후 장착. 잘만 되는구나. 그래서? 이게 아이패드로 쓰는 첫 글........................................................................................................................이면 얼마나 감개가 무량하겠냐마는 씡 로그인이 안 돼서 접속되는 것만 확인했다. 뭐, 깔끔하구만. 패드여, 당분간 잘 놀아주겠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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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2/01 15:47 2010/12/01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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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지하 1.
일가붙이와 처음 '자취'했던 집은 반지하였다. 기름 보일러를 때는 방 두 개짜리 다가구 주택. 언덕배기에 있어서 볕은 잘 안 들었어도 침수 걱정은 없었던 곳. 하지만 여름을 부모님 댁에서 나고 돌아와 보니 벽지와 책에 곰팡이가 한가득 피었더랬지. 몇 군데는 물이 직접 샌 데도 있었다. 처음으로 서울 집중호우가 대대적으로 보도되었던 그 해였다.

반지하 2.
지난 번 살았던 집 역시 언덕배기에 있었고, 주소 상으로 '지하'인 곳이었다. 하지만 집이 컸고, 경사로에 있던 집이라 방 셋 중 둘은 지상에, 방 하나만 반지하인, 꽤 쾌적한 곳이었다. 가끔 비가 많이 오면 집 옆으로 콸콸 흐르는 물소리에 조금 겁을 먹었던 때도 있지만 침수 걱정은 해본 적이 없다. 그만하면 곰팡이도 별로 없었고(제습기 만세!)

1층 1.
내 생애 최악의 집이라 할 만한 그 1층집에는 지하층이 없었다. 그랬더니 볕이 거의 들지 않는 것은 그렇다 쳐도, 땅의 습기가 바로 집으로 올라와 여름엔 습식 사우나에 사는 것 같았다. 방습공사를 제대로 안 해서겠지만, 방습공사를 제대로 했다면 좀 더 나았을까? 그런데 그 집은 그런 주제에 '1층'이라고 시세보다 높은 보증금을 요구했었다.

1층 2.
지금 사는 1층집에도 지하층이 없다. 구조도 이상해서 볕도 거의 안 든다. 덕분에 올 여름, 제습기를 틀고 슬리퍼를 신지 않으면 방바닥의 물기를 고스란히 느껴야 했다. 창틀이며 세면대며, 보이건 보이지 않건, 공간마나 있으면 곰팡이가 창궐하는 집이다. 그러나 이 집 역시 '1층'이라 같은 조건의 반지하보다 보증금이 비싸다.

그러니까 걱정스러운 건 이런 거다. 반지하 없애면 안 그래도 재개발이다 뭐다 해서 갈 데 찾기 힘든 사람들은 어디로 가나. 나 역시 이사할 때마다 고민했더랬다. 반지하냐, 옥탑이냐. 습기에 곰팡이냐, 한여름 땡볕에 한겨울 한기냐. 지하에서 1층으로 올라오긴 했지만 여전히 지하 같은 1층에 살고 있으니 아직 끝난 고민은 아니다. 호우대책, 침수대책 세우시는 분들이 이런 고민, 해보셨을라나 싶다.

그런데 내 입장에서 그보다 더 걱정스러운 건, 만약 반지하 신축을 전부 막아버리면 1층은 또 어떻게 되냐는 거다. 우리집에 물기('습기' 아님)가 고이는 건, 땅에서 올라오는 그 습기를 '대신' 흡수해 줄 반지하 집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앞으로 반지하 건축을 금지하면 자연스럽게 1층이 지금의 반지하집 같은 주거환경을 갖게 될 공산이 크다(건축주들이 완벽한 방습공사를 해줄 거라고는 기대하지 말자). 하지만 집주인들이 반지하가 없다는 이유로 보증금이나 월세를 낮춰주거나 반지하 집에 준해 세를 받지는 않을 것이다. 셋방이 하나 줄어드니 다른 층 세를 더 올려 받을 거라는 예측이 오히려 그럴싸하다. 어쨌거나 그 집은 '지상' 1층이니까. 그런데 또 그 상황에서 이번처럼 비가 많이 오면, 어쨌든 그 지역 배수용량이 한계에 다다르면 그 빗물은 또 어디로 가나? 지하가 없으니 이제 1층 차례겠지. 안 그래도 이번 물난리 때 우리집은 멀쩡한 걸까 마음 졸였던 터다. '지상'에 있는 광화문 대로가 그 지경이 된 걸 보면, 그럴 수는 없다고 배 두드리고 있을 일은 아니다. 그럼 그 땐 주거민의 층수만 다를 뿐, 우리는 똑같은 광경을 목도해야 할 것이다. 그럼 그 때는 다시 1층 건축금지 정책을 내놓을 텐가? 그럼 이번 참에 아예 그냥 신축건물은 지반에서 최소 50cm 높이의 기둥 위에 지으라고 하는 건 어떨까?

반지하 집을 계속 만들어서 돈 없는 사람들을 들이고 그들의 열악한 주거조건을 기반으로 1층의 주거환경을 개선하자는 얘기가 아니다. 단지 반지하 신축 금지가 물난리 '대책'이 될 수는 없다는 고리타분한 얘기다. 하물며 현재 반지하에 거주하고 있는 사람들조차 반대하는 '대책'을 대책이랍시고 내놓은 걸 보니 어이가 없어서 그런다. 그래도 이런 걸 바로 '근시안적 정책'이라고 한다는 걸 깨닫게 해 줬으니 조금은 고맙다고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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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9/30 11:02 2010/09/30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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