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어에 답한다" 코너를 대놓고 좋아하지만 쓸 만한 검색어가 없어 날마다 실망하는 쥔장이 오랜만에 관련 검색어를 둘이나 찾아냈습니다, 흠화화! 그러나 천연비누(CP비누) 만들기에 관한 배경지식이나 관심이 전혀 없는 분들은 뒤로가기 버튼을 살짝 누지르시는 게 좋을 겁니다요(야야, 읽을 글도 없는데 이게 웬 망발이냐).

우선 첫 번째, "숙성과정 없는 cp"를 만드는 방법은 현재로서는 두 가지 정도가 아닐까 싶습니다. 하나는 시판 중인 CP 베이스를 사서 MP처럼 만들기, 또 한 가지는 천연유화수로 만들기. CP 베이스는 알아서 검색해서 사시고(다만 이 베이스에는 알코올이 첨가되어 있다는 점에 주의하세요. 그러니까 아무래도 직접 만드는 것과 같은 CP는 아니라는 말씀), 오늘은 두 번째 방법인 천연유화수로 비누 만들기에 대해 알아보도록 합시다(네? 어디서 '합시다'냐구요? 흥!). 의외로 천연유화수 사용 후기를 찾기가 어렵더라구요.

천연유화수로 테스트 삼아 비누를 만들어 본 건 몇 달 전, 여름이 오기 전이었습니다. '테스트'답게, 이 기름 저 기름 다 넣어서 만들었어요. 그래도 나름 목적의식은 있어서 야심차게 '여름에 피지 쫙 빼 주는 비누'를 생각하고 이 기름 저 기름 부었어요. 뭐 그러니까 대략 올리브 비율을 줄이고 코코넛이랑 팜이랑 포도씨유를 잔뜩 넣은, 대략 여덟 가지 기름(네, 사실 남아도는 자투리 다 넣었슈;)으로 이루어진 레시피였습죠. 그리고 비장의 히말라야 솔트! 목욕소금 용으로 사서 유노하나를 버무려 놓은 이 소금을 첨가물로 써 보았습니다.


장점

천연유화수의 장점은, 홍보 내용과 거의 동일합니다. 오일 가열(중탕) 없이 비누를 만들 수 있다는 점(그래도 팜 코코넛은 한여름이 아닌 한 고체 상태라 가열해서 쓴다는 분도 계시더군요. 전 블렌더의 힘을 믿고 그냥 돌렸습니다), 가성소다수처럼 온도가 높이 올라가지 않으니 화상의 위험이 덜하다는 점(그래도 천연유화수 자체는 강알칼리입니다), 유독가스 등이 발생하지 않아 상대적으로 안전하다는 점, 숙성과정 없이 비누만 굳으면 쓸 수 있다는 점 등입니다. 오일별 비누화값을 계산해야 하는 가성소다와 달리 무조건 전체 오일의 42.5% 정도만 계량해서 넣으면 되니 간편하기도 하구요(여기서 "비누화수로 cp비누를 만들때레시피"가 해결됩니다. 전체 오일 무게의 42.5%에 해당하는 비누화수, 그러니까 오일 100g당 42.5g을 오일에 넣고 블렌딩해 주시면 되는 거죠. 건성용은 비율을 좀 더 낮추고 지성용은 비율을 좀 더 높이라고 되어 있지만 굳이 따를 필요는 없어 보입니다. 이유는 아래 내용에서 유추하실 수 있어요). 참, 많은 도구가 필요하지 않다는 것도 장점이겠네요. 숙성기간이 길기 않으니 에센셜 오일의 향이 비교적 잘 보존된다는 점도요.


단점

장점이야 판매업체에서 많이 홍보하고 계실 테니 저는 실사용자 입장에서, 업체에서 하지 않을 법한 얘기들을 좀 해보겠습니다. 그래서 이 부분이 장점보다 길어요. 하지만 그게 제품이 나빠서가 아니라는 얘긴 먼저 밝혀두고 싶네요.

아무튼 많은 분들이 천연유화수의 가장 큰 단점 내지 우려로 꼽는 것은, 아직 이 천연유화수의 성분이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는 거죠. 특허품이라 정보가 새어나갈 것을 우려해 구성비를 밝히지 못한다고 하는데(그러나 특허번호가 명시되어 있지 않은 걸로 봐서는 특허출원 '중'이거나 '예정'인 것으로 보임), 어디까지 믿어도 좋을지, 그건 저도 모르겠어요. 대체적으로 일단 믿고 쓴다 파와 일단 못 믿겠으니 안 쓴다 파가 있는 것 같은데, 굳이 따지자면 저는 전자입니다만, 역시 구성성분이 확실히 좀 밝혀졌으면 하는 소망은 있습니다.

또, 제가 지금 살고 있는 집이 여름에 습해서 그런지는 몰라도 반응열이 발생하는 과정이 없어서인지 생각보다 비누가 더디 굳습니다. 사나흘이면 쓸 수 있다고 하던데 저는 일주일도 더 걸렸던 것 같아요. 습도가 낮은 철에 다시 만들어 보려고는 합니다만, 아무래도 굳기는 가성소다로 만든 CP비누에 미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5% 디스카운트 한 카스틸 비누보다 더 안 굳는 것 같아요. 힝. 굳길 기다리는 과정에서 일반 CP보다는 낫지만 에센셜 오일 향도 제법 날아가구요.

그리고 잉여유지가 정말 많습디다. 전체 오일을 뭉뚱그려 계산한 후 일정 비율의 유화수를 교반하는 식이니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겠지요. 편리함에 따른 대가라고나 할까요. 그래서 결국 제 야심작 '여름 비누'는 졸지에 '건성 및 아토피 비누'로 변신했다는 슬픈 얘기가 있습니다만, 이 특성을 거꾸로 활용하면 단번에 장점이 될 수도 있겠지요. 네, 건성용 비누 만들기엔 정말 제격인 것 같습니다. 보습력이 아주 끝내주더만요. 실제로 테스트 비누를 써 본 어떤 분이 아토피가 있는 아이에게 정말 좋았다며 1kg을 따로 주문하셨다는 거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올해 지인들에게 뿌릴 겨울 비누는 꼭 요 녀석으로 해야겠다고 생각 중이에요(언제 만드냐고? 지둘리 지둘리~ 하루 이틀 겪는 것도 아니면서 왜 매번 보채는 거얏). 가성소다에 비해 가격이 비싸 비누 단가가 높아진다는 것도 단점이지요.


기타, 혹은 결론

가성소다를 쓰지 않으니 '혹시 남아 있을지 모를' 유해성분으로부터도 해방이라는 말을 어디선가 읽은 것 같은데, 글쎄요, 어차피 '제대로' 만든 CP비누라면 가성소다든 천연유화수든, 심지어 시리아 알레포 비누(가성소다를 전혀 쓰지 않고 식물을 태워 얻은 재를 이용해 만든 비누)든 비누 효능을 크게 좌지우지 할 것 같지는 않네요. 물론 검증되지 않은 개인적인 생각입니다만.

그러니까 결국 하고 싶은 말은, 보습용 비누 만들기에는 제격이나 지성용으로는 별로다, 이렇게 요약할 수 있겠습니다. 뭐, 시험 삼아 직접 한 번씩 써 보시는 것도 나쁘진 않을 거예요(이...이게 결론인 거야?).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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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etcetera

2010/10/06 17:49 2010/10/06 17:49

물비누 만세

한 달 전, 물비누 페이스트를 만들었다. 딱히 재미있을 것 같지 않아 그동안 시판 비누들(주방세제, 세탁세제, 바디클렌저 등등)을 써왔는데 유통기한 지나버린 기름들로 주방세제나 만들자는 심산, 지독한 건성두피를 어떻게 좀 해 봐야겠다는 욕구가 나를 마침내 물비누의 세계로 이끌었다. 천연비누 세계에 발 들인지 3년 만의 일이다.

물비누 만들기는 CP비누보다는 번거롭고 HP비누보다는 덜 수고롭다. 오일을 계량해서 가성소다수(양잿물)과 섞어 오랫동안 숙성시키는 것이 CP비누라면, CP비누 반죽에 열을 가해 숙성을 촉진시킨 후 글리세린과 알코올을 넣어 반죽을 녹인 후 이를 굳히는 것이 HP비누다. 그래서 CP와 HP는 각각 Cold Process와 Hot Process를 의미한다.

CP나 HP비누와 달리 물비누에는 가성소다 대신 가성가리가 사용된다. 그것만 빼고는 CP비누와 동일하게 작업한 후(사실은 좀 더 뻑뻑해질 때까지 뒤섞은 후) 설탕물을 계량해 넣는다. 정석대로 따라했다면 반죽은 점차 투명해지면서 젤리처럼(내가 보기엔 '거대한 코딱지' 같았다) 변하는데, 이걸 지퍼백이나 밀폐용기에 넣고 세월아 네월아 숙성시키면 된다. 이게 바로 물비누 페이스트다. 성격 급한 사람들을 위해 바로 사용할 수 있도록 구연산을 넣어 pH를 낮추는 방법도 있는 모양인데, 거기에는 '슬로우 푸드'라고 광고하는 죽집에서 내오는 참으로 '패스트'한 음식을 보며 느끼는 씁쓸함이 있다. 가만 두면 산도는 알아서 낮춰지는데 뭘. 필요한 건 단지 시간. 인내.

한 달 정도가 지나면 사용해도 좋은 정도로 숙성된다. 보다 앞을 내다보는 이들은 반 년씩 먼저 준비해 두기도 하더라만, 나는 이번이 처음인 데다 마침 쓰던 바디클렌저도 다 떨어진 참이라 더 이상 기다리지 못하였다. 물론 이번 참에 쓰고 남은 것들은 계속 숙성되어 더 부드러워지겠지만.

증류수와 물비누 페이스트를 1:1, 혹은 원하는 비율로 한 그릇에 넣어두면 페이스트가 물에 시나브로 녹는다. 참고로 페이스트를 만들 때, 설탕물을 만들 때, 페이스트를 녹일 때, 몸이나 두피에 좋은 한약재 달인 물을 기본으로 한다면 땡땡머리 뺨치는 물비누를 만들 수도 있다. 24시간 정도면 다 녹는다는데 나는 200g씩만 덜었는데도 시간이 그보다 더 걸렸다. 증류수에는 캐모마일 티백을 넣어 나름 플로럴 워터를 만들었고, 페이스트가 다 녹은 물에 중조(탄산수소나트륨, 뽑기 할 때 넣는 그 '소다'다)를 넣어 점도를 조절했다. 그대로 써도 상관 없지만 시판 클렌저의 끈적임에 우리는 너무 익숙해져 있는 거다.

페퍼민트와 레몬, 라벤더 에센셜 오일은 생각보다 향이 잘 어우러졌다. 페이스트가 녹는 과정에서, 그 좋던 캐모마일 냄새는 어디로 가버리고 형언할 수 없는 고약한 냄새가 좀 났었는데 에센셜 오일을 넣으니 감쪽같이 사라졌다. 대략 만족. 점도가 원하는 것보다 약하지만 굳이 더 손 볼 필요 없겠다 싶어 그냥 두었다. pH 테스트를 해 보니 비누와 엇비슷한 8이 나왔다(보통 천연비누의 pH는 7~9 정도다).

사용 소감은... '물비누 만세'시다. 부드러운 거품이 풍부하게 나오고, 부드럽게 발리고, 깨끗이 씻긴다. 시판 바디클렌저 같은 인위적인 촉촉함, 그러니까 피부에 무슨 '막'을 씌운 느낌, 심하게 얘기하면 '덜 씻긴 느낌' 같은 건 없다. 오히려 비누(물론 여기서 얘기하는 건 뻣뻣한 시판비누가 아니라 천연비누다)로 씻은 듯한 깔끔함이 남는다. 레시피에 올리브와 호호바 오일을 충분히 사용했음에도 이렇다는 건 천연 물비누 자체의 특성이 아닌가 한다. 그래 얼굴은 지복합성이지만 피부는 건성인 내가 겨울에 쓰려면 올리브나 달맞이꽃 종자 오일 같은 걸 좀 더 넣어줘야겠다 싶다. 한겨울이 되면 유노하나도 좀 풀어줘야지.

하지만 가장 감동적이었던 순간은, 샤워 퍼프를 씻었을 때다. 퍼프 가득했던 거품은 어느새 사라지고 세숫대야에는 뽀얀 우윳빛 물만 남아 있었다. 세숫대야를 부시고 나서도 화장실 바닥에 한참이나 붙어 있던 기존 바디클렌저의 거품에 익숙해져 있던 내게 그 광경은 얼마나 경이로웠던지. 사시사철 날마다 샤워하는 주변의 깔끔이들에게 하나씩 안겨줄 참이다. 잘 안 씻어서 지구한테 사랑 받았던 땡땡 씨, 이제 샤워한대도 사랑 받을 수 있게 되었다. 으쓱 으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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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etcetera

2009/07/10 23:58 2009/07/10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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