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5일자로 '노동부'가 '고용노동부'로 바뀌었다. 이에 따라 영문 이름도 'Ministry of Employment and Labor'에서 'Ministry of Employment and Labor'로 바뀌고 홈페이지 주소도 http://www.molab.go.kr에서 http://www.moel.go.kr이 되었다.

"고용노동부 전환은 단순한 명칭 변경의 문제가 아니라 노동부의 역할과 사명의 변화이고 정책의 패러다임의 변화로 보아야 한다"는 장관님의 말씀. 맞는 말씀. 그래서 무서운 말씀.

‘고용’이 국정 최대 과제가 됨에 따라 노동부는 고용 정책을 총괄하는 부처로 거듭나기 위해 노동행정의 중심축을 노사문제에서 고용 중심으로 바꾸기로 했고 부처의 명칭도 ‘고용노동부’로 개칭하기로 했다.

이는 이미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진 바다. 좋은 말이네 끄덕끄덕. 그래 유려하고 정신 없는 말들을 헤치면서 읽다가 내 짧은 소견으로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을 짚어 보았다.

이에 따라 고용노동부의 정책 패러다임이 바뀌게 되었다. 가장 첫 번째가 고객의 변화다. 그동안은 정책의 중심을 ‘일자리가 있는 국민’에게 맞춰왔다. 그러나 이제 ‘일자리가 없는 국민’, ‘일자리가 있어도 더 좋은 일자리를 원하는 국민’에게 맞추고자 한다. 두 번째는 문제해결 방법이다. 지금까지는 문제가 발생할 경우 정부가 가진 ‘제도’를 중심으로 판단하고 해결해왔다. 그러나 고용노동부는 민간이 주도하는 ‘시장’을 통해 문제를 풀어나갈 것이다.

(중략)

2010년 4월 기준 OECD 회원국 실업률 동향을 보면, OECD 전체 회원국 평균 실업률은 8.7%이다. 프랑스는 10.1%, 미국은 9.9%로 평균치를 웃돌고 독일이나 덴마크는 7%대로 평균치보다 조금 낮다. 반면 우리나라는 3.7%로 회원국들 가운데 실업률이 가장 낮은 그룹을 형성하고 있다. 물론 임시직이나 비정규직 등 통계치에 반영되지 않은 고용의 불안정성이 없진 않지만, 향후 고용시장이 안정을 찾아가는 과정으로 받아들인다면 상황은 그리 비관적이지 않다.


한국사회 실업률은 3.7%로 OECD 평균보다 낮다고 한다. 그런데도 정책의 초점을 96.3%가 아니라 3.7%에 맞추겠다고 한다. 3.7%의 실업자들이 현재 고용되어 있는 사람들보다 약자라서? 일자리조차 없는 사람들 앞에서 함부로 입 놀리지 말라? 이 정부가 언제부터 그렇게 약자 입장에서 정책을 추진했었나, 갸우뚱.

그렇다고 현재 고용되어 있는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가진 자'인가 하면, 딱히 그렇지도 않다는 게 문제다. 여성의 63.5%, 남성 39.7%는 여전히 비정규직이다. 최저임금도 못 받으면서 일하는 사람도 211만 명, 12.7%나 된다. 비정규직의 사회보험 가입률은 33~36%. 심지어 "한국의 임금불평등은 OECD 국가 중 임금불평등이 가장 심한 것으로 알려진 미국보다 심하다"고 한다(위 통계와 인용문의 출처: 김유선(2010), "비정규직 규모와 실태"). 이 수치들이 정말 "향후 고용시장이 안정을 찾아가는 과정"으로 보이는가? 대체 언제까지 '과정'인지 궁금해 죽겠다. 대통령 임기 끝나는 날까지? 아니면 통일 되는 그날까지? 그것도 아니면 지구멸망의 그날까지 모두 '과정'이라 할 텐가?

문제 해결 방법도 우려스럽긴 마찬가지다. "지금까지는 문제가 발생할 경우 정부가 가진 ‘제도’를 중심으로 판단하고 해결해왔다. 그러나 고용노동부는 민간이 주도하는 ‘시장’을 통해 문제를 풀어나갈 것"이라 한다. '시장'이란다, 시장. 이건 노동부가 신자유주의 하겠다는 얘기 아닌가? 독해 능력이 한참 떨어진 인간이라 그런지 모르겠지만 내겐 그렇게 읽힌다. 허 참, 퍽이나 '더 좋은 일자리' 나오겠어요. 정부부처에서 가장 '반정부적'이어야 할 부처는 노동부와 여성부라고, 최소한 시늉이라도 해야 한다고 생각해 왔는데 내가 뭘 잘못 생각해도 한참 잘못 생각했었나 보다.

'노동'에 '고용'을 왜 붙였는지 정당화하려다 보니 그런 건지, 정말 '고용' 문제에 올인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하느라 그런 건지, '노동'을 어떻게 잘해보겠다는 얘기는 찾아볼 수 없는 홍보자료를 읽고 있자니 답답한 기운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고용노동부, 그렇다면 이제 차라리 그 이름에서 '노동'을 떼어버림이 어떠한가(사실 그렇게 하고 싶었지만 그랬다가는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몰라 못 했을 것 같기도 하다).

* 덧붙임 *
이 일과 관련해 다른 이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해 몇몇 단체와 민주노총 홈페이지에 가 보았으나 이 문제에 관한 논평이나 성명은 찾을 수 없었다. 이름 바뀐 걸 문제 삼는 사람은 나뿐인 걸까? 아니면 이 정부 하는 일들이 하도 기막혀 여기까지 신경 쓸 여력은 없는 걸까? 또 아니면 '예견'된 일이라 일갈할 가치도 없는 걸까? 아니면 국무회의 통과 때 이미 했는데 내가 못 찾았을까? 아무려나 정작 나는 노동부가 관리해 주시는 노동자도 아닌데 말이지.

(오후에 추가함)
"덧붙임"에 관한 답은 아니나다를까 "아니면 국무회의 통과 때 이미 했는데 내가 못 찾았을까?"로 밝혀졌다. 아래 now님의 댓글을 참조하시라. 어째 너무 이상하더라니, 내가 뒷북인 것이었어;;; 여기서 그릇된 정보를 접하신 분들과 "몇몇 단체(어딘지는 안 가르쳐 주지롱)" 및 "민주노총" 관계자들께 심심한 사과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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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etcetera

2010/07/07 10:37 2010/07/07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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