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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6/28 슬프다 (부제: 내 메추리알 장조림!!!) by etcetera (4)

금요일, 요새 반찬거리는 대부분 생협에서 주문하는지라 오랜만에 인근 큰 슈퍼에 갔다. 간 김에 메추리알 두 판을 샀다. 도시락 반찬도 하고 그분도 좀 나눠 드리려고.

토요일, 무슨 영화를 보겠다고 눈 뜨자마자 메추리알을 삶아 깠다. 중간 중간 안 예쁘게 까지는 것들은 입에도 집어넣으며. 그렇지만 최고 맛난 메추리알은, 엄마가 삶아놓고 양푼째 던져주며(뭐, 실제로 '던지'지는 않았겠지만) 까놓으라 했을 때 한 알씩 조심스레 까다가 노른자가 노출되는 등 안 예쁘게 까진 녀석을 집어 들고 최대한 '이렇게 되어버렸으니 장조림은 할 수 없잖아'라는 안타까운 표정을 지으며(이 표정은 꼭 엄마가 봐줘야 한다. 아니면 먹는 장면을 아예 들키면 안 되는 거다) 입에 쏙 넣는 거다(하지만 눈치껏 먹어야지 안 그러면 기껏 장조림 하려고 삶아놓은 거 다 먹어버린다는 지청구를 한참 들어야 한다). 그래서 혼자 삶아 까먹는 메추리알은 생각보다 맛이 없다. 메추리알을 살 때마다 이번에는 깐 메추리알을 한 번 사볼까도 싶지만 단가를 생각하면 생 알을 사서 삶는 게 아직은 더 편하다. 삶는 게 크게 품 드는 일도 아니고. 깔 때마다 열 살짜리 꼬맹이 하나 있으면 참 좋겠다 하는 생각은 늘 하지만. 하하.

간장이랑 물이랑 설탕이랑 차례주를 적당히 넣고 통마늘이랑 청양고추도 넣어 장조림을 한다. 짜지 않게 하려고 일부러 간장을 좀 적다 싶게 넣었더니 색이 그리 진하진 않다. 약간 단 듯하지만 제법 맛있게 되었다. 전문가도 아니면서 손대중 눈대중으로 음식 하는 실력에 비추어보아도 이 정도면 성공.

반을 나누어 그분 손에 쥐어주고 오늘 아침에 도시락을 싸려고 냄비를 열었다. 아뿔싸. 입 댄 적 없다고, 게다가 짭쪼름한 반찬이라 괜찮다고 안 끓여놓은 게 패인이요, 어두침침하니 세균 번식하기 딱 좋은(근데 왜 지난 주에 만들어 놓은 EM 발효액은 실패한 걸까) 이 집구석에 이사 온 게 패인이다. 장조림은 이미 느물느물, 끈기를 내뿜으며 상한 냄새를 풍기고 있지 뭔가. 아직 한 번도 밥반찬으로 못 먹었는데!!! 40개들이 한 판에 2,480원이나 하는데!!! 으헝헝.

출근길이라 급한 대로 덜 상한 것들을 물에 뽀드득 씻어 냉장고에 넣어두었다. 내가 이깟 위기에 굴할쏘냐, 오늘 저녁에 간장 넣고 다시 졸여 먹고야 말 테다, 라는 심정으로. 이건 땅에 떨어진 거 주워 먹는 거 아니니 그분도 뭐라 안 하실 게다. 뭐라 한다 해도, 내 슬픔을 치유할 수 있는 방법은 그뿐이다. 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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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etcetera

2010/06/28 11:12 2010/06/28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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