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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 등장하는 모든 시간대는 쥔장의 사생활 보호;;;를 위해 실제와 다르게 표기되었음)

이번 내 귀향(거기 고'향' 아니잖아!)은 깔끔하게 2박 3일로 예정되었다. 우리 모녀는 만난지 3일째부터는 언제나 싸움 모드에 돌입하기 때문에 연휴가 더 길어도 그보다 오래 있으면 안 된다. 그래 화요일 새벽 부스스 일어나 고속버스 터미널로 낑차낑차. 원래 밤을 새우고 가려고 했으나 새벽 세 시 경 졸음이 쏟아져 결국 두어 시간 자고 기적처럼 일어나 나온 길이다.

원래 나의 계획은 이런 것이었다. 출발 20분쯤 전에 터미널에 도착할 테니 며칠 동안 커피다운 커피를 입에 못 댈 내게 아이스 에스프레소 한 잔 쥐어주고 우아한(퍽도;;;) 서울녀의 모습으로 고속버스를 타는 것. 터미널에 도착할 때까지는 다 좋았다. 내가 탈 게이트에 사람들이 삐져나와 안쪽으로까지 줄을 길게 늘이고 있는 모습을 발견하기 전까지는. 웬일로 사람들이 저렇게 서 있나, 벌써 차가 들어와 있는 건가, 그렇담 이 무거운 짐을 좀 부려두고 커피를 사러 가도 되겠지 하며 밖으로 나온 순간, 오오, 나는 참으로 오랜만에 첫 직장 출근길 지하철 밀도를 맞이하게 되었다. 옴짝달짝할 수 없는 공간에서 이게 대체 무슨 사태인가 파악하길 5분 여.

내가 타야 할 차는 7시 50분 출발. 앗 그런데 그 코너에 서서 확성기로 사람을 모으고 있는 차는 7시 20분. 심지어 내가 알기로는 그 사이에 우등고속도 한 대 더 배치되어 있다. 꽥. 이거 기약 없이 기다려야 하는 거구나. 몇 분 여를 더 있다가 이왕 이렇게 된 거 안으로 들어가 커피나 마셔야겠다 싶어 죄송합니다 잠시만요를 연발하며 한 발짝씩 버스와 멀어지던 그 때, 확성기를 든 분이 소리친다. "7시 50분 버스 타실 분 오세요!" 오호. 안 온 사람이 있나 보네. 다시 몸을 틀어 낑차 낑차 차에 접근해 본다. 아 그러나 내 앞에는 그 말을 듣고 이미 버스 앞에 진 친 사람들이 너댓 명. 꽥. 그러나 나는 혼자. 함께 움직여야 하는 이들보다 더 유리하다. 기회는 있다! 아니나 다를까. 5분 여 그러고 있으니 확성기 아저씨 외치신다. "7시 50분! ㅇㅇ으로 바로 가실 분 한 분!" "저요 저요!" 흠화화홧. "승차권 주시고 비어 있는 자리 가서 앉으세요." 얏호. 내 앞에서 과일박스 머리에 이고 있던 가족 대표들께 심심한 위로를. 혼자 사는 사람한테 이 정도는 양보해 주시라요.

내가 타자 버스는 곧 출발했다. 그 때가 이미 7시 50분. 어쨌든 내 입장에선 제 시각에 타서 출발하긴 한 거네, 흐흐. 그런데 문제는 다음. 웬 말쑥한 청년 하나가 버스 문을 마구 두드린다. 기사님, 확성기 아저씨한테 얘기하라는 손짓을 보내지만 막무가내. 쾅쾅쾅 소리에 기사님이 문을 여니 다짜고짜 고성(괴성?)이 튀어나온다. 우짖는 목소리를 종합해 보니, 이 냥반은 7시 20분 차표를 가지고 '방송해준다'는 소리에 이제나 저제나 이 차 타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던 거다. 그런데 지금 출발하는 차를 보니 그게 바로 자기가 타야 할 차였고, 그 때문에 이성을 잃은 거. 최소 한 시간 정도는 기다렸을 모양새다. 그런 귀에 언제 뜰지 모르는 다음 차 태워주겠다는 얘기가 들릴 리 만무하다. 방송해 준다더니(확성기로 7시 20분 승객 한참 찾던데;;;) 이런 법이 어디 있냐고, 내 자리 내놓으라고 고래 고래 소리 지르는 청년을 가뿐히 무시해 주시고 차를 돌리는 기사님. 오오, 그러나 이건 웬 미저리인가. 터미널을 빠져 나오는데 뒤에서 계속 쾅쾅 치는 소리가 들린다. 버스 속도를 따라잡을 만큼 너무 빠른 데다 소리도 우렁차서 진심, 누가 차에 매달리는 사고라도 난 줄 알았다. 결국 차량정체로 터미널 입구에 멈춰선 차를 다시 따라잡은 청년. 이제 근처에서 지켜보고 있던 사람들도 자리 좀 마련해 줘 버리라며 기사님에게 부탁할 정도. 그러나 이게 무슨 관광버스도 아니고 운전석 옆에 가이드석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러다가 버스는 결국 택시 한 대를 긁고 확성기 아저씨는 청년과 멱살잡이를 하고 뭐 그랬다는 야그. 그 광기어린 눈빛의 청년은 그 후로 어찌 되었는지 모르겠다는 야그. 그 괴성만 아니었으면 내 자리를 내어주려고도 했었다는 야그. 그러니까 공공장소에서 웬만하면 고성은 지르지 말자는 야그.

그러구러 한참을 달리다 서다, 부모님 사시는 지역 인근 톨게이트를 지나 제법 갔을 때였다. 사람들이 수군수군 하는 소리가 심상찮다. 귀를 쫑긋하고 들어보니 길을 잘못 든 모양. 왜 길을 잘못 드냐고? 명절 때는 고속버스 수요가 너무 많아서 평소 관광버스를 운전하시는 지입차주들과 계약을 맺고 노선을 알려주고 고속버스처럼 운행을 하게 하기 때문이지. 내가 탄 차 역시 땡땡고속과 운송협정을 맺은 땡땡관광버스. 한마디로 기사님이 늘 다니던 길이 아니라는 얘기다. 뭐 아무튼 길눈 어둡고 별 급할 것도 없는 나만 룰루랄라 하고 있는 와중, 드디어 용감한 승객 한 분이 휴대폰 네비게이션을 들고 운전석으로 간다. 용감한 그분 덕에 힘을 얻어 그제야 사람들 목소리가 커진다. 길 잘못 든 거 맞지 않냐며 왜 이 길로 왔냐며. 시골 사람들 특유의 큰 목소리가 아주 우렁차다. 기사님은 알려준 길로 왔을 뿐이라며, 길 잘 아시는 분 계시면 앞으로 나와 알려 달라 부탁해 보는데, "이미 잘못 들어와서 우리도 여기가 어딘지 모르오! 오기 전에 얘길 했어야지!(아 이건 사투리 원본으로 들어야 제맛인데)" 하는 아저씨 고함에 웃어버리는 건 나뿐.

이왕 이렇게 된 거 계속 가보겠다며 죄송해 하는 기사님이 안쓰러워 부러 좀 큰 목소리로 "네~ 괜찮습니다~" 해 드린다. 다들 잠깐 잊은 것 같은데, 지금 이 운행을 가장 끝내고 싶은 사람은 저 냥반이라구요.

결국 평소 걸리던 시간에서 두 시간 반이 더 걸려 시골 터미널 도착. 그래도 이 정도면 양호한 정체와 헤맴이다. 예전에 다른 지역으로 갈 때는 11시간인가 걸린 적도 있었는데 뭐. 그 땐 정말 내가 비행기 타고 캐나다를 가지 싶더라만.

뭐, 당일엔 재미나서 한참 떠들었는데 며칠 지나고 보니 생동감이 떨어지는 건 사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스팅을 하는 이유는, 그분에게 그날 있었던 일을 말로 보고하기 귀찮아서이기도 하고, 독자제위(응?)께 잘 다녀왔다는 인사를 전하기 위해서다. 마지막 날 결국 엄마랑 또 한 판 하긴 했지만, 그래도 비교적 잘 있다가 왔다. 밥도 한 끼에 두 그릇씩 먹고.

그나저나 제 블로그 방문해 주시는 몇 안 되는 서울 독자님들, 집들은 다 무사하신가요? 언제 그랬냐는 듯 멀쩡한 서울 거리가 조금은 무서웠던 어젯밤, 두근두근 문 따고 들어가 보니 제 집은 다행히 멀쩡하더라구요. 디자인 서울보다 물 잘 빠지는 서울(권재홍 앵커 이럴 땐 참 마음에 들어요)이 얼른 오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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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9/24 10:43 2010/09/24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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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집에 이사 오고 일 주일이나 지났을까. 밤 열두 시를 좀 넘은 시각, 초인종이 울렸다. 딩동댕 딩동댕~ 참고로 이 집의 초인종 소리는 어마어마하게 커서, 자다가도 벌떡 깰 수준이다. 물론 나 같은 인간은 더 작아도 벌떡 깨긴 한다만. 아무튼, 그 시각에 집으로 쳐들어 올 인간은 당연히 없어서 동네 아이들이 장난치나(밤 열두 시에?) 싶다가 어쨌든 "누구세요?"를 한 번 해 주었다. 그런데 묵묵부답. 현관문에 따로 렌즈가 달려 있는 게 아니어서 확인할 수도 없고, 말도 않는데 문 열어주면 나만 손해지 싶어서 그냥 두었다. 전에 살던 사람의 지인이 밤에 술이라도 마시고 찾아왔다가 웬 처자 목소리가 들리니 당황한 거겠거니. 어쨌거나 내가 안 자고 있었던 걸 다행으로 알아라. 쩝쩝.

그리고 또 몇 주일 후. 이번엔 밤 한 시가 넘어서였다. 솔미도 솔미도~ 지난 번 당한 경험이 있는지라 이번에는 대꾸도 안 했다. 이번에도 내가 안 자고 있었던 걸 다행으로 알아라. 근데 정말 당신 누구요? 이게 한 번도 아니고 두 번(또 있었던가? 그랬던 것 같기도;)씩이나 오밤중에 똑같은 일이 벌어지다 보니 점점 초인종의 정체가 궁금해진다. 뭔가 그럴듯한 유추가 있을까 싶어 그분한테 얘기도 해 보았지만 그분에게도 별 생각은 없는 듯했다.

그리고 또 잊어버리고 살기를 몇 달째. 그리고 드디어 어젯밤이었다. 솔미도 솔미도~ 잠이 깨었다. 이런 xxx! 주인집 아저씨가 미쳤다고 이 시간에 내려왔을 리는 없어서 무시하기로 했다. 잠이 깼는데 이불까지 걷어 버리면 정말 다시 잠들기 어려워지니까. 그런데 얼레? 응답이 없으니 이 인간(인간일까?) 한 번 더 누른다. 솔미도~ 솔미도~

버럭 성질이 나서 방문을 열고 현관에 나가 외쳤다. "누구세욧!"

헐, 역시나 아무 대답이 없다. 그러나 현관문틈으로 비치는 복도 감지등 불빛은, 분명히 거기 누군가 있음을 말해주고 있었다. 그래서 현관 걸고리를 잠그고(이게 녹이 많이 슬어 평소에는 안 잠근다) 나서는 "신고합니다!" 일갈한 후 방으로 들어왔다. 시계를 보니 새벽 두 시. 젠장, 잠은 다 잤네. 멀뚱 멀뚱 하다가 스르르 잠이 들었을까. 솔미도~ 솔미도~ 그 때가 세 시가 넘어 네 시 가까운 시각이었을 거다. 이게 정말 xxx!!!

경찰에 신고를 한대도 이 인간인지 귀신인지가 그 때까지 현관 앞에 있으리라는 보장이 없다는 게 문제. 그렇다고 내가 문을 열어 이 인간인지 귀신인지를 억류했다 경찰에 넘기는 것도 비현실적이긴 마찬가지다. 짧은 순간 그런 판단을 한 후, 하던 대로 무시했다. 그렇게 밤은 갔고, 예민한 나는 잠을 무지 설쳤고, 그 짓을 벌인 인간인지 귀신인지의 정체는 여전히 우리무중이다. 그래서 몇 가지 가설을 세워 보았는데, 혹시 보다 참신한 아이디어가 있을까 싶어 올려본다.

1. 전에 살던 사람의 지인이 (술 퍼마시고) 찾아왔다.
   (가능한 반론) 이 집에 이사온 게 벌써 6개월 전이다. 한두 번도 아니고 계속 남의 집을 헷갈리나? 헤어진 애인도 아니고, 전에 살던 사람이랑 6개월 동안 연락 한 번 안 해서 이사 간 줄도 모르나?

2. 동네 사람이 술 퍼마시고 자기네 집인 줄 알고 찾아왔다.
   (반) 술 먹은 인간들은 대개 시끄럽다. 목소리도 행동도. 게다가 집을 잘못 찾을 만큼 술이 떡이 된 인간이 '문 열어' 한 마디도 안 하고, 계단 난간에도 한 번 안 부딪히고 가만히 있다는 건, 내 오랜 술 뒤치다꺼리 역사로 보았을 때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3. 동네 어린이(어른일 수도?)의 장난이다.
   (반) 이 동네는 밤 열두 시 넘으면 어른도 잔다.

4. 집에 사람이 있는지 없는지 간 보는 도둑이다.
   (반) 낮도 아니고, 대부분 사람들이 집에 있을 것으로 생각되는 밤 시간에, 자던 사람마저 깨우는 이런 도둑이 있을까 싶긴 하다. 게다가 한 번으로 모자라 한 번 더 깨워? 도리도리.

5. 귀신이다.
   (반) 그런가? 우리 집이 좀 음습해서 귀신이 좋아하게는 생겼다. 그런데 귀신이 현관문도 통과를 못해서 초인종을 누른다? 귀신이라면 귀신 스테레오타입에 좀 맞게 행동해랏!

6. 쥔장의 스토커다.
   (반) 스토커라기엔 너무 드문드문 찾아온다.

7. 그분이 놀래주려고 왔다.
   (반) 그분은 요새 차도 없고 체력도 달린다. 더군다나 그 나이 먹고, 아니 그 나이 먹기 전에도 이런 장난을 칠 분이 아니다.

쓰다 보니 점점 더 궁금하네. 그렇다고 CCTV를 달 수도 없고, 쿨럭; 아직 그 정도 돈 쓸 만큼 궁금하지는 않은 게지. 그나저나 아~함 졸려.

* 덧붙임 *
이 글은 절대, 일을 작파하고라도 새 글을 올리라고 강요한 ㅇㅇ님의 요청으로 작성된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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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9/10 10:47 2010/09/10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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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쁘다면서도 인터넷 (연예)기사는 챙겨 보는 시사인(응?) 쥔장입니다.

오늘 본 기사에서는 "해외 진출을 염두한 ㅇㅇ"라는 문구가 눈에 띄는군요. 그러고 보면 최근 "염두해야" 같은 말들을 본 것 같습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염두"는 동사로 쓰일 수 있는 말이 아니에요. "생각" 같은 말에는 "하다"를 붙여 "생각하다"로 쓸 수도 있지요? 하지만 "염두"는 아닙니다. 국어사전 찾아보세요. "생각"이나 "생각하다"는 모두 국어사전에 있습니다만 "염두하다"라는 말은 백날 뒤져도 못 찾을 겁니다. 시간이 아주 많으시면 백 한 날 정도까지 찾아보셔도 돼요. 그래봤자 안 나올 테니 시간 때우기엔 아주 좋을 거예요.

"생각"이라는 말에는 '작동'이라는 뜻이 내포되어 있어요. 그러니  "생각하다"는 말이 됩니다. 뭐, 그러니까 국어사전에도 있는 거고요. 하지만 "염두(念頭)"에는 그럴 건지가 없습니다. 이 단어는 "생각의 시초", "마음속"이라는 뜻을 가진 한잣말이거든요. 생각해 보세요. "생각의 시초하다"나 "마음속하다"라는 말, 이상하잖아욧!

아무 명사에나 "하다"를 붙인다고 다 말이 되는 건 아니랍니다. "염두하다"나 "염두해 두다"는 이제 그만, "염두에 두다" 내지 "염두에 없다"를 쓰는 교양인(뭐래;)이 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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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8/24 09:47 2010/08/24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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꺅꺅꺅꺅!



"빅이슈코리아"에는 이렇게 소개되어 있다.

하티 나눔 lovepot.net
GS칼텍스와 카이스트 디자인 연구소, 월드비전이 함께하는 나눔 프로젝트의 하나인 하티 나눔은 내부의 온도를 바깥의 LED 램프로 확인할 수 있다. 수익금 전액은 국내 저소득 가정 아동의 교육 사업에 쓰인다. 가격은 2만 5천 원.

하트를 싫어하지만 그것을 상쇄하고도 남을 만한 디쟌이다. 꺅꺅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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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8/16 19:44 2010/08/16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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몹시도 예민한 성격 탓에 어릴 때부터 위장장애를 달고 살았다. 1회 분량이 전용 숟갈로 평평하게 한 스푼인 노루모-산을 고봉으로 퍼서 서너 숟갈 먹어도 체기가 내려가지 않을 정도였으니. 점점 나이가 들면서 아주 조금이나마 덜 예민해지고, 무엇보다 혼자 살게 되었고(부모님 잔소리에 체하는 일이 그만큼 많았다는 얘기다;), 또 체할 상황을 가급적이면 만들지 않아 이제 심한 체에는 걸리지 않는다. 하지만 여차하면 생기는 체기는 여전하다.

내 경우, 이렇게 살짝 체한 데는 탄산이 잘 들었다. 그분은 탄산과 소화가 무슨 상관이냐고 묻지만, 까스활명수에도 들어 있는 탄산이 목넘김을 위해서라고만은 할 수 없는 것 아닌가, 흥! 그래 콜라는 원체 좋아하지 않고 사이다를 상비해 두고 먹었다. 한 번에 500ml도 꿀꺽꿀꺽.

이 식습관이 걱정되기 시작한 건, 올 봄 앞니 안쪽을 때우면서다. 혹시 사이다에 들어 있는 당분 때문에 이가 썩어버린 건 아닌지 걱정되었다. 생각보다 너무 많이 먹게 되어서 치아가 아니래도 몸에 좋을 것 같지는 않았다. 그래 천연탄산수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참 걸려 찾아낸 "강서청산수." 시음품을 나눠주며 블로그에 후기를 올리게 하는 모양새나, 광고 티가 너무 많이 나는 지식 답변 코너가 별로 마음에는 들지 않았지만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었기에(초정리 광천수는 못 찾았었다구;;;) 속는 셈치고 열 병을 주문해 보았다. 500ml 한 병이 무려 3,000원 가까운 금액이었지만 아무렴 사이다보다는 낫겠지 하는 마음으로.

앗 그런데 이건! 시원하게 마시는 탄산수는 그야말로 소화제 저리 가라였다. 북한 국보라서 관리를 엄청 까다롭게 한다더니만 과연. '사이다에서 단맛만 뺀 맛' 때문에 잘 못 마시는 사람들도 있다던데 단 걸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내게는 잘 맞았다. 게다가 칼슘이랑 미네랄도 듬뿍 듬뿍. 촌스런 병도, 옆구리에 적힌 원산지 표시도 다 마음에 들었다.주문한 열 병은 금세 동이 났고, 아예 30병들이 한 박스를 주문해 버렸다(단가가 2,000원 밑으로 확 떨어지더라구;;;). 그게 6월 말. 그런데 이제 겨우 두 병밖에 남지 않았다. 계산해 보니 2, 3일에 한 병꼴로 마신 셈이다. 생수 구입량은 급감했지만 여름철 샤워 후 션~하게 마시는 탄산수 덕분에 더 이상 맥주(사이다와 맥주를 병음하였다;) 먹고 다음 날 속 쓰리는 일은 없게 되어서 그 돈이 하나도 아깝지 않았다.

이번 주 중 받으려고 오늘 아침 다시 한 박스를 주문했는데 조금 전 업체에서 전화가 왔다. 이제 그 물은 없단다. 더 비싼 외국산 탄산수로 바꿔주마는데 거절하고 초정광천수 두 박스로 대체하기로 했다. 전화를 끊고 해당 업체 홈페이지를 찾아가 보니 폐업 안내가 떠 있다. 그것도 이미 오래 전, 내가 이 물의 존재를 알기도 전 일이다. "헤어진다는 것은 참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합니다. 지난 4년간 강서청산수를 이용해주신 분들에게 머리 숙여 감사드리며 언제일지는 모르지만 먼 훗날 다시 뵐 때는 지금의 아쉬운 마음을 기억하며 더욱 반갑게 만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뒤늦게 뉴스를 검색해 보아도 이 업체가 어쩌다 폐업에 이르게 되었는지 알 수 없다. 이 물이 생각보다 안 팔려서 없어진 걸까, 아니면 경색된 남북관계 때문에 더 이상 사업을 운영할 수 없게 된 걸까. 북한에 공장도 지었다는데 그 공장은 어떻게 되었을까. 거기서 일하던 사람들은... 어이없게도, 갑자기 통일이 간절해지는 마음.

당분간(제발 '당분간'이길 바란다) 마실 수 없게 된 강서청산수, 언젠가 이걸로 뽐뿌질을 쎄게 한 번 해 보려고 했는데 이런 글로 소개하게 되어 아쉽다. 남아 있는 두 병은 두고 두고 아껴 먹어야겠다. 아무튼지 간에, 아쉬운 마음 계속 갖고 있을 테니 얼른 돌아와 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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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etcetera

2010/08/16 17:21 2010/08/16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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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무지 바쁘다. 그냥 바쁘기만 한 게 아니라 말 안 듣고 일 못하게 하는 사람들까지 있어 스트레스까지 받으면서 무지 바쁘다. 어제도 그렇게 한참 바쁘고 있는데 전화가 왔다. 웬 쇼핑몰인데 땡땡땡 고객님 맞으시냐며, 몇 천 원짜리 쿠폰을 발급했으니(시제가 '과거'라는 데 유의할 것) 계정에 접속해 확인해 보란다(이런 걸 왜 전화로 알려주지?). 건성으로 네네 하고 있는데 본인 확인을 위해 전화번호 확인을 해 달라네? 지금 자기가 걸고 있는 전화번호가 내 번호가 맞냔다. 그제야 정신이 번쩍 들어, "어디시라구요?" "인터넷 쇼핑몰 땡땡땡입니다~" 어쩌구 하면서 같은 얘기를 반복. 그래 따져 물었다. 쿠폰을 발급했다면서 본인 확인 절차가 왜 필요한 거냐고. 쿠폰이 나왔으면 내가 내 계정으로 로그인해서 확인하면 그만 아니냐고. 그랬더니 뭐라더라, 쇼핑몰에서 물건을 주문했을 때 본인이 아닐 경우 상품이 잘못 배송될 수 있고 어쩌고? 무슨 말인지 당최 이해가 안 돼서 뭐라고 했는지도 정확히 기억을 못 하겠다;;; 물건 배송과 관련해서는 제가 주문하고 제가 인터넷에서 알아서 하면 되는 일 아니냐, 오류가 나도 그 부분은 제가 책임질 부분이니 신경 끄시라 했더니만 계속 오배송이 어쩌구 오류가 어쩌구... 그래서 나도 끈질기게 쿠폰 발급과 본인 확인의 상관관계를 물었더니 이젠 또 그 둘을 별도로 생각하란다(별도로 생각하라면서 대체 '본인 확인'은 왜 해 달라는 거냐구. 더 웃긴 건, 이미 그 사람은 내 전화번호와 이름까지 알고 있는 상황이었다는 거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번호가 내 번호 맞다'는 한 마디를 애타게 기다린 건 뭔가 있다는 거다). 5분 여 그런 실랑이를 하다가 결국 당신이 나를 설득할 수는 없을 것 같으니 다른 분들과 통화하시는 게 낫겠다는 말씀을 건넸다. 아니 그랬더니 처음부터 다시 시작. 자기가 정리를 해 주겠단다. 그러니까 쿠폰과 본인 확인은 관계가 없고... 아니 그러지 마시고 그냥 끊으시자 했더니 묻는다. 그럼 본인 확인을 거부하시는 거냐고. 그렇다 얘기하고 겨우 끊을 수 있었다.

전화를 끊고 바로 땡땡땡 쇼핑몰에 접속했다. 쿠폰은 무슨; 눈을 뒤집어 봐도 없다. 바로 고객센터로 전화를 걸었다. 웬만해서 이렇게까지 하는 일은 드물지만, 바쁠 때 전화해서 내 시간 엄청 빼앗은 데 대한 보복성 전화다. 한참 기다려(그거 다 발신자 부담이다 --;) 드디어 상담원 연결. 쿠폰을 발급'했다'고 하는데 계정에 그런 쿠폰은 있지도 않다, 당신네 쇼핑몰에서 건 전화가 맞기는 하냐(전화 전 주소지와 전화기에 찍힌 번호를 보니 거기가 맞는 것 같긴 했다), 대체 이런 말도 안 되는 전화를 왜 한 거냐. 그랬더니? 역시나 보험 관련 정보제공 동의 전화였던 거다. 쿠폰은 아마 정보수신 동의를 하면 주는 거겠지(근데 왜 이미 발급한 것처럼 말하냐고!). 마케팅도 좋지만 이런 식으로 '사기'에 가까운 전화를 돌리게 하면 당신네 쇼핑몰 이미지만 나빠진다고 엄청난 속도로 퍼부은(이라고는 하지만 속도만 빨랐지 욕 한 마디도 안 했고 반말도 안 했고 목소리를 높이지도 않았다. 나는 거의 '본능적으로' 이런 사람이 더 무섭다는 걸 안다) 후 전화를 끊었다. 어쨌든 앞으로 그 쇼핑몰에서 내게 판촉전화를 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어지간해서는 내가 그 쇼핑몰을 이용하는 일도 없을 것이다. 흥.

내가 본인 확인을 해 주었으면 바로 빠른 목소리로 보험 얘기를 다다다 읊은 후 "동의하시죠?"라고 했을지('동의하십니까?'가 아니라 '동의하시죠?'인 데도 유의할 것. 물론 이 경우에도 나는 '아니요'라고 말한다. 상대가 당황해서 다시 한 번 똑같이 물어도 '아니요'라고 꿋꿋하게 말한다), 아니면 '본인 확인' 절차만으로 뭔가를 할 수 있었을지는 모르겠지만 요새 이런 전화가 가끔 올 때마다 사람들이 걱정된다. 건성으로 네네 했다가 나중에 자기 이름까지 댄 스팸전화 온다고 화낼까 봐.

하지만 더 걱정스럽고 불쾌한 건 인터넷 쇼핑몰이다. 어제 전화했던 쇼핑몰 같은 경우엔 오래 전에 가입했던 데라, 내가 가입했던 시절에는 개인정보 제공 동의 같은 게 없었을 거다. 그러니까 일부러 내게 전화를 해서 동의를 받으려 했던 거고. 어쨌거나 본인 동의 없이는 타 업체에 정보를 제공할 수 없으니까 이 사례는 그나마 양호한 편이다. 그런데 요새는 웬 쇼핑몰 하나 가입하려면 무슨 제휴 사이트가 그렇게도 많은지, '원스톱'이라는, 말 그대로 '미명' 아래 온갖 군데에 내 개인정보를 다 퍼주게 만들어 놓았다. 개인정보 제공 동의를 하지 않으면 회원가입 자체를 막아버려서 울며 겨자 먹기로 체크를 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그래놓고 나중에 사용자가 항의하면 '자발적'으로 해놓고 무슨 소리냐고 하겠지.

인터넷 쇼핑몰 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대부분의 쇼핑몰 가입 시 개인정보 공유 동의를 하지 않을 경우 회원 가입이 안 되게 돼 있다”며 “제휴관계가 많은 규모 큰 기업일수록 개인정보가 새어나갈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또 “가입자가 개인정보 공유를 동의한 만큼 제휴업체에 제공된 개인정보를 통해 발생할 수 있는 법적인 문제는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니까, 정말 재수 없지만, 일련의 규제 장치가 생기기 전에는 이용자들이 조심하는 수밖에 없다. 혜택제공을 가장한 판촉 전화가 오면 꼼꼼히 따져 묻고, 인터넷 사이트 가입 시 조건을 주의 깊게 읽어야 한다. 온갖 업무와 개인적인 일을 대부분 온라인으로 해결하는 쥔장이지만, 역시 오프라인이 최고인가 싶은 생각이 종종 드는 요즘이다.

* 덧붙임 하나*
본문과 관계가 있는지 없는지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팁. 인터넷 서비스 가입했다고 인터넷 전화를 들여놓으라거나 바꾸라거나 하는 전화가 종종 온다. 아무 상관 없는 업체면 모르겠지만 실제로 그 회사의 인터넷 서비스를 사용하고 있을 경우에는 아무리 됐다고 사양해도 지칠 줄 모르고 전화를 한다. 이름까지 대면서. 그럴 때는 "이런 전화 한 번만 더 하시면 쓰고 있는 인터넷까지 끊겠습니다. 상부에 꼭 그렇게 전해 주세요" 하면 해방 될 수 있다.

* 덧붙임 둘 *
사실 텔레마케터들의 입장을 생각하면 그깟 정보제공쯤 동의해 줘 버리고 싶은 마음이 안 드는 건 아니다. 본인들이라고 그 일이 마냥 좋을까. 게다가 나보다 더 험한 이용자를 맞닥뜨리면 안팎에서 온갖 욕을 다 들어야 할 텐데. 하지만 아주 아주 짧은 영업(텔레마케팅 포함) 경험으로 봐도, 아닌 건 아닌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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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8/13 16:14 2010/08/13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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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부모님 계신 시골에 갔다가 오랜만에 SBS 8시 뉴스를 보게 되었다. 보다가... 보다가... 보고도 믿을 수 없는 보도를 보게 되었다. 서울에 거주하던 한 여성이 집에서 성폭행 후 살해된 것으로 보인다(성폭행 사실은 며칠 뒤 확인되었다)는 뉴스(성폭행 뒤 살해·방화…성범죄 잔혹함 어디까지? - SBS에 돈 한푼이라도 더 보태주고 싶지 않아 포털 뉴스로 링크함). 그런데 웬걸, 성폭력의 잔혹성을 개탄하는 이 보도에서 사용한 자료화면이 가관이다. 미니스커트 입은 젊은 여성들의 허벅지 클로즈업 샷이라니. 대체 이른 아침 집에 있다가 살해 당한 여성과 미니스커트가 무슨 관계인 거냐. 미니스커트가 성폭행을 유발한다는 암묵적인(아니, '명백한'이라고 해야 할까?) 메시지를 전달하는 화면이 공중파 메인 뉴스에 나오다니, 이건 뭐, 성폭행 후 자살한 여성을 두고 "정조 관념이 희박해지는 이 때" 운운한 10여 년 전 보도를 연상케 하는구나. 시절이 하수상하니 방송사도 정신이 나간 건가, 더위를 먹은 건가. 아님 방송사도 "잃어버린 10년" 되찾기 운동에 동참하기로 한 건가.

아직도 먹어버린 더위를 뱉어내지 못한 건지 엊그제는 해수욕 중인 여성 상반신 노출 화면을 보내는 바람에 곤욕을 치렀다 한다. 현재는 다시 보기를 삭제했다고 하는데, 많은 매체에서 이 사건을 지난 주 성폭력 관련 보도와 묶여 '물의 빚은 SBS'로 보도하고 있지만 이 사안에 대해 SBS는 여전히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부산에서 올라온 영상을 꼼꼼히 확인하지 못해 벌어진 일이라며 앞으로 주의하겠다는 해운대 사건에 대한 대응과는 영 딴판이다(원래 시일이 지난 일이라 안 쓰려고 했는데 해운대 영상 사건에 대한 대처와 너무 차이가 나서 가만히 있을 수가 있어야 말이지).

그래 놓고도 룰루랄라 강모 의원 성희롱 발언을 추궁하고 어린이 성폭행 사건에 혀를 차겠지. 그게 다 당신들이 암암리에 그런 멍석 깔아줘 벌어지는 일인 줄도 모르고 말야. 안 그래도 짜증나게 더운 날, 짜증나는 뉴스로 더위가 더해진다. 아 정말 사과와 재발방지, 구성원 성폭력 관련 교육 이수를 내걸 때까지 SBS 뉴스 시청 거부 운동이라도 벌여야 할까. 그러기엔 평소에도 안 본다는 문제가 있구나. 쿨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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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8/02 16:05 2010/08/02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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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가기.

만나야 하는 사람들 만나기. 감정노동 많이 하지 않아도 되기를.

그분이랑 ㅇㅇ님이랑 영화 보기. 그분이랑 영화 보는 게 3년 만인가?

엄마 드릴 때비누 만들기. 가능하면 HP로.

시골 가서 잘 버티다 오기. 엄마랑은 조금만 싸우기.

면 생리대 개비하기. 가능하면 여름 치마도 하나 만들기.

코코넛+팜유로 물비누 페이스트 만들기. 설거지와 세탁용으로.

부탁 받은 책 읽고 코멘트 정리해 주기.

뜨고 있는 침대 시트 2/3 이상 완성하기.

컴퓨터는 웬만해선 켜지 않기.


... 첫 직장 탈출 후, 근 10년 만에 받아보는 여름휴가는 이렇게 지나갈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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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7/23 16:23 2010/07/23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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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 잡담

몇 년 전, 민우회 신입회원 소모임 토론에서 화장실 표지판에 관해 이야기하는 걸 곁다리로 들은 적이 있다(그렇다, 나는 야근 중이었다;). 이야기는, 대부분의 여자 화장실 표시가 빨강, 남자 화장실은 파랑으로 되어 있다는 데서 시작되었다. 색깔로 구분하는 게 마땅찮으면 그림으로 하면 어떨까? 하지만 그림은 또 천편일률적으로 치마 입은 사람은 여자, 바지 입은 사람은 남자(하지만 이건 우리의 고정관념일지도 모른다. 그 남자가 벗고 있는 건지 대체 누가 안단 말인가. 치마 입은 빨간 남자는 어때?), 이렇게 구분해 놓았다는 게 문제다. 직접적인 사람 아이콘 대신 쓰이기도 하는 ♀♂ 표시 역시 각각 (여성의) 거울, (남성의) 창과 방패를 상징한다는 반론에 부딪혔다. 그래 당시 어떤 분은 성기 모양을 그려 구분하자는 독특한 아이디어를 내놓기도 했는데, 이 경우 각각의 성별에 부과된 고정관념 일부는 깰 수 있을지 몰라도, 둘 중 어느 하나에만/하나에도 속하지 않는 사람의 문제는 여전히 해결할 수 없다는 과제가 남는다. 성별에 따라 '당연히' 그에 귀속되는 것으로 여겨지는 것들, 그 고정관념을 깨는 것도 어렵지만 대안을 찾는 것은 더욱 어렵고, '생물학적'으로 둘로만 구분되었다고 믿는, 그 이분법을 깨는 건 더더욱 어렵다는 걸 절감했던 사례다.

이 얘기가 떠오른 건 며칠 전 어느 블로그에서 본 글 때문이다. 그 글을 쓰신 분은 스스로를 '외계인'이라 칭하는데, '지구인'스럽지 않은 독특한 외모 때문에 남자 화장실에도 여자 화장실에도 들어가기 어렵다고 토로하고 있다. 글쓴이에 따르면 남자 화장실에 들어가면 남자들이 깜짝 놀라고, 여자 화장실에 들어가면 여자들이 깜짝 놀란단다. 화장실 하나 쓰는 데도 신경을 써야 하다니, '다르다'는 이유로 이 사회는 개인들에게 기본적인 생리욕구 해결까지 신경 쓰도록 하는 건가 싶어 마음이 좀 불편해졌다. 지금부터는 그 글에서 비롯된, 꼬리에 꼬리를 무는 잡념들.

글 쓰신 분이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주장했듯, 그럼 '외계인용' 화장실을 새로 만드는 게 대안이 될 수 있을까? 짧게 생각해 봐도 그건 아닐 것 같다. 이 경우 자신이 '남성'이나 '여성' 카테고리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지하인, 동물인, 식물인 등등, 자신을 '남성'이나 '여성'으로 구분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외계인'도 아니라는 사람들이 속속 등장할 수 있다)의 욕구에 따라 온갖 종류의 화장실이 새로 만들어져야 한다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는 별개로 하고라도, 현재와 같은 성별 구조에서 '여성용'이나 '남성용'이 아닌 화장실에 들어가는 '외계인'들을, 뭇 인간들이 아무렇지 않게 보아 넘길 리가 없다는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히고 만다. '외계인'들은 남의 시선 신경 쓰지 않고 자유롭게 볼 일을 보기를 원하지, 사람들의 시선을 한껏 즐기며 쉬야하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그럼 아예 성별 구분 없는 화장실은 어떨까. 남성용 소변기를 없애고 전부 칸막이 처리를 하는 거다. 예전에 케이블에서 많이 해줬던 미국 드라마 <앨리 맥빌>네 회사 화장실은 '유니섹스' 아닌가. 왜 굳이 둘로 나누어야 하지? 하지만 이런 경우엔 또, '성폭력'이라는 현실적인 문제가 똬리를 틀고 있다. '여자' 화장실에 들어와서 성폭력을 저지르는 인간들이 좀 많아야지. 게다가 가장 원초적인 모습을, 특히나 성별 다른 인간들에게 보이고 싶지는 않다는 부끄러움도 있을 터이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화장실 사용습관마저 성별화 되어 있다는 데 있다. 성기 차이에 의한 까닭도 있겠고, 문화적인 차이도 있겠지만 여성과 남성이 화장실을 다르게 쓴다는 건 어쨌든 현재로서는 사실인 것 같으니까(변기 중간 덮개를 올렸네 내렸네 싸우는 신혼부부들을 보라!).

하지만 어쨌든 여러 번 생각해 봐도 궁극적으로는, 그러니까 성별 구분 없는 화장실에 뒤따를 수 있는 여러 문제가 해결된다는 전제 하에, '성별과 나이에 상관없이 기본적인 생리욕구 해결'이라는 대의 아래 '화장실' 하나로 수렴되는 게 최선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어디까지나 '궁극적으로' 그렇다는 거다. 거 참, 어디 앨리네 회사 같은 '모범사례' 없을까나.

* 덧붙임 *
노파심에 한 마디. 비록 내 생각이 이렇다 해도, 현재 장애인용 화장실에 성별 구분이 없음을 문제제기하는 사람들의 요구는 정당하다. 화장실 설치 주체인 공공기관들이 내가 고민한 문제들+@를 모두 고려한 '끝에' 성별 구분 없이 화장실을 설치한 것도 아니요, 비장애인용은 '여성용'과 '남성용'을 명확히 구분해 놓았으면서 장애인용만 '공용'으로 설치했다는 건, 장애인을 성별 구분 없이 '장애인'으로만 환원한 차별이라고밖에 생각할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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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7/21 17:00 2010/07/21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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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이 글은,

멀쩡한 도로 파헤치기는 연말이나 볼 수 있는 건 줄 알았더니 이젠 사시사철 보는구나 --;

이게 다였다. 물론 "참지 못한 한 마디" 카테고리에 들어갈 거였고.

애초 이렇게 글쓰기 버튼을 누르게 만든 건 요즘 직장 인근 도로에서 벌어지는 디자인 거리 조성 사업이다. 도로 양측을 다 파헤쳐서 난장판을 만들어 놓은 바람에 교통약자들은 고사하고 교통강자들조차 지나다니는 데 한참 애를 먹는다. 아침 저녁으로 긴팔 입고 삽질하시는 분들을 뵈면, 진정한 삽질은 4대강이 아니라 서울시내 한복판에서 벌어지고 있구나 싶은 생각마저 들 지경.

세금 몇 푼(직장 근처 도로 정비에만 20억이란다. 서울시에서 18억을, 구에서 2억을 댄단다. 한강변에 만든 플로팅 스테이지--그러고 보면 서울시는 참 영어 좋아한다--가 45억이라는데 껌값이지 뭐), 삽질 몇 번으로 거리가 아름다워진다는 데야, 시민으로서 감읍할 일(거짓말도 하다 보면 는다, 는 교훈). 그런데 등록 버튼을 누르려다 문득 생각이 난 거다. 시각장애인들이 디자인 거리에서 다니기 어렵다는 기사를 저번에 본 거 같은데? 찾았다, "'도시미관'에 밀린 시각장애인 통행권."

음, '디자인'은 '눈'으로 '보는' 거라 '시각장애인'이랑은 상관 없다고 생각했던 걸까. 아무튼 작년 연말까지 재정비한다던데(참 세금 쓰기 쉬워요~) 했겠지? 했겠지?

저게 작년 기사라 식상하다면 또 있다. "'디자인거리' 장애인 안전 빨간불"

이것도 5월 초까지 재정비한다던데(세금 이중으로 쓰기 진짜 쉽습니다!) 했겠지? 했겠지?

디자인 올림픽을 어디서 하네 마네 해도 크게 관심이 없었는데 하루 이틀도 아니고 내 출퇴근길에 영향을 미치니 잔뜩 신경이 쓰인다. 역시 간사한 게 인간이라. 그래 '디자인 서울거리'가 대체 뭔지 찾아봤다. 서울시 홈페이지에서 '디자인 서울거리'를 쳐 봐도 후덜덜한 결과(향후 주거지역까지 확대 필요성 등등)만 있을 뿐, 너무 오래 되어서 그런지 찾기가 어렵다. 결국 웬 블로그에서 내용을 주워들을 수 있었는데... 잔뜩 떠들어놓은 말 중에 내가 알아듣겠는 건 "공공디자인 표준화, 서울색 정립" 이 정도뿐이다. 나 한글 독해력 엄청 떨어졌나 보다. 어쨌거나 잘 정비해서 다들 불편 없이 다니게 하겠다는 얘기겠거니. 그런데 이렇게 긴 기간 동안 이렇게 긴 구간에 불편을 주면서 무식하게 공사해야 할 이유를 당최 모르겠다(서울시 시설관리공단이라고 쓰인 펜스 외에는 담당자 전화번호 적은 표지판조차 없다! 공사구간 처음이나 끝으로 가보면 있으려나? 확인하려면 몇 백 미터 걸어가야 하는 거임? 이 불편한 길을?). 한눈에 보기에도 멀쩡하기만 한 도로시설물을 다 엎어버리고 새로 갈아치우는 모습은 이름만 '교양 있게' '디자인'이지 80년대 불도저랑 크게 다른 것 같지 않다. 시장님께서 말씀하시길, "디자인은 압축 성장의 상징인 하드시티 서울을 매력 있는 소프트 시티로 바꾸는 일"이라는데(그러고 보면 서울시 영어사랑의 기원은 시장님?) 지금 하고 있는 공사들, 무지 '하드'하거든요? 결과가 얼마나 '소프트'할지는 별개로 하고라도 말이지요.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궁금해서 찾아본 디자인 서울거리. 그러나 여전히 알쏭달쏭하기만 할 뿐. 그래 쥔장 잘하는 짓(질문) 또 해본다. 이거 대체 왜 하는 건가요? 서울시 부자라고 자랑하는 건가요? 아니면 돈 쓸 데가 없어서 이렇게라도 쓰는 건가요? 일자리 창출해서 서울시 실업률 낮추려고 하는 건가요? 그것도 아니면 전생에 디자이너 못 해 보고 죽은 귀신 쓰인 거라는 항간의 소문이 사실인가요?

* 덧붙임 *
전 그냥 '사실인가요?'라고 물었는데 그럼 저도 이제 명예훼손으로 잡혀 가는 걸까요? 얼마 전에 어떤 분이 "블랙리스트가 있다는데, 사실인가요? 밝혀 주세요" 했다가 명예훼손으로 고발 당하셨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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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7/20 10:39 2010/07/20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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