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한마디: (아직은) 빛 좋은 개살구
그분의 한마디: 앤님(나를 지칭) 컬렉션이 더 나아요
그날의 한마디: 와, 진짜 싸다!
총평: 헌책방과 새책방, 마트 서점을 적당히 얼버무린 책가게. 역시 내 취향은 아니야.

다음날 출근에 벌써부터 우울해지는 일요일 점심, 그분과 한가로운 커피집에 앉아 커피를 마시다 알라딘서재를 휙 둘러본다. 알라딘이 오프라인 중고서점을 열었단다. "여기나 가볼까요?" 해서 찾아가게 된 알라딘 중고서점.

참고로 쥔장은 헌책을 좋아하지 않는다. 자원 재활용이나 여러 가지를 생각해 보면 헌책에도 관심을 가져야 마땅할 것이나, 인간과 깊숙한 관계 맺기를 꺼려하는 쥔장은 아직 남의 역사(밑줄 그은 자리, 낙서, 접힌 자리)를 대면할 용기가 없다. 헌옷, 헌 신발은 잘도 받아 입으면서 헌책을 저어하는 건 '책에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고 여기기 때문일까.

종로2가 그곳은, 달빛시위를 할 때 지나가다 보면 여자들이 떼로 가니 영업을 하고는 싶고, 그렇다고 올 것 같지는 않고(부를 만한 외모와 차림도 아니고), 어쨌든 영업에 방해는 된다는 묘한 표정으로 호객행위를 하던 오빠들이 일했던 자리다. 업종이 바뀐 후에야 처음 들어가 보는 옛 나이트클럽.

공간은 중고서점치고는 큰 것 같았고, 새책 서점이라 치면 작은 것 같고, 또 그렇다고 동네서점이랑 비교하면 큰 편이고 그렇다. 중고책방이면서 새책방 분위기를 내려고 많이 노력한 게 눈에 띈다. 아마도 '칙칙한' 기존의 중고서점 분위기에서 벗어나 '보다 깔끔하고 세련된' 분위기에서 새책 골라잡듯 책을 고를 수 있도록 하자, 가 가장 큰 기획의도였던 듯하다.

책장은 아직 많이 차지 않았고, 종류가 많다는 느낌도 들지 않았다(다른 헌책방도 자기계발서 코너가 그렇게 큰 걸까?). 다만, 겉보기엔 모두 깨끗한 책들이 눈길을 끈다. 새 책도 제법 되었고. 한정된 출판사의 한정된 책들이라는 게 아쉬웠지만. 재고판매용이니 그럴 수밖에 없을 테고, 몇 권 안 되는 책은 금세 누가 가져가 버릴 테니 내 눈엔 더 그렇게 보였던 거겠지. 책정리도 아직 덜 되어 같은 책을 다른 책장 두세 군데서 발견하기도 하고, 서점이 아니라 마트 같은 분위기(쭈쭈바 빨면서-음식물은 입구에 두고 오라고 쓰여 있던데 아이들은 예외인가?- 아빠 엄마 찾고 떠드는 아이들, 그 아이들을 제지하기는커녕 장단 맞춰주는 보호자들, 아이들만큼 떠드는 젊은 언니 오빠야들, 엄청 바쁘게 여기 저기 돌아다니는 아르바이트생들...) 때문에 차분히 책 구경하는 재미는 어느 정도 자리가 잡힌 후에나 기대해야 할 듯(근데 그런 날이 올까 싶기는 하다). 한데 그 와중에 들어버린 어떤 언니의 감탄. "와, 진짜 싸다~" 책은 '가격비교'를 해가며 '쇼핑'하는 '상품'이 되었구나 하는 씁쓸함이 슬쩍. 입구에 놓인 "책 천 원부터" 엑스배너를 보고 나면 씁쓸함은 약간의 서글픔으로 번진다.

다만 일일이 얼마냐고 물을 필요 없이 책등에 스티커나 바코드를 붙여 가격을 안내하는 시스템은 편리할 것 같다. 혹시 아는 사람이라도 볼까 싶어 간혹 두리번거리기도 했는데 우연찮게 주말이라 고객입장으로 놀러온 알라딘 직원(알라딘 들어가기 전부터 알던 사이임)만 마주쳤다, 하하.

Creative Commons License

Posted by etcetera

2011/09/23 13:51 2011/09/23 13:51
, , , ,
Response
No Trackback , a comment
RSS :
http://etceteras.pe.kr/rss/response/134

개인적으로 알라딘, 책 파는 알라딘을 일부러 멀리 한 것은 1년쯤 전이다. 내가 그쪽 '서재'를 박차고 나와 새로 내 집을 마련한 건, 그 동네에 내 신상정보가 너무 많이 알려졌다는 것 외에도 그간 알라딘에서 이런 저런 불만이 쌓였기 때문이다. 이제 와서 이게 불만이고 저게 불만이고 떠들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친구가 알라딘에서 일한 적이 있다는 선배가 "나는 걔 얘기 들은 이후 절대 알라딘에서 물건 안 사" 했던 말도 암암리에 영향을 미쳤음을 부정하진 않겠다. 하여 블로그를 꾸리면서도 처음, 그리고 유일하게 했던 결심이 TTB나 (책)광고배너는 넣지 않겠다, 였다.

차츰 줄어들기 시작한 주문은 여름 들어 '전혀'가 되는 일이 잦아졌고, 최근의 주문이라곤 10월 말의 책 한 권(땡땡님 생일선물), 땡땡머리 샴푸 세트(엄마마마의 명), 에스프레소 잔 세트(적립금 탈탈 털어 6,280원에 구입)이다. 땡땡머리 샴푸 세트 가격이 좀 나가는지라 '최근 3개월 구매액 0원'이었던 게 은근슬쩍 '실버회원'이 되려고 하지만, '실버회원'이 되기 위해 구매해야 하는 18,000원을 애써 쓰려고 하지 않음으로써 나는 '평정심'을 유지하려고 한다.

그렇다고 다른 서점을 애용했던 것도 아니다. '알라딘'이 아니라고 다른 서점에서 냉큼 구매를 하기에는, 도서정가제와 망해가는 동네서점, 그리고 그 안에서 인터넷서점을 애용하는 나, 더 크게는 '소비하는 나'라는 참으로 근본적인, 그러나 혼자 힘으로는 풀어내기 힘든, 고민이 있(었)다(이 고민은 '바로드림 서비스와 북새통'에 아주 약간 드러나 있다). 이 물음을 어찌 하지 못해 결국 나는 어디서도 책을 사기 어려워하는 바보가 되어버린 것이다. 이 고민이 왜 아직까지 '책'에 국한되어 있는지는 나도 의문이다만. 어쨌든.

그럼 나는 1년 동안 책을 '거의' 사지 않고 어떻게 살았나. 간단하다. 책을 안 읽었다. 어이없는 답이지만, 올해는 책 읽기 말고도 내 마음을 빼앗는 것들이 많았다. 건강이 우선 문제가 됐다. 일상생활에는 이제 거의 지장이 없지만, 나는 아직도 무거운 물건을 들지 못하고, 왼쪽 어깨가 덩달아 나빠지고 있으며, 목 결림이 다시 시작되었고, 2월이나 3월에 한 달쯤 배낭여행을 다녀오고 싶은데 과연 '배낭'을 들 수 있을지 의심스러운 상태다. 몸을 움직이는 취미생활은 여전히 엄두도 못 내고, 밤마다 다리 찢기 하는 것으로 위안을 삼는다.

다른 취미활동은 뭐가 있었나. 여름에는 한동안 물비누 페이스트 만들기에 전념했고, 지금은 뜨개질이 어깨건강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 저울질 중이다. 또, 주중에 학원을 다니니까 확실히 시간이 빠듯해 동동거리며 살게 된다. 출퇴근 시간이 급격히 짧아진 것도 이유. 버스에서 책을 많이 읽는 편인데 이동거리가 짧은 데다 거의 서서 다니기 때문에 부실한 어깨로 흔들리는 버스에서 버티고 책을 읽어내기가 쉽지는 않다. 참, 휴대폰 DMB도 영향을 미쳤다. 이동 중에 잠깐씩 보는 뉴스, 재미있더라.

그렇다고 해도, 방치하고 있기는 해도, 책꽂이에 꽂아둔 책이 천 권은 있는 집에서 책을 전혀 안 읽기란 어려운 일이다. 나는 올해 <질병의 병리학>을 읽었고(아 이 책 '독중감' 말고 '독후감' 써야 하는데;;;), 사이판에서는 <크리스마스 캐럴>을 완독했으며, 버스와 찻집을 전전하며 <엔리케의 여정>을 읽었다. <아름다운 세상을 꿈꾸다>로 '소사'라는 가수가 있다는 것도 알았다. 짱박아 둔 만화책들을 보고 또 보았으며, 땡땡님이 선물해 주신 <킹콩걸>은 거의 다 읽어간다. 최근에는 역자 한 분에게 선물 받은 <Parite! 성적 차이, 민주주의에 도전하다>를 드디어 읽기 시작했다. 내가 올해 많이 '바보'가 된 줄 알았는데 이 책 읽다 보니 아직 절망할 만큼 바보가 된 건 아닌 것 같아 위안이 된다.

<나는 나쁜 장애인이고 싶다>는 내가 책을 계속 사들이고 있었으면 평생 읽지 못했을 지도 모를 책이다. 땡땡님이 예전에 표제작에서 인용하신 문구가 인상적이라 사 두었던 책인데 이상하게 몇 년 동안 손이 가지 않았던 책. 아마 올해 내가 '건강'했더라면, 사던 대로 계속 사댔더라면, 어느 여름날 컴컴한 책방에서 이 책을 단숨에 끄집어내는 일은 없었겠지. 서평은 계속 미뤄두고 있지만, 안 읽었더라면 지금보다 더 재미없는 인생일 뻔했다.

... 알라딘 커뮤니티의 일원이라고 하기에도 아니라고 하기에도 어정쩡한 위치와, 기왕에 '불매(에 가까운 무언가)'를 해 왔던 나로서는 이제 새삼스럽게 불매를 외치는 게 더 우습다. 게다가 나로서는 어떻게든 '입장'을 정리해서 책을 (어디서든) 다시 사겠다든지, 아니면 일평생 빌려만 읽겠다든지, 또 아니면 책이랑은 이제 빠이빠이를 하겠다든지 하는 게 우선이다. 이것이 '연대의 변'인지, '反, 혹은 半 연대의 변'인지는 모르겠다만. 근데 이 글의 주제는 대체 뭐냐.

Creative Commons License

Posted by etcetera

2009/12/08 11:16 2009/12/08 11:16
, ,
Response
No Trackback , No Comment
RSS :
http://etceteras.pe.kr/rss/response/61

세 달 전, 국내 최대 오프라인 서점 교보문고는 "바로드림 서비스"를 개시했다. 인터넷 교보문고에서 인터넷 가격으로 책을 주문하고 광화문이나 강남 등 거점 서점에서 찾아가는 방식의 서비스다. 가격은 인터넷 할인이 되니 오프라인보다 저렴하고 택배비가 따로 들지 않으며, 무엇보다 한 시간 정도 후면 책 준비가 된다는 점에서 온라인과 오프라인 서점의 장점을 잘 조합한 서비스가 아닌가 싶다. 서비스가 시작되자마자 이용해본 적이 있는데 생각보다 괜찮았다. 우연찮게 교보에 들렀다가 인터넷으로 주문 넣고 한 시간 정도 어슬렁거리며 책 구경하다 찾아가면 어떨까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물론 시도해 보진 않았다).

그런데 이런 서비스를 교보에서 처음 시작한 건 아니다. 10년쯤 전, 빵빵한 일간지 광고까지 터뜨리며 출범했던 "북새통" 서비스가 있다. 이 사이트에 들어가 보면 "전국 온 · 오프라인 네트워크 서점 북새통"이라는 슬로건이 보인다. 감이 오지 않는가? 북새통 사용법은 이렇다. 일단 인터넷으로 책을 주문한다. 주문과정에서 배송방법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게 타 인터넷 서점과 다른 점이다. "택배"와 "제주도 택배," "제휴서점 수령"이 있는데 짐작하다시피 "제휴서점 수령"은 북새통과 제휴를 맺은 전국 서점에서 책을 수령해 갈 수 있는 거다. 물론 이 경우 택배비는 들지 않는다. 교보처럼 크지 않기 때문에 제휴서점에 해당 책이 없을 경우엔 택배로만 받아볼 수 있고, 북새통 자체 재고는 소진되고 제휴서점에만 재고가 있을 경우엔 제휴서점에서만 받아볼 수 있기는 하다. 그리고 몹시 몹시 특이하게도 아직까지 40,000원 이상일 때만 택배비 무료라는, 다른 서점들은 애저녁에 갖다 버린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서평을 써 주는 조건으로 처음 책을 받아보았던 곳이 이 북새통이었고, 게임을 해서 높은 순위에 도달해 신간 한 권을 선물 받았던 곳도 이 북새통이었다. 그 모든 책을 퇴근길에 '제휴서점'인 방배동 진영문고에서 수령했더랬다. (잠깐 다른 야그. 내 입장에선 진영문고와 북새통의 관계는 아직도 미스터리이긴 하다. 진영문고가 북새통을 만든 건가? 진영문고가 북새통에 계속 광고를 걸어두는 건가? 그럼 서울시내 모 지역에서 본 북새통 간판은 뭘까? 사이트에 보면 카피라이트도 진영문고랑 북새통이 다 올라가 있다;;;) 조사는 안 해봤지만 책에 관한 웹진을 만들기 시작한 것도 북새통이 수위에 들어가지 싶다. 아무튼 상당히 선도적이었다는 얘기. 전신마취 세 번을 거치면서 심히 의심스러워지긴 했지만, 어쨌거나 내 기억에 따르면 품절/절판 도서 게시판을 만들어서 사람들의 절절한 사연을 듣고 제휴서점 재고를 뒤져주던 곳도 여기였다. 덕분에 다른 서점에서 구할 수 없었던 책을 한두 권 운 좋게 구하기도 했던 것 같다.

동네 서점들이 망하지 않았다면, 북새통이 좀 더 공격적으로(?) 경영했더라면, 제휴서점은 더 많아졌을 테고, 더 다양한 책을 더 빠른 시간 안에 편리하게 받아볼 수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교보의 바로드림 서비스는 물론이거니와 여타 대형서점이나 인터넷서점에 대항할 수 있는 좋은 자원이 되었을 것이다. 누구 탓을 할 것도 없지만 바로드림 서비스의 승승장구를 보고 있자니 새삼 아쉬워진다. 몇 푼 마일리지와 무료 택배비에 홀라당 넘어간 인터넷서점 애용자가 무슨 할 말이 있겠냐마는. 쩝.

뭐 어쨌거나, 이제는 빛이 많이 바랬으나, 북새통은 여기다 - http://www.booksetong.com

Creative Commons License

Posted by etcetera

2009/08/28 11:52 2009/08/28 11:52
, , , ,
Response
No Trackback , 4 Comments
RSS :
http://etceteras.pe.kr/rss/response/40


블로그 이미지

투덜투덜

- etcetera

Archives

Authors

  1. etcetera

Recent Posts

Calendar

«   2018/02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Site Stats

Total hits:
1049810
Today:
240
Yesterday:
7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