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부모님 계신 시골에 갔다가 오랜만에 SBS 8시 뉴스를 보게 되었다. 보다가... 보다가... 보고도 믿을 수 없는 보도를 보게 되었다. 서울에 거주하던 한 여성이 집에서 성폭행 후 살해된 것으로 보인다(성폭행 사실은 며칠 뒤 확인되었다)는 뉴스(성폭행 뒤 살해·방화…성범죄 잔혹함 어디까지? - SBS에 돈 한푼이라도 더 보태주고 싶지 않아 포털 뉴스로 링크함). 그런데 웬걸, 성폭력의 잔혹성을 개탄하는 이 보도에서 사용한 자료화면이 가관이다. 미니스커트 입은 젊은 여성들의 허벅지 클로즈업 샷이라니. 대체 이른 아침 집에 있다가 살해 당한 여성과 미니스커트가 무슨 관계인 거냐. 미니스커트가 성폭행을 유발한다는 암묵적인(아니, '명백한'이라고 해야 할까?) 메시지를 전달하는 화면이 공중파 메인 뉴스에 나오다니, 이건 뭐, 성폭행 후 자살한 여성을 두고 "정조 관념이 희박해지는 이 때" 운운한 10여 년 전 보도를 연상케 하는구나. 시절이 하수상하니 방송사도 정신이 나간 건가, 더위를 먹은 건가. 아님 방송사도 "잃어버린 10년" 되찾기 운동에 동참하기로 한 건가.

아직도 먹어버린 더위를 뱉어내지 못한 건지 엊그제는 해수욕 중인 여성 상반신 노출 화면을 보내는 바람에 곤욕을 치렀다 한다. 현재는 다시 보기를 삭제했다고 하는데, 많은 매체에서 이 사건을 지난 주 성폭력 관련 보도와 묶여 '물의 빚은 SBS'로 보도하고 있지만 이 사안에 대해 SBS는 여전히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부산에서 올라온 영상을 꼼꼼히 확인하지 못해 벌어진 일이라며 앞으로 주의하겠다는 해운대 사건에 대한 대응과는 영 딴판이다(원래 시일이 지난 일이라 안 쓰려고 했는데 해운대 영상 사건에 대한 대처와 너무 차이가 나서 가만히 있을 수가 있어야 말이지).

그래 놓고도 룰루랄라 강모 의원 성희롱 발언을 추궁하고 어린이 성폭행 사건에 혀를 차겠지. 그게 다 당신들이 암암리에 그런 멍석 깔아줘 벌어지는 일인 줄도 모르고 말야. 안 그래도 짜증나게 더운 날, 짜증나는 뉴스로 더위가 더해진다. 아 정말 사과와 재발방지, 구성원 성폭력 관련 교육 이수를 내걸 때까지 SBS 뉴스 시청 거부 운동이라도 벌여야 할까. 그러기엔 평소에도 안 본다는 문제가 있구나. 쿨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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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etcetera

2010/08/02 16:05 2010/08/02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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