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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색어에 답한다" 코너를 대놓고 좋아하지만 쓸 만한 검색어가 없어 날마다 실망하는 쥔장이 오랜만에 관련 검색어를 둘이나 찾아냈습니다, 흠화화! 그러나 천연비누(CP비누) 만들기에 관한 배경지식이나 관심이 전혀 없는 분들은 뒤로가기 버튼을 살짝 누지르시는 게 좋을 겁니다요(야야, 읽을 글도 없는데 이게 웬 망발이냐).
우선 첫 번째, "숙성과정 없는 cp"를 만드는 방법은 현재로서는 두 가지 정도가 아닐까 싶습니다. 하나는 시판 중인 CP 베이스를 사서 MP처럼 만들기, 또 한 가지는 천연유화수로 만들기. CP 베이스는 알아서 검색해서 사시고(다만 이 베이스에는 알코올이 첨가되어 있다는 점에 주의하세요. 그러니까 아무래도 직접 만드는 것과 같은 CP는 아니라는 말씀), 오늘은 두 번째 방법인 천연유화수로 비누 만들기에 대해 알아보도록 합시다(네? 어디서 '합시다'냐구요? 흥!). 의외로 천연유화수 사용 후기를 찾기가 어렵더라구요.
천연유화수로 테스트 삼아 비누를 만들어 본 건 몇 달 전, 여름이 오기 전이었습니다. '테스트'답게, 이 기름 저 기름 다 넣어서 만들었어요. 그래도 나름 목적의식은 있어서 야심차게 '여름에 피지 쫙 빼 주는 비누'를 생각하고 이 기름 저 기름 부었어요. 뭐 그러니까 대략 올리브 비율을 줄이고 코코넛이랑 팜이랑 포도씨유를 잔뜩 넣은, 대략 여덟 가지 기름(네, 사실 남아도는 자투리 다 넣었슈;)으로 이루어진 레시피였습죠. 그리고 비장의 히말라야 솔트! 목욕소금 용으로 사서 유노하나를 버무려 놓은 이 소금을 첨가물로 써 보았습니다.
장점
천연유화수의 장점은, 홍보 내용과 거의 동일합니다. 오일 가열(중탕) 없이 비누를 만들 수 있다는 점(그래도 팜 코코넛은 한여름이 아닌 한 고체 상태라 가열해서 쓴다는 분도 계시더군요. 전 블렌더의 힘을 믿고 그냥 돌렸습니다), 가성소다수처럼 온도가 높이 올라가지 않으니 화상의 위험이 덜하다는 점(그래도 천연유화수 자체는 강알칼리입니다), 유독가스 등이 발생하지 않아 상대적으로 안전하다는 점, 숙성과정 없이 비누만 굳으면 쓸 수 있다는 점 등입니다. 오일별 비누화값을 계산해야 하는 가성소다와 달리 무조건 전체 오일의 42.5% 정도만 계량해서 넣으면 되니 간편하기도 하구요(여기서 "비누화수로 cp비누를 만들때레시피"가 해결됩니다. 전체 오일 무게의 42.5%에 해당하는 비누화수, 그러니까 오일 100g당 42.5g을 오일에 넣고 블렌딩해 주시면 되는 거죠. 건성용은 비율을 좀 더 낮추고 지성용은 비율을 좀 더 높이라고 되어 있지만 굳이 따를 필요는 없어 보입니다. 이유는 아래 내용에서 유추하실 수 있어요). 참, 많은 도구가 필요하지 않다는 것도 장점이겠네요. 숙성기간이 길기 않으니 에센셜 오일의 향이 비교적 잘 보존된다는 점도요.
단점
장점이야 판매업체에서 많이 홍보하고 계실 테니 저는 실사용자 입장에서, 업체에서 하지 않을 법한 얘기들을 좀 해보겠습니다. 그래서 이 부분이 장점보다 길어요. 하지만 그게 제품이 나빠서가 아니라는 얘긴 먼저 밝혀두고 싶네요.
아무튼 많은 분들이 천연유화수의 가장 큰 단점 내지 우려로 꼽는 것은, 아직 이 천연유화수의 성분이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는 거죠. 특허품이라 정보가 새어나갈 것을 우려해 구성비를 밝히지 못한다고 하는데(그러나 특허번호가 명시되어 있지 않은 걸로 봐서는 특허출원 '중'이거나 '예정'인 것으로 보임), 어디까지 믿어도 좋을지, 그건 저도 모르겠어요. 대체적으로 일단 믿고 쓴다 파와 일단 못 믿겠으니 안 쓴다 파가 있는 것 같은데, 굳이 따지자면 저는 전자입니다만, 역시 구성성분이 확실히 좀 밝혀졌으면 하는 소망은 있습니다.
또, 제가 지금 살고 있는 집이 여름에 습해서 그런지는 몰라도 반응열이 발생하는 과정이 없어서인지 생각보다 비누가 더디 굳습니다. 사나흘이면 쓸 수 있다고 하던데 저는 일주일도 더 걸렸던 것 같아요. 습도가 낮은 철에 다시 만들어 보려고는 합니다만, 아무래도 굳기는 가성소다로 만든 CP비누에 미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5% 디스카운트 한 카스틸 비누보다 더 안 굳는 것 같아요. 힝. 굳길 기다리는 과정에서 일반 CP보다는 낫지만 에센셜 오일 향도 제법 날아가구요.
그리고 잉여유지가 정말 많습디다. 전체 오일을 뭉뚱그려 계산한 후 일정 비율의 유화수를 교반하는 식이니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겠지요. 편리함에 따른 대가라고나 할까요. 그래서 결국 제 야심작 '여름 비누'는 졸지에 '건성 및 아토피 비누'로 변신했다는 슬픈 얘기가 있습니다만, 이 특성을 거꾸로 활용하면 단번에 장점이 될 수도 있겠지요. 네, 건성용 비누 만들기엔 정말 제격인 것 같습니다. 보습력이 아주 끝내주더만요. 실제로 테스트 비누를 써 본 어떤 분이 아토피가 있는 아이에게 정말 좋았다며 1kg을 따로 주문하셨다는 거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올해 지인들에게 뿌릴 겨울 비누는 꼭 요 녀석으로 해야겠다고 생각 중이에요(언제 만드냐고? 지둘리 지둘리~ 하루 이틀 겪는 것도 아니면서 왜 매번 보채는 거얏). 가성소다에 비해 가격이 비싸 비누 단가가 높아진다는 것도 단점이지요.
기타, 혹은 결론
가성소다를 쓰지 않으니 '혹시 남아 있을지 모를' 유해성분으로부터도 해방이라는 말을 어디선가 읽은 것 같은데, 글쎄요, 어차피 '제대로' 만든 CP비누라면 가성소다든 천연유화수든, 심지어 시리아 알레포 비누(가성소다를 전혀 쓰지 않고 식물을 태워 얻은 재를 이용해 만든 비누)든 비누 효능을 크게 좌지우지 할 것 같지는 않네요. 물론 검증되지 않은 개인적인 생각입니다만.
그러니까 결국 하고 싶은 말은, 보습용 비누 만들기에는 제격이나 지성용으로는 별로다, 이렇게 요약할 수 있겠습니다. 뭐, 시험 삼아 직접 한 번씩 써 보시는 것도 나쁘진 않을 거예요(이...이게 결론인 거야?).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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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평수 옆의 알파벳"은 구조 구분을 위한 것입니다. 똑같은 34평 아파트라도 어떤 타입 구조는 한쪽 면이 방-방-방일 수 있고 또 어떤 구조는 방-거실-부엌, 이런 식일 수 있잖아요? 그 구분을 위한 것이지요. 아파트 모델하우스 가셔서 카탈로그 보시면 평면도 등이 있으니 확실히 아실 수 있을 거예요. 이상 답변 끝!
왜? 오늘 할 얘기는 사실 이게 아니니까요(은근슬쩍 검색어 집어와서 지 하고 싶은 얘기 한다 --;).
2007년 1월, 도량형이 통일된 거, 다들 알고 계신가요? 이와 더불어 "평(면적 단위)"이나 "돈(금 단위)" "근(무게 단위)" 같은 단위는 공식적으로 사용할 수 없게 되었지요. 언론보도, 광고, 이런 데서 저런 단위를 썼다가는 벌금을 물 수도 있어요(벌금이 얼마인지 찾아보았으나 쉬이 찾아지지 않았습니다. 아시는 분 알려 주시면 매우 감사).
그런데 이미 사람들에게 익숙해진 몇몇 단위가 하루아침에(물론 '유예기간'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하지만) 바뀔 리는 없지 않겠어요?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식으로, 아파트광고는 84제곱미터, 라고 쓰기는 하지만 옆에 25평형('형'이 추가되었다는 데 유의하십쇼)이라거나, 25PY이라고 씀으로써 미터법도 지키고 '평'에 익숙한 사람들도 만족시킵니다.
언론보도도 별다를 바 없지요. 아파트 1제곱미터 당 시세가 아니라 아파트 3.3제곱미터(한 평) 당 시세를 알려주고 금 1g이 아닌 3.75g(한 돈)당 가격을 보도하니까요.
하지만 일상생활에서는 어떤가요. 도량형이 통일되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사람들이 많지요. 저번에 본 어느 예능프로에서는 '금 열 돈'을 상품으로 내걸었다며 이를 자막으로 처리하더군요. 이게 '금 37.5g'으로 표기되었어야 한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됐을지...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왜 아파트 광고 평수 옆에 이상한 알파벳(PY)이나 '형'이 붙는지 궁금해 하고 계실 겁니다. 뭐 사실, 신경도 안 쓰는 사람이 더 많긴 하겠지만요.
원래 도량형 통일의 목적은, 재는 사람마다 달라질 수 있는 전통 단위를 미터법으로 통일함으로써 도량형에서도 그놈의 '세계화'를 이룬다, 그러니까 국제기준에 맞추자 뭐 이런 것이었겠지요. 그런데 애초 이를 기획했던 분들이 32PY나 3.75g을 보면 어떤 기분이 들지 궁금합니다. 뭐, 덕분에 고기 한 근=600g, 1인치=2.54cm, 이 정도만 알고 있었던 국민들에게 금 한 돈이 3.75g이고 한 평은 3.3제곱미터라는 사실은 확실히 알려주었지만요.
지금보다 더 오랜 시간이 지나면 '평'이나 '근', '되' 이런 단위가 정말 없어지고 미터법으로 통일이 될까요? 그야 시간이 지나보아야 알 일이지요. 하지만 제 살아생전에 그런 날이 올 것 같지는 않습니다. 몇 백 년 이상 쓰던 단위들('평'은 일본에서 온 거라고는 합니다만)이 몇 십 년 만에 홀라당 바뀌기는 힘들지 않겠어요. 옛날 왕들은 나라를 새로 세우고 나면 도량형을 통일하고 이를 어길 경우 강력히 처벌함으로써 왕권을 강화했다지만 지금이 그런 시대도 아니고요. 네, 저는 사람들이 일상에서 많이 쓰는 단위까지 구태여 미터법으로 깡그리 통일할 필요가 있었나 하는 입장입니다. 도량형과 밀접하게 관계된 일을 하고 있는 건 아니어서 그런가 봅니다. 그런데 '밀접하게 관련 있는' 아파트 설계도 여전히 '평'에 맞추는 것 같더만요. 청약예금 예입금액 기준도, 외우기도 힘든 84.99제곱미터에서 아직 안 바뀌었죠 아마? 이러고 저러고, 전 아무래도 '글로벌'이랑은 안 친한가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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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싱글, 돌아온 싱글, 언젠간 싱글> 독후감 마지막에 "이러할진대"와 "이러할 진데"도 구분을 못 했다고 써 놨더니만 잊을 만하면 저 검색어를 치고 들어오시는 분들이 계시는군요. 해당 글을 찾아봤더니 틀렸다고 지적질은 해 놨으면서 정작 어떤 표기가 맞는지는 안 써놨더라구요. 저로서는 넘흐나 당연해서 굳이 쓸 필요가 없었던 건데 생각해 보면 상당한 오만이지 싶습니다. 어쨌든,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어쩌면 결론이 다겠지만, "이러할진대"가 맞습니다.
"이러할진대"는 아무래도 "이러할"이랑 "진대"랑 합친 말 같잖아요. 근데 국어사전에서 '진대'를 찾아보면 명사로만 나오지 우리가 찾는(?) "진대"는 나오지 않아요. 그럼 없는 말을 맹글어 놓은 것이냐? 그건 아니고요, "ㄹ진대"라는 어미로 설명되어 있습니다.
ㄹ진대
[어미]{‘이다’의 어간, 받침 없는 용언의 어간, ‘ㄹ’ 받침인 용언의 어간 또는 어미 ‘-으시-’ 뒤에 붙어}(예스러운 표현으로) 앞 절의 일을 인정하면서, 그것을 뒤 절 일의 조건이나 이유, 근거로 삼음을 나타내는 연결 어미. 장중한 어감을 띤다.
- 주인이 취할진대 누가 뭐라 하겠는가.
- 그대와 같이 건강할진대 무엇이 걱정되랴.
- 우리가 이웃일진대 서로 도와야 마땅하다.
"장중한 어감을 띤다"는 표현이 재미있네요. 글로 써 놓으니 좀 웃기지만 "~할진대" 이런 말이 현대 일상어로 잘 쓰이지 않는 건 사실이지요. 아무튼 이 "ㄹ진대"가 "이러하다"에 붙어 "이러할진대"가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위 예문에서 보듯 띄어쓰기가 없다는 데도 유의하세요. "어미"는 단어 꼬리잖아요. 몸통 내지 머리에 꼭 붙어 가야죠. 띄엄띄엄 가다 길 잃을 수 있어요(도마뱀이 아닌 다음에야 길보다 목숨을 먼저 잃을 수도;;;).
그럼, "진대"는 그렇다 치고 "진데"는 언제 쓸 수 있을까요?
사전을 찾아보니 "진드기"를 일컫는 강원/경북 말(사투리)이라고 하는군요. 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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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발견한, 정말 "끝내주는" 물비누 점도 조절방법을 공유하고자 "물비누 점도 조절방법"이라는 검색어를 낼름 집어와 봅니다.
물비누 페이스트를 증류수나 플로럴워터에 녹이면 거의 "물" 같아지죠. 우리가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그러니까 이미 익숙해져 버린 샴푸나 물비누의 점도와는 비교가 안 됩니다. 이럴 때 방법은 둘 중 하나입니다. "새로운" 천연 물비누의 점도에 익숙해지거나, 물비누를 좀 더 걸쭉하게 만들거나죠. 지금 얘기할 방법은 물론 두 번째구요.
1. 꽃소금
전에도 얘기한 적 있지만 저는 대체 이놈의 "꽃소금"이 뭔지 당최 알 수가 없습니다. 굳이 알려고 노력하지도 않으니 여전히 모르고 있는 게 당연하긴 하지만, 아무튼 일반적으로 물비누 점도조절에 가장 많이 사용되는 건 "꽃소금"이랍니다. 저는 집에 있는 "구운 소금"으로 해 보았는데 다른 애들이랑 같이 넣는 바람이 구운 소금도 꽃소금과 같은 효과를 내는지는 잘 모르겠네요. 용량은? 전통비법인 "눈대중"입니다;;;
2. 중조(소다)
소금만큼이나 잘 안 녹긴 하고, 생각보다 좀 많이 넣어야 한다는 부담(?)은 있지만 확실히 효과는 있습니다. 하얀색 덩어리가 지기 쉬우므로 잘~ 풀어주어야 한다는 데 유의하세요. 용량은 역시 "눈대중"이라 몰라요~
3. 입욕제
그렇습니다! 오늘 제가 강추하는 비법은 바로 이 입욕제! 유노하나도 좋고(이 경우 색깔이 정말 환상적인 형광노랑으로... 응?) 기타 입욕제도 괜찮습니다. 조금만, 정말 아주 조금만 넣어도 엄청 잘 풀리고 무지무지무지 걸쭉해집니다. 자칫 잘못하다간 고체에 가까워지므로 정말 조금만 (정확히는 기억 안 나지만 500ml 기준으로 한 티스푼이 될까 말까 하게 넣었던 것 같아요) 넣어 주세요. 색깔 면에서도 효능 면에서도 점도 면에서도 월등 월등 월등!!!한 효과를 보실 수 있습니다.
맨 처음에 건성두피 때문에 샴푸로 쓸 녀석에게 유노하나를 왕창 넣고 나서 이게 거의 굳어버렸;;;을 때는 그 전에 넣은 소금과 중조 때문인 줄 알았는데 이번에 바디 클렌저 작업하면서 확실히 알게 되었어요. 그게 입욕제 때문이라는 걸. 입욕제의 어떤 성분이(소금과 중조, 입욕제의 공통점을 생각해 보면 아마도 나트륨 성분이 아닐까 싶긴 합니다만) 점도를 순식간에 높여 주는지는 모르겠지만 그거야 화학하시는 분들 몫이고요, 빠른 시간 내에 "드라마틱"한 점도조절 효과를 원하시나요? 그렇담 입욕제를 쓰세요!
단 한 가지 주의할 점은, 입욕제가 빨리 녹기는 하지만 완전히 녹으면서 더더더욱 걸쭉해지기 때문에, 처음 넣어서 섞었을 때 약간 '묽다' 싶은 정도로만 넣으시라는 거.
음, 검색해 보면 왠지 입욕제로 점도 조절하는 방법이 나와 있을 것 같기도 하지만! 애써 안 찾아보고 그냥 제가 맨 처음 퍼뜨린 양(혼자 알아낸 거니까 사실이긴 하죠) 휘딱 올려버릴 겁니닷. 흠화화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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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탕물을 물비누"
거기 거기, 네이버에서 "설탕물을 물비누" 친 언냐. 뭐가 궁금했던 거예요?
설탕물을 물비누에 넣으면 어떻게 되는지가 궁금한 건가요? 아니면 안 넣으면 어떻게 되는지가? 혹시 집에 설탕이 똑 떨어졌어요? 괜찮아요 괜찮아.
물비누 페이스트를 만들 때는 대개 마지막 단계에 뜨거운 설탕물을 계량해 넣습니다. 그런데 그러면 더 잘 섞이는 게 아니라 되레 반죽이 굳는 느낌을 받죠. 이걸 열심히 휘저어 비닐이나 지퍼백에 넣든, 가만 놔둬서 설탕물이 흡수되게 한 다음에 비닐에 넣든, 밥솥에 넣어 확 숙성시켜 버리든 하는 거야 '내 맘'입니다.
일반적으로 물비누 페이스트를 만들 때 설탕물을 넣는 건, 물비누의 투명도를 높이고 거품을 풍성히 하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저야 워낙 '정석'대로 하다 보니 아직까지 설탕물을 안 넣은 페이스트는 만든 적이 없습니다만, 여러 자료를 뒤져보면 굳이 안 넣어도 상관 없다고 해요.
설탕물을 안 넣으면 좋은 점은, 일단 설탕과 증류수를 아낄 수 있습니다. 다른 분들의 경험담을 들어보면 물비누 특유의 냄새도 안 난다고 하네요. 왜, 그 야리꼬리한 냄새 있잖아요. 에센셜오일을 넣어야만 사라지는 그 냄새. 투명도는 저도 잘 모르겠구요. 이렇게 설탕물을 안 넣고 만든 액상비누는, '물비누'와 구분하기 위해 '연비누'라고 한다네요. 성분을 보면 가성소다가 가성가리로 바뀐 것 말고는 CP비누랑 같으니까 그런가 봅니다.
그러니까 굳이 안 넣어도 상관 없다는 야그. 하고 싶은 대로 하세요.
그럼 다음 손님~ "물비누ph테스트는 어떻게?"
이런 유의 검색어가 종종 들어오네요. 물비누 pH 테스트가 어려운가요? 전 그렇게 생각 안 했는데. 생각해 보세요. CP비누 pH 테스트 어떻게 하시나요? 비누에 살짝 '물'을 묻혀 문지른 다음 리트머스 지를 대지 않나요? 그런데 '물'비누엔 이미 '물'이 들어가 있으니 그냥 시험지를 담가 버리면 되지 않겠어요? 아직 희석 안 한 페이스트 상태라구요? 그럼 손끝으로 반죽 살짝 떼서 리트머스 지에 찌익 발라 보세요. 손끝에 드러운 거(예: 코딱지) 묻었을 때 어디다가 찌익~ 묻혀 버리듯이. 다른 분들은 어떻게들 하시는지 모르겠지만 저는 물비누 pH 테스트는 이렇게 합니다.
이건 보너스. 페이스트 상태에서 테스트를 했는데 pH가 너무 높거든 잊어버리고 몇 달 푸욱 놔두세요. 그럼 pH가 자연스럽게 떨어진다고 하더군요. 성격이 몹시 급하거나 급히 쓰셔야 하는 분은 산도를 낮춰주는 구연산을 넣으세요. 안 해봐서 얼마나 넣어야 하는지는 모르겠네요. 처음엔 구연산 넣는 게 마음에 안 들었는데, 목욕폭탄 만들 때도 넣는 녀석이니 별 상관 없겠다 싶더군요.
이건 또 보너스. 물비누 점도 조절에는 탄산수소나트륨, 즉 중조(베이킹 소다)를 써 보세요. 빨리 빨리 안 녹긴 하지만 역시 목욕폭탄 재료 중 하나라 괜찮고 점도 조절도 잘 됩니다. 대중적으로는 꽃소금을 쓰는 모양인데, 저는 '꽃소금'이 뭔지 몰라서(맛소금이랑 천일염, 구운소금밖에 몰라요. 꽃소금은 대체 뭘까요? -_-;) 목욕폭탄 만들려고 잔뜩 구비해 뒀던 중조를 씁니다. 처음엔 계량해서 썼는데 지금은 그냥 되는 대로 넣어요. 소심한 성격상 넘치게 넣는 일은 없더라고요. 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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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치한 관련 몹쓸 통계를 인용한 몹쓸 기사에 통박을 주는 글을 하나 올렸더니 몇 주 동안 '지하철 치한' 관련 검색어가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오늘은 그 동안 볼 수 없었던 '사례'를 찾는 분이 계셨던 모양인데... 여기 있소, 사례!
첫 직장에 첫 출근을 하던 날이었다. 지금과 달리 새벽 여섯 시에 일어나 식빵 굽고 달걀 튀겨 아침도 든든히 먹고 여덟 시 반 출근에 맞춰 그 유명한 지하철 2호선을 탔다. 출근시간대니 당연히 지하철 안은 발 디딜 틈도 없었고, 아 또 지금과 달리 적당한 길이의 치마 정장에 화장까지 곱게 하고 뾰족구두까지 신었던 나는 그야말로 어안이 벙벙.
그도 그럴 것이 꽤 오랫동안 내가 기거하던 곳은 학교에서 엎어지면 코 닿을 데였던 데다, 그때나 지금이나 지하철 타는 걸 싫어하여 웬만한 곳은 버스로 이동(환승할인이 없던 시절에도 버스 두 번 타는 걸 마다하지 않은 적도 꽤 있었다)을 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간 맞춰 가야 하는 출근길에, 그것도 새파란 막내사원이 세월아 네월아 버스를 기다리고 있을 수는 없는 일. '지옥철'이라고도, '순대'라고도 하는(누군가는 '쥐'라고도 한 모양이지? 인터넷에서만 시끌시끌하던데 뭘 그리들 민감하게 반응하시는 건지. 혹 각하의 추종자들이신 건지?) 그 지하철을 타보고야 만 것이다.
그런데 이것 참, 발 디딜 틈 없이 다닥다닥 붙어 서 있는(실은 옆 사람에게 지탱하고 있는) 와중에 웬 사람의 손이 내 배에 와 닿는다. 이건 대체 뭥미? 아무리 좋게 생각해도 일부러 틈을 파고들지 않는다면 절대 불가능한 위치인 거다. 그래서 기다렸다. 일말이라도 내가 틀렸을 가능성은 있는 거니까. 제발 당신을 의심한 날 부끄럽게 해 줘!
아 그런데 왜 그들은 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것인지, 이 손이 스멀스멀 위쪽으로 올라오기 시작한다. 옳거니, 너 잘 걸렸다. 나 꼬까옷 입고 첫 출근하는 날이라굿!
"손 좀 치워주시겠어요?"
손의 임자를 똑바로 보면서 내가 한 말은 저게 다였다. 반말지거리는 예나 지금이나 못 하고, 화가 날수록 한없이 공손해지는 말투를 가진 인간인지라, 최대한(?) 예의를 갖춰 주었다.
출근시간대 지하철은 몹시 붐비지만 상대적으로 몹시 조용하다. 자다 깨서 나온 사람들이 시끄럽게 굴 일이 뭐 그리 있겠나. 아는 사람들이랑 어울려 출근하는 것도 아닌데. 그래서 저 한 마디면 근방 사람들의 시선은 모두 당사자에게 쏟아진다. 거기다 웬? 손 치워 달라니? 아하, 저 놈 나쁜 놈이구만그래, 하는 시선으로 바뀌는 데는 채 1초가 걸리지 않는다.
그런데 쯧쯧, 출근길에 웬 처자 가슴팍이나 한 번 만져 보겠거니 했던 그 인간은 어쩌면 보고 듣던 지하철 성추행범 매뉴얼에서 한 치도 안 벗어났던지, "내가 뭘 어쨌다고" 운운부터 "아침부터 재수 없게" 운운까지 빼먹지 않았다. 마지막도 매뉴얼스럽게, 다음 정거장에서 은근슬쩍 하차.
그 다음에도 비슷한 일이 몇 번 더 있었던 것 같은데, 그 때마다 나는 말하고 있다. "그 손 좀 치워 주시겠어요?" 마치 마법의 주문처럼, 나는 더욱 당당해지고 그는 순식간에 움츠러든다. 그런데 지금 문득 든 생각. 손 말고 다른 걸 갖다 대면 어쩌나. "그 고추 좀 치워 주시겠어요?" 해야 하나? -_-a
성추행을 겪는 대부분의 여성은 그냥 몸이 굳은 채 멍하니 그 상황을 흘려보낸다. 그러나 가위눌림과 마찬가지로, 말 한 마디, 손짓 하나만으로도 그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음을 잊지 말자. 성추행에 대처하는 방식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어떤 방법을 쓰든 그 상황을 그냥 지나치지는 말았으면 좋겠다. 지하철수사대에 신고까지는 못 하더라도 그런 인간이 아침부터 희희낙락해서 쏘다니게 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그건 그렇고, 지하철에서 "옆 사람에게 불쾌감을 주는 행동을 삼갑시다" 어쩌구 하는 안내방송이 지하철 성추행 하지 말라는 말이란 걸, 요즘 사람들은 알까? 나는 저 방송 들을 때마다 '내게 불쾌감을 주는' 지하철에서 떠드는 사람도 처벌될 수 있겠다 싶어 혼자 몰래 웃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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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덜투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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