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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8/16 내 탄산수 돌려줘요! >.< by etcetera (4)

몹시도 예민한 성격 탓에 어릴 때부터 위장장애를 달고 살았다. 1회 분량이 전용 숟갈로 평평하게 한 스푼인 노루모-산을 고봉으로 퍼서 서너 숟갈 먹어도 체기가 내려가지 않을 정도였으니. 점점 나이가 들면서 아주 조금이나마 덜 예민해지고, 무엇보다 혼자 살게 되었고(부모님 잔소리에 체하는 일이 그만큼 많았다는 얘기다;), 또 체할 상황을 가급적이면 만들지 않아 이제 심한 체에는 걸리지 않는다. 하지만 여차하면 생기는 체기는 여전하다.

내 경우, 이렇게 살짝 체한 데는 탄산이 잘 들었다. 그분은 탄산과 소화가 무슨 상관이냐고 묻지만, 까스활명수에도 들어 있는 탄산이 목넘김을 위해서라고만은 할 수 없는 것 아닌가, 흥! 그래 콜라는 원체 좋아하지 않고 사이다를 상비해 두고 먹었다. 한 번에 500ml도 꿀꺽꿀꺽.

이 식습관이 걱정되기 시작한 건, 올 봄 앞니 안쪽을 때우면서다. 혹시 사이다에 들어 있는 당분 때문에 이가 썩어버린 건 아닌지 걱정되었다. 생각보다 너무 많이 먹게 되어서 치아가 아니래도 몸에 좋을 것 같지는 않았다. 그래 천연탄산수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참 걸려 찾아낸 "강서청산수." 시음품을 나눠주며 블로그에 후기를 올리게 하는 모양새나, 광고 티가 너무 많이 나는 지식 답변 코너가 별로 마음에는 들지 않았지만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었기에(초정리 광천수는 못 찾았었다구;;;) 속는 셈치고 열 병을 주문해 보았다. 500ml 한 병이 무려 3,000원 가까운 금액이었지만 아무렴 사이다보다는 낫겠지 하는 마음으로.

앗 그런데 이건! 시원하게 마시는 탄산수는 그야말로 소화제 저리 가라였다. 북한 국보라서 관리를 엄청 까다롭게 한다더니만 과연. '사이다에서 단맛만 뺀 맛' 때문에 잘 못 마시는 사람들도 있다던데 단 걸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내게는 잘 맞았다. 게다가 칼슘이랑 미네랄도 듬뿍 듬뿍. 촌스런 병도, 옆구리에 적힌 원산지 표시도 다 마음에 들었다.주문한 열 병은 금세 동이 났고, 아예 30병들이 한 박스를 주문해 버렸다(단가가 2,000원 밑으로 확 떨어지더라구;;;). 그게 6월 말. 그런데 이제 겨우 두 병밖에 남지 않았다. 계산해 보니 2, 3일에 한 병꼴로 마신 셈이다. 생수 구입량은 급감했지만 여름철 샤워 후 션~하게 마시는 탄산수 덕분에 더 이상 맥주(사이다와 맥주를 병음하였다;) 먹고 다음 날 속 쓰리는 일은 없게 되어서 그 돈이 하나도 아깝지 않았다.

이번 주 중 받으려고 오늘 아침 다시 한 박스를 주문했는데 조금 전 업체에서 전화가 왔다. 이제 그 물은 없단다. 더 비싼 외국산 탄산수로 바꿔주마는데 거절하고 초정광천수 두 박스로 대체하기로 했다. 전화를 끊고 해당 업체 홈페이지를 찾아가 보니 폐업 안내가 떠 있다. 그것도 이미 오래 전, 내가 이 물의 존재를 알기도 전 일이다. "헤어진다는 것은 참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합니다. 지난 4년간 강서청산수를 이용해주신 분들에게 머리 숙여 감사드리며 언제일지는 모르지만 먼 훗날 다시 뵐 때는 지금의 아쉬운 마음을 기억하며 더욱 반갑게 만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뒤늦게 뉴스를 검색해 보아도 이 업체가 어쩌다 폐업에 이르게 되었는지 알 수 없다. 이 물이 생각보다 안 팔려서 없어진 걸까, 아니면 경색된 남북관계 때문에 더 이상 사업을 운영할 수 없게 된 걸까. 북한에 공장도 지었다는데 그 공장은 어떻게 되었을까. 거기서 일하던 사람들은... 어이없게도, 갑자기 통일이 간절해지는 마음.

당분간(제발 '당분간'이길 바란다) 마실 수 없게 된 강서청산수, 언젠가 이걸로 뽐뿌질을 쎄게 한 번 해 보려고 했는데 이런 글로 소개하게 되어 아쉽다. 남아 있는 두 병은 두고 두고 아껴 먹어야겠다. 아무튼지 간에, 아쉬운 마음 계속 갖고 있을 테니 얼른 돌아와 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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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etcetera

2010/08/16 17:21 2010/08/16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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