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친구에게 문자가 왔다.

"책좀사서볼까하는데좋은책좀추천해주세요~~~"

잠시도 망설이지 않고 답장을 보냈다.

"나 요새 보는 책은 뜨개질책뿐;;;"
"ㅋㅋ 뜨개질도책보고하나요"
"그럼 도안 보고 하쥐 ㅎㅎ"

아 난 왜 요즘 책도 안 읽고 뜨개질만 할까. 보는 책이라곤 왜 뜨개도안 책뿐일까. 불쌍한 리뷰 카테고리... 이렇게 자책하다 생각이 미쳤다. 뜨개질 책 리뷰 올리면 안 돼? 원래 인터넷서점 블로그 접고 나온 데는 별점 같은 거 매길 필요 없이 내 맘대로 내가 쓰고 싶은 책이든 논문이든 쪽글이든에 관해 아무 제약 없이 리뷰 쓰고 싶다는 이유도 있었잖아? 왜 안 돼? 그래서 쓰기로 했다. 뜨개질 책 리뷰!

"두고 보기만 해도 행복해지는 인테리어 소품 DIY"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것처럼, 이 책은 각종 인테리어 소품 도안으로 꽉 차 있다. 컵 홀더부터 바구니, 쟁반, 밸런스 커튼, 테이블 매트, 슬리퍼까지 제목만 보면 홀딱 넘어가게 생겼다.

그런데 지금까지 뜨개질 책 몇 권 사서 살펴보고 내린 결론에 따르면, 원래 뜨개질 책이라는 게 도안을 알리고 책을 팔겠다는 의도도 있지만 저자가 운영하는 사이트에서 파는 '실'을 판매하는 목적이 더 크다. 이 책뿐 아니라 다른 뜨개질 책도 펼쳐 보면 사람들이 많이 쓰는 실보다는 ㅇㅇ사니 xx사니 하는, 딱 그 가게에서만 파는 특정 실 이름을 재료로 해서 작품을 만들게 하는 경우가 많다. 책에 나오는 이미지에 반한 사람들은 당연히 그 독특한 실을 찾게 되고, 저자(와 그 가게)는 당연히 책도 팔도 실도 팔고 일석이조의 이문을 남길 수 있게 되는 거다. 그리고 이 책의 '그 실'은 바로 주트사다. 40여 개의 도안 중 30개 정도는 모두 주트사로 떠야 하는 소품이니 말 다했지.

주트(Jute)는 '황마'라는 뜻으로 여러 종류의 마 중 가장 질이 떨어져 자루나 마끈 등으로 사용되는 저급 실이라고 한다. 그런데 일본 모토히로 사에서(이렇게 말하니 뭐 좀 잘 아는 회사 같다만 사실 주트사 검색해 보다가 알았다) 황마(30%)와 아크릴(70%)을 섞어 만든 게 바로 주트사다. 이렇게 뜨개용 실로 탈피하면서 주트사 가격도 덩달아 치솟는다. 지은이가 운영하는 뜨개 사이트에서 확인한 바 주트사 가격은 25g에 무려 3,500원! 이게 얼마나 비싼 건지 감이 안 온다면 청송에서 나오는 면콘사(무색) 한 콘(1kg 이상)이 12,500원이고 겨울철 쓰는 모사 100g짜리가 보통 5,000원 안팎(물론 비싸려면 한정 없이 비싸진다만)이라는 사실을 상기하면 된다(물론 단가는 실 종류에 따라 다른 게 맞다. 가격을 단순비교하자면 그렇다는 거다). 그렇다고 이 사람들이 엄청 바가지를 씌워 파는 건 아닌 것 같은 게, 일본 본사 사이트에 들어가 봐도 25g 소매가가 4,000원 정도니까 워낙 이렇게 허걱스러운 실이려니, 가공에 특별한 기술이 필요한 것이려니, 할 수밖에.

그러나 덕분에 이 책에 등장하는 '심플섬머러그' 한 장을 뜨려면 실값만 16만 원 이상을 지출해야 하고(완제품 사진이 있고 옆에 가격이 있길래 처음엔 완제품 가격인 줄 알았다. 알고보니 DIY 패키지;;;), 작은 바구니 하나 뜨는 것도 1~2만 원은 들여야 할 참이다. "두고 보기만 해도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상당한 금전적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뭐, 주트사가 부담스럽다면 좀 더 싼 실을 가지고 책에 나오는 도안을 응용해 볼 수는 있겠다(실제 청송 사이트 같은 데 들어가보면 여기 나오는 도안을 응용해서 짠 카페트 등을 볼 수 있다). 한데 이런 경우(사실 이건 주트사를 가지고 뜰 때도 마찬가지이긴 하다만) 안타깝게도 도안 자체가 별로 친절하지 않다는 문제에 부딪힌다. 다른 뜨개질 책이 빼뜨기해야 할 부분 등을 일일이 짚어주는 반면 이 책은 다 생략 생략 생략. 자세한 설계도라기보다는 스케치보다 좀 더 자세한 수준에 가깝다. 그렇다고 '도안' 축에 낄 수도 없다는 얘기는 아니고, 뜨개질 중수 내지 고수라면(내가 '중수' 정도 되는데 몇 개 빼고는 이해 가능했음) 도안만 보고 무리 없이 떠내려갈 수 있다. 그러나 뜨개초보인 데다 주위에 자문할 사람도 없다면 구입을 재고해보기 바란다.

오류로 보이는 부분도 몇 있다. 별 건 아니지만, 예를 들어 요새 내가 뜨고 있는 "꽃모양 밸런스 커튼(이 책 표지에 나와 있는 그 커튼)"은 모눈뜨기로 대칭이 되게 떠야 하는데 중앙선을 중심으로 왼쪽이랑 오른쪽 색칠된 부분이 다른 부분이 있다. 코바늘 대바늘 기초 뜨기 알려주는 부분에서도 가로로 실을 빼 뜨는 방법을 표시한 기호 아래 3코 모아뜨기가 설명되어 있다든지 하는 것도 오류로 보인다(다 사진 찍어 올리고도 싶다만;;; 저작권이랑 귀차니즘 때문에;;; 혹시 관계자가 보고 '증거'를 요구한다면 그 때 찍어 올리도록 하겠다). 역시 전체적인 흐름을 해칠 정도는 아니지만 이것이 '오류'임을 알아챌 수 없는 수준의 뜨개꾼이라면 진행이 좀 어렵긴 하겠다.

그렇지만 도안을 자신만의 작품에 응용할 수 있는 수준 이상이라면 참고 삼아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책이다. '이런 것도 뜨개로?' 하고 놀랄 정도로 제법 깜찍하고 기발한 소품들이 많이 소개되어 있으니까. 뜨개질 책이 대개 그렇듯 앞쪽의 시원시원한 이미지 컷들도 볼 만하고. 그리고 무엇보다 주트사, 예쁘긴 예쁘네그려. 츄릅~

<송영예의 스타일 손뜨개>
송영예 지음 / 동아일보사 펴냄 / 200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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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etcetera

2010/06/14 15:17 2010/06/14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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