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무지 바쁘다. 그냥 바쁘기만 한 게 아니라 말 안 듣고 일 못하게 하는 사람들까지 있어 스트레스까지 받으면서 무지 바쁘다. 어제도 그렇게 한참 바쁘고 있는데 전화가 왔다. 웬 쇼핑몰인데 땡땡땡 고객님 맞으시냐며, 몇 천 원짜리 쿠폰을 발급했으니(시제가 '과거'라는 데 유의할 것) 계정에 접속해 확인해 보란다(이런 걸 왜 전화로 알려주지?). 건성으로 네네 하고 있는데 본인 확인을 위해 전화번호 확인을 해 달라네? 지금 자기가 걸고 있는 전화번호가 내 번호가 맞냔다. 그제야 정신이 번쩍 들어, "어디시라구요?" "인터넷 쇼핑몰 땡땡땡입니다~" 어쩌구 하면서 같은 얘기를 반복. 그래 따져 물었다. 쿠폰을 발급했다면서 본인 확인 절차가 왜 필요한 거냐고. 쿠폰이 나왔으면 내가 내 계정으로 로그인해서 확인하면 그만 아니냐고. 그랬더니 뭐라더라, 쇼핑몰에서 물건을 주문했을 때 본인이 아닐 경우 상품이 잘못 배송될 수 있고 어쩌고? 무슨 말인지 당최 이해가 안 돼서 뭐라고 했는지도 정확히 기억을 못 하겠다;;; 물건 배송과 관련해서는 제가 주문하고 제가 인터넷에서 알아서 하면 되는 일 아니냐, 오류가 나도 그 부분은 제가 책임질 부분이니 신경 끄시라 했더니만 계속 오배송이 어쩌구 오류가 어쩌구... 그래서 나도 끈질기게 쿠폰 발급과 본인 확인의 상관관계를 물었더니 이젠 또 그 둘을 별도로 생각하란다(별도로 생각하라면서 대체 '본인 확인'은 왜 해 달라는 거냐구. 더 웃긴 건, 이미 그 사람은 내 전화번호와 이름까지 알고 있는 상황이었다는 거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번호가 내 번호 맞다'는 한 마디를 애타게 기다린 건 뭔가 있다는 거다). 5분 여 그런 실랑이를 하다가 결국 당신이 나를 설득할 수는 없을 것 같으니 다른 분들과 통화하시는 게 낫겠다는 말씀을 건넸다. 아니 그랬더니 처음부터 다시 시작. 자기가 정리를 해 주겠단다. 그러니까 쿠폰과 본인 확인은 관계가 없고... 아니 그러지 마시고 그냥 끊으시자 했더니 묻는다. 그럼 본인 확인을 거부하시는 거냐고. 그렇다 얘기하고 겨우 끊을 수 있었다.

전화를 끊고 바로 땡땡땡 쇼핑몰에 접속했다. 쿠폰은 무슨; 눈을 뒤집어 봐도 없다. 바로 고객센터로 전화를 걸었다. 웬만해서 이렇게까지 하는 일은 드물지만, 바쁠 때 전화해서 내 시간 엄청 빼앗은 데 대한 보복성 전화다. 한참 기다려(그거 다 발신자 부담이다 --;) 드디어 상담원 연결. 쿠폰을 발급'했다'고 하는데 계정에 그런 쿠폰은 있지도 않다, 당신네 쇼핑몰에서 건 전화가 맞기는 하냐(전화 전 주소지와 전화기에 찍힌 번호를 보니 거기가 맞는 것 같긴 했다), 대체 이런 말도 안 되는 전화를 왜 한 거냐. 그랬더니? 역시나 보험 관련 정보제공 동의 전화였던 거다. 쿠폰은 아마 정보수신 동의를 하면 주는 거겠지(근데 왜 이미 발급한 것처럼 말하냐고!). 마케팅도 좋지만 이런 식으로 '사기'에 가까운 전화를 돌리게 하면 당신네 쇼핑몰 이미지만 나빠진다고 엄청난 속도로 퍼부은(이라고는 하지만 속도만 빨랐지 욕 한 마디도 안 했고 반말도 안 했고 목소리를 높이지도 않았다. 나는 거의 '본능적으로' 이런 사람이 더 무섭다는 걸 안다) 후 전화를 끊었다. 어쨌든 앞으로 그 쇼핑몰에서 내게 판촉전화를 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어지간해서는 내가 그 쇼핑몰을 이용하는 일도 없을 것이다. 흥.

내가 본인 확인을 해 주었으면 바로 빠른 목소리로 보험 얘기를 다다다 읊은 후 "동의하시죠?"라고 했을지('동의하십니까?'가 아니라 '동의하시죠?'인 데도 유의할 것. 물론 이 경우에도 나는 '아니요'라고 말한다. 상대가 당황해서 다시 한 번 똑같이 물어도 '아니요'라고 꿋꿋하게 말한다), 아니면 '본인 확인' 절차만으로 뭔가를 할 수 있었을지는 모르겠지만 요새 이런 전화가 가끔 올 때마다 사람들이 걱정된다. 건성으로 네네 했다가 나중에 자기 이름까지 댄 스팸전화 온다고 화낼까 봐.

하지만 더 걱정스럽고 불쾌한 건 인터넷 쇼핑몰이다. 어제 전화했던 쇼핑몰 같은 경우엔 오래 전에 가입했던 데라, 내가 가입했던 시절에는 개인정보 제공 동의 같은 게 없었을 거다. 그러니까 일부러 내게 전화를 해서 동의를 받으려 했던 거고. 어쨌거나 본인 동의 없이는 타 업체에 정보를 제공할 수 없으니까 이 사례는 그나마 양호한 편이다. 그런데 요새는 웬 쇼핑몰 하나 가입하려면 무슨 제휴 사이트가 그렇게도 많은지, '원스톱'이라는, 말 그대로 '미명' 아래 온갖 군데에 내 개인정보를 다 퍼주게 만들어 놓았다. 개인정보 제공 동의를 하지 않으면 회원가입 자체를 막아버려서 울며 겨자 먹기로 체크를 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그래놓고 나중에 사용자가 항의하면 '자발적'으로 해놓고 무슨 소리냐고 하겠지.

인터넷 쇼핑몰 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대부분의 쇼핑몰 가입 시 개인정보 공유 동의를 하지 않을 경우 회원 가입이 안 되게 돼 있다”며 “제휴관계가 많은 규모 큰 기업일수록 개인정보가 새어나갈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또 “가입자가 개인정보 공유를 동의한 만큼 제휴업체에 제공된 개인정보를 통해 발생할 수 있는 법적인 문제는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니까, 정말 재수 없지만, 일련의 규제 장치가 생기기 전에는 이용자들이 조심하는 수밖에 없다. 혜택제공을 가장한 판촉 전화가 오면 꼼꼼히 따져 묻고, 인터넷 사이트 가입 시 조건을 주의 깊게 읽어야 한다. 온갖 업무와 개인적인 일을 대부분 온라인으로 해결하는 쥔장이지만, 역시 오프라인이 최고인가 싶은 생각이 종종 드는 요즘이다.

* 덧붙임 하나*
본문과 관계가 있는지 없는지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팁. 인터넷 서비스 가입했다고 인터넷 전화를 들여놓으라거나 바꾸라거나 하는 전화가 종종 온다. 아무 상관 없는 업체면 모르겠지만 실제로 그 회사의 인터넷 서비스를 사용하고 있을 경우에는 아무리 됐다고 사양해도 지칠 줄 모르고 전화를 한다. 이름까지 대면서. 그럴 때는 "이런 전화 한 번만 더 하시면 쓰고 있는 인터넷까지 끊겠습니다. 상부에 꼭 그렇게 전해 주세요" 하면 해방 될 수 있다.

* 덧붙임 둘 *
사실 텔레마케터들의 입장을 생각하면 그깟 정보제공쯤 동의해 줘 버리고 싶은 마음이 안 드는 건 아니다. 본인들이라고 그 일이 마냥 좋을까. 게다가 나보다 더 험한 이용자를 맞닥뜨리면 안팎에서 온갖 욕을 다 들어야 할 텐데. 하지만 아주 아주 짧은 영업(텔레마케팅 포함) 경험으로 봐도, 아닌 건 아닌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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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etcetera

2010/08/13 16:14 2010/08/13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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