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rch Results for '운전면허 장기기증의사표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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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9/30 운전면허증에 "장기기증" 표시, 하고 싶었다 by etcetera (30)

지난 토요일, 지갑을 잃어버려서 운전면허증을 재발급 받으러 갔다.
면허시험장 민원실에 들어가 어디로 가야 하나 헤매다 저~~~쪽 구석에서 X배너 하나 발견! 오올, 운전면허증에 장기기증 의사 표시를 할 수 있다는 거다. 맞아 맞아, 바뀌었다는 얘길 들었었다. 마침 잘됐네, 훗.

그래 배너가 걸려 있는 방의 안쪽을 쓱 훑어보았으나 별다른 안내문이 없다. '신체검사실'이라고 이름 붙은 곳에 세 명 정도의 직원이 있는데 누군한테 물어봐야 할지도 좀 뻘쭘하고. 완전 '여기다 물어보는 게 맞나? 아니면 어쩌지?' 싶은 분위기. 하여 이미 모 단체를 통해 장기기증 서약자로 등록한 바 있는지라 운전면허 재발급 담당자에게 문의하면 처리해 주겠지 하는 참으로 안일한 생각으로 면허 재발급 창구로 갔다.

(아래 대화는 녹취한 것이 아니라 쥔장의 기억에 따라 재구성한 것이다.)
"근데 운전면허증에 장기기증 표시를 할 수 있다고 하던데요."
"따로 신청하셔야 되구요, 저쪽 신체검사실 쪽으로 가보세요. 그런데 오늘 토요일이라 할지 모르겠네."
"이미 장기기증 희망자로 등록되어 있는데 여기서 바로 할 수는 없나요?"
"시스템이 따로 되어 있어서 그쪽에서 등록하신 후 저희가 결과를 받아서 처리해 드리는 거예요. 저쪽 가서 알아보세요."

그래 못 이기는 척 그 구석탱이 신체검사실 앞으로 갔다. 안쪽을 좀 더 오래 훔쳐봐도 여전히 아무런 안내표시도 없다. 쭈뼛한 마음. 그래 그냥 스티커 다시 신청해서 붙이고 말지 하는 생각으로 다시 재발급 창구로.

"신청했어요?"
"아뇨."
"안 된대요?"
"...안 하려구요."
"왜요. 다녀 오세요."

그래 또 못 이기는 척 구석탱이로 갔다. 신체검사실 안으로 들어가 앞쪽에 계신 분한테 저... 면허증에 장기기증 표시를 하려고 한다...고 했더니 저쪽에 있는 웬 신청서를 작성하란다. 이미 등록되어 있는데 무슨 신청서를 또!!! 작성하냐고 했더니만 시스템이 연결되어 있지 않아서란다.

그때쯤 이미, 그 눈에 잘 띄지도 않는 배너 외에 아무 안내도 없는 점, 재발급 창구 담당자가, 관련 업무를 토요일에 처리하는지 안 하는지도 모르고 있다는 사실, 그리고 그 사실을 본인이 알아봐주기는커녕 '아쉬운 니가 알아봐라'라는 식으로 응대하는 데 빈정이 제법 상해 있던 나는 궁시렁거리며 신청서를 다시 작성했다.

그리고... 작성한 신청서를, 신청서를 작성해 주세요, 라고 말한 분한테 가지고 갔더니 웬걸, "저 안쪽에 계신 분한테 갖다 주세요"란다.

물론 그 '안쪽'이 수십 걸음씩 되었던 건 아니다. 그러나 몇 걸음이건 간에 애초부터 "신청서 작성하셔서 저 안쪽에 계신 분한테 갖다 주세요"라고 말해 주었더라면, 나는 궁시렁거리면서도 '안내'에 따랐을 것이다.

결국 나는 누구도 신경 쓰지 않고, 누구도 아쉬워하지 않고, 누구도 제대로 설명해주지 않는 데 격분하여 됐다고, 표시 안 하고 말겠다고 신청서를 찢어 버리고(성질 나서 그런 건 아니고 주민번호가 기입되어 있어서;;;) 재발급 창구로 돌아왔다.

"저 표시 안 할래요."
"왜요?"
"그냥 제가 알아서 스티커 신청해서 붙일게요. 등록하려는 사람을 너무 번거롭게 만드는 시스템이네요."
"......"

사석에서는 "대체 장기기증 같은 건 왜 하는데? 운전면허 표시 같은 건 왜 하게 만들어서 내 일만 더 번거롭게 만드는 거야?"라고 말할 것처럼 생긴 그 담당자는 가타부타 말도 없이 몇 분 내 '일반' 면허증을 내 주었다.

씩씩대며 돌아와 관련 내용을 검색해 보았다. 왜 이런 불친절하고 불합리한 일이 벌어지는지 궁금하기 짝이 없어서.

운전면허 장기기증의사표시제도는 면허시험장에서 운전면허증을 신청할 때, 장기기증도 동시에 신청할 수 있도록 안내하는 제도를 말한다. 장기기증을 등록한 사람의 운전면허증에는 장기기증등록자란 사실이 면허증에 표시된다.

운전자가 불의의 교통사고로 뇌사상태가 됐을 때, 면허증을 확인하는 과정만 거치면 곧바로 장기이식 절차를 밟을 수 있도록 제도화시켜 놓는 것이다.

현재 운전면허신청 시 장기기증등록 신청서가 따로 제공되며, 국립장기이식관리본부는 이 신청서의 원본을 걷고 있다.

따라서 운전면허 신청 시 장기기증을 등록자로 신청한 사람은 장기등록증과 함께 면허증 기증의사표시 여부에 찬성한 뒤 그 내용을 국립장기이식관리센터로 보내야 한다. 이후 국립장기이식관리센터에서 경찰청 전산망에 내용을 전송해야만 면허증에 표시되는 절차로 운용되고 있다.

운동본부는 바로 이런 복잡함을 문제로 지적하고 있다. 장기기증 신청서가 운전면허 신청서와 따로 제공되기 때문에 주의를 끌기 어려운데다, 복잡한 절차 때문에 일반인들이 장기기증을 꺼려한다는 것이다.

(출처: http://www.dailymedi.com/news/opdb/index.php?cmd=view&dbt=article&code=131290&page=1&sel=&key=&cate=class_all&rgn=&term=, 밑줄은 쥔장)

그러니까 '원흉'은 국립장기이식관리본부라는 건데, 기껏 만든 좋은 제도를 나서서 사장시키는 것도 문제, 자기들 직접업무가 아니라고 수수방관하는 도로교통공단('한' 직원의 응대태도로 싸잡아 비난해서 조금 성급하다는 생각도 들긴 하지만, 다른 직원이라고 별다르게 반응했을 거 같지 않다는 데 오백 원 건다)도 문제이긴 마찬가지인 것 같다.

한데 얼레, 스티커 재발급 받으려고 장기기증이랑 골수기증 등록해 놓은 단체들 홈페이지를 돌아다니다 운전면허증에 장기기증 표시 여부를 홈페이지(장기기증등록단체 홈페이지, 장기이식본부 홈페이지)에서 수정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홈페이지에서 미리 수정해 두었더라면 그런 번거로운 절차 없이 장기기증이 표시된 면허증을 받을 수 있었을까? 그렇다고 한다면, 이미 장기기증 의사를 등록했다고 밝힌 사람에게 무조건 '시스템이 달라요' 하면서(위 기사를 읽기 전엔 당최 무슨 시스템이 무슨 시스템이랑 다르다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신청서를 작성하라고 재삼 말하는 대신, 홈페이지에서 해당 내용을 직접 수정하면 연동이 된다고 알려주거나, 더 나아가 그 옆에 조그만 컴퓨터 하나 마련해서 본인이 바로 수정할 수 있도록 해 주었어야 했다. 은행에 가면 인터넷뱅킹 전용 컴퓨터가 있는 것처럼 말이다. 혹시 '기등록자'라 아쉽지 않다는 건가? 신규 가입자만 받아요? 아니면 사람이 많으나 적으나 상관없이 월급 받는 준공무원님들이라 신청을 하든가 말든가인가요? 아니면... 홈페이지에서 수정해도 '연동' 같은 건 안 되는 건가요?!

혹시 관련자가 어쩌다 검색에 얻어 걸려 이 글을 보게 된다면, '업무 욕심'이 있어 운전면허증에 장기기증 표시하는 사람이 왜 안 느는지가 궁금하다면, 일 삼아 가까운 운전면허시험장에 한 번 가 보시길 권한다. 그리고 운전면허증에 장기기증 표시하기가 '실제' 어떻게 운용되고 있는지 꼭 스스로 확인해 보시길 바란다. 완전 빈정 상해서 장기기증 의사 등록 취소해 버릴까 잠깐이나마 생각한 나 같은 인간을 넘어, 진짜 취소해 버리는 사람들 나오기 전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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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etcetera

2011/09/30 18:07 2011/09/30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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