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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먹을 때

오늘은 뭘 먹을까, 지난 번에 뭘 먹었더니 맛있었나, 뭐가 먹고 싶은가를 생각하지
오늘은 뭐가 먹기 싫을까, 라거나
일전에 맛없게 먹었던 음식을 계속 곱씹어 보고, 그 맛을 다시 떠올리고 재삼 기분 나빠하는 일은 좀처럼 없는데
왜 안 좋았던 일은 계속 생각하고, 잊었다가도 벌떡 벌떡 일어나고, 스트레스를 자청하는 걸까,
갑자기 그게 궁금해져서 곰곰 생각해 봤는데
한 이틀을 고민해 봐도 답을 찾을 수가 없어서
기분 나쁜 일들은 맛 없는 밥과 동급으로 취급하기로 결정했다.
그랬더니 삶이 조금 더 느슨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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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2/14 16:28 2013/02/14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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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빙수기 없이 빙수 만들기

1. 우유를 통에 넣어 얼린다.
   - 나중에 강판에 갈기 편할 것 같은 사이즈를 가진 통에 넣어 얼리면 된다.
   - 멸균우유 1000ml 한 팩 통째로 얼리면 편하다.
2. 우유가 꽝꽝 얼면 틀에서 빼낸다.
   - 실온에 살짝 놔뒀다 빼면 잘 빠진다.
3. 얼린 우유를 원하는 만큼 강판에 간다.
   - 우려와 달리, 가는 동안 우유가 녹는 불상사는 잘 일어나지 않으며 엄청 잘 갈린다.
   - 단, 강판에 가는 동안 손이 매우 시릴 수 있으므로 장갑 착용을 추천한다.
   - 우유는 물론 위생비닐 등으로 싸서 갈아야 한다.
4. 간 우유를 그릇에 넣고 원하는 토핑을 얹어 먹는다.
   - 빙수팥과 미숫가루 약간만 첨가해도 맛있다.
   - 생협 빙수팥 만세!


둘. 아이스크림 제조기 없이 아이스크림 만들기

1. 아이스크림 재료를 준비한다.
   - 본 포스트는 아이스크림 재료를 어떻게 마련하는가에 초점을 둔 것이 아니므로 이 부분은 생략한다.
2. 만들어둔 재료를 밀봉력 좋은 지퍼백에 담는다.
3. 좀 더 큰 지퍼백에 (2)를 넣는다.
4. 재료가 들어 있는 큰 지퍼백에 얼음 한가득, 굵은소금 한주먹을 넣는다.
5. 지퍼백을 밀봉하고 한 10분 열심히 흔들어 준다.
   - 손이 시리고, 지퍼백이 열리는 불상사가 벌어질 수 있으므로 수건 등으로 감싸면 좋다.
6. 원하는 정도로 얼면 꺼내 먹는다.
   - 딱 한 가지 아쉬운 점은, 꺼낼 때 지퍼백 입구에 아이스크림이 묻어서 다시 닫기 지저분해진다는 것. 그러나 아이스크림 제조기의 구입비와 사용횟수, 공간점유율 등을 고려했을 때 충분히 감수할 만하다.

<참고>
아이스크림 제조기 없이 아이스크림 만드는 방법 6가지
(영어지만 사진만 봐도 대충 이해할 수 있음)
여기서 소개한 첫 번째 방법이 위에 소개한 방법이다.
재료를 넣고 얼음+소금을 넣은 뒤 공을 굴리면 아이스크림이 만들어지는 기구가 동일한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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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7/25 14:06 2012/07/25 14:06

1.
예전에 민우회에서 호칭의 성별 불평등을 바로잡아 보자는 캠페인을 벌인 적이 있는데, 당시 가장 '문제적'이라 지적되었던 단어가 '남편' '아내' '올케' 이런 것들이었던 것 같다. 이에 부부간 호칭으로 적당한 말을 공모하였고 '배우자'라는 단어가 자체 선정되었다.

한데 당시 국어학에 나름 일가견 있어 뵈는 어떤 분은 '배우자'는 이름말이므로 이를 부름말로 사용하기는 어렵지 않은가 하는 지적을 하셨더랬다. 당시에는 뭔 소리여 하고 넘어갔었는데 그 이후 일상에서 이 문제를 가끔 생각해 보게 된다. 그러고 보면 학부 때 어떤 국문과 교수님은 대체 왜 당신을 '교수님'이라 부르냐며, '교수'는 지칭이요 호칭은 '선생님'이니 '선생님'이라 부르라 열변을 토하시기도 했구나. ('송수화기'를 왜 '수화기'라 부르냐며 분개하셨던 꼬장꼬장한 그분은 안녕하시겠지?)

2.
차림사. 이 말을 처음 들은 건 작년 말 받아본 민우회 소식지 "함께가는 여성"에서였다. 미안하지만 솔직히 처음 든 느낌은 별로, 였다. 총회에서 주력사업으로 진행할 예정이라는 얘길 들었을 때도, 며칠 전 '차림사'를 널리 알리고 써 달라는 홍보문자를 받았을 때도, 그닥 호응하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았다. 차림사... 왜 마음에 안 들어오지? 나는 이제 여성주의자가 아닌 것인가? 벌써 '꼰대'가 되어버린 건가? 아냐, 나도 식당여성노동자들의 노동조건에 분노한다고. 그들이 보다 나은 환경에서 정당한 대우를 받으며 일하시길 원한다고.

차림사. 우선, 호칭(부름말)보다는 지칭(이름말)에 더 어울린다는 데 그 어색함이 있다. 호칭, 즉 부름말이란 상대를 앞에 놓고 대화할 때 이름 대신 쓰는 말이고 지칭이란 제3자에게 그 사람이 누구누구임을 일컬을 때 쓰는 말이잖나. 이를테면 '의사'나 '교사'는 지칭이고 그들을 부르는 말은 '선생님'이듯이. 직업을 칭하는 말에 주로(?) '사'자가 들어가서 그런지, 아무리 입에서 굴려 봐도 직접 부르기보다는 일컫기 좋은 말이다. 병원에서 의사에게 '의사님, 왼쪽 어깨가 아픕니다'라거나 '간호사님, 이 주사는 얼마나 아픈가요?'라고 하는 사람은 없지 않나. 암만 상상해 봐도 '차림사님, 여기 좀 치워 주시겠어요?'는 입에 붙을 것 같지 않다.

'차림'이라는 순우리말과 '-사(士)'라는 한자의 조합도 어색함을 더한다. '심적(心的)으로'는 이상하지 않은데 '마음적(-的)으로'라는 말은 이상한 것처럼. 오히려 글자수는 더 길지만 '가정관리사'나 '궁중요리사'는 괜찮은 것처럼.

개인적으로는 (다른 건 '안 개인적'이겠냐마는;) 요즘 새로 생기는 웬만한 직업에 모두 '-사(士)'가 붙는 것도 썩 마음에 들지는 않는다. 사전에서는 "(일부 명사 뒤에 붙어) '직업'의 뜻을 더하는 접미사"라고 안내하고는 있지만, 이 '일부 명사'가 원래 다 좀 '있어 보이는' 직업 아니던가(사전도 '변호사/세무사/회계사' 이렇게 예를 들고 있다). 그러던 것이 너도 나도 '있어 보이려고' 갖다 붙이다가, 이제는 '그냥 저냥' 쓰이게 된 것 아닌가? 그리하여 '의원(醫員)'이 '의사'가 되고 '간호원'이 '간호사'가 되고 '운전수'가 '운전사'가 되고. 해당 직업들을 비하할 의도는 당연히 없으나, '나의 직업'을 사회적으로/이름으로 인정받는 방법이 끝에 '-사'를 붙이는 것밖에 없을까 하는 아쉬움은 늘 있다. 아무 직업에나 '사'자를 붙여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아니라, 내 존재를 긍정하는 방법이 모두 '선비(士')가 되는, 너도 나도 족보 사서 '양반'이 되는 것뿐이었을까 하는 거다. 예서 뻥튀기를 좀 더 하자면 '끼어들기'와 '새판짜기' 중 '끼어들기'를 선택한 것 같고, '끼어들기' 전략이 늘 그렇듯, 뭔가 다른 여지는 없었을까 하는 생각.

3.
한데 또 생각해 보면 공히 호칭과 지칭으로 쓰이는 직업/직함도 있다. 변호사, 기자, 의원, 부장, 과장 등등. 대개 남들 앞에서 명함 정도 들이밀어도 될 만한 사람들을 가리키는 말은 점점 지칭으로도 호칭으로도 쓰이는 것 같다. (근거는 없다. 사전조사 전혀 없이 이 글 쓰다 문득 떠오른 생각이다.) 그리고 운전기사를 부를 때 '기사님'이라고도 하는 걸 보면 호칭과 지칭의 경계가 점차 없어지는 것 같기도 하다. 또 그러고 보면, 똑같이 '사'자 돌림인데 (대부분 남성인) 운전사를 '기사님'이라 부르는 건 자연스럽고 (대부분 여성인) 식당 여성노동자를 '차림사님'이라 부르는 건 어색할 것 같다는 생각은 내가 반성하고 고쳐야 할 지점일지도. 그리고 이 모든 잡상은 어쩌면 단순히 새로 생긴 단어에 대한 낯섦일지도. 그렇게 부르지 말아야 할 명백한 이유가 있지 않은 한, 일단 힘을 실어주며 함께 가는 것이 좋을지도.

4.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과연 '차림사님'을 '차림사님'이라 부를 수 있을까? 아니, 부르고 싶어질까?

아마도 나는 식당에 가면, 그냥 여지껏 해온 것처럼 식당의 분위기와 구조, 음식의 평균가와 친숙도와 종업원의 수와 기타등등에 따라 1)벨을 누르거나 2)메뉴판이나 손을 머리 위로 조용히 들거나 3)'저희요~' 하거나 4)주방이나 카운터에 찾아가 원하는 바를 얘기하거나 5)필요한 물건을 직접 공수할 것이다. 그리고 눈 마주치며 '고맙습니다', '잘 먹겠습니다' 할 것이며, '잘 먹었습니다' 꾸벅 인사할 것이다. 아직은(?) '차림사님~'보다는 지금이 좋다.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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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6/26 17:30 2012/06/26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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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뤠~쓰!

날이 갈수록 비문, '논리' 없는 글, 앞뒤 자른 말, 부정확한 언어 사용에 대한 참을성이 없어진다. 예전엔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이젠 그런 글 한 줄만 읽어도 치밀어올라 더 읽으려야 읽을 수가 없다. 한데 인터넷에서 대하는 글은 안 읽으면 그만이지만, 휘유, 보스에게 국어 개인교습을 해줄 수도 없고. 쿨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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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6/13 10:36 2012/06/13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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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키 워터드립의 가장 큰 단점(?)은 물이 너무 빨리 떨어진다는 것. 많은 사람들이 떨어지는 속도를 늦추기 위해 나름의 방법을 개발해 내고 있다. (뾰족한 온도계 끼우기, 수액줄 활용하기 등등. 카페뮤제오 같은 사이트에 가 보면 여러 가지 방법을 접할 수 있다.) 그러나 단순무식 용감한 나는 '물 구멍을 줄이면 되잖아?' 하는 생각으로...

구멍 입구를 롱 노즈로 살짝 집어 주었다. 결과는 대만족. 5~8초 정도로 지연되었다. 그런데 한동안 안 쓰다가 엊그제 쓰려고 봤더니 뭐가 끼었는지 너무 막혔;;; 구멍을 핀으로 살짝 뚫어주었더니 어랍쇼, 다시 물이 콸콸콸;;; 그래서 다시 롱 노즈로 찝어 주었다능 ㅠ.ㅠ 그랬더니 우라질, 물이 30초에 한 방울씩 떨어진다. (어제 오후에 추출 시작했는데 아직 반밖에 안 됐;;; 아 마시고 싶다규 >.<) 이번 추출 끝나면 핀으로 또 살짝 뚫어주어야겠다. 킁.

(그리고 며칠 후...)

또 핀으로 살짝 뚫었더니 물리적 괴롭힘을 견디다 못해 뭉텅이로 추출구 조각이 날아가 버렸다능. 덕분에! 처음 샀을 때보다 빨리 떨어지는 불상사 발생. 그날 이후로 더이상 사무실에서 더치커피를 내리지 못하고 있다. 아 마시고 싶어 마시고 싶어!

(그런데 다 쓰고 보니 민우회와 일다 메타블로그에 등록한 블로그의 글이라기엔 좀 거시기하군;)

* 후기 *
이제 물리력은 통하지 않을 것 같아 화력을 이용했다. 적당히 달군 쇠젓가락으로 성심성의껏 물구멍 가장자리를 눌러주면 된다. 단, 젓가락이 그을거나 과열되지 않도록 주의할 것. 쓰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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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6/12 15:32 2012/06/12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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쥔장이 지금 다니는 회사는 작은 개인업체다. 전문성이 필요한 직종이기도 하다. 요새 한창 사람을 뽑는 중인데, 예전부터 느꼈지만 안타까운(?) 언니 오빠들이 참 많다. 정말 취직을 하고 싶은 건지 의심스러운. 하여 '정말' 작은 회사라도 취직하길 원한다면 아래 내용 정도는 좀 생각하고 지원했으면 하는 바람으로 이 글을 쓴다. 내가 겪은/겪고 있는 내용들을 바탕으로 한 것이나 조직 규모나 업종에 관계없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가장 중요한 것.
해당 회사가 뭐 하는 데인지, 본인이 채용되면 어떤 일을 하게 될 것인지 좀 알아보고 지원하자.


취업 사이트에서 '구인' 중인 거의 모든 회사에 무차별적으로 서류를 집어넣는 게 아닐까 싶은 지원서가 꽤 많다. 여기 저기 다 걸어놓고 '하나만' 걸려라 하는 심산일 게다. 장담컨대, 그러면 '하나도' 안 걸린다. 담당자들이 읽어봐도 모를 것 같지? 기본 이력서랑 소개서 하나 써 놓고 글자 하나 안 바꾸고 제출한 거 다 보인다. 인터넷 지원이 쉬워지면서 어째 이런 사람들이 더 많아진 것 같은데, 예나 지금이나 지원하는 회사에 그 정도 관심도 없는 사람은 재고의 여지가 없다. 리더십이 어쩌고 열정이 어쩌고 화목한 가정이 어쩌고 열심히 떠들어 보시라. 면접 보라고 연락 오는지 어디 보자. 그런 사람들이 워낙 많으니 그나마 기본 포맷에 한두 문장이라도 회사 내용 추가한 사람이 예뻐 보일 지경. (하지만 착각은 금물. 이 경우도 기본 내용에 억지로 끼워 붙인 티 다 난다.) 정말 취직하고 싶다면 자기소개서는 회사별로 늘 새로 써라. 결국 비슷비슷한 내용이 되더라도 회사 하나 정해 놓고 쓰는 거랑 있는 거 복사-붙이기 해서 내는 거랑 천지차이다. 응? 그러다 언제 몇 군데씩 지원하냐고? 위에서 언니가 다 얘기했다. 어차피 있는 거 갖다 쓰다가는 한 군데서도 연락 안 온다고.

그리고 회사에서 어떤 직무를 뽑는지는 좀 확인하고 이력서 내자. 땡땡직을 뽑는데 지원 분야가 '무역'이나 '컨설팅', '교육'이면 어쩌라는 걸까. 공고에 저런 단어가 하나라도 들어갔으면 내 말을 안 해요. 다른 회사에 넣었던 서류 똑같이 내고 있다는 걸 광고하고 싶었거나, '취직' 자체에만 관심 있을 뿐 어떤 일인지는 전혀 관심 없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거나 둘 중 하나겠지만, 이 역시 학창시절이 어쩌고 사회 경험이 어쩌고 암만 읊어봐야 꽝이다. 자기가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조차 모르는 사람을 뽑을 회사는 없으니까. 그러니까 앞으로는 '무역' 하고 싶으면 제발 '무역' 회사에만 지원하세요, 네?

둘, 오탈자와 맞춤법 체크는 백 번 해도 된다.

이게 두 번째로 올릴 내용인가 싶기도 했는데,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도 그렇고 이 업무의 특성을 봐도 그렇고 기본적인 맞춤법을 지키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생각해 보라. 국문학을 전공하였으며 교정교열에 능하다고 어필한 지원자가 정작 자기소개서에 '~로서'를 '~로써'로 썼다면? 요새 말로 '헐~'인 거지. 본인이 하는 '말'은 소용없다. 그야 얼마든지 꾸미기 나름이니까. 그 '말'과 '행위', 혹은 그에 대한 결과물이 자기소개서인 거다. 깔끔한 문장, 틀림 없는 맞춤법은 반드시 채용 담당자에게 좋은 인상을 남긴다. 더불어 오탈자는 성의 없는 지원으로 보이기 딱 좋은 아이템. 내용이 아무리 좋아도 점수 팍팍 깎인다. (아 물론 우리처럼 작은 회사에서 항목별 배분표를 가지고 점수를 매기는 것은 아니다. 지원서를 읽다가 내 마음이 서늘해진다는 얘기다.)

셋, 이모티콘 좀 쓰지 말자. '지원메일'에도 신경 좀 쓰자.

아주 정신 나간 지원자가 아니라면 지원서에 이모티콘이나 유행어, 비속어를 쓰는 경우는 많지 않다. 그런데 간혹 이 정도는 괜찮겠지, 하며 쓴 걸로 보이는 것들이 있다. 대표적인 게 ^^랑 ~. 저 정도로 인사담당자가 친근함을 느끼게 될 거라는 착각은 제발 안 했으면 한다. 성인으로서, 책임감을 가지고 공적 영역에 진출하려는 사람이 '공식적으로' 자신이 어떠어떠한 인간이라는 걸 알리는 서류에 '안녕하세요^^'가 웬말인가. '잘 부탁드리겠습니다~'는 또 뭔가. 내가 당신 선배여서 지금 나한테 인사청탁하는 건가. 미안하지만 나는 댁 모른다. 참고로 예전에, 집에 있는 노트인지 연습장인지 한 장 찢어서 '자필'로 '무대뽀 정신으로^^' 임하겠다는 지원자가 있었다. 연습장에서 한 번 아웃, 정성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던 그 '자필'에서 한 번 더 아웃, '무대뽀'에서 최종 아웃됐다.

지원메일 쓸 때도 마찬가지다. 큰 회사야 지원 시스템에서 바로 지원해 버리면 되니 메일 쓸 일이 없다. 그러나 작은 회사들은 메일로 지원을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원메일은 별로 중요하지 않을 거라는 착각은 버리자. 기본적으로 회사는 지원자의 '모든 것'을 알고 싶어 한다. 그러나 회사가 확보할 수 있는 내용은 제한되어 있다. 따라서 지원자가 회사에 제공한 '모든' 자료를 판단 근거로 삼는다. 제출서류가 이력서, 자기소개서라고 그것만, 그러니까 그 내용만 보는 게 아니라는 거다. 지원메일의 형식과 내용, 심지어 이력서와 자기소개서 편집방식까지 살핀다. 우편일 경우 서류를 어떤 식으로 배열하고 철해서 넣었나, 봉투에 주소는 어떻게 썼나, 이런 것까지 본다. 이런 것들이 바로 채용 담당자들이 호감을 가지고 본인의 서류를 검토할지, 뾰족한 마음으로 훑을지 결정짓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제발 처음부터 끝까지 긴장 좀 해라. 메일 쓸 때는, 회사에서 일 잘한다고 소문 난 선배 하나 붙잡아서 거래처에 처음 메일 보낼 때 어떻게 쓰느냐고 물어보든가, 검색을 해 보든가 책을 찾아보든가 해서 '공적' 느낌 풀풀 나게 써 내라. 짧고 간결하게.

넷, 사진이 그거밖에 없던가요?

개인적으로는 이력서에 사진 붙이는 거 별로다. 생긴 거 기억도 안 나고 괜히 선입견만 심어준다. 그런데 대부분의 회사는 사진을 요구한다. 별 수 있나. 일단 붙여야지. 한데 디지털 카메라 때문에 사진 찍기가 너무 쉬워진 게 문제라면 문제다. 어지간한 스냅 사진이어야 이해를 하지. 이어폰 꽂고 찍은 사진(이어폰 줄 자랑하고 싶으셨어요?), 모자 쓰고 찍은 사진, 머리 위쪽은 뎅강 자르고 첨부한 사진... 그런 사진 낼 바에야 그냥 사진 첨부하지 마라. 우스워 보이는 건 그 사람 하나로 족하지, 괜히 채용했다 회사까지 우스워질라.

그러니까 요는,

회사 작다고 사람도 허투루 뽑는 거 아니라는 거다. 좀 모자란 사람들이 모여서 얼렁뚱땅 주먹구구식으로 일하는 데 아니란 말이다. 그러니 정말 밥 벌어 먹고 살고 싶은 생각이 있거든 그만큼의 성의는 보여라. 하다못해 인터넷 서평단이니 체험단이니 하는 활동할 때도 그 상품 받아먹은 값 하려고 몇 시간씩 사진 찍고 글 쓰고 하지 않나? 하물며 밥벌이하는 데 그 정도 정성도 못 쏟나? 일에 비해 대기업보다 연봉 적고 이름값 없고 복지수준 형편없어도, 그보다 형편없는 지원서 감내해 가며 사람 쓸 회사 없다. 제대로 된 사람 아니면 그만큼의 급여도 아까운 거니까.

별책부록. '나이' 때문이 아니다.

예나 지금이나 연령제한이 있냐는 질문을 간혹 받는다. 내가 알기로, 정당한 사유 없이(이 일은 꼭! 반드시! 몇 살 이상이나 이하가 해야 한다! 이런 거지. 근데 암만 생각해 봐도 세상에 그런 일 거~~~의 없다.) 나이 제한하는 거 위법이다. 당연히 나이 제한 없다. 뭐, 우리 사장님 입장은 좀 다를 수 있지만, 어쨌든 나이 제한하면 안 되는 거다. 그래서 지원자들의 나이는 천차만별이다. 20대부터 50대까지. 그런데 4, 50대분들, 혹은 30대라도, 이분들이 서류전형 단계를 통과한 기억이 없다. 아마 그분들은 당신의 나이 때문이라 생각하고 계실 게다. 하지만 실무자 입장에서 그분들을 나이 때문에 불합격시킨 게 아니다. 내 비록 지금 사기업에서 일하고 있으나 명색이 여성주의자인데, 적어도 내 권한 아래 놓인 일만이라도 내 가치관 지켜가며 일하려 노력한다.

그럼 그분들은 왜 면접 기회를 잡지 못했을까? 대개는 '핀트'가 안 맞아서다. 본인의 경험과 경력이 나열되어 있기는 하지만 정작 우리 회사에서 건질 만한 내용은 없는 경우. 그럴 경우 '경력'이 아니라 '신입'이라는 관점으로 사람을 판단해야 하는데 '신입'으로서의 자질은 또 보이지 않을 경우. 회사에 도움 되지 않는 경력으로 경력 대접을 해 달라는 건 누가 봐도 말이 안 되잖아. 한데 그걸 간과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다. 심지어 '내가 친히 임하여 너희 회사를 잘 이끌어 주겠노라' 식으로 자기소개서를 쓴 지원자까지 있을 지경. 감히 말씀 드리건대, 본인이 해 온 일과 비슷한 업무거든 경력을 최대한 부각시킨 성실한 직무기술서로, 새로운 업무라면 '신입사원답게' 서류를 갖춰서 지원해 주셨으면 좋겠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 몫의 밥벌이를 하려는 여러분 모두에게 행운이 있기를. (역시 나도 나이를 먹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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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4/30 15:26 2012/04/30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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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친구들은 결혼식에 잘 안 간다. 나는 청첩장 주면 웬만하면 간다. 사진은 안 찍고 신부랑 인사만 하고 바로 밥 먹으러 가는 일이 다반사지만. 친구들이 결혼식에 안 가는 이유는 글쎄, 안 물어봤지만 결혼제도와 결혼식에 대한 반감도 있을 테고(내 친구들은 대부분 결혼을 안 했다. 그리고 내 친구들은 대부분 여성주의자다.) 돌려받을 기약 없는 축의금 헌납에 대한 반감도 있을 테다. 이게 참으로 당연한 것이, 결혼식에 가도 좋을 만한 '친한 친구'는 정작 결혼에 뜻이 없고, 결혼소식을 알리는 사람은 대개 어중간한 관계니까. 기꺼운 마음으로 '축의'하기엔 좀 찝찝하다. 그럼 나는 왜 가느냐. 일단 내가 맺고 있는 인간관계는 친구들과 좀 다르다. '사기업'에 다녔고, 현재도 다니고 있으며, 성형수술과 다이어트 등을 화제에 올리는 사람들과 취미생활도 하는 나로선 결혼식 생까기가 쉽지 않다. 그렇다고 울며 겨자 먹기로 가는 것도 아닌 게, 예전에는 저런 결혼식 왜 하나, 왜 가나 싶었지만 지금은 그냥 내 인생도 아닌데, 일껏 오라고 챙겨 줬는데 기대에 부응해 주자 하는 생각이다. 축의금만 전달할 수도 있지만 뭐, 난 남들이 싫어한다는 결혼식 뷔페도 좋아한다, 흠흠; 이왕 선택한 결혼, 잘 살았으면 하는 생각도 물론 있고.

하지만 나도 인간인지라 돌려받을 길 없는 축의금 총액을 생각해 보면 가끔 아깝기도 하다. 그거 회수하자고 맘에 없는 결혼을 할 수도 없고, 쩝.

그런 저런 생각을 하다 어느 날인가는 드디어 결혼만이 인생지대사냐 하는 생각이 들었다. (수연을 제외하고는) 결혼이나 아이만이 타인에게 크게 축하 받을 가치가 있는 일로 여겨지는 분위기는 아무리 생각해도 따분하고 재미없다. (한편으로는 외려 결혼에 너무 큰 의미를 두고 있으니까 고작 결혼 '따위'로 사네 못 사네 지지네 볶네 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도;;;) 누군가에게는 결혼이 일생일대의 이벤트이자 큰 돈 들어가는 일이겠지만, 또 어떤 이에게는 '여행'이, '취업'이, '내 집 마련'이 일생일대의 사건일 수 있다. 결혼하지 않은, 할 생각도 없는 누군가에게는 더더욱.

그래서 나는 가끔, 결혼할 생각이 없어 뵈는 (뭐, 나중에 결혼하더라도 상관은 없다만) 친구들에게 일 삼아 축의금을 낸다. 오늘은 한 명이 최근 게스트하우스를 열었대서 약간의 축의금을 넣었다. 그리고 비혼여성들의 이런 축의금 품앗이가 더 널리 이루어지길 소망해 본다. '너 이번에 회사 정리하고 유학 간다면서? 큰 결심했네. 잘 다녀와'라던가, '강아지 입양한다구? 오랫동안 노래 부르더니 잘됐다 야. 진짜 축하한다. 행복하게 잘 살아'라던가, '그 업소용 에스프레소 머신이 그렇게도 갖고 싶었던 게냐'라던가... 뭐 이런 말들과 함께 쓱 건네는 축의금 봉투, 주는 이도 받는 이도 얼마나 즐거운가.

요즘에는 '내 집'으로 이사하면 '청첩장'을 돌려 볼까 하는 상상을 한다. 나의 '내 집 마련'은 일생일대의 사건이자 새로운 출발이며 앞으로 더 잘 살겠다는 다짐이니까. (야, 집이랑 결혼하냐?) 집에 다 불러들이기엔 집도 좁고 너무 번거로울 테니까 예식장이나 뷔페식당 하나 잡아서 밥들 한 끼 먹이고, 축의금도 물론 받고! 본식에서는 집을 어떻게 마련하게 되었나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동영상도 상영하고 축가랑 축하 댄스도 받고...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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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4/24 13:36 2012/04/24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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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자본 행세하는 한국인들을 가리킨답시고 "검은 머리 외국인" 운운할 때부터 알고 있었다.
한두 번 하다 말겠지 했는데 나름 굉장히 참신한 표현인 양 계속 써대는 걸 보고 일찌감치 '기대'를 접었더랬다.
(저게 왜 '문제'인지 모르겠는 사람은 공부 좀 하고 다시 와라. 인터넷에 널린 게 자료다.)
그러므로 작금의 '사태'는 놀랍지도 않다. 외려 진작 터졌어야 하는 거지.
다만 '문제'의 포커스조차 제대로 못 잡는 걸 보면 생각보다 머리들이 많이 나쁜 건가, 살짝 궁금할 뿐.

그나저나, 이대로 가면 "나는 꼼수다"의 '나'는 더 이상 '가카'가 아닐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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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2/06 10:21 2012/02/06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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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평생 그를 오프라인에서 본 것은 딱 한 번뿐이다. 육성으로 말을 섞은 것도 단 한 번뿐. 처음이자 마지막 한 번. 몇 번은 더 있을 줄 알았던 한 번.

그가 하늘로 돌아간지 벌써 1년이 되었다. 그리고 방금 그의 1주기에 맞춰 리뷰집과 에세이가 출간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늘 온라인에서 만났던 사람이라 그런지 몰라도 아직도 그가 살았던 아파트 앞을 지나노라면 나도 모르게 "앗, 만두 언니네다" 하게 된다. 그러다가 뒤늦게 '아, 언니는 이제 없지' 하는 생각에 풀이 죽는다.

알라딘 물만두. 그에게 나는 수많은 지인 중 하나였을지 모르나, 나에게 그는 무슨 일만 생기면, 아프기만 하면 달려가서 쫑알대고 싶고 위로 받고 싶은 사람이었다. 아마 그를 아는 대부분의 사람이 그럴 것이다. 모두에게 자신을 특별하고 애틋한 사람으로 각인시킬 수 있었던 것은 그의 희귀한 병 때문이 아니라 모두에게 살갑고 따뜻한 그의 심성 때문이었다.

어느 볕 좋은 날 후다닥 납치해서 피크닉을 가고야 말겠다는 치카 언니와 나, 그분의 깜찍한 소망은 이번 생에 이룰 수 없게 되었지만 다음 생에는 우리에게 더 좋은 날들이 있을 거라고, 믿고 싶다(비록 개인적으로는 내게 다음 생 같은 건 없었으면 좋겠지만). 이런 속내를 비치면 그는 아마도 아니다, 이번 생도 충분히 좋았다, 고 말할 테지만.

보고 싶어요, 언니.

* 이후 덧붙임
언젠가 언니는, 몸을 움직이기가 더 힘들어져 책마저 읽을 수 없는 날이 오면 어떡하나, 걱정했더랬다. 그때 나는 언니에게 그런 날이 오지 않기를 바라지만 혹여 그런 날이 오게 되면 열심히 책을 읽어 녹음해 보내주겠노라, 했었다(이 또한 지키지 못할 약속이 될 줄은 몰랐다). 그랬던 언니가 마지막까지 움직일 수 있었던 신체는 손가락 여섯 개, 였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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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2/01 17:26 2011/12/01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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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토요일, 지갑을 잃어버려서 운전면허증을 재발급 받으러 갔다.
면허시험장 민원실에 들어가 어디로 가야 하나 헤매다 저~~~쪽 구석에서 X배너 하나 발견! 오올, 운전면허증에 장기기증 의사 표시를 할 수 있다는 거다. 맞아 맞아, 바뀌었다는 얘길 들었었다. 마침 잘됐네, 훗.

그래 배너가 걸려 있는 방의 안쪽을 쓱 훑어보았으나 별다른 안내문이 없다. '신체검사실'이라고 이름 붙은 곳에 세 명 정도의 직원이 있는데 누군한테 물어봐야 할지도 좀 뻘쭘하고. 완전 '여기다 물어보는 게 맞나? 아니면 어쩌지?' 싶은 분위기. 하여 이미 모 단체를 통해 장기기증 서약자로 등록한 바 있는지라 운전면허 재발급 담당자에게 문의하면 처리해 주겠지 하는 참으로 안일한 생각으로 면허 재발급 창구로 갔다.

(아래 대화는 녹취한 것이 아니라 쥔장의 기억에 따라 재구성한 것이다.)
"근데 운전면허증에 장기기증 표시를 할 수 있다고 하던데요."
"따로 신청하셔야 되구요, 저쪽 신체검사실 쪽으로 가보세요. 그런데 오늘 토요일이라 할지 모르겠네."
"이미 장기기증 희망자로 등록되어 있는데 여기서 바로 할 수는 없나요?"
"시스템이 따로 되어 있어서 그쪽에서 등록하신 후 저희가 결과를 받아서 처리해 드리는 거예요. 저쪽 가서 알아보세요."

그래 못 이기는 척 그 구석탱이 신체검사실 앞으로 갔다. 안쪽을 좀 더 오래 훔쳐봐도 여전히 아무런 안내표시도 없다. 쭈뼛한 마음. 그래 그냥 스티커 다시 신청해서 붙이고 말지 하는 생각으로 다시 재발급 창구로.

"신청했어요?"
"아뇨."
"안 된대요?"
"...안 하려구요."
"왜요. 다녀 오세요."

그래 또 못 이기는 척 구석탱이로 갔다. 신체검사실 안으로 들어가 앞쪽에 계신 분한테 저... 면허증에 장기기증 표시를 하려고 한다...고 했더니 저쪽에 있는 웬 신청서를 작성하란다. 이미 등록되어 있는데 무슨 신청서를 또!!! 작성하냐고 했더니만 시스템이 연결되어 있지 않아서란다.

그때쯤 이미, 그 눈에 잘 띄지도 않는 배너 외에 아무 안내도 없는 점, 재발급 창구 담당자가, 관련 업무를 토요일에 처리하는지 안 하는지도 모르고 있다는 사실, 그리고 그 사실을 본인이 알아봐주기는커녕 '아쉬운 니가 알아봐라'라는 식으로 응대하는 데 빈정이 제법 상해 있던 나는 궁시렁거리며 신청서를 다시 작성했다.

그리고... 작성한 신청서를, 신청서를 작성해 주세요, 라고 말한 분한테 가지고 갔더니 웬걸, "저 안쪽에 계신 분한테 갖다 주세요"란다.

물론 그 '안쪽'이 수십 걸음씩 되었던 건 아니다. 그러나 몇 걸음이건 간에 애초부터 "신청서 작성하셔서 저 안쪽에 계신 분한테 갖다 주세요"라고 말해 주었더라면, 나는 궁시렁거리면서도 '안내'에 따랐을 것이다.

결국 나는 누구도 신경 쓰지 않고, 누구도 아쉬워하지 않고, 누구도 제대로 설명해주지 않는 데 격분하여 됐다고, 표시 안 하고 말겠다고 신청서를 찢어 버리고(성질 나서 그런 건 아니고 주민번호가 기입되어 있어서;;;) 재발급 창구로 돌아왔다.

"저 표시 안 할래요."
"왜요?"
"그냥 제가 알아서 스티커 신청해서 붙일게요. 등록하려는 사람을 너무 번거롭게 만드는 시스템이네요."
"......"

사석에서는 "대체 장기기증 같은 건 왜 하는데? 운전면허 표시 같은 건 왜 하게 만들어서 내 일만 더 번거롭게 만드는 거야?"라고 말할 것처럼 생긴 그 담당자는 가타부타 말도 없이 몇 분 내 '일반' 면허증을 내 주었다.

씩씩대며 돌아와 관련 내용을 검색해 보았다. 왜 이런 불친절하고 불합리한 일이 벌어지는지 궁금하기 짝이 없어서.

운전면허 장기기증의사표시제도는 면허시험장에서 운전면허증을 신청할 때, 장기기증도 동시에 신청할 수 있도록 안내하는 제도를 말한다. 장기기증을 등록한 사람의 운전면허증에는 장기기증등록자란 사실이 면허증에 표시된다.

운전자가 불의의 교통사고로 뇌사상태가 됐을 때, 면허증을 확인하는 과정만 거치면 곧바로 장기이식 절차를 밟을 수 있도록 제도화시켜 놓는 것이다.

현재 운전면허신청 시 장기기증등록 신청서가 따로 제공되며, 국립장기이식관리본부는 이 신청서의 원본을 걷고 있다.

따라서 운전면허 신청 시 장기기증을 등록자로 신청한 사람은 장기등록증과 함께 면허증 기증의사표시 여부에 찬성한 뒤 그 내용을 국립장기이식관리센터로 보내야 한다. 이후 국립장기이식관리센터에서 경찰청 전산망에 내용을 전송해야만 면허증에 표시되는 절차로 운용되고 있다.

운동본부는 바로 이런 복잡함을 문제로 지적하고 있다. 장기기증 신청서가 운전면허 신청서와 따로 제공되기 때문에 주의를 끌기 어려운데다, 복잡한 절차 때문에 일반인들이 장기기증을 꺼려한다는 것이다.

(출처: http://www.dailymedi.com/news/opdb/index.php?cmd=view&dbt=article&code=131290&page=1&sel=&key=&cate=class_all&rgn=&term=, 밑줄은 쥔장)

그러니까 '원흉'은 국립장기이식관리본부라는 건데, 기껏 만든 좋은 제도를 나서서 사장시키는 것도 문제, 자기들 직접업무가 아니라고 수수방관하는 도로교통공단('한' 직원의 응대태도로 싸잡아 비난해서 조금 성급하다는 생각도 들긴 하지만, 다른 직원이라고 별다르게 반응했을 거 같지 않다는 데 오백 원 건다)도 문제이긴 마찬가지인 것 같다.

한데 얼레, 스티커 재발급 받으려고 장기기증이랑 골수기증 등록해 놓은 단체들 홈페이지를 돌아다니다 운전면허증에 장기기증 표시 여부를 홈페이지(장기기증등록단체 홈페이지, 장기이식본부 홈페이지)에서 수정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홈페이지에서 미리 수정해 두었더라면 그런 번거로운 절차 없이 장기기증이 표시된 면허증을 받을 수 있었을까? 그렇다고 한다면, 이미 장기기증 의사를 등록했다고 밝힌 사람에게 무조건 '시스템이 달라요' 하면서(위 기사를 읽기 전엔 당최 무슨 시스템이 무슨 시스템이랑 다르다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신청서를 작성하라고 재삼 말하는 대신, 홈페이지에서 해당 내용을 직접 수정하면 연동이 된다고 알려주거나, 더 나아가 그 옆에 조그만 컴퓨터 하나 마련해서 본인이 바로 수정할 수 있도록 해 주었어야 했다. 은행에 가면 인터넷뱅킹 전용 컴퓨터가 있는 것처럼 말이다. 혹시 '기등록자'라 아쉽지 않다는 건가? 신규 가입자만 받아요? 아니면 사람이 많으나 적으나 상관없이 월급 받는 준공무원님들이라 신청을 하든가 말든가인가요? 아니면... 홈페이지에서 수정해도 '연동' 같은 건 안 되는 건가요?!

혹시 관련자가 어쩌다 검색에 얻어 걸려 이 글을 보게 된다면, '업무 욕심'이 있어 운전면허증에 장기기증 표시하는 사람이 왜 안 느는지가 궁금하다면, 일 삼아 가까운 운전면허시험장에 한 번 가 보시길 권한다. 그리고 운전면허증에 장기기증 표시하기가 '실제' 어떻게 운용되고 있는지 꼭 스스로 확인해 보시길 바란다. 완전 빈정 상해서 장기기증 의사 등록 취소해 버릴까 잠깐이나마 생각한 나 같은 인간을 넘어, 진짜 취소해 버리는 사람들 나오기 전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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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9/30 18:07 2011/09/30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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