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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5/06/26 입사면접 유감 by etcetera (20)
몇 번의 면접과 피면접을 경험했지만, 자고로 입사면접이라는 것은 쌍방간의 소통이어야 한다는 지론을 갖고 있다. 보통은 사측에서 이 사람이 우리 회사에 맞을지 어떨지 보는 자리라고들 생각하지만, 사실 그건 피면접자의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이 회사가 정말 다닐 만한 곳인가 아닌가, 면접을 통해 판단하게 된다. 그런 면에서 최근에 본 면접은 참으로 실망스러웠는데, 나중에 까먹고 똑같은 짓을 또 당하겠다고 할지 몰라 스스로 잊지 않기 위해 기록해 둔다.

첫째, 그게 뭐 그렇게 비밀이라고 면접위원이 몇 명인지도 사전에 알려주지 않은 것은 그렇다 치자. 면접위원으로 보이는 00명 외에 앞에 앉아서 서류를 보다가도 문을 열어준다거나 진행자와 소통한다거나 하는 저 사람은 면접관인가 아닌가? 면접관인 것 같긴 한데 한 마디도 안 하는 저 사람은 면접관인가 아닌가? 덕분에 나는 지금까지도 내가 어떤 자격을 갖고 있는 사람 몇 명에게 평가 받았는지 모른다. 그 사람들이 회사 내부 사람이었는지 관계자인지 어쩐지도 모르겠다. 아마도 누군가에게는 이 문제의식이 턱없이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책상 앞에 명패를 놓고 있는 면접관을 본 기억을 가진 사람은 많지 않을 테니. 그러나 면접관에 대한 최소한의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조직이 안 그래도 약자일 수밖에 없는 지원자에게 가질 수 있는 최소한의 배려 내지 예의라 생각한다. 내가 면접관의 위치에 있을 때 나는 늘 지원자에게 저는 누구이고 옆의 이 사람은 누구입니다, 당신이 만약 이 일을 하게 된다면 저와는 이러저러한 관계를 맺고 일을 하게 될 것입니다 등의 정보를 주었다. 왜 나만 소개하게 하고 당신은 누구인지 말하지 않아? 왜 떨어뜨렸냐고 연락할까 봐 무서워서? 사적으로 연락해서 청탁할까 봐? 그게 걱정이라면 최소한 '면접위원'이라고 한다거나 조직 내·외의 대략적인 직책을 쓴다거나 하는 방법으로 얼마든지 피해갈 수 있다. 방법이 없는 게 아니라 안 찾는 거겠지. 이쪽에서는 학교에서 경력, 성격까지, 모든 패를 갖고 있으면서 상대에게는 아무 것도 보여주지 않는다? 글쎄, 면접이라는 '특수한 상황'이라는 점을 빼고 생각해보자. 일방에서만 상대에 대한 정보를 갖고 있는 그런 사이에 '대화'가 가능한가? 보통 그런 상황에서 서로 오가는 말들은 '취조'라 부르는 것 같던데.

둘째, 아아 자기소개로 시작해서 경력소개로 끝날 줄이야. 들어가자마자 자기소개 해 보라는 말에서부터 당황해버린 건, 면접의 '루틴'을 무시한 내 잘못. 인정. 하지만 지원자가 낸 서류는 좀 읽고들 오셔야죠. 이거야 모든 조직 모든 면접관의 공통점인 것 같긴 하다만, 왜 서류에 있는 거 또 물어보세요. 시간 안 아까우세요? 하다못해 자기소개를 읽고 '더' 궁금했던 걸 물어보던가, 직무수행계획서를 구체화해 보라고 하던가. 00를 했었네요? 어땠어요? 라던가. 최소한 이 자리에서 서류 처음 봤다는 거 티 내는 질문은 삼가주셔야 하는 거 아닌가.

셋째, 이게 가장 의심스럽고 불쾌한 부분인데, 일련의 과정을 거치면서 대체 내가 이 자리에 왜 있는 거지? 하는 생각이 걷잡을 수 없이 들었다. 우선, 나로서는 이미 정체를 알고 있던 '경쟁자'가 '객관적으로' 나보다 더 적임자로 보였을 거란 데는 동의. 하지만 내가 궁금한 건, 그럼 더 적합해 보이는 사람만 데리고 면접을 보시지 대체 나는 왜 불렀을까 하는 거다. 현장 경력이 없는 게 걱정이라고? 그거 이미 서류에 다 있는 내용이잖아. 그럼 그때 떨어뜨리지 뭐 하러 불러서까지 물어보나. 그 자리에서 "아 예, 그러고 보니 저는 정말 현장 경력이 없어서 안 되겠군요. 안녕히 계십쇼." 이러고 나갈 줄 알고? 대놓고 '너 이런 경력 없잖아? 이런 업무 해본 적 없잖아? 어떡할 거야?' 하는 질문들의 연속이다 보니 이미 서류에서 반 이상 결정이 난 상태이고 난 그저 들러리 선 느낌이 들었다. 서류와 면접이 세트라서 어쩔 수 없이 봤어야만 하는 것도 아니고, 그들이 나를 떨어뜨릴 기회는 이미 두 번이나 있었다. 어차피 채용하지도 않을 사람, 꼬박 이틀이라는 물리적 시간과, 준비와 기다림에 들어간 계산할 수 없는 다른 시간과 열정을 쏟게 했다는 사실을 이해할 수 없다. 그래, 비록 니가 불리하다만 할 수만 있다면 그걸 면접에서 뒤집어 엎어보라는 의미였을 수도 있겠지. 아 예, 10분도 안 되는 시간 동안 자기소개 같은 진부한 질문들 앞에서 말이죠. 광고기획사 신입 지원자들처럼 퍼포먼스라도 준비할 걸 그랬나요.

그들 내부에서야 물론 정당한 절차와 방식을 거쳐 적절한 방식으로 채용을 마무리했을 것이다. 감사 같은 데서 지적당하지도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절차와 형식 등등에 얽매인 나머지 가장 중요한, 사람을 살피는 일 따위는 잊은 것 같다. 그리고 나의 가장 큰 잘못은 그 회사에 대한 기대가 과했다는 거. 대놓고 학력, 학벌, 나이차별 안 한다는 사실에 내가 너무 흥분했었다. 이것도 나의 잘못. 인정. 그러나 이제 알았으니, 나도 사양. 그리고 '정신승리'라 비웃을지 몰라도, 나 같은 인재를 알아보지 못했다는 걸 아쉬워해야 할 주체가 나는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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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etcetera

2015/06/26 11:24 2015/06/26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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