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이 글은,

멀쩡한 도로 파헤치기는 연말이나 볼 수 있는 건 줄 알았더니 이젠 사시사철 보는구나 --;

이게 다였다. 물론 "참지 못한 한 마디" 카테고리에 들어갈 거였고.

애초 이렇게 글쓰기 버튼을 누르게 만든 건 요즘 직장 인근 도로에서 벌어지는 디자인 거리 조성 사업이다. 도로 양측을 다 파헤쳐서 난장판을 만들어 놓은 바람에 교통약자들은 고사하고 교통강자들조차 지나다니는 데 한참 애를 먹는다. 아침 저녁으로 긴팔 입고 삽질하시는 분들을 뵈면, 진정한 삽질은 4대강이 아니라 서울시내 한복판에서 벌어지고 있구나 싶은 생각마저 들 지경.

세금 몇 푼(직장 근처 도로 정비에만 20억이란다. 서울시에서 18억을, 구에서 2억을 댄단다. 한강변에 만든 플로팅 스테이지--그러고 보면 서울시는 참 영어 좋아한다--가 45억이라는데 껌값이지 뭐), 삽질 몇 번으로 거리가 아름다워진다는 데야, 시민으로서 감읍할 일(거짓말도 하다 보면 는다, 는 교훈). 그런데 등록 버튼을 누르려다 문득 생각이 난 거다. 시각장애인들이 디자인 거리에서 다니기 어렵다는 기사를 저번에 본 거 같은데? 찾았다, "'도시미관'에 밀린 시각장애인 통행권."

음, '디자인'은 '눈'으로 '보는' 거라 '시각장애인'이랑은 상관 없다고 생각했던 걸까. 아무튼 작년 연말까지 재정비한다던데(참 세금 쓰기 쉬워요~) 했겠지? 했겠지?

저게 작년 기사라 식상하다면 또 있다. "'디자인거리' 장애인 안전 빨간불"

이것도 5월 초까지 재정비한다던데(세금 이중으로 쓰기 진짜 쉽습니다!) 했겠지? 했겠지?

디자인 올림픽을 어디서 하네 마네 해도 크게 관심이 없었는데 하루 이틀도 아니고 내 출퇴근길에 영향을 미치니 잔뜩 신경이 쓰인다. 역시 간사한 게 인간이라. 그래 '디자인 서울거리'가 대체 뭔지 찾아봤다. 서울시 홈페이지에서 '디자인 서울거리'를 쳐 봐도 후덜덜한 결과(향후 주거지역까지 확대 필요성 등등)만 있을 뿐, 너무 오래 되어서 그런지 찾기가 어렵다. 결국 웬 블로그에서 내용을 주워들을 수 있었는데... 잔뜩 떠들어놓은 말 중에 내가 알아듣겠는 건 "공공디자인 표준화, 서울색 정립" 이 정도뿐이다. 나 한글 독해력 엄청 떨어졌나 보다. 어쨌거나 잘 정비해서 다들 불편 없이 다니게 하겠다는 얘기겠거니. 그런데 이렇게 긴 기간 동안 이렇게 긴 구간에 불편을 주면서 무식하게 공사해야 할 이유를 당최 모르겠다(서울시 시설관리공단이라고 쓰인 펜스 외에는 담당자 전화번호 적은 표지판조차 없다! 공사구간 처음이나 끝으로 가보면 있으려나? 확인하려면 몇 백 미터 걸어가야 하는 거임? 이 불편한 길을?). 한눈에 보기에도 멀쩡하기만 한 도로시설물을 다 엎어버리고 새로 갈아치우는 모습은 이름만 '교양 있게' '디자인'이지 80년대 불도저랑 크게 다른 것 같지 않다. 시장님께서 말씀하시길, "디자인은 압축 성장의 상징인 하드시티 서울을 매력 있는 소프트 시티로 바꾸는 일"이라는데(그러고 보면 서울시 영어사랑의 기원은 시장님?) 지금 하고 있는 공사들, 무지 '하드'하거든요? 결과가 얼마나 '소프트'할지는 별개로 하고라도 말이지요.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궁금해서 찾아본 디자인 서울거리. 그러나 여전히 알쏭달쏭하기만 할 뿐. 그래 쥔장 잘하는 짓(질문) 또 해본다. 이거 대체 왜 하는 건가요? 서울시 부자라고 자랑하는 건가요? 아니면 돈 쓸 데가 없어서 이렇게라도 쓰는 건가요? 일자리 창출해서 서울시 실업률 낮추려고 하는 건가요? 그것도 아니면 전생에 디자이너 못 해 보고 죽은 귀신 쓰인 거라는 항간의 소문이 사실인가요?

* 덧붙임 *
전 그냥 '사실인가요?'라고 물었는데 그럼 저도 이제 명예훼손으로 잡혀 가는 걸까요? 얼마 전에 어떤 분이 "블랙리스트가 있다는데, 사실인가요? 밝혀 주세요" 했다가 명예훼손으로 고발 당하셨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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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etcetera

2010/07/20 10:39 2010/07/20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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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땅한 지하철역도 없고 지하철도 싫어하는 나는 버스로 출퇴근한다. 몇몇 간선버스 정류장에는 LED 안내판이 설치되어 있고 이 아래 서면 음성으로도 곧 도착할 버스를 안내 받을 수 있다. 아마도 시각장애인 용이리라.
하지만 중앙차로에서 쌩쌩 달리는 찻소리에 묻혀 안내방송 소리는 잘 들리지 않는 게 흠이다. 전광판 바로 아래 서서 집중해 두어 번은 들어야 겨우 들을 수 있는 수준이니까. 그렇다고 안내방송 소리를 더 키운다면 너무 시끄러워질 것 같다. 나로서는 시각정보(전광판)에 더 의존하는지라 실제 안내방송에 더 기대는 사용자들이 어떻게 느끼는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뭔가 실질적으로 정보를 줄 수 있는 방법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오늘 할 얘기는 그게 아니다. 이사한 후로 지선버스 정류장에서 간선버스 정류장으로 이용 정류장이 바뀐지라 안내방송을 듣게 되었는데, 이상한 버스번호가 들리는 거다.

잠시 후 도착 버스는, 370번, 470번, 751 버스입니다.

혹은,

잠시 후 도착 버스는, 601번, 752 버스입니다.

(이크. 이러다가 내 출퇴근 경로 다 나오겠군그래)

멍하니 듣고 있다 화들짝; 응? 751번이나 752번 버스는 이 정류장에 안 서는데?

내 삶의 원동력은 호기심이라고 굳게 믿고 사는 쥔장, 당장에 전광판과 대조를 시작했다. 어렵지 않게 찾아낸 751번과 752번의 정체는 바로 750A와 750B 버스.

2004년이던가, 처음 시내버스 노선 조정을 할 때 기존 버스번호에 붙어 있던 -1이나 -2 같은 번호는 모두 없애고 정수(양수)로만 버스번호를 재부여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러다가 대부분의 노선이 같으나 끝부분 노선이 약간 달라진 버스는 별 수 없이(?) A나 B로 구분하게 되었고. 이것도 애초에는 -1, -2 이렇게 했다가 A, B로 바뀐 것 같은데 확실하진 않다.

잠깐 딴소리. 나는 버스번호에 A, B 이런 글자가 붙는 게 지금도 불편하다. 영어공용국가도 아니면서 공공시설, 대중교통에 알파벳이 웬말인가. 서울시민들이 알파벳 정도는 알 거라고 생각하는 그 오만함이 몹시 불쾌했던 거다. 하지만 참았다. A와 B, 알파벳을 모르더라도 그걸 '그림'으로 여긴다면 버스 이용에 '큰' 불편은 없을 것 같아서였다. 참지 말 걸 그랬나 보다. 바로 그 알파벳 못 읽는 서울시민이 자동 안내방송 언니인 것 같으니 말이다. 언니는, '칠백오십' 하고서 아주 잠깐 뜸을 들인 뒤 '일'이라고 한다. '에이'는 너무 어려운 게야. 흠흠;

751번이나 752번 버스가 실제로 없다면 모를까, 시각정보 없이는 이 정류장에서 하염없이 751번이나 752번 버스를 기다리게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순간 오싹해진 건, '전형적인' 시각 장애인 한 명이 선글라스 쓰고 지팡이 짚고 하루 종일 정류장 의자에 엉거주춤 앉아 있는 이미지가 퍼뜩 떠올랐기 때문이다. 너무 '전형적'이라 부끄러운 상상이지만.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서울시민으로서, 도착 예정 버스를 안내해 주는 시설은 환영한다. 어떻게 읽어야 할지 모르는 나 같은 시민을 위해 '전광판 읽는 법'까지 따로 안내해 주는 전광판은 얼마나 '친절'하냐 말이다. 그렇지만 A를 1로 B를 2로 바꾸어 결국 최종정보에 혼란을 주는 음성 안내는 좀 고쳐 주셨으면 하는 소망이 있다.

(이 내용은 원래 서울시 게시판에 올릴까 했는데 주민번호 치고 어쩌고 복잡하게 굴 것 같아서 쩝, 서울시가 이 글 보고 그냥 알아서 수정해 주면 안 될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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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etcetera

2010/03/30 10:45 2010/03/30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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