쥔장이 지금 다니는 회사는 작은 개인업체다. 전문성이 필요한 직종이기도 하다. 요새 한창 사람을 뽑는 중인데, 예전부터 느꼈지만 안타까운(?) 언니 오빠들이 참 많다. 정말 취직을 하고 싶은 건지 의심스러운. 하여 '정말' 작은 회사라도 취직하길 원한다면 아래 내용 정도는 좀 생각하고 지원했으면 하는 바람으로 이 글을 쓴다. 내가 겪은/겪고 있는 내용들을 바탕으로 한 것이나 조직 규모나 업종에 관계없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가장 중요한 것.
해당 회사가 뭐 하는 데인지, 본인이 채용되면 어떤 일을 하게 될 것인지 좀 알아보고 지원하자.


취업 사이트에서 '구인' 중인 거의 모든 회사에 무차별적으로 서류를 집어넣는 게 아닐까 싶은 지원서가 꽤 많다. 여기 저기 다 걸어놓고 '하나만' 걸려라 하는 심산일 게다. 장담컨대, 그러면 '하나도' 안 걸린다. 담당자들이 읽어봐도 모를 것 같지? 기본 이력서랑 소개서 하나 써 놓고 글자 하나 안 바꾸고 제출한 거 다 보인다. 인터넷 지원이 쉬워지면서 어째 이런 사람들이 더 많아진 것 같은데, 예나 지금이나 지원하는 회사에 그 정도 관심도 없는 사람은 재고의 여지가 없다. 리더십이 어쩌고 열정이 어쩌고 화목한 가정이 어쩌고 열심히 떠들어 보시라. 면접 보라고 연락 오는지 어디 보자. 그런 사람들이 워낙 많으니 그나마 기본 포맷에 한두 문장이라도 회사 내용 추가한 사람이 예뻐 보일 지경. (하지만 착각은 금물. 이 경우도 기본 내용에 억지로 끼워 붙인 티 다 난다.) 정말 취직하고 싶다면 자기소개서는 회사별로 늘 새로 써라. 결국 비슷비슷한 내용이 되더라도 회사 하나 정해 놓고 쓰는 거랑 있는 거 복사-붙이기 해서 내는 거랑 천지차이다. 응? 그러다 언제 몇 군데씩 지원하냐고? 위에서 언니가 다 얘기했다. 어차피 있는 거 갖다 쓰다가는 한 군데서도 연락 안 온다고.

그리고 회사에서 어떤 직무를 뽑는지는 좀 확인하고 이력서 내자. 땡땡직을 뽑는데 지원 분야가 '무역'이나 '컨설팅', '교육'이면 어쩌라는 걸까. 공고에 저런 단어가 하나라도 들어갔으면 내 말을 안 해요. 다른 회사에 넣었던 서류 똑같이 내고 있다는 걸 광고하고 싶었거나, '취직' 자체에만 관심 있을 뿐 어떤 일인지는 전혀 관심 없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거나 둘 중 하나겠지만, 이 역시 학창시절이 어쩌고 사회 경험이 어쩌고 암만 읊어봐야 꽝이다. 자기가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조차 모르는 사람을 뽑을 회사는 없으니까. 그러니까 앞으로는 '무역' 하고 싶으면 제발 '무역' 회사에만 지원하세요, 네?

둘, 오탈자와 맞춤법 체크는 백 번 해도 된다.

이게 두 번째로 올릴 내용인가 싶기도 했는데,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도 그렇고 이 업무의 특성을 봐도 그렇고 기본적인 맞춤법을 지키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생각해 보라. 국문학을 전공하였으며 교정교열에 능하다고 어필한 지원자가 정작 자기소개서에 '~로서'를 '~로써'로 썼다면? 요새 말로 '헐~'인 거지. 본인이 하는 '말'은 소용없다. 그야 얼마든지 꾸미기 나름이니까. 그 '말'과 '행위', 혹은 그에 대한 결과물이 자기소개서인 거다. 깔끔한 문장, 틀림 없는 맞춤법은 반드시 채용 담당자에게 좋은 인상을 남긴다. 더불어 오탈자는 성의 없는 지원으로 보이기 딱 좋은 아이템. 내용이 아무리 좋아도 점수 팍팍 깎인다. (아 물론 우리처럼 작은 회사에서 항목별 배분표를 가지고 점수를 매기는 것은 아니다. 지원서를 읽다가 내 마음이 서늘해진다는 얘기다.)

셋, 이모티콘 좀 쓰지 말자. '지원메일'에도 신경 좀 쓰자.

아주 정신 나간 지원자가 아니라면 지원서에 이모티콘이나 유행어, 비속어를 쓰는 경우는 많지 않다. 그런데 간혹 이 정도는 괜찮겠지, 하며 쓴 걸로 보이는 것들이 있다. 대표적인 게 ^^랑 ~. 저 정도로 인사담당자가 친근함을 느끼게 될 거라는 착각은 제발 안 했으면 한다. 성인으로서, 책임감을 가지고 공적 영역에 진출하려는 사람이 '공식적으로' 자신이 어떠어떠한 인간이라는 걸 알리는 서류에 '안녕하세요^^'가 웬말인가. '잘 부탁드리겠습니다~'는 또 뭔가. 내가 당신 선배여서 지금 나한테 인사청탁하는 건가. 미안하지만 나는 댁 모른다. 참고로 예전에, 집에 있는 노트인지 연습장인지 한 장 찢어서 '자필'로 '무대뽀 정신으로^^' 임하겠다는 지원자가 있었다. 연습장에서 한 번 아웃, 정성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던 그 '자필'에서 한 번 더 아웃, '무대뽀'에서 최종 아웃됐다.

지원메일 쓸 때도 마찬가지다. 큰 회사야 지원 시스템에서 바로 지원해 버리면 되니 메일 쓸 일이 없다. 그러나 작은 회사들은 메일로 지원을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원메일은 별로 중요하지 않을 거라는 착각은 버리자. 기본적으로 회사는 지원자의 '모든 것'을 알고 싶어 한다. 그러나 회사가 확보할 수 있는 내용은 제한되어 있다. 따라서 지원자가 회사에 제공한 '모든' 자료를 판단 근거로 삼는다. 제출서류가 이력서, 자기소개서라고 그것만, 그러니까 그 내용만 보는 게 아니라는 거다. 지원메일의 형식과 내용, 심지어 이력서와 자기소개서 편집방식까지 살핀다. 우편일 경우 서류를 어떤 식으로 배열하고 철해서 넣었나, 봉투에 주소는 어떻게 썼나, 이런 것까지 본다. 이런 것들이 바로 채용 담당자들이 호감을 가지고 본인의 서류를 검토할지, 뾰족한 마음으로 훑을지 결정짓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제발 처음부터 끝까지 긴장 좀 해라. 메일 쓸 때는, 회사에서 일 잘한다고 소문 난 선배 하나 붙잡아서 거래처에 처음 메일 보낼 때 어떻게 쓰느냐고 물어보든가, 검색을 해 보든가 책을 찾아보든가 해서 '공적' 느낌 풀풀 나게 써 내라. 짧고 간결하게.

넷, 사진이 그거밖에 없던가요?

개인적으로는 이력서에 사진 붙이는 거 별로다. 생긴 거 기억도 안 나고 괜히 선입견만 심어준다. 그런데 대부분의 회사는 사진을 요구한다. 별 수 있나. 일단 붙여야지. 한데 디지털 카메라 때문에 사진 찍기가 너무 쉬워진 게 문제라면 문제다. 어지간한 스냅 사진이어야 이해를 하지. 이어폰 꽂고 찍은 사진(이어폰 줄 자랑하고 싶으셨어요?), 모자 쓰고 찍은 사진, 머리 위쪽은 뎅강 자르고 첨부한 사진... 그런 사진 낼 바에야 그냥 사진 첨부하지 마라. 우스워 보이는 건 그 사람 하나로 족하지, 괜히 채용했다 회사까지 우스워질라.

그러니까 요는,

회사 작다고 사람도 허투루 뽑는 거 아니라는 거다. 좀 모자란 사람들이 모여서 얼렁뚱땅 주먹구구식으로 일하는 데 아니란 말이다. 그러니 정말 밥 벌어 먹고 살고 싶은 생각이 있거든 그만큼의 성의는 보여라. 하다못해 인터넷 서평단이니 체험단이니 하는 활동할 때도 그 상품 받아먹은 값 하려고 몇 시간씩 사진 찍고 글 쓰고 하지 않나? 하물며 밥벌이하는 데 그 정도 정성도 못 쏟나? 일에 비해 대기업보다 연봉 적고 이름값 없고 복지수준 형편없어도, 그보다 형편없는 지원서 감내해 가며 사람 쓸 회사 없다. 제대로 된 사람 아니면 그만큼의 급여도 아까운 거니까.

별책부록. '나이' 때문이 아니다.

예나 지금이나 연령제한이 있냐는 질문을 간혹 받는다. 내가 알기로, 정당한 사유 없이(이 일은 꼭! 반드시! 몇 살 이상이나 이하가 해야 한다! 이런 거지. 근데 암만 생각해 봐도 세상에 그런 일 거~~~의 없다.) 나이 제한하는 거 위법이다. 당연히 나이 제한 없다. 뭐, 우리 사장님 입장은 좀 다를 수 있지만, 어쨌든 나이 제한하면 안 되는 거다. 그래서 지원자들의 나이는 천차만별이다. 20대부터 50대까지. 그런데 4, 50대분들, 혹은 30대라도, 이분들이 서류전형 단계를 통과한 기억이 없다. 아마 그분들은 당신의 나이 때문이라 생각하고 계실 게다. 하지만 실무자 입장에서 그분들을 나이 때문에 불합격시킨 게 아니다. 내 비록 지금 사기업에서 일하고 있으나 명색이 여성주의자인데, 적어도 내 권한 아래 놓인 일만이라도 내 가치관 지켜가며 일하려 노력한다.

그럼 그분들은 왜 면접 기회를 잡지 못했을까? 대개는 '핀트'가 안 맞아서다. 본인의 경험과 경력이 나열되어 있기는 하지만 정작 우리 회사에서 건질 만한 내용은 없는 경우. 그럴 경우 '경력'이 아니라 '신입'이라는 관점으로 사람을 판단해야 하는데 '신입'으로서의 자질은 또 보이지 않을 경우. 회사에 도움 되지 않는 경력으로 경력 대접을 해 달라는 건 누가 봐도 말이 안 되잖아. 한데 그걸 간과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다. 심지어 '내가 친히 임하여 너희 회사를 잘 이끌어 주겠노라' 식으로 자기소개서를 쓴 지원자까지 있을 지경. 감히 말씀 드리건대, 본인이 해 온 일과 비슷한 업무거든 경력을 최대한 부각시킨 성실한 직무기술서로, 새로운 업무라면 '신입사원답게' 서류를 갖춰서 지원해 주셨으면 좋겠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 몫의 밥벌이를 하려는 여러분 모두에게 행운이 있기를. (역시 나도 나이를 먹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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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etcetera

2012/04/30 15:26 2012/04/30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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