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지즈 네신이라는 작가를 처음 알게 된 건 <생사불명 야샤르>가 나왔을 때였다. 야샤르는 참 좋아서 잘 안 쓰는 독후감까지 썼었는데, 그 후 이 작가의 작품을 더 읽어보고는 싶었지만 마땅찮던 차 별 기대 없이 펼쳐본 책이 바로 이 <개가 남긴 한마디>이다. 별 기대 없이 오프라인 서점에서 읽다가 아쉬움에 쩝쩝 덮어두고 나왔던 이 책을 어느 고마운 분께서 사주셨고, 덕분에 감사히 일독한 후 다른 친구들과 함께 창고에 모셔둔 참.

한 번 읽은 책을 다시 읽는 일이 거의 없는 요즘이지만, 이 책을 다시 읽을 수 있었던 건 순전히 어젯밤 둘러본 땡땡성당 전자책도서관과 아이패드 때문이다. 입사담당자에게 어필하는 자기소개서 쓰는 방법이니, 네이티브처럼 영어 말하는 법이니 하는 실용서가 신간의 절대다수인 여느 도서관과 달리 이 도서관은 출판사의 지원을 받았는지 제법 많은 '푸른숲'의 책들을 구비하고 있었다. 아직 전자책 도서관이 활성화되지 않은 시점이라 보유권수가 1권뿐이라도 대부분 대출이 가능한 상황. 얏호 하며 리스트를 살피다 다시금 내 눈에 띈 게 바로 이 책이다. 괜히 반가운 마음에 당장 대출. 당장 이독.

풍자소설에 열광하는 내게 이 책은 적당한 재미와 적당한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처음 읽었을 땐 대체 이게 어떤 상황을 비꼰 것인지 알 수 없었던 이야기들도 한 번 더 읽으면서 분명해졌고, 출판사가 왜 이 책의 독자를 하필(?) '청소년'으로 상정했는지도 헤아리게 되었다.

나는 바담풍이라 해도 너는 바람풍이라 하라는 부모(유독 '인간'의 부모만 그러하다!)의 이야기, 국세청으로 환생한 도둑고양이 이야기, 뇌물 받는 관리들의 이야기(세어보진 않았지만 사실 이 책에서 가장 많이 다뤄진 주제는 왕과 관리를 비롯한 공공기관, 그리고 아이 키우는 부모가 아닌가 싶다)에 깔깔대다 보면 조금은 가슴이 뻐근해지는데, 그건 아마 우리들 중 누구도 작가가 비판하는 시스템에서 자유롭지 않기 때문, 아니 심지어 당신도 나도 때로는 이 체제유지의 공모자이기 때문일 테지.

뭐 어쨌든, 산책하는 마음으로 스윽 읽기 좋은 책.

아참, 내용 말고 형식, 그러니까 이북에 대해서라면, 며칠 전 혹평한 책보다는 훨씬 낫다. 띄어쓰기가 간혹 이상하지만 크게 거슬릴 정도는 아니고, 종이책에 수록되었던 그림까지 함께 넣어 읽는 재미를 높였다. 그림은 무조건 새 페이지에서 시작하도록 되어 있어서 가끔 문단 중간 글이 끊기고 아래쪽이 텅텅 비어서 깜짝 놀라게는 되지만, 이건 만드는 쪽에서 페이지를 일일이 지정할 수 없는 epub 포맷 자체의 특성 때문인 것 같다. 그 외 불규칙한 행간은 앱(북땡땡)의 오류인 듯하고. 역시 모든 이북이 내 참을성을 시험하는 것은 아니었다.

<개가 남긴 한마디>
아지즈 네신 지음 / 이난아 옮김 / 이종균 그림 / 푸른숲 펴냄 / 200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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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etcetera

2011/02/25 23:14 2011/02/25 2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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