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성형수술의 '트렌드'는 양악수술인가 보다. 하루가 멀다 하고 연예인들 양악수술 기사가 인터넷에 뜨고, 자주 안 타서 모르겠다만 지하철에서도 양악수술 광고하는 성형외과와 치과를 제법 본 것 같다. 이러다 코 높이는 것처럼, 아니 보톡스 맞는 것처럼 간단한 '시술'로 자리매김하는 날도 머잖은 건가.

쥔장으로 말할 것 같으면, 이미 10여 년 전에 부정교합 교정을 위한 양악수술을 받은 자다(아 사실 하악만 깎았는지 양악을 깎았는지는 나어릴 때인 데다 크게 관심을 안 가져놔서 모르겠다. 허나 요새 '유행'하는 그 수술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약 1년 반의 수술 전 교정과 6개월? 1년? (오래 돼서 가물가물하다;;;) 정도의 사후교정을 거쳤다.

수술 전 치아교정을 하는 이유는 턱을 깎은 후 치열을 미리 맞춰 놓기 위함이다. 교정의 모든 과정은 지금의 '아름다움'이 아닌 수술 후 턱의 위치변화에 대비하는 것이다. 교정 자체가 그닥 아름다운 모습은 아니지만(그렇다고 아름답지 않을 건 또 뭔가) 수술을 위한 교정은 특히나 아름다움과는 거리가 멀다.

교정이 얼추 마무리되면 수술 날짜를 잡는다. 수술시간이 그리 길지는 않았던 것 같다('물론' 전신마취다). 그러나 마취에서 깨어나면 그 때부터 말 그대로 '죽고 싶은' 2주일이 시작된다. 턱을 깎아 재배치한 후 교정장치에 고무밴드를 칭칭 감아 턱을 고정시켜 두기 때문에 말은커녕 음식물 섭취도 할 수 없다. 꼬박 2주 동안 유동식을 주사기에 넣어 어금니 사이로 흘려 넣어야 한다.

그러나 먹을 수 없는 괴로움 정도는 '투정'이다. 최초 1주일, 병원에 입원해 있는 기간 동안은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다. 입 안쪽으로 살을 헤집어 턱을 깎는 수술이기 때문에 수술 후에는 코와 목이 엄청 붓는 데다 당연한 이치로 피가래까지 고인다(그리고 이 피가래는 가라앉을 때까지 잦으면 몇 분, 길면 30분마다 가느다란 관을 콧속에 넣어서 빼내야 한다. 꼬박 2~3일은 걸리는데, 이 기간 동안 쪽잠이나 잘 수 있으면 다행이겠다). 이 시간을 버틸 수 있었던 건 오로지 살아야 한다는 본능, 이었던 것 같다. 그러지 않고서는 그 틈새를 뚫고 숨이 쉬어졌을 리가 없다.

보름 후 묶은 턱을 푼다고 해도 재활훈련이 기다리고 있다. 2주 동안 턱을 전혀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다시 턱근육을 살리는 운동을 해야 한다. 주사기에서만 벗어났을 뿐, 먹는 것이 불편하긴 마찬가지다.

부기는 아주 조금씩, 6개월~1년에 걸쳐 빠진다. 원체 내가 부기가 늦게 빠지는 체질인 것 같긴 하지만. 어쨌든 수술 직후에 찍은 사진을 보면 누가 봐도 '괴물'이라고 도망가게 생겼다.

며칠에 한 번씩 나오는 양악수술 연예인 체험기와 '애프터' 사진을 보다 보면 자동으로 저 몇 년의 시간이 반복 재생된다. 그리고 궁금해진다. 당신들은 저렇게 복잡한 과정을 거치지 않았나요? 저렇게 죽을 만큼 괴롭지 않았나요? 무슨 엄청난 기술들을 썼기에 그렇게 금세들 회복되셨나요? 대체 어떤 수로 수술 다음 날부터 죽을 드실 수 있었던 건가요? 그렇게 웃으며 사진 찍고 토크쇼에 나와 얘기하는 걸 보니 부작용은 없으셨나 봐요. 내로라하는 종합병원의 내로라하는 구강악안면외과 교수에게 '성공적으로 수술을 마친' 저는, 수술 이후 오래 입을 벌리고 있을 수 없어 치과진료 때마다 애를 먹어요. 말을 조금 많이 한 날이나 딱딱한 걸 씹은 날은 턱이 얼얼해서 한동안 입 다물고 쉬어줘야 하고요. 수술 후 한동안 호전되었던 편두통은 몇 년 뒤 돌아왔지요. 수술을 후회하냐고요? 이미 수술한 사람에게 그런 질문은 의미가 없죠. 게다가 난 이제 '어른'이라 아래턱이 나온 나도, 아래턱이 들어가 얼굴이 조금 더 작아 보이는 나도, 모두 사랑스럽다는 걸 아니까. 그래도 그 시절로 돌아간다면, 좀 더 싸워봤어도 괜찮지 않았을까 싶긴 하죠. 엄마의 평생 소원이라는데야 뭐 싶은 생각도 여전히 한편으로 들고.

양악수술은 분명 성형수술 시장의 '블루 오션'일 게다. 종합병원 치과치료에 한정되었던 그 분야를 성형외과로 끌어올 생각을 한, 이름 모를(알고 싶지도 않은) 당신은 사업의 천재. 그러나 다른 곳도 아니고 턱의 뼈를 깎고 치아와 근육에 큰 영향을 미치는 일을 그렇게 단숨에 성형외과와 개인치과 의사들에게 맡겨도 되는 걸까. '얼굴이 작아 보이고 싶어요' '어려 보이고 싶어요'라는 이유로 그렇게 손쉽게 결정해도 되는 걸까. 아아, 그동안 기술이 엄청 좋아져서 수술준비와 회복에 드는 시간과 노력이 어마어마하게 단축된 것일지도 모른다. 정말 짠 하고 성형외과/치과에 들어가면 별 고생 없이 순식간에 짠~ 하고 예뻐져서(?!) 나오게 되는 것인지도. 그렇다 해도 걱정스럽다. 턱은 '크다 작다 뾰족하다 각졌다'고 평가 받는 것 외에도 먹고 말하고 숨 쉬는 데 굉장히 큰 역할을 하는 기관이므로(아주 조금의 과장을 보태자면 인간의 생존과 자존감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몸소 겪은 바다). 물론 지금 상황을 가장 개탄하고 있을 사람들은 종합병원 구강악안면외과 의사들일 것 같다만.

* 이후 덧붙임
운동 가기 전에 인터넷 기사 하나 보고 완전 욱해서 순식간에 쓴 글이라 당최 뭔 말을 하고 싶었던 건지 끌끌거리게 되는 글이다만, 지우지는 않겠다. 어쨌든, 양악수술은 쇼핑하듯 골라 잡을 만큼 간단하지도 만만하지도 않은 수술이라는 것(쫌만 검색해 봐도 이거 얼마나 위험한 수술인지 다 나온다. 검색까지 갈 필요도 없다. 내가 읊은 저 단계들 중 한 군데서라도 삐끗하면 그냥 망하는 거다. 상상이 되지 않나?), 성형 목적으로든 치료 목적으로든 양악수술을 하려거든 사람 홀리는 매체와 연예인, 광고 따위는 믿지 말고 믿을 만한 병원에서 충분히 충분히 충분히 상담 후 하라는 것, 윅글(위의 욱해서 쓴 글;;;)을 읽은 분들은 이 두 가지만 기억해 주시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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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etcetera

2011/08/23 18:42 2011/08/23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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