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와키 워터드립의 가장 큰 단점(?)은 물이 너무 빨리 떨어진다는 것. 많은 사람들이 떨어지는 속도를 늦추기 위해 나름의 방법을 개발해 내고 있다. (뾰족한 온도계 끼우기, 수액줄 활용하기 등등. 카페뮤제오 같은 사이트에 가 보면 여러 가지 방법을 접할 수 있다.) 그러나 단순무식 용감한 나는 '물 구멍을 줄이면 되잖아?' 하는 생각으로...

구멍 입구를 롱 노즈로 살짝 집어 주었다. 결과는 대만족. 5~8초 정도로 지연되었다. 그런데 한동안 안 쓰다가 엊그제 쓰려고 봤더니 뭐가 끼었는지 너무 막혔;;; 구멍을 핀으로 살짝 뚫어주었더니 어랍쇼, 다시 물이 콸콸콸;;; 그래서 다시 롱 노즈로 찝어 주었다능 ㅠ.ㅠ 그랬더니 우라질, 물이 30초에 한 방울씩 떨어진다. (어제 오후에 추출 시작했는데 아직 반밖에 안 됐;;; 아 마시고 싶다규 >.<) 이번 추출 끝나면 핀으로 또 살짝 뚫어주어야겠다. 킁.

(그리고 며칠 후...)

또 핀으로 살짝 뚫었더니 물리적 괴롭힘을 견디다 못해 뭉텅이로 추출구 조각이 날아가 버렸다능. 덕분에! 처음 샀을 때보다 빨리 떨어지는 불상사 발생. 그날 이후로 더이상 사무실에서 더치커피를 내리지 못하고 있다. 아 마시고 싶어 마시고 싶어!

(그런데 다 쓰고 보니 민우회와 일다 메타블로그에 등록한 블로그의 글이라기엔 좀 거시기하군;)

* 후기 *
이제 물리력은 통하지 않을 것 같아 화력을 이용했다. 적당히 달군 쇠젓가락으로 성심성의껏 물구멍 가장자리를 눌러주면 된다. 단, 젓가락이 그을거나 과열되지 않도록 주의할 것. 쓰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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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6/12 15:32 2012/06/12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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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스에서 6월 5일 환경의날을 맞아 에코 슬리브(1회용 컵에 끼우는 그 골판지) 증정행사를 했다고 한다. 증정 품목이었던 녹색 천으로 만든 슬리브 말고 딸기 무늬가 촘촘한 슬리브를 작년에 한참 탐냈었는데 결국 그거 갖자고 원치 않는 음료를 사지는 않았던지라 에코 슬리브는 여전히 그림의 떡이다. 그런데 요새 한창 뜨개질 시즌인지라(이 블로그 쥔장의 취미생활은 말 그대로 시즌제다. 뜨개질, 십자수, 재봉질, 천연비누, 큐빅 핀 만들기... 뭐 이런 것들을 필 꽂힐 때마다 돌아가며 하고 있다. 그러니까 예를 들어 지난 겨울은 대바늘 뜨기 시즌이었고 올 봄은 코바늘 뜨기 시즌이다. 그 사이는 십자수 시즌. 덕분에 비누 시즌은 언제 다시 오느냐는 원성이 자자하지만, 기다리다보면 언젠가는 돌아오니 조금만 참고들 계시라!) 빨리 뜰 수 있는 소품이나 몇 개 떠볼까 하다 슬리브에 생각이 미쳤다.

"에코 슬리브"로 검색해 보니 역시나 할리스 것이 주르르(궁금한 분들을 위해 알려 드리자면 구글에서 영어로 검색해 보면 손으로 뜨거나 펠트로 만든 슬리브 사진들이 제법 나온다. 근데 검색어는 다 까먹었;;;). 그 에코 슬리브를 실제 사용하고 있는 사진을 찍어 보내주면 추첨해서 뮤지컬 티켓도 준다니 제법 많은 사람들이 소위 "인증샷"을 찍어 보내고 있나 보다. 그래 이것 저것 구경하다 문득 발견. 아니 왜 쟤네가 들고 있는 건 몽땅 일회용 컵인 거야?

커피가게에서 주는 종이컵에 부과하던 환경부담금이 없어진 후로 대부분 커피집들은 이제 묻지도 않고 일회용 컵에 음료를 담아 준다. 그래서 나는 이제 매번 주문과 함께 "머그에 주세요"라거나 "다회용 컵에 주세요(근데 왜 요새 '다회용'이라는 말 못 알아듣는 사람이 이렇게 많음?)"라고 해야 하는 귀찮은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당연히 머그에 주겠지 하고 생각 없이 있다가(단골 커피 가게에 가면 말 안 해도 알아서 머그에 주거든;;;) 혹은 알바님하가 일회용 컵에 주는 게 너무 익숙해져서 내 별도 주문은 홀라당 까먹었을 때, 또 텀블러는 없는데 커피가 무지 마시고 싶을 때 말고는 어지간해서는 종이컵을 안 쓰려고 한다(이게 사실 환경을 무지막지 걱정해서라기보다는 커피에 종이 냄새 배는 게 더 싫어서지만;;; 어쨌든 내 취향이 나무를 살리는 데도 도움이 된다면야).

그런데 머그를 요청할 때 늘 마음이 편한 건 아니다. 가끔 자기 친구들 불러다가 손님보다 더 떠들면서 노는 알바생이 없는 건 아니지만 대부분 바쁘게 일하고, 손님이 몰리는 시간에는 정말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서 뭘 주문하기도 좀 미안할 지경이기 때문이다. 그래 머그를 따로 주문할 때면 이런 분들한테 설거지까지 떠맡기는 것 같아 송구스럽다. 대안은 개인 컵이겠으나 어깨에 문제 생긴 이후로 가방 가볍게 하기를 최우선 과제로 하고 있는 터라 놀러 갈 때 말고는 텀블러를 가지고 다니기 어렵다는 게 문제다. 그럼 나처럼 개인 컵을 가지고 오지 않았지만 일회용 컵은 싫은, 그렇지만 그 부담을 알바들에게 지우고 싶지는 않은 사람들에게는 어떤 방법이 있을까? 커피가게 아르바이트생의 시급을 머그 씻은 비율에 맞춰 올려 줘? 아니면 커피가게에 식기세척기 설치와 사용을 의무화? 아님 내가 쓴 머그는 내가 씻고 간다(오, 이거 좋다!)?

아무튼(이거 또 한참 돌아갔다가 은근슬쩍 끝내려고!), 그렇게 '일회용' 컵에 '다회용' 슬리브를 끼워 쓰는 모습을 보니 한편으로는 어이없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그거라도 어디냐 싶기도 하고 그렇다. 뭐, 슬리브 만드는 데 드는 나무를 우주에서 베어오는 건 아닐 테니 그게 어디냐가 맞겠지. 그런 의미에설랑 6월 안엔 꼭 수제 커피 슬리브를 장만할 테다, 불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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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6/11 15:29 2010/06/11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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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다, 핸드프레소. 네 덕에 부동의 유입검색어 1위 "지하철 치한"을 물리쳤닷!
기념으로 오늘 오후 사무실 주방에서 내려 마신 커피.
뒤에 흑백으로 보이는 것이 핸드프레소.
사진으로 보다시피(이게 두 번째 찍은 사진이었는데) 크레마가 벌써 없어져 간다.
컵은 사무실 ㅇㅇ님 것. 볼수록 소박하고 정감이 가는데, 아무래도 내 것이 아니다 보니 요새 예쁜 에스프레소 잔 없나 하고 킁킁거리고 다니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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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2/01 20:52 2009/12/01 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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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프레소 아마존"

지난 주엔가도 "핸드프레소"가 검색어에 오른 적이 있는데... 막 사기엔 허걱스러운 가격이지만 그래도 입소문(?) 듣고 찾는 분들이 계신가 봐요. 그래 오늘은 "핸드프레소 아마존"이라는 검색어에 응답해 봅니다.

Handpresso, 그러니까 핸드프레소는 휴대용 에스프레소 제조기입니다. 프랑스에서 개발했다고 해요. 피스톤 원리를 이용해 기계에 공기를 주입해 압력을 높인 후(이래 봬도 업소용 에스프레소 머신만큼의 압력을 낸다고 하죠?) 뜨거운 물과 에스프레소 포드를 넣고 뚜껑을 잘 닫은 후 뒤집어 버튼을 누르면 딱 한 잔의 에스프레소가 추출되는 기계입니다. 그래서 이걸 '머신'이라고 하기 뭐한 것이, 보시다시피 그냥 기계식으로 커피를 추출하는 거거든요. 별도의 전원장치도 필요 없구요. 그래서 UPS에서 관세 때문에 전화해서 대체 이 물건이 무슨 물건이냐고 물을 때 참으로 난감했던 기억이;;; 결국 '머신'이라고 얘기하고 6%인가 관세를 냈던 것 같습니다.

사진기도 망가지고, 또 사진 찍는 걸 그리 즐기지도 않는지라 핸드프레소를 가장 잘 설명해 줄 수 있는 동영상 하나 갖다 붙입니다. 이거면 아하~ 하실 거예요.



동영상 보고도 잘 모르시겠는 분들을 위해 사용법을 겸한 FAQ를 좀 알려드리자면,

1. 피스톤을 이용해 공기를 주입합니다.
- 마구마구 피스톤 운동을 해서 녹색 눈금까지 압력을 올려야 합니다(30~35번 정도 펌핑하면 됩니다, 쿨럭;). 처음에 압력이 별로 높지 않을 때는 쉽게 펌핑됩니다. 그러나 안에 공기가 모일수록, 그러니까 내부 기압이 높아질수록 펌핑이 힘들어집니다. 아직 어깨가 부실한 저로서는 싱크대 상판 등의 도움을 받고 있어요.
- 무게는 0.5kg 정도입니다. 스틸 재질의 피스톤 쪽이 묵직한 느낌이에요. 평소에 휴대하기에는 약간 무거운 정도. 당일치기 가벼운 등산길에는 괜찮겠지만 장기간 여행에서는 짐이 될 것 같은 생각이 드네요.

2. 고무 뚜껑을 열고 투명 플라스틱 탱크에 뜨거운 물을 채웁니다.
- 필터라고 하기도 뭐한, 구멍 숭숭 까만 플라스틱 가름막을 넘지 않도록 채우면 됩니다.
- 저 같은 경우는 펌핑 전에 탱크에 뜨거운 물을 미리 넣어 데워 둡니다. 컵에도 뜨거운 물을 담아 데워 두고요. 포드를 대개 냉동실에 보관하기 때문에 안 그러면 추출하면서 온도가 많이 내려가 마시기는 괜찮아도 '뜨거운' 커피를 추출하긴 어렵더라고요. 탱크가 플라스틱이라 기대한 만큼의 효과를 내긴 어렵지만, 그래도 차가운 채로 바로 추출하는 것보다는 낫습니다.

3. 탱크 위에 E.S.E. 포드를 얹습니다.
- 이게 결국 뒤집혀 추출되는 거니까 앞뒤 구분이 있는 포드 같은 경우 잘 보고 올리셔야 합니다.
- 소프트 파드 쓰시면 안 됩니다. 그러니까 포드메이커로 만든 포드도 안 된다는 말씀(이라고 말은 하지만 실제로 안 써봐서 써도 되는지는 잘 모르겠네요? 하지만 논리적으로는 핸드프레소 기압이 업소용 머신만큼 높기 때문에 소프트 포드가 압력을 견딜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머신에서처럼 '필터'랄 것도 없거든요. 그러니 하드 포드 쓰시길 권장합니다. 사이즈도 하드 포드에 맞아요. 포드 관련해서는 이전 글 "비알레띠 미니 에스프레소 포드"를 참고하세요).

4. 고무 뚜껑을 잘 닫습니다.
- 뚜껑을 닫고 5도? 10도? 정도 돌리면 뚜껑 표시선이 자물쇠 모양에 딱 맞게 됩니다. 고무이기 때문에 손이 젖어 있거나 하면 잘 안 열리고 안 닫혀요. 그렇지만 아무래도 압력을 쓰는 기계니까 잘 맞아 들어가도록 주의 깊게 닫아 주세요.

5. 핸드프레소를 뒤집어 고무 뚜껑 쪽에 있는 추출구가 컵을 향하게 하고, 추출 버튼을 누릅니다.
- 안에 압력이 많이 들어 있어서 버튼 누르는 게 힘들지는 않을까, 갑자기 펑~! 하고 나오는 건 아닐까 걱정했습니다만, 둘 다 기우였습니다. 부드럽게 눌리고, 조용히 추출되기 시작합니다.

6. 크레마를 생산해 내면서 안에 있던 기압을 부글부글하고 다 쏟아내면 추출 끝입니다.
- 신기하게도 제법 크레마가 나오기는 하지만 오래 가지는 않아요. 기계 때문이기도 하고 신선도 면에서 떨어지는 포드 때문이기도 하겠죠.

변변한 커피메이커가 없는 사무실에서 일하는지라(사실 변변한 커피메이커 있는 사무실이 더 드물죠;) 저는 굳이 휴대하지 않고 생각날 때 한 잔씩 내려 먹고 있습니다. 요새 먹는 포드는 '일리'인데요, 일리 자체가 진하질 않아서 약간 '진한 아메리카노' 같다는 느낌은 받지만, 다른 포드를 쓰면 에스프레소 같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럼 요 녀석을 어디서 구하느냐. 국내 등산/야영용품 사이트 한두 군데에서 보았는데요, 가격이 무려 40만 원에 육박하더군요. 가정용 에스프레소 머신 두 개 정도는 살 수 있을 만한 금액이죠. 해외 원가도 그리 만만하지는 않아서 프랑스에서 처음 출시되었을 때 가격이 99유로인가 그랬습니다. 대부분 해외 사이트에서는 129.9USD에 팔고 있어요. 아마존에서 몇 개 검색은 되지만 국내까지 배송 안 되는 경우가 많았고, 가격 메리트도 크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한 일 주일 동안 전 세계 사이트를 뒤졌죠. 그래서 발견한 게 이베이랑 ThinkGeek.

이베이
http://cgi.ebay.com/handpresso-wild-por ··· f9f249f8
한국까지 배송료 포함 124.98USD입니다. 요즘은 환율이 1200원 아래로 내려갔으니 가까스로 관세는 면제 되겠네요. 15만 원 이하로 사실 수 있다는 얘기죠. 여기서 구입을 해 보지는 않았지만, 위 판매자는 전 세계 지도를 그려 놓고 자기가 어느 나라에 몇 개나 팔았는지 확인할 수 있게 해 놓았습니다. 이 많은 나라들에서 다 사 갔으니 나 믿을 만하지 않니? 이런 의미겠죠? 제가 살펴 보던 당시만 해도 한국에서는 단 두 명의 구매자가 있었는데요, 오늘은 열 개를 판 것으로 나오는군요. 역시나 슬슬 입소문이 돈 결과인 것 같습니다. 어쨌든 현재로서는 아마존보다는 이베이에서 구매하는 게 현명한 선택이 아닐까 싶습니다.

ThinkGeek
http://www.thinkgeek.com/caffeine/accessories/ae8b/
Oops! Out of Stock!
이라는 메시지가 뜨는군요. 제가 두 개나 사버려서 품절이 돼 버린 모양입니다 -.-;
(2010년 1월 29일 현재, 확인해 보니 이제 재고가 있답니다요~)
여기는 UPS나 페덱스를 이용해 배송하기 때문에 엄청 빨리 옵니다. 1주일 안에 받아 보실 수 있어요. 저는 4~5일 만에 받았던 것 같습니다. 특급 운송회사를 이용하면 얄짤 없이 관세를 내야 하기 때문에 관세와 배송료 포함해서 개당 16만 원 꼴로 구입했네요. 그 때는 지금보다 환율이 더 비쌌고, 또 만족스러운 상태로 배송을 받았었기 때문에 불만은 없습니다(그리고 핸드프레소 자체 포장이 제법 괜찮습니다. 제법 튼실한 직사각형 종이상자 안에 스펀지가 채워져 있고, 여기에 핸드프레소가 들어 있지요) 단, 여기는 처음 거래할 때 카드 소지자의 Billing Address가 찍힌 카드회사의 증빙서류를 이메일로 보내 주어야 주문을 처리해 줍니다. 카드 도용을 막기 위한 나름의 방편인 게죠. 덕분에 좀 번거로웠습니다만, 그래도 그만큼 신뢰는 가더군요.

그나저나, 저 thinkgeek이라는 사이트는 재미있는 물건을 많이 팝니다. 한국으로 치면 펀샵이나 텐바이텐이라고 할까요. 배보다 더 큰 배꼽(배송료) 때문에 핸드프레소 외의 물건을 주문해 본 적은 없습니다만, 심심할 때 한 번씩 들어가서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아 그리고 최근엔 핸드프레소와 비슷한 방식을 이용한 Mypressi라는 포터블 에스프레소 머신도 등장했습니다. 제가 핸드프레소 살 때 '곧 출시'였는데 지금은 시판이 되고 있나 모르겠네요. 핸드프레소보다 생긴 건 덜 예쁘지만, 한 번에 추출할 수 있는 양은 더 많은 녀석입니다. 궁금하신 분들은 http://mypressi.com 여길 들어가 보시길.

* 2010년 8월 17일 덧붙임 *
요새는 "핸드프레소 압력"이라는 검색어가 심심찮게 들어오네요. 알려진, 그러니까 업체에서 홍보한 바에 따르면 핸드프레소 압력은 16bar입니다. 16기압. 1bar가 얼만큼인지는 각자 알아서 해결하시길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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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27 14:48 2009/11/27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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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산동에는 뭐가 있나. 살아본 적은 없으니 이렇다 할 추억의 장소도 없다. 가끔 다녔던 밥집, 칼국수집, 돈까스집, 콩나물국밥집, 술집, 편의점. 아, 동네부엌과 두레생협도 있다. 성미산학교도, 작은나무 카페도. 그 동네에 처음 가본 게 불과 1년 전이건만 그분과 몇 번 갔던 두부집은 이제 없어져 부대찌개집이 되었고, 저녁 8시면 빵값을 깎아 팔던 제과점 겸 커피집은 보쌈집이 되었다. 배드민턴 가게는 없어졌나 그대로 있나. 그리고, 웬 새 건물에 들어선 떨떠름한 창고 하나는 카페가 되었다. 카페 문. 달다방.

내 입맛은 나도 종잡을 수가 없어 남들 다 짜다는데도 맛있게 먹기도 하고, 남들 다 맛나다는데도 너무 짜고 시다기도 하고, 타서 먹을 수가 없을 지경이라는 음식도 와구와구 밀어 넣기도 하고, 산화가 되다 못해 녹이 슬어도 이상할 게 없을 것 같은 커피로 내린 커피 한 잔에 감동하기도 하고(아아, 그러나 사실 이건 뻥이다. 이런 커피는 못 마신다. 상황에 따라 감동은 할지언정;;;), 남들 다 잘만 먹고 있는, 멀쩡해 보이는 밥에서 수돗물 냄새를 맡고 멀리 치워 버리기도 한다.

그러나 커피 얘기에서 살짝 내비쳤듯이, 나는 맛없는 커피는 안/못 마신다. 사무실에서 사다 마시는 싸구려 K커피(1.36kg에 2만 원이 안 된다)를 입에도 안 대고 주야장천 커피믹스만 타 마시는 건 그래서다. 맛없는 커피를 마시느니 그냥 커피 같지도 않은 커피맛 설탕물을 마시겠어. 열량도 듬뿍, 아침 대용으로 그만인 커피믹스.

맛없는 커피 운운에서 또 살짝 내비쳤듯이, 커피를 평가하는 내 언어는 딱 둘이다. 맛있어. 맛없어. 맛있는 커피는 맛이 있다. 쓴맛, 단맛, 신맛... 등등의 비율이 어쩌고 바디감이 어쩌고 하는 거 모른다. 홍시 맛이 나서 홍시라는데 어쩔 거냐는. 맛있어서 맛있다고 하는데 또 어쩔 거냐는. 물론 어린 장금이와 내가 다른 점은, 홍시가 불고기에 들어간 건 '사실'이지만, 맛은 주관적이라 내가 열광하는 에스프레소를 먹고 어떤 사람은 으웩, 사약이닷! 할 수 있다는 거다(물론 그런 경우 물을 좀 타주면 바로 '맛있당~'으로 바뀐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여기 커피 맛없다는 사람은 본 적이 없으니 '맛'에도 '객관'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별 쓰잘데 없는 얘길 하느라 많이 돌아왔는데, 요약하자면 이렇다. 성산동에 카페 <문>이라는 가게가 생겼다. 커피도 팔고 차도 팔고 병맥주도 판다. 간단한 안주도. 카ㅇ 500ml가 고작 4,000원, 벡스 다ㅇ가 5,000원밖에 안 하는 게 불만(?)이지만서도. 커피는 에스프레소/아메리카노 3,000원부터 시작. 자기 컵을 가지고 가면 10% 할인도 해준다.

특기할 만한 사실은, 그리 비싸지 않은 가격임에도 여기서 쓰는 원두는 모두 공정무역으로 들여온 '아름다운 커피'라는 거다. '공정'이라는 말은 왠지 멋없고 맛없고 재미없고 고리타분한 느낌을 동반하기 마련인데, 사실 부직포에 담겨 나오는 1회용 '아름다운 커피'는 내 입에 안 맞아 쳐다보지도 않았는데, 공정무역 커피가 이렇게 맛있는 줄 처음 알았다. 생두를 들여와 직접 볶고 블렌딩 해서 신선한 원두로만 커피를 내린다(직접 봤으니 하는 말이다). 원두의 산지는 네팔, 페루, 티모르. 모두 한 번쯤 가보고 싶은 나라들. 이 원두로 집에서 커피를 내려 마시면, 고작 에스프레소 한 잔을 내렸을 뿐인데도 사람 미치게 만드는 커피향이 집안 전체를 감싼다. 못 믿겠다고? 속는 셈 치고 한 번 해 보고 말씀하시라.

성산동엔 달다방이 있다. 6호선 망원역 지하철역 1번 출구로 나와 오른쪽으로 직진하면 망원우체국 사거리가 나오고, 횡단보도를 통해 그 사거리를 건너 한 블록쯤 더 가면 다솔동물병원이 나온다. 거기서 오른쪽으로 꺾어져 3분쯤 직진하면 외벽의 나뭇살이 눈에 띄는 건물, 시민공간 <나루>가 나온다. 지하에 성미산 마을극장이 있는. 그 건물의 1층이 바로 카페 문이다. 카페 문, 커피와 당신을 이어주는 문이 되길. 당신과 커피 농민을 이어주는 문이 되길. 그들과 나를 이어주는 문이 되길. 그리하여 나와 당신을 이어주는 문이 되길. 그러니 그대, 성산동에 가거든, 카페 <문>에 한 번 들러 주시라. 또 아는가. 예기치 않은 어느 밤 이 정체불명(?)의 블로그 쥔장이라도 만나게 될지. 뭐, 쥔장 따위 없어도 매일 아침 아홉 시에 문 열러 나오는, 타로 잘 보는 카페 쥔장-이자 바리스타- 언니(내가 '문지기'라는 별칭을 지어주었으나 아무도 그렇게 부르지는 않는다. 쳇)랑만 놀아도 충분하긴 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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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24 17:01 2009/11/24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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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닥 정확해 보이진 않는다만, 관리자 페이지에서 유입 검색어를 보면 재미있는 것들이 있다. 그리고 개중엔, 늦었지만 꼭 답해주고 싶은 검색어들이 있다. 하여, 내킬 때마다 답하여 차후에 궁금해할 분들에게 약간의 도움이 되고저 이 카테고리를 시작한다.

자 그럼, 오늘의 검색어:
비알레띠 미니 에스프레소 포드

얼마 전 내가 장만한 비알레띠 미니 에스프레소(정확히는 비알레띠 미니 '익스프레스'지만 어쨌든)에 포드를 쓸 수 있는지 궁금해 한 분의 검색어렷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안 돼요"이다.
비알레띠 미니뿐 아니라 모든 모카포트에는 포드(POD)를 쓸 수 없다.
걍 원두 슥슥 갈아서 살~짝 다져 넣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

으잉? 포드가 대체 뭔가요? 하실 분들께도 겸사 겸사.

'포드(POD).' 미국식으로 '파드'라고 발음들 하는 바람에 요게 요상하게 바뀌어서 요즘은 '패드'라고도 불리는(생김새로 보면 그닥 이상한 이름 붙이기는 아닐세그려) 것으로, 정확한 무게로 잰 한 잔 분량의 에스프레소 원두에 적당한 압력을 가해 부직포로 포장한 것이다. 보통 E.S.E 포드라 하는데 E.S.E는 Easy Serving Espresso의 약자. 에스프레소를 뽑으려면 정확한 계량(찌꺼기가 없어야 함은 물론)과 정확한 압력('탬핑'이라고 하지요)이 가해져야 한(다고들 한)다. 그런데 바리스타가 아닌 이들이 이 '정확'을 맞추기란 상당히 어려운 일. 하여 이 작업을 기계로 스샤샥 처리해서 낱개포장해서 파는 게 포드인 것이다.

요새는 소프트 포드란 것도 나와 있는데, 이건 압력 없이 부직포에 적당량의 원두만 넣어 봉한 것이다. 에스프레소 기계엔 쓸 수 없으며(압력을 못 견디는 것으로 알고 있음), 전용 머신이 있어야 한다(그 뭣이냐. 필립스에서 나온 센세오랑 '베토벤 바이러스' 때문에 유명해진 카페 인벤토 같은 것들이 대표적인 소프트 포드 머신). 반면 하드 포드, 그러니까 원래 의미의 E.S.E 포드는 구석에 ESE라고 쓰여 있는 가정용 에스프레소 머신이나 업소용 머신에, 심지어 최최근 마련한 핸드프레소(꺄~~~)에까지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다. 커피 필터의 종이 냄새가 같이 배어 나오기 때문에 드립 커피를 좋아하지 않는데 포드는 추출 시간이 짧아서인지 부직포 냄새가 거의 나지 않는다는 것도 장점. 다만 종류가 그리 많지 않고(국내에서 파는 종류는 더더구나 적다. 해외 쇼핑몰에서 구입하려도 한국까지는 배송을 안 해준다 ㅠ.ㅠ), 신선도는 어느 정도 포기해야 하고, 자체제작이 불가능하며(소프트 포드는 직접 만들 수도 있다. 아마존 같은 데서 접시 모양 우주선처럼 생긴 포드 메이커를 판다), 환경 친화적이지 않다(부직포 포장에 개별 비닐포장;;;)는 것은 단점이다.

몇 줄 위에서 소프트 포드를 에스프레소 머신에 쓸 수 없다고 말했는데, 이건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모카포트나 소프트 포드 머신에 하드 포드를 넣을 수 있을까? 크기가 맞다면야 시도해볼 수는 있겠다. 그러나 추출 압력이 기대치에 한참 못 미치기 때문에 고작해야 '커피 살짝 헹군 물' 정도를 맛볼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바로 (크기를 제외하고라도) 비알레띠 미니 익스프레스에 포드를 쓸 수 없는 까닭. 그런데 비알레띠 미니랑 포드밖에 없는 상황이면 어쩌나. 뭘 어쩌긴. 포드 뜯어서 비알레띠 미니에 탈탈 털어 넣고(모카포트에 넣는 원두는 꾹꾹 누르면 안 되니까 설렁설렁 풀어주기도 해야 할 듯) 추출하면 되겠다. 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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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0/05 21:29 2009/10/05 21:29

사람들이 흔히 갖고 있는 그 커피메이커, 그러니까 드립식 커피메이커를 한 번도 가져본 적이 없다. 아, 재작년 생일선물로 1인용 커피메이커를 받아서 몇 번 써본 적은 있다. 필터를 누가 홀라당 버리는 바람에 본체도 홀랑 버려야 했지만.

첫 번째 커피메이커는 이탈리아산 모카포트였다. 1999년, 오만 군데를 다 뒤지다 백화점 한쪽 구석에서 발견하고 거금 10만 원(10년 전 10만 원이다)을 들여 들여 놓았다. 왜 그렇게 모카포트(라기보다 모카포트로 뽑은 에스프레소)에 집착했는지는 예전에 다른 블로그에 썼다 지운 적 있으니까 생략(뭐래?).

지금도 설거지 싫어하는 인간이 그 때라고 제대로 했을 리가 없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알루미늄 바디는 맛이 가기 시작하고, 센 직화 덕에 플라스틱 손잡이 이음새는 살짝 녹아서 그쪽으로 물이 새 나오곤 했다. 10만 원 들인 보람도 없이. 커피는 예전에 맛보았던 그 맛이 아니었음은 당연한 일.

그 다음은 가정용 미니 에스프레소 머신. 2004년 가을에 마련했던 것 같다. 1인용 밥통이 있던 자리에 곱게 놔두고 한동안 열심히 썼던 기계. 압력이 변변찮아 포드(pod)를 넣으면 커피 채워넣는 데 옆으로 커피가 막 새 나오던 기계. 가격도 안 잊는다. 각종 할인 받아 72,000원. (절대 ㅇㅇ이가 '치마 이천 원'이라고 듣고 "정말? 바자회에서 샀어?"라고 물었기 때문이다, 흠흠;)

그러나 역시나 설거지 싫어하는 인간이 그 때라고 제대로 했을 리가 없다. 커피 내려 마시고 몇 달 방치했더니 청록색 곰팡이가 피었다. 뒤늦게 으악 하며 필터며를 씻고 물이며 오래된 커피를 계속 내려 보았지만 한 번 생긴 곰팡내는 없어지지 않았다. 기계를 뜯어 청소해 보려고 했는데 사용설명서에 기계 뜯는 방법은 안 나와 있더라. 결국 저 녀석도 어느 밤 이마에 스티커 붙인 채 길거리에 나앉게 되지 싶다(그냥 쓰레기봉투에 버리면 안 되는 걸까?).

변천'사'라고 해 놓고 벌써 끝나가니까 좀 민망하긴 하다만, 이변이 없었으면 내 다음 커피메이커는 전기 모카포트가 되었을 것이다. 독일에서 오신 ㅇㅇ님이 사무실에 갖고 와서 한 잔씩 하사해 주시는데, 그거 참 탐스러운 거다. 가스레인지 필요 없지, 지가 알아서 추출해 주고 끝나면 알려주지... 한 가지 단점이라면 국내에선(물론 어디까지나 국내 '인터넷'이다) 안 팔더라는 것. 직화용 모카포트보다 약간 비싸다는 것. 그래 아마존을 들락거리며 결제를 시도하길 수 차례. 그 수 차례 동안 그놈의 환율이 매번 나를 막았다. 안 그래도 별 웃기는 지출(음, 그러니까 이건 옷 만들기라든지, 비누라든지, '생필'과 관계 없는 온갖 지출을 의미한다) 때문에 가계적자가 누적되고 있는 마당에 낼름 10여 만 원을 더 쓰기가 쉽지 않았다. 좀 괜찮은 모델에 액세서리까지 구비하면 20만 원 가까이 되겠더라고.

'이변'이 생긴 건 어젯밤. 샤워를 하고 인터넷서점 ㅇㅇㅇ에 쌓인 적립금을 오늘은 써 버리겠다 결심하고 여기 저기 클릭질하다 발견한 비알레띠 미니 익스프레스. 안 그래도 파스쿠치던가 스타벅스던가에서 비슷한 애를 발견하고 침 질질 흘렸는데(5만 원이 넘더라, 흥) 고 녀석이 떡 하니 버티고 있는 거다. 이상하지. 그 전에도 분명 본 애였는데 왜 어젯밤에 새삼스레 가슴이 뛰었는지.

ㅇㅇㅇ엔 품절이라 검색질로 5,000원 싸게 구입하기 성공. 그럼 ㅇㅇㅇ 적립금은 어쩌지? 재입고 된 하리오 핸드 그라인더(35,000원)로 털어 버렸다. 수술 덕에 오른쪽 팔뚝이 왼쪽 팔뚝 2/3로 줄었는데(팔뚝살이 고민이신가요? 몸통에 딱 붙여서 고정해 두고 두 달만 쓰지 말아 보셈. 눈에 띄게 줄어들 겅미.) 돌리면서 재활이나(또 뭐래?) 해야겠다.

늘! 도피오로 마시는 탓에 저 녀석이 얼마나 버텨줄지, 내가 얼마나 참아줄지 의문이긴 하다만, 무엇보다 간밤에 주문한 거라 아직 내 손엔 오지도 않았다만, 잘해보자 아그들아~ 이번엔 설거지 잘 해줄게.

그리고 예상치 않은 지출에 뒤늦게 갖다 붙인다. 해피 벌쓰데이 투 미~ (앞뒤로 일주일은 생일주간이라고 누가 그랬다 뭐! 근데 언제부터 생일 챙겨 먹었냐고? 흠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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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8/24 10:40 2009/08/24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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