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이 이전의 반으로 줄어들면서 보다 계획적으로 살 필요성이 생겼다. 고정지출은 예상 가능하니 별 문제 없지만 다달이 닥치는 특별(?)지출이 문제였다. 어느 달은 경조사비, 어느 달은 병원비, 또 어느 달은 자동차 보험료라는 이름으로 찾아오는 지출들. 거기에 맞추다 보니 어느 달은 쪼들리고 어느 달은 좀 남고... 그것까지는 감수할 수 있었지만, (가계부를 착실히 쓰는 것과는 별개로) 그달 그달 이번 달엔 얼마가 나갈까 어떻게 돈을 메울까 하는 데 과도한 신경을 쓰고 싶지는 않았다. 해서 다음과 같은 방법을 고안(?)했고, 1년 넘게 성공적으로 유지 관리하고 있다.

1) 부정기/부정액 지출 항목 정해서 계좌 개설하기
일단 부정기/부정액 지출의 주요 항목을 정한다. 이건 당연히 사람마다 다르다. 내 경우 보험/의료, 생활요금, 차량유지, 데이트, 경조사, 예비비, 미용 피복, 취미, 운동, 여행, 용돈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항목에 따라 계좌를 개설한다. 항목 하나에 계좌 하나. 은행에 방문해서 종이통장을 만들어야 하는 거면 번거로웠을 텐데 다행히 내 주거래 은행은 은행에 방문하지 않아도 인터넷으로 입출금 계좌를 개설해 준다. 인터넷 전용 계좌지만 상관없다. 다만 매달 고정적으로 정액이 지출되는 항목은 제외한다. 예를 들어 매달 4만 원씩 내는 관리비와 55,000원씩 나가는 통신비는 생활비 계좌에 몰아넣는다.

2) 항목별 월평균 지출 금액 산출하기
예를 들어, ‘도시가스’ 통장이 있다 치자. 여름 세 달의 도시가스 요금은 5,000원씩이고 한겨울 요금은 10만 원, 봄 가을 요금은 2만 원 정도라면 연간 지출은 총 40만 원 정도겠다. 이걸 12개월로 나누면 3만 원 정도다. 다른 항목도 이런 식으로 해서 월평균 지출액을 가늠한다. 뭐, 반드시 월평균 금액이 아니라 ‘이 항목에는 한 달에 이만큼만 지출하겠어!’ 하는 의지의 표현이어도 괜찮다. 이를테면 나는 미용/피복에는 한 달에 2만 원을 배정하였다. (지켜진 적이 없다는 게 문제지만... 그럴 때 쓰라고 ‘예비비’ 계좌가 있는 것이다! 예비비 계좌는 아래 팁 참조)

3) 개별 계좌에 월평균 금액 입금 후 해당 항목 지출은 해당 계좌에서 지출하기
이렇게 계산한 월평균 금액에 약간의 여유분을 더한 금액을 다달이 해당 계좌에 입금한다. 위에서 예로 든 ‘도시가스’라면 35,000원 내지 40,000원을 ‘도시가스’ 계좌에 입금한다. 그리고 매달 도시가스 요금을 이 계좌에서 지출하는 거다. 그리고 약간 넉넉하게 입금하기 때문에 1년이 지나면 자투리 돈이 생긴다. 그럼 그걸 적금통장에 넣든지 ‘나한테 선물’을 하든지 아무튼 공돈 생긴 기분으로 쓰면 된다.

그러니까 이건 비고정 지출을 고정지출화 하는 방법인 셈이다. 환갑이나 칠순 등 집안 경조사를 위해 이런 식으로 목돈을 모으는 사람들이 있다는 데서 착안했는데, 1년 동안 운용해 본 결과, 아주 만족스럽다. 덕분에 올 1월 자동차보험이라는 큰 산을 넘었고, 여행도 다녀왔으며, 며칠 전엔 파마도 했으니까. 무엇보다 매월 달라지는 지출액에 따라 가계가 좌지우지 되지 않는다는 점, 무조건 일정액 이상 저축을 할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이다.

그래서 월급날 각각의 계좌와 적금에 돈을 넣고 나면 생활비 계좌에는 매달 고정적으로 나가는 금액(관리비 등)만 남아 있게 된다. (짬 내서 이거 하고 나면 완전 뿌듯함.) 그런데 그럼 용돈은? 또다른 계좌에 한 달 용돈을 입금해 놓고 그때 그때 꺼내 쓴다.

이렇게 관리하다 보면 1년, 혹은 몇 달쯤 지나면 가랑비 젖듯이 각각의 계좌에 여윳돈이 쌓이게 된다. 그럼 그런 돈을 모아 뭔가 사치(?)를 하거나 또 다른 목돈이 필요한 데 쓸 수 있다. 내 경우, 매달 의료비로 4만 원씩을 모으는데 이 계좌의 잔액이 얼마 전 40만 원이 되어 별도의 부담 없이, 벌벌 떨지 않고도 수명이 다 된 금니를 교체할 수 있게 되었다.

참, 누군가 혹시 이 방법으로 돈 관리를 시작하겠다면 ‘예비비’ 계좌는 꼭 만들 것. 경조사비 통장으로도 해결 안 될 만큼의 경조사가 있는 달 같은 때 유용하게 쓰인다.

팁 하나 더. 신용카드 얘긴데, 관리가 안 돼서 신용카드를 안 쓰는 사람도 있던데 나는 항공사 마일리지랑 연계해 놓고 열심히 잘 쓴다. 신용카드를 잘 관리할 자신이 없을 때는 다음과 같은 원칙을 세워 놓고 지키면 된다. 1)할부(무이자할부 포함. 절대 ‘무이자’에 현혹되지 말 것)와 현금서비스는 사용하지 않는다. 2)‘미리결제’ 서비스를 이용하여 신용카드를 체크카드처럼 사용한다. 즉, 계좌에 잔액이 있는 만큼만 결제하고 이삼일 뒤 전표가 매입되면 계좌에서 돈을 빼내 바로 결제해 버리는 거다. 나처럼 신용카드 부가서비스가 필요하긴 한데 잘 사용할 자신이 없는 사람에게 유용하다.

이 방법은 무조건 아끼고 아끼고 아끼는 사람에게보다는 적당히 쓰면서도 수입과 지출을 계획적으로 ‘관리’하려는 사람에게 더 적합한 방법이다. 그리고 계좌에 늘 얼마간의 돈이 남아 있기 때문에(왜인지 알 수 없지만 나의 경우 이렇게 모인 계좌들의 총 잔액은 늘 150~250만 원 정도 된다) 정말로 급한 목돈이 필요할 때는 이 돈을 다 그러모아 사용할 수 있다. 줄줄이 통장을 보면 고프던 배도 불러진다는 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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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etcetera

2015/04/13 16:02 2015/04/13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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