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cbs.co.kr/Nocut/Show.asp?IDX=1220477

왜 잊을 만하면 이런 기사들이 하나씩 나오는지 모르겠다.

예를 든답시고 나온 사례는 '노출의 계절'이라고 보기에 좀 '무리'가 있는 6월이라는 건 그렇다 치자.

"이처럼 주로 출퇴근 시간대에 붐비는 지하철에서 성추행을 하다 붙잡힌 남성은 올들어 지난 7월까지 모두 345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273명에 비해 26.4%나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그런데 이렇게 '증가'한 이유라는 게 여성들이 노출이 많아지면서라는 거다. "여름철에 여성들이 옷차림이 가벼워지면서 지하철 성추행 범죄가 매달 50건 이상씩 발생하는 등 크게 증가했고, 한여름을 방불케 했던 지난 4월에는 한 달 동안에만 78건이 적발됐다"고.

응? 작년 여름에는 여성들이 죄다 부르카라도 쓰고 다녔다는 건지?

상식적으로 생각해 봐도 작년보다 올해, 겨울보다 여름에 적발건수가 많아진 건, 여성들이 성추행에 이전보다 더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기 때문일 수도 있고, 지하철경찰대가 순찰을 강화했을 수도 있고, 더위 먹어 미친(이라는 말은 사실 적당하지 않다. 그들은 결코 잠시 정신이 나간 게 아니다. 얼마나 주도면밀한데!) 쉐이들이 더 많아졌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런데 검거의 당사자인 경찰께서 말씀하신다. 여성들의 노출이 많아졌기 때문이라고. 피의자들은 더위를 먹든 청산가리를 먹든, 뭘 먹어 미친 게 아니라 대부분 "평범한 생활을 했지만 호기심 때문에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고.

헐.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여자들은 헐벗어서 성추행 당하는 거고 남자들은 한순간의 호기심을 못 이겨 성추행을 하는 거란다. 이게 피의자를 '처리'하는 경찰의 입장이다. 사건을 대하는 자세부터 이 모양인데 여성들이 어떻게 믿고 신고를 할 수 있을지? 기껏 '야 이 xx야. 너 콩밥 한 번 먹어봐라. 어디서 성추행질이야' 싶어 신고했는데 "뭐 그 정도 가지고"라거나 "호기심에 한 번 그런 거 같은데 좀 봐줘요"라는 말 듣지 말라는 보장이 어디 있나?

정말 걱정스러운 건, 이런 말도 안 되는 관점에서부터 성폭력 피해자를 비난하고 사회적으로 매장하는 2차 가해가 나온다는 거다. 귀에 딱지가 앉게 들어 온 그 말들. 그러게 왜 짧은 치마를 입었니, 그러게 왜 밤 늦게 돌아다녔니, 술은 왜 그렇게 마셨니, 등등. 짧은 치마를 입지 않고, 밤 늦게 돌아다니지 않고, 술 마시지도 않은 성폭력 피해자들을 전혀 설명해 주지 못하는, 그러므로 아무 의미도 없는, 말들. 이 말도 안 되는 말들이 아직까지 유효한 건 단 하나, 그것이 가해자들에게 면죄부를 쥐어주기 때문이다. 저 여자가 옷을 짧게 입었잖아. 치맛속이 궁금한 걸. '호기심'에 의한 추행 한 번 정도는 괜찮아. 궁뎅 토닥토닥. 아 욕 나온다.

부디, 지하철은 거의 안 타지만(난 주로 버스 -.-;) 세금은 열심히 내고 있는 서울시민으로서 말씀드리건대, "성추행 범죄 예방과 대처법을 지속적으로 홍보"하기 전에 그 예산으로 경찰 내부 교육 먼저 해 주시라. 저런 말도 안 되는 보도자료 가지고 그대로 받아쓰기 한 기자들도 필히 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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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etcetera

2009/08/02 11:49 2009/08/02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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