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 (잡담 2)

떨어질까 두려운 게 아니라
절실하지 않음이 들킬까 봐 두렵다.
흠, 그게 그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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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1/06 16:57 2015/11/06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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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잡담. 투덜투덜.

1.
아이패드에서 관리하던 가계부를 단 한번의 탭(tap)질로 홀라당 날려 먹었다. 덕분에 몇 년 간의 가계부와 여행 가계부, 외상장부(뭐 그런 게 있다)가 싹 사라졌다. 덕분에 여행기를 계속 쓸 의지를 잃고... 몇 달 지나 보니 벌써 1년 전 얘기가 되어 버렸네;;;

2.
회사에서 열심히 일만 하다 보니(지금 몇 달 만에 거의 처음으로 딴 짓 하는 중) 당최 블로그에 글 올릴 시간이 없다. 그렇다. 나는 다시 취직에 성공하였다. 그래봤자 여전히 비정규직이지만, 지금보다 두 배의 임금을 받던 정규직일 때보다 두 배쯤 행복하다.

3.
스팸 댓글과 트랙백 때문에 독립생활을 청산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강력하게 들기 시작. 어쩌면 티스토리로 이사갈지 모르겠다. 피곤하다.

4.
아참, 그러고 보니 이사도 했다. 그새 나는 서울시민에서 경기도민이 되었다.

5.
그래도 여행기는 마무리...해야겠지? 새삼스레 내가 쓴 글이랑 그림을 보니까, 여행기는 결국 남 보라고 쓰는 게 아니라 나중에 내가 보려고 쓰는 거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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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7/16 10:08 2014/07/16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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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1. 나한테 왜 이래

오랜만에 컴퓨터를 밀고 블로그에 들어왔다. 더 미루면 정말 까먹을 것 같아서. 10년 전 터키 여행기도 그렇게 날려먹은 게 생각나서. 그런데... 분명 9월에, 다음 포스트(여행기)를 써서 USB 메모리에 저장해 두었는데 지금 보니 없다... 기운이 빠져 그 얘길 다시 하고 싶지 않은 것은 물론이거니와 그 다음 얘기도 할 기운이 없다.


잡담 2. 올 겨울 최대의 수확 (부제: 생강차의 비밀)

2~3년 전에 생강을 설탕에 재 두었다. 그냥 따뜻한 물에 타 마시면 뭔가 생강의 깊은 맛이 우러나오지 않는 것 같아 올 겨울엔 큰 냄비에 생강청과 물을 넣고 팔팔 끓인 후 마셨다. 뜨거운 물에 타 마시는 것보다야 낫지만 여전히 성에 안 찬다. 그러다 한살림에 장 보러 갔다 생강차 파는 것을 보고 성분을 확인. (참고로 한살림 생강차는 별로 달지 않고 생강의 화~ 한 맛이 잘 느껴진다는 평이 있다.) 응? 생강가루가 좀 들어갔네? 집에 돌아와 속는 셈 치고 마침 시골에서 얻어온 생강가루를 몇 번 탈탈 털어 넣었다. 그래, 이 맛이야!


잡담 3. 아이 갓 럭키

1월 7일. 스타벅스 '럭키 백' 파는 날. (럭키 백이란, 지난 시즌에 팔다 팔다 못 판 텀블러나 머그 같은 것들을 세트로 구성해서 무료음료권과 함께 파는 것. 사기 전엔 구성품을 확인할 수 없고, 대략 10만 원 안팎의 커피 관련 용품들이 들어 있다.) 재작년엔 살까 말까 고민하다 넘겼다. 작년엔 다음 날인가 다다음 날인가 여유롭게 갔다가 당일 매진 되었다는 얘길 듣고 헉; 올해도 어김 없이 날아온 예고 메일을 보고 사러 갈까 말까 고민하다 사 보기로 결정. 스테인리스 텀블러도 두 개나 있고, 플라스틱 텀블러도 있고 머그는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많으면서! 심지어 백수면서 무서운 줄도 모르고 45,000원을 쓰겠노라 하였다. 아침에 눈을 뜨니 여섯 시가 좀 넘었다. 이불 속에서 꼬물꼬물하다 7시 정각에 집 근처 매장에 도착해 보니 이미 장사진이;;; 헐;;; 배급량은 13개라는데 줄 선 사람은 그보다 많다. 내 앞에서 끊길 게 확실. 헐레벌떡 8시부터 문을 여는 근처 다른 매장으로 갔다. 문도 안 열린 가게 앞에 다섯 명이 줄을 서 있다. 앞에 선 언니에게  "럭키 백 줄 서신 거죠?" 했더니, "네. 그런데... 다섯 개밖에 없대요." 쿠당. 이쯤 되면 오기인지 성질인지가 생긴다. 우쒸, 차 가지고 다니면서 이 지역 매장을 다 훑어버리겠어! 주차장으로 종종걸음을 쳤다. 근처에 매장이 어디 있더라... 땡땡 오피스텔 지하에 하나 있고 저쪽 지하철역 근처에도 새로 하나 생겼다고 하고, 아 거긴 주차하기가 좀 거시기한데... 하다가 비로소 정신이 들었다. (매장에서 떨어져 있는 주차장에 감사를;) 근처 매장이 이런 상황이면 다른 매장도 십중팔구 마찬가지일 거야, 당장 쓸 컵이 없는 것도 아닌데 싸다는 이유만으로 그 돈을 쓸 필요가 있을까? 밑창 다 떨어진 운동화도 못 바꾸고 있으면서 이게 지금 뭐 하는 짓? ... 그리하여 찬바람에 정신 든 쥔장은 손 호호 불면서 곱게 집으로 다시 올라왔다는 얘기. 아메리카노라도 한 잔 사 마실까 하다 집에서 냉동실 묵은(;) 원두 꺼내 드립해 마셨다는 얘기. 그래도 성과라면, 작은 행운을 잡으면 늘 '이게 내 행운의 최대치가 아닐까' 늘 불안한 마음이 들었는데, 오늘 럭키 백을 놓침으로써 뭔가 더 큰 행운이 나를 찾아올 것 같은 느낌이 든다는 것. 괜찮아. 내 럭키 백은 아직 개봉되지 않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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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1/07 10:49 2014/01/07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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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때 자취를 했던 아버지는 밥을 할 줄 안다. 어릴 적 주말이면 잘게 썬 삼겹살과 콩나물, 김치를 넣어 볶은 밥을 특식이라며 내어놓는 것도 좋아하셨다. 예나 지금이나 삼겹살 못 먹는 나는 질색팔색 했지만. 그러나 그 외에는 손 하나 까딱할 줄 모르는, 별 놀랍지도 않은 그 시절 아저씨였다. (지금 세상에서는 까무러칠 일이지만) 어린 내게 늘 담배 심부름을, 설거지하는 엄마에게 재떨이 대령을, 텔레비전 앞에 있으면서 방에 있는 내게 물 심부름을 시키는. 그래도 엄마 편찮으셨을 땐 (내가 밥 할 만큼 큰 이후에도) 더러 밥을 안치기도 한 걸 보면, 영 몹쓸(!) 가부장은 아니었지 싶다.

당신 밥상에 숟가락 하나 안 놓던 아버지가 바뀐 건 퇴직 이후다. 많은 남자들이 그렇듯. 자식들 다 키워놓고 상대적으로 활동이 많아진 엄마는 끼니 때 집을 비우는 일이 잦아졌고, 별수 없이 아버지는 당신 진지를 스스로 차려 잡수시기 시작했다. 엄마가 오실 때까지 굶어버리거나, 끼니 때 꼭 맞춰 집에 돌아오라고 윽박지르지 않은 걸로 봐선 역시 영 몹쓸 사람은 아닌 것 같다. 전화하면 가끔 혼자 식사 중이라며 툴툴대시지만, 정작 당신도 어머니도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눈치다. 엄마가 이런저런 일로 집을 비우실 때면 일주일 넘게도 혼자 삼시 세 끼를 해 드시는 걸 보고 솔직히 많이 놀랐다. 그런 양반이 아니었는데;

그런 아버지도 집에 다른 사람, 아니 내가 있으면 달라진다. 밥 차리기는커녕 식탁에 앉아 밥 차려라, 숟가락 놔라, 무슨 무슨 반찬 꺼내라... 잔소리가 이를 데 없다. 게다가 설거지는 무슨, 당신 식사 끝내자마자 빈 그릇 그대로 두고 상에서 일어나신다. 이건 딱 내가 어릴 때 날마다 보았던 광경이다. 환갑이 넘은 아버지는 그 행위를 통해 여전히 당신이 '집안의 가장'임을 주지시키고 싶어 하는 것 같다. 왠지 그 모습이 귀엽(!)고 짠해 군말 않고 치워 드린다.

(그러나 당신 닮아 성질 고약한 딸내미는 딱 거기까지만이다. 국 뜨고 있는데 빈 그릇 하나 가져오라 해서 조용히 "한 번에 한 가지만 시키셔 --;" 하고, 제상에 올린 음식들 쉬니까 갈무리 좀 해 놓으라고, 그런 건 '여자가' 미리 미리 알아서 해 놔야지 뭐 하냐시기에 심드렁하게 "내 살림인가, 아부지 살림이지" 해 버렸다.)

역시 음식은 '먹는 것' 이상의 의미라는 걸 다시 한 번 깨달았던 추석. 그리고 이것은 당신 빈 밥그릇 안 치워도 좋으니 건강만 하게 해 주세요, 할 날이 머잖은 '여성주의자 딸'의 독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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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9/23 11:06 2013/09/23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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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없으면 먹고 싶은 게 많아지는 것처럼, 곧 백수를 앞두고 살 게 많아졌다. 주로 신고 다니는 여름 샌들과 운동화, 플랫슈즈는 모두 찢어지고 비가 샌지 오래 되었고, 잡곡은 한 번 먹을 분량밖에 안 남았고, 식용유는 어젯밤이 마지막이었고, 간만에 달걀말이 찍어 먹으려고 보니 케첩도 눈곱만큼 남았고... 뭐 그렇다. 기백만 원이 예약된 치과치료는 제외하고. 여행의 여파로 통장은 마이너스를 찍었는데, 왜 하필 이런 때 이렇게 갑자기 살 게 많아진 걸까.

그러다 알았다. 갑자기 살 게 많아진 게 아니라, 단지 사야 할 것들을 '의식'하기 시작한 거라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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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9/12 13:53 2013/09/12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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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 주가 되어가는 이번 여행에서, 많은 사람들을 보았다. 만났다, 아니고 보았다, 이다. 사람은 가능한 한 피해 다녔으니.

이쪽 사람들 중엔 한국사람처럼 생긴 사람들이 참 많다. 정말 언젠가 우리네 조상이 지구를 뚫고 양쪽에 정착한 게 아닐까 싶을 만큼. 그래서 덕분에 아버지 닮은 사람부터 심지어 우리 보스 닮은 사람까지 다양한 사람을 보았다. 그런데 엄마 닮은 사람이랑 그분 닮은 사람은 절대 눈에 띄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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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8/16 22:31 2013/08/16 2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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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증 나!

현금이 떨어져 은행 ATM기에 갔어. 아멕스 신용카드와 비자 체크카드가 있는데 주 사용카드가 아멕스라 아무 생각 없이 그걸 넣고 돈을 뽑았더니 몇 시간 뒤 문자가 오는 거야. 현금서비스 알림이라며. 아아아아악 나는 내 계좌에서 뽑는 건 줄 알았다구! (해외에서 돈 뽑은 거 처음임) 내가 왜왜왜왜 너 때문에 15년 만에 현금서비스 따윌 받아야 하냐구! 아 짜증 나! (그런데 여기서 '너'는 대체 누구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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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8/10 04:48 2013/08/10 0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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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나에 대해 흔히 하는 착각. 그래서 흔히 하는 충고. "그 정도 업무능력에, 성격만 좀 좋으면 진짜 좋을 텐데..." 그야말로 뭘 모르는 소리. 성격 고치기 싫어서 일 잘하려고 죽도록 노력한 거다. 일 못하면서 성격 나쁜 사람은 쓸 데가 없지만 일 잘하면서 성격 나쁜 사람은 싫어도 쓸 수밖에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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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7/12 15:18 2013/07/12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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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그분과 통화를 하지 못해 미처 하지 못했던 얘기를 예 해둔다. 까먹을까 봐;)

저녁에 운동을 하고 돌아와 주차를 하고 우리가 최근 발굴한 분식집에 가서 열무국수를 먹고 (아 그 집 열무국수는 별로예요!) 돌아오는 길에, 마침 오후에 매실 택배가 출발했다는 문자를 받은 게 생각 나서는 집 앞 슈퍼에 들러 35도짜리 과실주용 소주 두 병과 10리터에 달하는 유리병을 사지 않았겠어요? 소주 한 병이 3.6리터였으니 가지고 있던 가방이며 뭐며 합치면 10kg는 거뜬한 무게였죠. 슈퍼에서는 그거 한 번에 못 들고 간다며, 두 번에 나눠 가져 가라고 강권에 강권.

그러나 앤님도 아시다시피 우리집은 엘리베이터 없는 5층 건물의 5층 아니겠어요? 잠깐 고민했지만, 늘 그렇듯 씩씩하게 다 짊어졌죠. 그 짐을 들고 오르내리기를 또 하다니, 아니 될 말입니다, 우어우어우어. 출퇴근 가방이랑 샤워 가방은 왼쪽 어깨에 메고. 애 데리고 승천하는 선녀마냥 소주 한 통씩 양 품에 안고, 남는 두 손으로는 유리병 손잡이를 잡고요.

행여나 유리병 뚜껑이 돌아가 병이 바닥에 떨어져 폭삭 깨질까 봐 조마조마하긴 했지만 뭐, 그렇게 무겁진 않았어요. 아시잖아요. 냉온수기 물도 저 혼자 가는 거. 아이패드 들어 있는 가방만 보고도 무겁다며 만날 빼앗아 가시는 앤님은 싫어할 얘기겠지만. 아 그리고 어제 운동 끝나고 몸무게를 재 봤더니 1kg이 또 쪘더라고요! 몸무게 앞자리가 드디어 바뀐 거죠. 근육인지 나잇살인지 모르겠지만, 오늘 거울에 비친 팔뚝은 아무튼 튼실해 뵈더군요. 흠화화.

욘석들을 영차 영차 5층까지 올려놓고 한숨 돌리고 물 한 잔 마시고 마지막 참외 두 개 씻어 먹고서는 이 무용담을 전해 드리리 에헴, 하는 마음으로 전화기를 찾는데 아뿔싸, 침대 위에도 작은방에도 가방 안에도 전화기가 없네요. 무용담은커녕 아아아아 앤님! 제 전화기가 없어졌어요!라고 전화하고 싶은데 전화기가 없다니.

이성을 되찾고 귀가경로를 역추적한 결과, 분식집에서 계산하며 카운터에 두었더군요. (잠시 잠깐, 차라리 기억 나지 말지! 하는 생각이;;;) 다시 신발을 신고 5층을 걸어 내려가 슈퍼를 지나쳐 휘적휘적 분식집에 갔더니 사장님이 절 보자마자 ‘언니! 휴대폰 놓고 갔죠?’ 하시네요.

5층을 다시 걸어 올라오며 다짐했어요. 슈퍼 사장님 말씀을 잘 듣자, 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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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7/02 20:22 2013/07/02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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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 관련 인터넷 뉴스를 보다가 그래, 돈 벌어서 이만큼이나마 내 힘으로 마련했다는 게 참 신기하고 기특하네 하면서 방을 훑었다. 내 방. 마침 눈이 닿은 곳엔

이부자리. 이크, 그분이 쓰시던 거다. 눈을 돌렸더니 침대 위 풀오버. 헉,기숙사 시절 같은 방 언니가 입다 준 거. 왼쪽은 안 되겠다 오른쪽으로 눈을 돌렸다. 배낭. 전 애인이 대학원 입학기념으로 선물. 으악, 선풍기 모양 히터. 그분이 사무실에서 업어옴.

내 힘이 아니라 각계의 온정으로 꾸려온 삶이었구나. 쿠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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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3/27 22:14 2013/03/27 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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