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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10/26 그 쉐이들이 개쉐이인 까닭 by etcetera (3)
혼자 씩씩하게 여기 저기 쏘다니는 관계로(지금까지 '도를 아십니까'가 많이 따라붙는 이유가 '혼자 다니기 때문'이 아니라 자기한테 후광 같은 게 있기 때문인가 보다 생각했다던 '그분' 생각에 잠시 웃음이... 푸흐;;; 귀여워 귀여워 >.<) 유독 "도를 아십니까" 유의 사람들을 많이 만난다. 대응법은 완전히 무시하기부터, 화내기("저 지금 무지 아프거든요? 신경 쓰이게 하지 말고 가주실래욧?"), 인사하기("얼굴에 복이 있으시네요." "고맙습니다. (쌩~ 하고 갈길 감)")까지 다양했다. 요즘은 좋은 게 좋은 거라고, 블로그 이름도 갖다 쓰는 마당이라 인사하기를 주 응대법으로 하고 있는데, 오늘 오랜만에 그분들을 또 만났다.

비교적 젊은 여성, 그리고 따르는 남성. 이들도 우리가 대처법을 개발하는 동안 놀고 먹지는 않았던지, 이번에는 색다른 접근법을 사용했다. 바로 길 물어보기.

"저... 조계사가 어디인가요?"
"(나 같은 길치한테 그걸 묻다니;;;) 그, 글쎄요. 조계사는 종로2가에 있고 여기는 종로3가 초입이니까 좀 더 걸어가다 안으로 꺾어지시면 되지 않을까요?"
"저쪽으로 더 가요?"
"예. 그럴걸요? (옆 노점상을 가리키며) 저기 물어보시면 정확히 알려주실 텐데요."
"아~ 저희는 또 이 근처에서 직장 다니시는 줄 알고."
"아니에요. 하하."
"그럼 여긴 어쩐 일이세요?"

로부터 시작해서 성이 뭐냐, 어머니 성은 뭐고 하는 일은 뭐냐, 띠는 어떻게 되냐, 꿈은 잘 꾸냐... 뭐 이런 오만 가지 질문에서부터... 얼굴이 어쩌구 저쩌구 하게 생겼다, 겉은 여잔데 속은 남자다, 온 집안을 짊어지고 어쩌고, 인덕보다 조상덕이 있다...와 같은 관상학적, 혹은 기학적(氣學的) 발언이 쏟아졌다...만, 결론이야 뻔하지. 조상님한테 공덕을 들여본 적이 있냐, 어쩌구 저쩌구.

코웃음 치며 됐다, 관심 없다 하자 5분만 시간을 내 달란다.
"이미 5분은 충분히 드린 것 같은데요?" 했더니만,
"일이십 분 늦는다고 무슨 일 나는 거 아니잖아요(누구 맘대로 5분이 일이십 분으로 바뀌는 거냐)?"
"하하. 할 일이 많아서요."
"요새 안 바쁜 사람이 어디 있어요. 다 할 일 많지."
"(그 할 일 많다는 사람 붙들고 지금 하는 짓을 보라구 >.<) 네네. 근데 시간은 이미 많이 내어드린 것 같구요, 안녕히 가세요. 길은 저 가게에서 물어보시구요."

그랬더니 몇 발짝 따라오며 뜬금없이,
"아니 그럼 갈 때 가시더라도, 봉사활동은 하세요?"
"네? 네."
"저희가 치약, 비누라도 사갈 수 있게 봉사 좀 하시지요."
"됐습니다. 생각하시는 것보다 많이 하고 삽니다."
"봉사라는 게 쌓아놓고 하는 게 아니잖아요. 그때 그때 기회 닿으면..."
"네네."
"말만 네네 하고 그냥 가실 거잖아요?"
"네네."
하고선 뒤에서 뭐라고 하든가 말든가 돌아보지도 않고 버스 정류소로 직행. 그리고 나직하게 읊조렸다. 개쉐이.

그 쉐이들이 개쉐이인 까닭은, 본래 목적을 감춘 채 사람의 '선의'를 이용하기 때문이다.
길 잃어버린 것 같은 사람을 보면 일부러라도 가서 어디 가는지 물어봐 주고 싶어 하는 내 천성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길 물어보는 사람을 홀대할 사람은 별로 없다. "도를 아십니까?"와 "어디 어디 가는 길 아세요?"에 대한 답을 하는 사람들의 자세는 0과 100처럼 떨어져 있다.

하여, 블로그 제목 때문에라도 여기 들어와 볼지 모르는 "도를 아십니까" 추종세력에게 일러둔다. 사람의 경계를 풀어놓고, 내 아는 대로 성심껏 알려주리라 호의를 품은 사람의 허를 찌르는 건, 물에 빠진 사람 건져 놓으니 내 보따리 갖겠다고 칼로 찌르고 도망가는 행위와 맞먹는 짓거리다. 그건 정말 길 잃어버린 사람에 대한 예의도 아니고, 거리에서 구걸하는 이에 대한 예의도 아니다. 그러니까 사기꾼 소리나 듣고 다니는 거 아니겠나. 아무리 '영업'이 어려워도 상도는 좀 지켜라. 개쉐이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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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etcetera

2009/10/26 22:07 2009/10/26 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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